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타지

황금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

2017-03-24
183

 

만 8세 이상│3~10명│30분
 
"황금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
 
 
드워프와 광산
북유럽 신화는 판타지 세계의 밑바탕이 되었다. 북유럽 신화가 끼친 영향 중 여전히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드워프 종족이다. 오딘의 창 궁니르를 만든 이발디의 아들들,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만든 신드리와 브록크 등, 드워프 종족은 대장장이로 유명하지만 한편으로는 광산업과 공예에도 조예가 있는 존재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가운데 땅의 드워프는 지하에 거대한 도시를 건설할 정도로 숙련된 광부로 묘사되는데 미스릴에 대한 탐욕 때문에 더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가다가 큰 재앙을 맞이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체로 선한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특정한 물건에 대한 탐욕과 그에 대한 집착 때문에 화를 입기도 하는 입체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보타지
<사보타지>의 주인공은 바로 드워프들인데, 이 게임에서 이들이 집착하는 것은 금이다. 주인공들은 금광을 찾아 서로 협력하여 산속 깊숙이 굴을 뚫으려는 광부들인데, 그중에는 혼자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다른 광부들이 금을 찾는 것을 방해하려는 방해꾼이 끼어 있다.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들 모두 각각의 역할이 부여되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데, 서로에게 정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방해꾼이고 누가 일반 광부인지 모른 채 게임을 하게 된다. 심지어 방해꾼끼리도 서로 다른 방해꾼이 누구인지 모른다. 확실한 것은 방해꾼보다 광부가 더 많다는 것뿐이다.
 

사보타지는 방해꾼과 광부 두 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진행한다. 하지만 누가 방해꾼이고 누가 광부인지는 한눈에 알 수 없다.

 

광부들은 금이 묻혀 있는 목적지까지 길이 연결되도록 굴을 파야 한다. 연결할 수 있는 길의 길이는 한계가 있으므로 가능한 한 정확히 판단해서 낭비를 가급적 줄여야만 올바른 목적지까지 길을 연결할 수 있다. 방해꾼은 광부들을 교란해 낭비를 유발해야 한다. 잘못된 목적지로 향하게 유도하거나, 엉뚱한 사람을 모함해 광부 사이에 분란이 발생하게 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자기 차례가 됐을 때 굴 카드 1장을 놓아 길을 잇거나, 행동 카드 1장을 누군가의 앞에 놓거나, 카드 1장을 버리는 3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하게 된다. 굴 카드를 이어서 갈 수 있는 목적지는 3곳이 있는데, 1곳만이 올바른 목적지다. 광부는 굴 카드를 놓을 때 가능한 한 올바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놓으려 할 것이고, 방해꾼은 엉뚱한 목적지로 연결하거나 올바른 목적지에 가기 어렵게 통로를 엉뚱한 방향으로 틀려 할 것이다.
 
특정한 행동 카드를 이용하면 자기편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제약하는 등의 매우 직접적인 공격도 가능하다. 행동 카드 중에는 목적지 중 1곳이 올바른 목적지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지도 카드가 있는데, 지도 카드를 사용해 정보를 확인한 후에 반드시 다른 이들에게 진실을 말할 필요는 없으니 방해꾼이라면 거짓 정보를 흘려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하다. 혹은 다른 광부가 지도 카드를 이용해 올바른 정보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려 하더라도 그 광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넣어 정보를 교란하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카드를 버리는 행위는 손에 들고 있는 카드 중에 자기편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카드가 없거나, 혹은 적을 도와주는 카드라고 판단될 때 사용된다. 카드를 잘 버려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광부보다는 방해꾼이다. 방해꾼이 광부보다 더 적기 때문에 자기에게 도움이 안 되는 카드를 더 잘 처리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광부들이 올바른 목적지에 다다르면 광부가 이기고, 굴 카드가 다 떨어질 때까지 올바른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면 방해꾼이 이기며 게임이 끝난다. 광부는 통로를 연결하면서 단서를 모아 누가 방해꾼인지 추리해야 한다. 게임이 시작되면 아무도 신뢰할 수 없지만, 진행에 따라 각자의 행동이 단서가 된다. 물론 방해꾼은 가능한 한 이런 신뢰 관계 구축이 어렵게 방해하려 할 것이며, 심지어는 은근슬쩍 자기편인 다른 방해꾼을 희생양 삼아 광부들에게 신뢰를 얻고는 결정적인 순간에 광부들의 일을 망치려 들지도 모른다. 방해꾼은 가능한 한 티가 나지 않게 행동해야 하기에 광부보다 게임을 진행하는 데 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어려움에 비례해서 게임에서 이겼을 때 게임 내적인 보상도 더 크고, 게임 외적인 성취감도 더 큰 매력적인 역할이다.
 
<사보타지>는 간단한 규칙 속에 신뢰 관계 구축, 그에 대항한 위장술, 추리 등 다양한 심리적 요소를 매우 잘 섞은 게임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방해꾼이 게임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를 잘 숨기느냐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길지 않고 규칙이 어렵지 않아 자주 많이 할 수 있는 게임이기에 방해꾼 역할을 맡은 사람의 기량은 시간과 경험에 비례해서 늘어날 것이다. 
 
글 현동섭
    댓글 (총 0 건)

    12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