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포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덱

2020-06-30
210

 

 

만 14세 이상│2명│45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덱
 
<아컴호러 카드게임> 등 '리빙 카드 게임(LCG)'란 포맷의 카드게임으로 유명한 미국의 보드게임 회사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는 2018년 젠콘에서 새로운 형식의 게임을 발표했다. 프로토타입 형태에 불과했던 이 게임은 공개와 동시에 많은 화제를 끌어냈는데, 이 게임에 시선이 몰린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 게임이 <매직: 더 개더링>을 만든 리처드 가필드 작가의 신작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독특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 게임은 그해 11월에 <키포지>라는 이름으로 정식발매되었고,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키포지>의 가장 큰 특징은 패키지 각각의 고유성이다. <키포지>는 집정관 덱 1개, 혹은 집정관 덱 1개에 게임에 필요한 구성물이 포함된 스타터 덱으로 판매되는데, 어느 상품을 사더라도 똑같은 상품이 없다. 집정관 덱에 포함된 카드들의 구성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카드가 다른 정도가 아니다. 각 집정관 덱에는 고유의 이름이 붙어있고, 이 역시 겹치지 않는다. 이 이름이 카드의 뒷면에 기재되어 있으니, 말 그대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덱이다.
 
이런 형태의 게임을 만든 이유에 대해 리처드 가필드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키포지> 같은 게임은 ‘한 번에 정리하는 전략 가이드’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모든 덱이 각자의 강점과 약점,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이상한 얘기지만,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이 기술적으로는 훨씬 다양한 덱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포지>의 덱이 더 다양하죠. TCG에서는 그런 덱들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전 게임에서 덱의 다양성은 전략적 다양성이나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와 직결된다. 항상 같은 덱을 상대하는 게임이라면 결국 게임의 운영이나 전략보다는 매 게임마다 카드가 어떻게 섞여서 어떤 순서로 나오느냐에 승패가 갈리게 된다. 우스갯소리로 흔히 말하는,내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게임이 나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물론 많은 카드게임은 그 와중에 누가 더 운영을 잘하는지에 따라 승부가 나기도 하지만, 이는 단 한수로 승부가 갈리는 프로들의 세계에서나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을 하는 방법은 상당히 간단하다. 각 덱은 3개의 세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 차례 그중 하나의 세력을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 대개 이런 카드게임에 적용되는 ‘자원’의 개념이 이 게임엔 없어서 훨씬 접근하기가 쉽다. 하지만 손에 있는 카드만이 아니라 내 영역에 내려놓은 카드들 역시 이번 차례에 선택한 세력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 묘미는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내 손에는 이전 차례에 선택하지 않은 세력이 남아 있을 것이고, 바닥에는 이전 차례에 내려놓은 세력만 많을 것이다. 따라서 바닥에 내려놓은 세력을 사용할지, 아니면 새로운 세력을 내려놓을지 매 순간 잘 선택해야 한다.

 
게임의 목적 역시 게임을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서로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앰버’라는 자원을 모아 열쇠 3개를 제작하는 것이 게임의 승리 조건이기 때문에 단순히 전장에서 잘 싸우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전체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난다. 그렇다고 전장에 내려놓는 생명체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키포지>에서 모든 생명체는 앰버를 생성하는 ‘수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카드를 한 장 한 장 뒤져가며 자기 덱을 만드는 재미로 <하스 스톤>을 비롯한 컬렉터블 카드 게임(CCG)를 즐기던 게이머들에게는 이 게임이 어색하고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미 덱이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라서 스스로 덱을 짜지 못하거나, 게임의 진행이 재미있어서 CCG를 즐기던 사람들에게는 훨씬 낮은 가격에 덱을 분석하고 운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의 깊이가 얕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해야 하는 덱이 다양하고, 상대의 덱과 내 덱의 조합에 따라 매번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게임을 운영하는 재미는 훨씬 크게 다가온다. 다른 사람들의 CCG 플레이에 관심은 있었지만 진입장벽 때문에 주저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키포지>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이상민
 
수상 이력
2019 International Gamers Award - Geneal Strategy: Two-players Nominee
2019 As d'Or - Jeu de I'Annee Expert Nominee
2018 Golden Geek Most Innovative Board Game Nominee
2018 Golden Geek Best Card Game Nominee
2018 Golden Geek Best 2-Player Board Game Winner
2018 Cardboard Republic Striker Laurel Nominee
 
댓글 (총 0 건)

12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