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가족과 보드게임 #1 - 가족의 만남, 그리고 보드게임

가족의 달 5월을 맞아 가족과 보드게임의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 보자.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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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만남, 그리고 보드게임

 

우리 가족은 어디에서 만나나요

 

2006년도에 개최된 제25회 대한민국 공익광고대상 일반부 최우수상 수상작입니다. 한 집에서 살아도 얼굴 마주치기가 어려운 가족 관계에 관한 은유가 참신했죠.

 

그즈음에는 가족을 규모로 분류해 ‘대가족’, ‘핵가족’이란 표현을 꽤 자주 사용했고, ‘핵가족화’를 사회 문제처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핵가족’이 4인 가구를 가리킨 표현이었는데요. 다시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핵가족’도 옛말이고, 1인 가구가 이슈입니다. 이제는 칫솔 한두 개 꽂혀 있어도 온 가족인 집들이 늘어 가는 겁니다.

 

그러나 가구 구성원이라는 공간 기준으로 가족을 이야기하기에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통신 운송 산업이 발달해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족의 유대감이 이어질 수 있죠. 2006년도의 핵가족들은 그때부터 18살 먹은 4인 가족으로 지금도 존재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적으로 누군가와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고, 가족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가구 구성원이 몇 사람이 되었든, 무슨 사회 문제로 꼽히든 간에 말입니다. 서로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을 수도, 그보다는 조금 뜸할 수도 있습니다. 아침 식사나 저녁 식사를 식탁에서 함께할 수도 있겠지만, 바쁜 나날들에 주말쯤에나 여유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혹은 멀리 떨어져 살며 명절에나 한 번씩 만날 수도 있죠. 그런 우리네 가족은 칫솔 통 말고 또 어디에서 만나고 있을까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것들

 

부모 자식이 한 가정을 이룬 가족에게는 세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20년을 훌쩍 넘는 까마득한 시간이 강물처럼 흐르죠. 강의 이편과 저편 사람들이 대화하는 건 원래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거리가 참 해결하기 어려운 까닭은,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좁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험과 앎의 수준이 다른 세대 사이를 좁히기란 원래 상당한 노력이 따릅니다. 그래서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것, 아이도 이해할 수 있고 어른도 만족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자 고민합니다. 여행이나 캠핑도 좋고, 영화관에 함께 가거나 외식을 하는 등도 훌륭한 방법이 됩니다.

 

 

혹은 마음 편하게 어울려 놀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습니다. 여러 제약이 있더라도 극복하거나 조율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축구, 농구, 배드민턴 등을 즐긴다면, 신체적 차이 같은 것들은 아이가 최선을 다하고 어른이 눈높이를 맞춰주면 충분히 극복할 만합니다.

 

 

보드게임을 한다면, 처음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게임을 가르치고, 아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바로잡아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가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상대적으로 좀 편해질 겁니다. 게임에 익숙해진 아이들이란 절대 ‘봐줘 가며 할 상대’가 아니거든요. 마트 체험대에서 <쿼리도>로 초등학생과 대결을 펼쳐서 연속 3패를 해 본 제 경험을 증거로 말씀드립니다.

 

 

감히 짐작건대, 부모 자녀라는 두 세대가 동등한 수준의 사람으로 소통하는 시기가 가장 빨리 오는 건 보드게임일 겁니다. 그리고 그 장면이 꽤 감동이리란 것은 짐작할 만합니다. 축구공을 제대로 찰 줄도 모르던 아이가 훌쩍 자라 운동장을 누비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감격과는 좀 다를 수도, 의외로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있어서는 경쟁에서 어른에게 인정받는다는 사실, 어른에게 있어서는 아이의 정신적 성장을 함께한다는 사실, 이것이 마음의 거리를 꽤 좁혀줄 것입니다.

 


두 사람의 가족

칫솔 통 이야기로 돌아간다면, 저는 ‘온 가족이 한자리에’가 어렵지 않습니다.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는지라 딱 2개가 꽂히면 다 만나는 거거든요. 둘 다 퇴근 이후에 별 약속을 잡지 않는 편이다 보니 매일 저녁 식탁 앞에서도 만나고, 둘 다 디지털 게임을 좋아해서 같은 탁자에 나란히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각자 모니터를 바라보면서요.

 

회사에서 보드게임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아내에게 회사 모임에서 할 만한 게임을 소개해 준다며 <스플릿>을 가져가 식탁 앞에 앉아서 규칙을 가르쳐주고 가볍게 두 게임 돌렸습니다. 워낙 규칙이 간단한 게임이라 배우기는 쉽고, 너무 복잡하지 않은 선에서 이지선다의 고민을 안겨주고, 마지막에는 쫄깃한 심리전과 운 요소도 있어 누구나 즐기기 좋은 게임입니다.

 

 

그렇게 <스플릿> 두 게임을 하면서 웃고 보니, 식탁을 두고 둘이 얼굴 마주 보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보드게임의 좋은 점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보드게임‘만’의 좋은 점은 물론 아닙니다. 우리 부부만 해도 밥 먹을 때는 물론 소파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의 가짓수는 많을수록 좋은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가족 수가 적다면 기회를 만들기가 더 좋죠. 약속을 잡아도 둘이 잡는 게 넷이 잡는 것보다 훨씬 쉬운 것처럼요.

 


가족의 만남
보드게임만의 장점이야 이야기하자면 하나둘이 아닐 것이지만, 우리가 소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그 어느 활동이든 저마다의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 저는 잡다한 이야깃거리들은 미뤄 두고 단 하나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보드게임을 통해 우리 가족이 탁자에서 만난다는 것을요. 그 자리에서는 공간도 마음도 함께할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요령이 필요한 법입니다. 부모도 아이도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게임을 펼쳐 들고서 소통이 될 수도 없고, 게임의 영역도 워낙 방대하다 보니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는 것도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보드게임으로 소통하기에 도움을 줄 만한 몇 가지 팁들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게임을 넘어서서 소통할 수 있는지, 보드게임에서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지, 작은 가족에게 좋은 게임은 무엇이 있을지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글 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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