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보드게임즈가 슈필 에센 페어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10월,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발렌주에 위치한 에센에서는 보드게이머들을 위한 축제가 열린다.
축제 시즌이 되면 이곳은 전 세계의 보드게이머와 퍼블리셔가 모여드는 화제의 현장이 된다.
행사의 정식 명칭은 ‘Internationale Spieltage SPIEL(국제 게임의 날 슈필, 이하 ⟨슈필⟩)’로, 1983년부터 시작돼 벌써 40년이 넘은 유서 깊은 축제이다.
올해 ⟨슈필⟩은 10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진행되었다. 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퍼블리셔에서 에센을 방문하며, 방문객도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다.
⟨슈필⟩은 에센에 있는 박람회장인 메세 에센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8만 제곱 미터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으며, 전 세계 5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950개 이상의 퍼블리셔들이 참가해 약 1,800개의 신작 보드게임을 소개하였다.
방문자는 20만 4천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이며, 코로나 이후 최다 방문객을 기록한 것이다.
퍼블리셔들은 크게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슈필⟩에 참가한다. 자사 게임을 수출하고, 회사와 게임을 대중에게 홍보하며, 다른 회사 게임을 수입하는 것이다.
코리아보드게임즈 역시 이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년 ⟨슈필⟩에 참가하는데, 올해는 13명의 임직원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인원만으로는 시연 테이블을 모두 감당할 수 없기에, 현지에서 게임을 설명해 줄 크루도 모집한다.
현지에서 수고해 준 크루들
관람객들이 입장하는 본격적인 행사는 3일부터 시작했지만, 전 세계에서 날아온 각국의 직원들은 전날부터 업무를 개시한다.
부스가 잘 만들어지는지 감독하고, 노벨티 룸에 가서 신작을 확인하고, 일찍부터 미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미팅의 경우 행사 전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담당자로서는 쉴 틈 없는 강행군이 이어지는 셈이지만, 좋은 게임을 일찍 선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에센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부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미 수출입 담당자들은 미팅을 다니느라 바쁘다.
작가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해외의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새로 개발한 게임을 보고 샘플을 받아 오는 것 역시 ⟨슈필⟩에 가는 커다란 이유이다.
이번에 소개된 ⟨아마조니아 파크⟩, ⟨김밥⟩, ⟨레이블 레전드⟩ 모두 작년에 ⟨슈필⟩을 비롯한 해외 박람회에서 작가로부터 직접 게임을 소개받아 계약한 게임들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작가들도 ⟨슈필⟩에 가서 해외 퍼블리셔들을 만나 자신의 게임을 소개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코리아보드게임즈에 ⟨보드라이브⟩ 팀이 합류하면서, 이번부터는 현장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영상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준비한 신작 중 ⟨김밥⟩, ⟨아마조니아 파크⟩, ⟨라스트 펭귄⟩, ⟨레이블 레전드⟩는 현장에서 게임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어 업로드하였다.
또한 총 42개의 해외 퍼블리셔가 ⟨보드라이브⟩에 출연해 자사의 신작 게임을 소개하였다. ⟨슈필⟩ 현장에서 찍힌 약 70개에 달하는 게임 각각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에센 현장에서 진행된 ⟨보드라이브⟩ 방송.
⟨김밥⟩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면 오픈 시간에 맞춰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선다.
⟨슈필⟩은 미국의 ⟨젠콘⟩, 프랑스의 ⟨칸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보드게임 박람회로 꼽히는 만큼, 전 세계의 퍼블리셔들이 ⟨슈필⟩에 맞춰 신작을 발매하고는 한다.
즉, ⟨슈필⟩은 국내 및 해외에서 발매된 신작을 가장 빨리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특히 독일이 아닌 나라에서 오는 퍼블리셔들은 물리적인 제약으로 게임을 많이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행사장에 일찍 입장하지 않으면 원하는 게임이 모두 품절되어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러한 연유로 매년 행사장 앞에는 ‘오픈 런’을 하는 방문객들의 행렬이 만들어진다.
⟨슈필⟩의 입장 티켓은 하루당 22유로인데, 그리 낮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4일의 행사 기간 중 마지막 날을 제외한 3일 모두 입장권이 매진되었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나와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유대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슈필⟩에 방문하는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싶다.
⟨반지의 제왕: 가운데땅에서의 대결⟩을 체험하기 위해 부스를 채운 사람들
행사장 곳곳에서는 작가들의 사인회가 벌어진다.
⟨WYRMSPAN⟩은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용스팬⟩이라는 이름으로 출 시될 예정이다.
이번에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준비한 신작 게임은 총 8종. ⟨별의 소원⟩, ⟨링킷포⟩, ⟨김밥⟩, ⟨라스트 펭귄⟩, ⟨아마조니아 파크⟩, ⟨레이블 레전드⟩, ⟨넘버 체인⟩, ⟨로어 펫츠⟩이다.
이 중 ⟨라스트 펭귄⟩과 ⟨넘버 체인⟩은 한국에서 먼저 출시되었고, ⟨별의 소원⟩과 ⟨링킷포⟩는 8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젠콘 2024⟩에서 소개되었다.
이들 외에 ⟨아마조니아 파크⟩, ⟨김밥⟩, ⟨레이블 레전드⟩, ⟨로어 페츠⟩가 이번 ⟨슈필⟩에서 처음 공개된 신작들이다.
⟨넘버 체인⟩
⟨별의 소원⟩
⟨김밥⟩
⟨라스트 펭귄⟩
⟨레이블 레전드⟩
⟨아마조니아 파크⟩
⟨링킷포⟩
코리아보드게임즈는 8종의 신작 게임을 수출하기 위해 부지런히 해외 퍼블리셔 소속의 담당자들을 만나는 동시에, 부스에서 상품의 판매와 시연에 주력하였다.
총 12개의 테이블을 운영했는데, 끊임없이 시연 테이블이 돌아갈 만큼 많은 사람이 방문해 주었다. 부스를 채운 사람들의 모습에서 한국 게임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부스
⟨김밥⟩은 아직 출시되지 않아 샘플을 가지고 시연만 진행했는데, ‘게임이 너무 좋은데 살 수 없어서 아쉽다’, ‘왜 이 게임을 판매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쇄도하였다.
특히 독일에 사는 교포 분들이 와서 부모님하고 꼭 같이 해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해, 부스에 있는 직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김밥이라는 음식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는지 여러 사람이 ‘마끼 게임’이라고 불렀는 데, ⟨김밥⟩이 세계적으로 히트한다면 우리 김밥을 널리 알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겠다.
⟨별의 소원⟩ 역시 일찍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한 고객은 ⟨별의 소원⟩이 품절되는 바람에 둘째 날 구매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 셋째 날 부스를 네 번이나 방문해 정말로 살 수 없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결국 그분은 넷째 날 남은 샘플을 하나 가져가실 수 있었다).
국내 작가의 게임이 이처럼 큰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며 보드게임 분야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이 갈수록 커져갈 것을 예측해 본다.
⟨별의 소원⟩은 둘째 날 아침에 품절되었다.
2024년 독일게임상 수상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노 데스매치⟩
이번 ⟨슈필⟩에서는 게임 시장의 여러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먼저, AI(인공지능)를 소재로 한 게임이 등장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AI 100% 휴먼⟩은 ‘AI 카드’라는 것을 도입해 AI의 결정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 주어, 기존 보드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경험을 제공했다.
앞으로도 AI를 소재로 한 게임, 나아가 AI를 활용하는 게임이 등장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친환경 게임이 증가한 것 역시 중요한 흐름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퍼블리셔에서 만든 게임들이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제작되었고, 지퍼백 대신 종이봉투를,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트레이를 사용하였으며, 제품 상자에도 비닐을 씌우지 않았다.
이렇게 제작된 제품들에는 친환경 인증 마크가 박혀 있어 소비자들이 제품 겉면을 보고 친환경 제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은 우리 제품을 수출하는 데 있어 큰 규제가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수출 환경이 변화할 수도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든다.
전반적으로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게임의 트렌드도 ⟨슈필⟩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규칙이 어려운 게임보다는 쉬운 게임, 세팅이 번잡하지 않고 룰이 깔끔한 게임이 선호되는 것으로 보였다.
또 구성물이 예쁘고 독특한 게임이 많았는데, 특히 호러블 길드에서 나온 ⟨플라워 필드(Flower Fields)⟩는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답고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게임으로 눈에 띄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의 ⟨김밥⟩ 역시 독특하고 색감이 예쁜 컴포넌트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 만큼, 앞으로 구성물의 시각적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슈필⟩에서 코리아보드게임즈가 좋은 성과를 거두어 왔지만, 올해는 특히 많은 수의 신작을 들고 가 해외 퍼블리셔들로부터 고루 좋은 평가를 얻었다는 사실이 돋보인다.
이번 ⟨슈필⟩을 통해 코리아보드게임즈의 게임이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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