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베개싸움

침대가 아닌 탁자 위에서 벌이는 유쾌한 베개싸움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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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가 아닌 탁자 위에서 벌이는 유쾌한 베개싸움"

 

만 7세 이상 | 3~6명 | 15분

 

 

 

언제 어디서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베개 싸움은 폭신한 베개와 장난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지 않았을까 싶은 놀이이다.

 

사람을 공격하는 놀이를 안전한 도구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베개 싸움의 장점일 것이다. 이 베개 싸움을 침대가 아닌 탁자로 옮겨 보면 어떨까? ⟨달밤의 베개 싸움⟩은 바로 그런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듯한 게임이다.

 

 

 

4명이 치열한 베개싸움을 시작하려 한다.

 

 

 

⟨달밤의 베개 싸움⟩은 실제 베개 싸움 못지않게 쉽게 익힐 수 있다. 공개된 카드를 보고 적절한 반응을 빨리하는 것은 ⟨할리갈리⟩ 등 많은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진행 방식 중 하나인데, ⟨달밤의 베개 싸움⟩도 이와 같은 유형의 게임이다.

 

⟨달밤의 베개 싸움⟩는 한 손에 잡을 수 있는 귀여운 헝겊 베개 2개와 여러 장의 카드로 이뤄졌다. 보드게임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베개는 게임 중 플레이어가 카드를 보고 하는 반응과 관련이 있는 구성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달밤의 베개 싸움⟩에서 플레이어는 카드의 지시에 따라 친구에게 베개를 던지기도 하고, 베개를 잡아 공격을 막기도 하며, 때로는 베개를 가져와 베고 자는 동작을 하기도 한다. 다만 베개는 2개뿐이므로 동작이 빠른 플레이어들만이 지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카드들이 펼쳐지면, 각자의 행동이 정해진다.

 

 

 

사람 수보다 적은 베개가 탁자 가운데에 놓이고, 각자 카드를 나눠 받은 다음 자기 앞에 더미를 만들고 쌓아두면 게임이 시작된다.

 

규칙은 간단하다. 여러 라운드에 걸쳐 게임이 진행되며, 매 라운드는 모든 플레이어가 동시에 카드를 펼친 뒤 각자 자기 앞 공개된 카드의 지시를 수행한 뒤,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고 보상이나 벌칙을 받는다.

 

 

카드에는 ‘공격’, ‘수비’, ‘쿨쿨’, ‘쉿’, 이렇게 4종류가 있으며 카드마다 플레이어가 해야 하는 행동이 정해져 있다.

 

공격 카드가 자기 앞에 공개됐다면 베개를 들어 수비 카드가 앞에 놓인 플레이어에게 던지면 된다.

 

수비 카드가 자기 앞에 공개됐다면 베개 하나를 방패처럼 집어 들고 막는 자세를 취하면 된다. 단, 공격과 수비는 한 라운드에 2가지 카드가 모두 공개됐을 때만 지시에 의미가 있으며, 공격만 있거나 수비만 있을 때는 공격이나 수비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쿨쿨 카드가 자기 앞에 공개됐다면 베개를 집어 베고 자는 행동을 하면 된다. 남들은 싸우든 말든 편히 쉬면 된다.

 

쉿 카드는 다른 모든 카드를 우선하는 카드로 누구의 것이건 쉿 카드가 공개됐다면 어느 누구도 아무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

 

 

 

펼친 카드가 공격이라면 베개를 가져와서 수비 카드를 펼친 플레이어에게 집어 던지자. 쿨쿨이라면 베개를 가져와 베고 누우면 된다.

 

 

 

모두 동시에 카드를 펼치고 각자가 정해진 행동을 한 뒤, 각자 올바르게 행동했는지 확인하게 된다.

 

⟨달밤의 베개 싸움⟩은 승패와 상관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임이지만,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목표는 게임이 시작될 때 받은 자기 카드를 모두 없애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정된 행동을 제대로 하거나, 행동하면 안 되는 상황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보상으로 이번 라운드에 공개한 카드를 이번 게임에서 제거한다.

 

반대로, 엉뚱한 행동을 했거나, 행동하려 했지만 손이 늦어서 베개를 집지 못했거나, 행동을 하면 안 되는데 베개를 집었다면 페널티로 이번 라운드에 공개한 카드를 다시 자기 카드 더미로 되돌려 넣어야 한다. 계속해서 이 과정을 반복하는 가운데 자기 카드를 모두 없앤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달밤의 베개 싸움⟩에서 플레이어는 자기 앞 카드만 보고 서둘러 행동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앞에 쉿 카드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하고, 공격이나 수비를 할 때도 양쪽 카드가 모두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자기 앞 카드만 보고 반사적으로 베개를 집으면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또한 공개된 카드를 보고 빨리 반응해야 하는 게임에서 종종 카드에 집중하는 대신 옆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재빨리 따라 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플레이가 종종 나오기도 하는데, 모두의 카드가 동시에 공개되고 각자가 할 행동이 달라지는 ⟨달밤의 베개 싸움⟩에서 자기 카드를 안 보고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쉿 카드가 나왔으니, 어느 누구도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

 

 

 

이 게임의 분위기는 모두 춤을 추다가 사회자가 지시하는 순간 하던 것을 멈추고, 인원보다 적게 준비된 의자에 앉아야 탈락을 면할 수 있는 ‘의자 뺏기 게임’과 비슷하다.

 

의자 뺏기 게임에서 모두가 동시에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작은 소동처럼 ⟨달밤의 베개 싸움⟩에서도 각자 행동을 하면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이 있으며, 베개가 인원보다 적게 준비된 것 역시 의자 뺏기 게임에 의자가 인원보다 적게 준비된 것과 비슷한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달밤의 베개 싸움⟩에서 즐거운 작은 소동은 매 라운드 카드를 펼치는 순간마다 일어난다. 모두가 취해야 할 행동은 제각각이고, 플레이어가 취해야 하는 행동 중엔 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든 ‘게임 구성물을 집어 상대에게 던져 맞히는 행동’도 포함되어 있으니, 플레이어들은 더욱 흥분하기 마련이다.

 

이 와중에 모두를 진정시키는 쉿 카드가 한 번씩 등장하여 완급 조절을 하는 것도 흥미롭다. 귀여운 베개를 친구에게 던지며 오늘 밤 식탁에서 베개 싸움의 왕이 되어 보자. ⟨달밤의 베개 싸움⟩의 베개는 매우 푹신하며 지퍼처럼 약간이나마 단단한 부품조차도 없으니 안심하고 던져도 좋을 것이다.

 

 

글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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