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도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냉철한 계산과 과감한 블러핑!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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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0세 이상 | 2~6명 | 20분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냉철한 계산과 과감한 블러핑!"
 
주사위와 컵을 이용한 확률과 블러핑 게임인 <페루도>는 남아메리카의 전통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페루도>란 제목은 남아메리카의 나라 이름인 페루와 라틴어로 게임을 뜻하는 단어인 루도가 결합된 것이다. 이 게임을 가리키는 원래 명칭은 스페인어로 의심을 뜻하는 ‘두도’라거나 ‘거짓말쟁이 주사위’, ‘카초’, ‘피코’ 등 다양하다. 그래서 원래 명칭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게임이 매우 독특하고 흥미진진하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페루도>는 각자 컵 1개와 주사위 5개를 가지고 즐기는 게임이다. 1부터 6까지가 표시된 정육면체 주사위이지만, 해골로 표현된 1은 다른 모든 수를 대체하는 일종의 조커로 쓰인다. 그래서 5개의 주사위 중에 해골 면의 주사위가 2개, 3짜리 주사위가 2개, 4짜리 주사위가 1개라면 해골은 2개 있고, 3은 4개, 4는 3개, 2와 5와 6은 각기 2개씩 있는 것으로 친다.
 

주사위를 컵에 넣고 흔든 다음, 나온 결과를 혼자만 본다.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는 각자의 컵 안에 주사위 5개를 넣고 흔든 뒤 그 결과를 자신만 본다. 그리고 시작 플레이어는 모든 플레이어의 주사위를 통틀어 특정 숫자의 주사위가 몇 개 이상 있을 것 같다는 선언을 한다. 가령 3명이 게임을 한다면 모두의 주사위는 총 15개일 테니, 그 가운데 특정한 값의 주사위가 나올 확률은 실제 해당 값이 나올 확률 1/6과 조커인 해골 면이 나올 확률 1/6을 더한 1/3이므로, 확률에 의한 기댓값은 5개이다. 그리고, 전체 주사위 중 자기 주사위 5개의 값은 알고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적절한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서 ‘2가 2개 이상 있을 것 같아’라는 예측은 지나치게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2가 5개 이상 있을 것 같아’라는 것은 확률 상 그럴 듯한 예측, ‘2가 7개 이상 있을 것 같아’라는 것은 약간의 위험을 감수한 예측이라 할 수 있다. 예측을 한 뒤에는 이를 게임판 위에 표시 주사위로 표시한다. 가령 2가 5개 이상 있을 것 같다고 선언하고 싶다면 표시 주사위의 2짜리 면이 보이게 하여 5칸에 놓는다. 시작 플레이어의 선언이 끝난 뒤엔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차례마다 ‘선언’이나 ‘아니야’, ‘맞아’라는 세 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하면 된다.
 

주사위 다시 굴리기를 통해 특정 값이 얼만큼 있는지를 과시함과 동시에 남은 주사위의 값을 바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선언은 이전 플레이어보다 더 높은 값을 선언을 하면 된다. 게임판의 표시 주사위를 그 자리에 놔둔 상태에서 주사위의 눈을 높이거나, 게임판에 놓인 표시 주사위를 시계 방향으로 전진시켜 더 많은 주사위가 있다고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직전 플레이어가 ‘2가 5개 이상 있을 것 같다’는 선언을 했다면, ‘4가 5개 이상’이란 선언을 하여 같은 칸에서 값만 높일 수도 있고, ‘6이 6개 이상’이란 선언을 하며 표시 주사위를 전진시켜도 된다. 게임판에는 해골이 몇 개인지를 표시하는 칸도 있다. 이러한 해골 칸은 해골 면이 나올 확률이 다른 주사위 눈과 비교할 때 절반인 것을 고려해 배치돼 있다. 또한 원한다면 자신의 선언이 성공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또는 자신이 그런 선언을 할 만한 상황임을 드러내기 위해 ‘주사위 다시 굴리기’를 할 수도 있다. 이때는 자신의 주사위를 전부 공개한 뒤 1개 이상의 주사위를 컵 밖으로 꺼내 놓고, 나머지 주사위를 컵 안에서 다시 굴린다. 꺼낸 주사위는 이번 라운드 중에는 해당 값으로 고정된다.
선언 행동이 이어지다 보면, 실제 주사위가 선언된 만큼 있지 않으리라 생각되는 시점이 찾아온다. 직전 플레이어의 선언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아니야’ 행동을 하면 된다. 아니야 행동을 하면 모든 플레이어의 주사위를 공개해, 실제로 주사위가 선언된 개수 이상으로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누가 맞혔는지를 판단한다. 가령 이전 플레이어가 ‘6이 6개 이상’이라는 선언을 하고 현재 플레이어가 아니야 행동을 했을 때, 실제로 6의 눈과 해골 면의 주사위가 도합 6개 이상 있었다면 직전 플레이어의 선언이 맞다. 그보다 적다면 직전 플레이어의 선언이 틀린 것이므로, 아니야라고 한 현재 플레이어가 맞다. 틀린 플레이어는 자기 주사위를 1개 잃는다. 이렇게 주사위를 잃으면 다른 플레이어보다 적은 정보를 가지고 게임을 해야 하며, 자기 주사위를 모두 잃으면 게임에서 탈락한다.
 

3이 5개 이상 있다고 선언된 상태에서, 다음 플레이어가 아니야를 외친 상황. 모두의 주사위를 공개한 결과 3은 4개 밖에 없었다. 이러면 직전에 선언한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잃는다.
 
‘맞아’ 행동은 직전 플레이어가 선언한 개수와 실제 주사위 개수가 정확히 일치하니 확인해 보자는 행동으로, 아니야 행동 때처럼 모든 주사위를 공개하고 확인한다. 확인 결과 정확히 일치한다면, 직전 플레이어는 주사위 1개를 잃고, 맞아를 선택한 플레이어는 주사위 1개를 얻는다. 위험한 선택을 하고 성공한 것에 대한 추가 보상을 얻는 것이다.
아니야나 맞아 행동을 한 뒤 누군가 주사위 1개를 잃으면, 모두 자신의 주사위를 다시 굴리고 새 라운드를 시작한다. 여러 라운드를 진행하며 주사위를 모두 잃은 플레이어가 탈락하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탈락하지 않고 남은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플레이어가 잃은 주사위는 게임판 위에 모인다.
 
<페루도>는 전체 주사위 중에서 일부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전체의 상황을 짐작하는 게임이다. 흥미로운 점은 모두가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은 결과적으로는 직전에 선언한 플레이어와 현재 차례인 플레이어 두 사람의 대결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대결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은 전체를 정확하게 짐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다른 플레이어를 속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3명이 게임을 할 때, 다른 플레이어가 ‘6이 7개 이상’이라고 선언한다면 이는 확률에 의한 기댓값보다 큰 선언이다. 보통 저 플레이어에게 6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저런 선언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그 플레이어가 선언을 할 때 실제로 가지고 있는 값 안에서 골라야 한다는 제약 따위는 없기에 실제로는 6이 하나도 없이도 저런 선언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선언하는 것은 다른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나도 6이 몇 개 있는데 6이 더 많다는 선언을 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뒤, 다음 자기 차례에 아니야 선언을 하기 위한 함정을 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될 때마다 주사위를 컵 안에 넣고 힘차게 흔들자.
 
<페루도>에서 주사위를 사용하는 방식은 독특하고 흥미롭다. <페루도>의 주사위는 플레이어 각자에게 각기 다른 정보의 단편을 제공하며, 다른 플레이어의 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속고, 속이고, 간파하는 흥미진진한 대결의 장을 만들어준다. 주사위가 어떻게 굴러가도 게임에서 승리할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승리를 위해 확률 분석에 근거한 의사 교환을 할 수도 있고, 기만과 간파의 심리전으로 승리할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20개 정도의 주사위를 한꺼번에 굴렸을 때, 특정 면이 몰려서 나오는 상황은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일이다. 거기에 주사위 다시 굴리기를 통해 특정 값의 주사위 개수를 더 늘릴 수도 있기에 언제나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인 기댓값을 넘어서며 점점 높아지는 선언들 속에서, 속이는 자와 간파하는 자 사이에 펼쳐지는 흥미로운 심리전은 <페루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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