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세션

19세기 영국 상류 사회의 사교계 속으로...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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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4세 이상 | 1~4명 | 30~90분
 
"19세기 영국 상류 사회의 사교계 속으로..."
 
<업세션>의 규칙서 처음을 장식하는 배경 이야기는 마치 19세기 영국 젠트리 계급의 사교 활동을 묘사한 제인 오스틴 작가나 에밀리 브론테 작가 등이 쓴 로맨스 소설을 연상시킨다. 19세기 중반 잉글랜드 더비셔를 무대로 한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나름대로 유력하지만 엄청난 수입을 거두고 있지는 못한 각 가문을 이끄는 가장의 역할을 맡는다. 각 가문에는 혼인 적령기에 접어든 자녀들도 두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더비셔 제일이라 할 수 있는 더비셔 백작 가문인 페어차일드 가에 백작부인의 두 조카가 찾아오게 된다. 이 두 조카는 최근에 부모를 떠나보내는 비극을 겪었는데, 그 슬픔을 치유할 최고의 명약인 '로맨스'를 선사하려는 백작부인의 계획이, 혼인 적령기의 자녀들이 있는 플레이어들의 가문과 엮이며 게임이 시작된다. 플레이어들이 이끄는 가문들은 수십 년간 이어진 위기의 세월 동안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 가문의 경제 상황이 조금씩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플레이어들은 그간 소홀히 여겼던 교외 자산을 재정비하고, 추락했던 가문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또한 미래를 위해 혼인 적령기의 자녀가 좋은 배필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배경 좋고 부유한 페어차일드 가문과 가까워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적 목표가 된다. 로맨스를 통해 가문의 위상을 높인다는 것이 바로 이 게임이 가진 테마의 핵심이다.
 

더비셔 교외의 상징과도 같은 페어차일드 가의 저택 앨덜리 홀은 라운드 진행 상황을 표시하는 판으로 사용된다.
 
실질적으로 게임 중에 가문의 위상을 얼마나 드높였는가 하는 것은 승점으로 표현된다. 게임의 승부는 누가 더 높은 승점을 얻었는가에 의해 판가름 난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중에 다음 일곱 가지 항목으로 승점을 얻을 수 있다. 매력적인 교외 자산, 훌륭한 사회적 인맥, 높은 명성 수준, 잘 훈련되고 인원도 많은 가내 하인, 가문의 목표 달성, 페어차일드 가문과의 성공적인 교제, 그리고 돈. 규칙서에는 여러 차례에 걸친 테스트 플레이 결과를 분석한 승점 분포가 나와 있는데, 자산과 인맥, 명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게임을 진행하며 이들을 얼마나 잘 확보하고 관리하는가가 승부의 관건이다.
 
<업세션>은 총 4번의 시즌에 걸쳐 진행된다. 하나의 시즌은 일반 라운드 여러 개(표준 게임에서는 3개의 라운드, 긴 게임에서는 4개의 라운드)와 교제 라운드 한 개로 이뤄진다. 일반 라운드에선 사교 모임을 개최하거나 하인을 고용하는 등의 활동이 이뤄진다. 교제 라운드에서는 다른 활동 없이 교제만 이뤄지고 시즌 종료 행동을 진행하게 된다. 이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플레이어가 이끄는 가문의 명성과 자산 상황, 하인들의 상태 등이 표시되는 개인 보드
 
일반 라운드에서 사교 모임을 개최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라운드마다 플레이어는 저녁 만찬이나 사냥, 연주회와 같은 활동을 개최할 기회를 얻는다. 이런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하인의 도움이 필요한데, 활동마다 어떤 하인이 필요한지가 정해져 있어 해당 하인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사용된 하인은 개인 보드의 일을 마친 하인 칸에 놓이며, 두 라운드 뒤에나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교 모임은 일할 하인뿐만 아니라 참석할 손님을 필요로 하며, 손에 들고 있는 손님 카드를 내며 이들 손님을 초대하게 된다. 활동마다 필요한 손님의 수와 종류가 정해져 있으며, 손님 중에는 별도의 하인을 필요로 하는 손님도 있다. 활동과 손님은 플레이어에게 자산을 늘릴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명성도 높일 수 있게 해주어 향후 더 나은 활동을 개최하고, 더 많은 손님을 맞이할 수 있게 해준다. 하나의 활동을 개최하려면 여러 차례에 걸쳐 준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의 선택이 점차 다음 선택과 연계되며 인과 관계를 맺는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활동을 개최하기 위해서 특정한 하인을 한 명 더 고용하게 되고, 이 활동을 개최하고 나서 얻게 되는 수익을 이용해 다른 자산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해당 활동에 초대한 손님이 누구냐에 따라 얻게 되는 이득도 달라지는 등 플레이어의 모든 선택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교제 라운드에는 페어차일드 남매가 찾아온다. 페어차일드 남매의 관심 분야에 대해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룬 플레이어의 가문이 페어차일드 남매와의 교제에 성공하게 된다. 이렇게 교제에 성공하면 페어차일드 남매를 다음 시즌에 개최할 활동에 초대할 수 있게 되므로 다음 시즌을 제법 유리한 상황에서 진행할 수 있다.
 

더비셔 지방에서 가장 주목 받는 존재인 엘리자베스 페어차일드와 찰스 페어차일드 남매
 
이렇게 일반 라운드와 교제 라운드로 이뤄진 시즌을 4번 거치면 게임이 종료된다. 그러면, 각자 앞서 설명한 일곱 가지 항목에서 얻은 승점을 모두 더해 최종 승점을 계산하여, 누가 승리했는지를 가린다.
 
<업세션>에는 다양한 변형 규칙이 있어서 플레이어들의 취향에 맞게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표준 게임과 긴 게임이라는 게임의 길이를 조절하는 규칙 말고도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빅토리아 여왕, 찰스 디킨스라는 큰 변형 규칙 4개가 있으며, 이와 별도로 작은 변형 규칙 2개도 존재한다. 이런 변형 규칙 중 어느 규칙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게임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한다. 더군다나 이들 변형 규칙 중에서는 서로 결합할 수 있는 것도 있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세심하게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춰 게임을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종 사교 활동을 통해 가문의 위상을 다시 드높여 보자.
 
<업세션>은 19세기 중반 영국의 분위기, 특히 당시 젠트리 계급의 사교 활동을 그럴듯하게 재현하고 이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데에 성공했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예외적인 규칙 없이도 플레이어가 다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전략적인 깊이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플레이어가 차례마다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동은 영국 젠트리 계급의 사교 활동이라는 게임의 테마를 적절하게 구현했다. 또한 각종 인물 카드의 문구와 인물 사진은 이들이 이 게임 세계 속에 실존하는 인물처럼 느껴지게 한다. 더군다나, 게임의 모든 것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기에 전략 게임 입문자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잘 짜여 있다. <업세션>은 전략적 깊이가 충분하면서도 테마와의 연결성도 강하므로, 독창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 평가할 만하다. 새로운 전략 게임을 찾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않고 도전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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