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키놀>은 1876년 캐나다의 에카르트 웨틀러퍼 작가가 처음 만든 게임이다. 2023년 기준으로 자그마치 147년 전 게임인 셈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간단하지만 오묘한 규칙, 플레이어의 실력이 중요하지만 아무리 실력 좋은 플레이어라도 다음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 등, 진지함과 유쾌함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점이 인기의 비결이다.
<크로키놀>은 나무 게임판 위에서 나무 디스크를 튕겨 상대의 디스크를 게임판 밖으로 쳐내고 자기 디스크를 점수 구획에 집어넣는 게임이다. 익히 잘 알려진 놀이들과 비교하자면, 알까기와 다트가 합쳐진 듯한 모양새다. 알까기는 기물을 손가락으로 튕겨내 다른 기물에 충돌시키는 놀이이고 다트는 핀을 던져 높은 점수 구획에 맞히는 놀이이니, 이 두 가지를 합친다는 것이 얼핏 괴상하거나 번잡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자기 기물로 상대의 기물을 튕겨내면서 높은 점수 구획을 노리는 놀이를 여럿 알고 있다. 당구가 대표적이다.
바둑돌로 알까기를 하듯이 디스크를 손가락으로 튕기면 된다. 디스크에 손가락이 닿고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슈팅한 것으로 인정되니 조심하기 바란다.
언급한 다른 놀이들이 다 그렇듯이 이 게임은 복잡한 규칙을 숙지하고 플레이하는 놀이가 아니라, 손가락 움직임의 정밀도를 겨루며 그때그때의 상황에 대처하는 놀이다. 플레이어들이 할 일은 번갈아 가며 한 번씩 손가락으로 디스크를 튕겨내는 것뿐이며, 최종적인 목적은 자기 디스크를 하나라도 더 높은 점수 구획에 남겨놓는 것이다. 다트라면 던져서 꽂는 순간, 혹은 자기 차례가 끝나는 순간에 점수가 확정되겠으나, 이 게임에서는 게임이 끝난 시점에서 점수를 계산한다. 차례마다 그 차례의 점수가 누적되어 게임 종료 후 총점을 계산한다는 뜻이 아니라, 게임이 끝난 후에 게임판의 상황에 따라 점수를 받는다는 뜻이다. 백발백중으로 높은 점수 구획에 디스크를 안착시켰다 하더라도 게임이 끝났을 때 게임판 위에 남은 것이 없으면 0점일 뿐이다.
자기 차례에는 먼저 사용하지 않은 디스크 하나를 게임판의 슈팅라인에 올리고 손가락을 사용해 튕겨내는데, 이를 슈팅이라 부른다. 슈팅의 목적은 앞에서 말했듯이 높은 점수 구획에 디스크를 집어넣는 것으로, 게임판의 점수 구획은 5점 구획, 10점 구획, 15점 구획으로 나뉘어 있다. 구획이 여러 개라고는 해도 사실상 노릴 곳은 15점 구획 단 하나이다. 슈팅의 결과 자신의 디스크가 최소한 하나라도 15점 구획에 들어가야 유효 슈팅으로 인정하며, 유효 슈팅이 아니라면 슈팅에 사용한 디스크는 물론이고 슈팅의 영향으로 움직인 자신의 모든 디스크가 도랑으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것도 게임판 위에 상대의 디스크가 없다는 가정하에서의 이야기다. 만약 게임판 위에 상대의 디스크가 하나라도 있는 상태라면, 슈팅의 결과 자신의 디스크가 하나라도 상대의 디스크에 부딪혀야 유효 슈팅으로 인정된다. 그러니 대개의 경우, 상대의 디스크를 맞히고 나서 15점 구획으로 들어가도록 겨냥해야 한다.
서로 자기 디스크를 모두 사용한 다음, 판 위에 남아 있는 디스크를 가지고 점수를 계산한다. 선에 걸친 디스크는 더 낮은 쪽의 점수를 적용한다.
그런데 이 15점 구획은 범퍼가 듬성듬성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작은 차이로 범퍼에 튕겨 나와 15점 구획에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잘해서 15점 구획 안에 안착한다 하더라도 다음 사람의 차례에서 직격당해 튕겨나가기 일쑤다. 듬성듬성한 범퍼 사이의 틈은 생각보다 넓은 편이라 15점 구획에 들어간 디스크를 노리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다만 예외적으로, 게임판 정중앙의 센터에 들어간 디스크는 게임판 밖의 20점 구역으로 옮겨져 고정 점수가 된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목표는 다른 사람의 디스크를 튕겨내면서 센터에 자기 디스크를 넣는 것이다.
2명이 게임할 때를 기준으로, 플레이어마다 12번씩 슈팅을 마치고 나면 게임이 끝난다. 각자 슈팅라인 안쪽에 남아있는 디스크들을 확인하고 각각의 점수를 더해 승패를 판정한다. 150년 가까이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연구된 게임이니만큼 그 밖에도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가 규칙들이 있으며,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크로키놀을 제대로 수납하기 위해 전용 가방을 함께 제작했다. 가방 안에는 판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 장치가 돼 있다.
<크로키놀> 자체는 사실 그리 생소하거나 구하기 어려운 게임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해외직구로 구할 수 있는 저가형 상품들이 있고, 실제로 수요도 있는 편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코리아보드게임즈의 <크로키놀>이 다른 점이 있다면, 게임을 정말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 게임은 게임판 위에서 디스크를 튕겨 미끄러트리는 게임이니만큼 아주 작은 마찰력의 차이가 게임의 승패는 물론이고 재미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게임판 표면에 특수처리된 필름을 사용해 마찰력을 조절했고, 디스크 자체의 무게와 표면에도 신경을 썼다. 조립에서 표면 가공까지 모든 제작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것도 그래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판 위에서 호쾌하게 디스크를 튕기며 게임을 즐겨 보기 바란다. <크로키놀>의 진짜 매력을 알고 싶다면, 이번 기회가 딱이다.
코리아보드게임즈의 <크로키놀>은 이번 <파주슈필 OFFLINE>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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