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권모술수는 춤을 춘다."
지난 20여 년간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게임 <시타델>은 뮬티심이라고 하는 작은 프랑스 퍼블리셔를 통해 처음 발매됐다. 그 후, 독일 퍼블리셔 한스 임 글뤽이 발매한 독일어판이 독일 <올해의 게임상> 후보작에 오르며 주목 받기 시작했고, 2002년에는 미국 퍼블리셔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를 통해 영어판이 출시됐다. 영어판을 계기로 한국의 보드게임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시타델>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게임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새로운 건물과 캐릭터가 추가된 <시타델: 어둠의 도시> 확장판이 출시됐다. 이 확장판은 <시타델> 영어판 3판부터는 기본판에 추가되어 합본 형태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2005년 출시된 <시타델> 한국어판은 이 합본을 기반으로 발매됐고, 발매 이후 많은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으며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시간이 흐른 후,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를 인수한 아스모디 그룹은 2017년 <시타델> 전면 개정판을 출시했다. 이번 개정판에는 <시타델: 어둠의 도시> 확장판 뿐만 아니라 새로운 건물 12종과 캐릭터 9명이 추가되고, 기본판의 규칙 일부가 수정됐으며, 새로운 삽화가 입혀졌다. <시타델>을 만든 브루노 패두티 작가에 의하면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 9명은 2015년 프랑스에 거주하는 <시타델>의 팬인 호벵 코에즈에게 제안 받은 것이라고 한다. 브루노 패두티 작가는 <시타델>을 출시한 이래 전 세계 팬들에게 새로운 확장판을 제안하는 메일을 꾸준히 받아왔다. 게임을 가볍고 간결하게 유지하고 싶었던 그는 대부분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호벵 코에즈의 제안은 매우 흥미로웠고 새로운 캐릭터를 사용해 게임을 해봤다고 한다. 게임을 마친 브루노 패두티 작가는 수년 만에 <시타델>의 새로운 확장을 낼 수 있겠다고 느꼈고, 바로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의 개발 팀과 <시타델> 개정판 작업을 시작했다.
<시타델> 개정판의 규칙은 기존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플레이어들은 각 라운드의 ‘선택 단계’에 드래프트 형식으로 비밀리에 캐릭터 카드를 고르고, ‘행동 단계’에 캐릭터 카드의 순번에 따라 차례를 진행하며, 자신의 차례에는 캐릭터의 특수 능력을 사용하고 건물을 건설하며 카드를 뽑을 수 있다. 다만 기존 <시타델>은 게임을 끝내기 위해 건물을 8채 건설해야 했지만, 개정판에서는 7채만 건설하면 되도록 바뀌었다. 이는 게임 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플레이어들이 원한다면 합의 하에 기존의 승리 조건을 사용할 수 있다.
현대 게임 트렌드에 맞게 게임 시간을 줄이고, 플레이어간의 상호 작용을 강화한 <시타델> 개정판은 <시타델>이 표방하는 ‘권모술수’의 무자비함을 유지하면서 게임을 보다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뿐 아니라 게임에 사용된 삽화를 모두 새롭게 그렸는데, 여기에는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퍼블리셔의 의도 외에 피치 못할 사정이 숨어있다. 기존 <시타델>의 삽화는 원 퍼블리셔인 뮬티심이 출시한 게임 <카발>과 <길즈>에서 따왔는데, 뮬티심이 2003년 폐업하면서 고해상도의 원본 그림이 소실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분위기로 다시 태어난 <시타델>은 새로 이 게임을 접할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기존의 <시타델> 팬들에게도 새로운 만족을 선사할 것이다.
글 현동섭
수상 이력
2007 Golden Geek Best Card Game Nominee
2001 Nederlandse Spellenprijs Winner
2001 International Gamers Awards - General Strategy; Multi-player Nominee
2000 Spiel des Jahres Nominee
2000 Meeples’ Choice Award
2000 Fairplay A la carte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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