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4세 이상│1-4명│60-120분
뤄양의 상인이 되어 성문 밖에서 물건을 사고 팔며 번영의 길을 걸어보세요.
<보난자>로 유명하던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는 2007년 에센 <슈필>에서 <아그리콜라>를 발표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꾼 놓기 게임'이 어떤 것인지를 선보였다. <아그리콜라>를 통해 게이머들 사이에 큰 충격을 준 이후, 2008년에 <르 아브르>, 2009년에 <뤄양의 사람들>을 발표하였다. 이 세 게임 모두 '수확'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기에, 이들을 함께 묶어 '수확 삼부작'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삼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한 <뤄양의 사람들>을 살펴 보자.
게임의 무대는 후한의 수도 낙양(洛陽, 뤄양)이다. 인구가 늘어가는 도시에서 안정적인 식량 공급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인데, 플레이어는 채소와 곡식을 수확해 성 안의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작물을 팔아 돈을 만들고, 그 돈을 승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농부로서의 역량과 상인으로서의 장사 수완을 모두 시험받게 된다.

여러 가지 행동을 통해 밭을 일구고, 상점에 납품하며 번영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야 한다.
우선 농사를 짓는 방법을 알아보자. 플레이어에게는 기본적으로 9장의 밭 카드가 주어지는데 처음에는 그중 1장만 펼치고 시작한다. 밭에 작물을 1개 심으면 나머지 빈칸에도 모두 같은 작물이 채워진다. 이제 이 작물들을 한 라운드에 1개씩 수확하게 된다. 실제 농사일의 고됨을 생각하면 이는 너무 간단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떤 작물을 어떤 밭에 언제 심느냐 하는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다음으로 수확한 작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플레이어는 두 종류의 상인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하나는 4라운드 동안 고정적으로 2가지 작물을 매입해주는 이른바 단골이다. 플레이어가 수확하는 작물을 고정적으로 사는 고객을 확보한다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다만 단골 고객에게 납품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평판이 떨어지고 나중에는 벌금을 낼 수도 있다. 또 다른 종류의 상인은 3가지 작물을 조금 비싼 값에 매입해주는 이른바 뜨내기이다. 이들은 납품 독촉도 없으며 나중에 작물 생겼을 때 납품해주면 된다. 이렇게 보면 뜨내기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돈을 벌기 쉬울 것 같지만 플레이어가 단골을 뜨내기보다 많이 확보할 경우 단골이 납품가를 더 쳐주고, 반대로 뜨내기가 단골보다 많으면 뜨내기들이 납품가를 깎기 때문에 단골과 뜨내기의 비중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9라운드가 종료되면, 게임이 끝난다. 차용증의 수만큼 후퇴한 뒤, 번영의 길에서 가장 멀리 간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이러한 농사와 장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플레이어는 각종 카드를 얻어 사용하게 된다. 추가로 얻는 밭인 사유지, 작물을 교환하는 노점, 앞서 알아본 것처럼 작물을 팔 대상인 단골과 뜨내기, 여러 도움을 주는 조력자 등이 모두 카드로 구현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이 게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카드 분배 단계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들과 눈치싸움을 벌이며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확보해야 한다. 매 라운드 기본적으로 2장의 카드를 선택해서 자기 영역에 놓을 수 있고, 행동 단계에서 이들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수확도 하고, 카드도 나누고, 카드와 돈을 바탕으로 여러 행동을 했다면 라운드 마지막은 보유한 돈을 점수로 바꾸는 과정이다. 매 라운드 1냥으로 점수 1점을 얻을 수 있지만 그 다음부터는 이번에 올라가는 점수만큼, 예를 들어 9점에서 10점으로 넘어가려면 10냥을 내는 식으로 돈을 내야 한다. 1냥으로 점수 1점은 큰 보상이기 때문에 행동 단계에서 1냥은 반드시 남겨야 할 것이고, 그 다음부터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여유 자금과 점수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뤄양의 사람들>은 플레이어 점수가 커질수록 1점을 더 얻기 위해 지불할 돈도 커지는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 사이 점수 격차는 크게 나지 않으며, 일정 점수 이상을 얻은 플레이어는 1점을 더 얻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최후의 전략적 승부수를 펼치고 그게 맞아 떨어져 예상보다 1점을 더 얻는 데서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2021년 판본에서는 새롭게 설계된 플라스틱 트레이가 추가되어, 구성물을 정리하기 좋게 바뀌었다.
<뤄양의 사람들>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수확 삼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게임이다. 보통 여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 중에는 2명이 게임할 때에는 다소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기도 한데, <뤄양의 사람들>은 오히려 2명이 할 때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이다. 그렇기에, <뤄양의 사람들>은 꼭 한 번이라도 2명이서 게임해보는 경험을 가져보기 바란다.
글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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