파주슈필의 제1 정체성은 보드게임 축제이죠. ‘보드게임 나들이’라는 별칭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영어마을 어딜 봐도 보드게임이 있었습니다.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 내에 준비된 보드게임 체험 구역만 25곳, 총 500개가 넘는 테이블이 동원되었고, 광장과 거리 곳곳의 텐트나 그늘막 아래에서, 정자에서, 건물 1층과 2층에서 서로 다른 보드게임이 사람들을 기다려 맞이했습니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올해 파주슈필은 곳곳에 새로운 즐거움이 펼쳐지는 거대한 보드게임 놀이동산이었습니다.

게임 옆에 게임 옆에 게임

입구의 성문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갈림길에서부터 체험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왼쪽 길로는 만 4세부터 6세의 아동들도 즐길 수 있는 어린이 게임 구역 ‘꿈나무 마을’이, 오른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 곳곳에 ⟨힛스터⟩를 즐기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파티 게임과 방 탈출/추리 게임 체험존이 갖춰진 ‘파추리 골목’이 이어졌습니다. ‘꿈나무 마을’ 길 끝에 있는 두 번째 성문 너머로는 두 개의 광장 공간과 각종 체험 구역이 펼쳐졌습니다.

신작 게임이나 인기작은 독자적인 체험존이 갖춰졌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파추리 골목’ 길을 따라 여섯 군데에 야외 체험 공간이 갖추어진 ⟨힛스터⟩는 그 길을 걷는 사람을 음악으로 맞이했습니다. 매년 별도 구역이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던 ⟨커피 러시⟩는 올해에도 전용 체험 공간에서 확장까지 포함해 체험이 진행되었고, 2024 코리아보드게임즈 보드게임 공모전 수상작인 ⟨도그파이트: 1917⟩과 고태윤 작가의 독특한 신작 게임 ⟨김밥 요리사⟩ 역시 단독 체험 구역에서 사람들을 맞이했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룹 파뿌리를 테마로 출시된 카드게임 2종은 밝고 예쁘게 꾸며진 2층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게임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고픈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서 크루의 안내를 따라 차근차근 배웠습니다.

어린이 게임이 인기, 예약제 운영하기도

방 탈출 테이블 게임 앞도, ⟨커피 러시⟩ 앞도 대기줄이 보통이 아니었지만 ⟨라쿠카라차⟩를 비롯한 어린이 게임을 체험할 수 있던 ‘숲속 놀이터’도 대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꼬마돼지 서커스⟩와 ⟨생쥐 만세⟩를 체험할 수 있었던 ‘새싹 놀이방’은 어린이의 안전을 고려해 예약제로 운영했는데 현장 접수도 금방 마감되었습니다. 좌식 테이블로 구성된 ‘새싹 놀이방’ 체험 공간에서 어린이들은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느 게임들보다 상대적으로 길이가 길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게이머스 게임 역시 ‘브레인 버닝존’에서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예약이 다 찰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게임을 배워보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온 자리인 만큼 푹 빠져 즐기는 모습들이었습니다. 파주슈필 현장의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배우는 난도가 좀 있던 ⟨언레스트⟩와 ⟨핀카⟩도 척척 즐기고, 멋진 장난감 이미지를 보고 ⟨토이 배틀⟩을 배워보기도 합니다.

단체 게임이 남긴 독특한 추억

작년에는 운영하지 않았던 야외 공연장에서 단체 게임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축제장 제일 끝이자 다소 외진 곳에 있었음에도 사람들이 잘 찾아와 이벤트를 제대로 즐겼습니다.

⟨김밥 요리사⟩로 실력을 겨루는 ‘천하제일 김밥 요리사 대회’는 토요일에는 아쉽게도 우천으로 취소되었으나 일요일에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파주슈필 신작으로 진행하는 대회였기에 규칙 설명을 겸한 즉석 대회로 기획되었는데, 토요일에 김밥 요리사 체험 구역에서 게임을 체험해 보고 재미있어서 찾아온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각 테이블에서 게임을 진행한 뒤 우승자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었는데, 김밥을 다 말았다며 여기저기서 “김밥!”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야외에서 울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나서 ‘천하제일 김밥 요리사’ 배지를 받아간 사람들의 얼굴에서 뿌듯한 만족감이 느껴졌죠. ‘우리 집 요리사’와 ‘동네 맛집’ 배지를 받은 사람들도 아쉬워하기보다는 재미있는 추억을 만든 표정이었습니다.

카탄 30주년을 기념해 ‘카탄 단체 게임’도 열렸습니다. 지난 4월 보드게임페스타에서 60명이 동시에 진행해 주목을 받기도 했죠. 토요일에는 50여 명으로, 일요일에는 100명으로 진행했는데, 일요일에는 신청자만 140명에 이를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참여자들 모두, 이 독특하고 개방적인 ⟨카탄⟩ 플레이가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을 것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앉아 교섭과 거래를 하는 이색 경험을 다들 인상적으로 느끼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 속에서 1등을 한 사람들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되었을 겁니다.

보드게임 전문가, 어린이가 간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 것은 체험장만이 아닙니다. 어린이가 직접 보드게임을 설명하는 아주 독특한 기회! 어린이 보드게임 전문가 이벤트에 참여하러 온 어린이들도 예상을 훌쩍 뛰어넘도록 많았습니다. 기회를 잡은 어린이들의 목에 보드게임 전문가 명찰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스플렌더⟩와 같이 어린이가 잘 아는 게임을 설명하게 했고, 이후로는 ⟨김밥 요리사⟩를 배워서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잘 몰랐던 게임을 배워서 설명하는 건데도 적극적인 열의에 걸맞게 척척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린이 전문가의 설명을 환한 미소로 경청했고, 보드게임 전문가가 된 어린이도 이날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습니다.

고개만 돌리면 또 다른 게임 체험이 보일 정도로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축제장이었습니다. 이곳저곳을 들어가고 많은 게임을 하나하나 즐겨 보면서 온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