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이야기

커피 러시 디자이너 한의진 작가 인터뷰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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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보드게임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요? 예쁜 구성물? 잘 알려진 규칙? 혹은 보드게임 디자이너 역시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나요? 그 작가가 낸 다른 게임이 나에게 잘 맞았던가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커피 러시>의 출시가 임박했습니다. 디자이너 한의진 작가의 첫 작품인데요. 국내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하면 다들 어떤 생각을 떠올리실지 모르겠습니다. <커피 러시>는 국내 출시 이전부터 여러 국가와 수출 계약이 진행될 정도로, 선공개로 접한 이들의 관심을 샀습니다. 아직 게임을 접하지 못한 분들의 궁금증을 약간이나마 해소해 드리고자, <커피 러시>의 작가를 만나 게임에 관해, 그리고 게임 만들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신나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되게 상투적이지만, 간단한 자기 소개랑 이번 게임 소개와 함께 시작해 볼까요?
 
 한의진  안녕하세요~ 게임이라면 온라인이든 폰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하는 보드게임 8년차 한의진이라고 합니다. <커피 러시>는 바리스타의 입장이 되어서 손님들의 주문에 맞는 음료를 제작하는 게임이에요. 문제는 손님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거죠. 레시피에 맞게 주문을 완성하면 해당 주문을 처리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다른 가게에도 손님이 계속 몰려들어요. 마감 시간이 되면 각자 가게에 대한 평점을 받게 되고요, 이 평점이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해요.
 
 

 

 

 

 신나요  개인적으로 상당히 독특했던 게, 차례를 종료할 때 잔뜩 쌓인 주문 카드가 다음 칸으로 내려가니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이 아닌데도 마음이 좀 다급해지더라구요. 정신없는 주방 분위기가 잘 살더라구요. 그리고 자칫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게임인데 업그레이드 덕분에 전략적인 요소도 살아났고요.
 
 한의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ㅎㅎ
 
 신나요  커피 좋아하세요?
 
 한의진  엄청 좋아합니다. 카페인 없으면 못 살아요. 하루에 8시간 넘게 자도 커피는 마셔야 합니다.
 
 신나요  커피가 그만큼 좋아서요? 아니면 자도 자도 졸려서요? ㅎㅎ
 
 한의진  후자예요. ㅎㅎ
 
 신나요  그래서 커피가 주제인 게임을 제일 처음 만드신 건가요?
 
 한의진  꼭 그런 건 아닌데요, 아니라고 할 것도 아닌 것 같네요. ㅎㅎ 대학 시절에 보드게임 카페에서 일을 했거든요. 그때 정말 적은 재료로 다양한 메뉴를 만들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어요. 재료를 가지고 음료를 제작하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요.
 
 신나요  그러면 테마 구상이 먼저 되고 시스템을 나중에 떠올린 거예요?
 
 한의진  그냥 동시다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걸로 기억해요. 옛날부터 보드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이것저것 구상해 보았는데요. 제가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에 없는 규칙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게임의 핵심 매커니즘을 구상하던 도중, '자원 가져오기' 매커니즘이 '재료를 가져오는 것'과 정말 찰떡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저의 경험과 맞물려지며 카페에서 음료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졌어요. 요즘은 게임의 메커니즘뿐 아니라 테마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도 많으셔서, 게임을 구상할 때 특정 테마를 기본 발판으로 삼고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추가하고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어요.
 
 

 

 

 

 신나요  사실 이런저런 게임들을 많이 즐겨 본 보드게이머들은 다들 자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그걸 현실로 가져오는 걸 누구나 다 하지는 못하죠. 작가님은 어떻게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나요?
 
 한의진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꿈꾸던 때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창의인재동반사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반년 동안 보드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한국 작가 분들과 만났고, 매주 멘토링도 받으면서 게임을 실제로 개발하게 되었어요. 그때 이 <커피 러시>를 완성했고요.
 
 신나요  처음 떠올린 안이 이렇게 실제 게임으로 되기까지 아마 많은 부분을 고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한의진  하나둘이 아니긴 한데요. 처음 구상했던 게임은 답답한 부분이 좀 많았어요. 초반에는 재료를 가져오지 못하는 빈칸도 있었고, 내가 주문 받을 수 있는 양을 정해두고 주문을 밀리게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막 주문을 완성하려는 찰나에 손님이 나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게 유쾌하게 전달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을 계속 보완해 나갔어요. 멘토링에서 함께해 주신 분들의 피드백이 큰 도움을 주었어요.
 
 신나요  게임이 정말 예쁘게 나왔어요. 이 인터뷰에 사진이 들어갈 거지만, 구성물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사진 찍기에도 좋고, 일러스트도 굉장히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뿌듯하시겠어요. 출시를 앞둔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ㅎㅎ
 
 한의진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나도 실감이 안 갔어요. 그러다가 선공개가 되고 사람들 반응이 오기 시작하니까 떨리기도 하고, 기대도 많이 돼요. 제가 생일이 얼마 안 남았는데, 생일 선물 받은 기분이네요!
 
 

 
 
 신나요  지금 또 구상하고 있는 게임이 있나요?
 
 한의진  아이디어는 늘 떠올라요. 주마다 5가지 이상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하는 것도 있고요. 제가 게이머스 게임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사실 파티 게임을 더 좋아하거든요. 소장한 게임 중에서도 게이머스 게임은 10%가 못 될 정도거든요… 제 취향이 그렇다 보니,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좋은 파티 게임을 다음 작품으로 내고 싶어요. 
 
 신나요  좋아요. 게임 소개는 충분히 들은 거 같으니, 작가님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가장 잘 만든 것 같은 게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의진  <펭귄 파티>에요. 규칙은 간단한데 머리도 적당히 써야 하고 눈치도 봐야 하고, 잘만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것도 참 좋아요.
 
 신나요 역시 파티 게임 애호가인가요. ㅎㅎ 하지만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다를 수 있죠.
 
 한의진  그렇죠. ㅎㅎ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레이디 앤 젠틀맨>입니다. 아시나요?
 
 신나요  오? 아주 의외인데요? 한때 좀 핫하긴 했지만 요즘엔 거의 언급도 안 되는 게임인데요. 어떤 점에서 그 게임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된 거예요?
 
 한의진  제가 보드게임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서로 마주한 자리에서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부분에서 특히 팀 게임이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레이디 앤 젠틀맨>에서는 남편과 아내가 한 팀이 되어서 다른 팀들과 경쟁하게 돼요. 우리 팀원이 어떻게 행동했고 얼마나 잘 했느냐가 나의 점수와 직결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이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 테마가 아주 잘 만들어져서 있어서, 테마에 이입해서 행동하면 게임을 2배가 아니라 한 10배 이상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요.
 
 신나요  좋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 잘 들었고요. 마지막으로 편하게 한 말씀 하시겠어요?
 
 한의진   제가 존경하는 보드게임 작가분들이 많은데, 저도 이제 한 사람의 보드게임 작가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은 것 같네요. 저와 함께 수많은 테스트플레이를 하며 피드백해 주신 김연 작가님과 송지훈님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구요. 보드게임에 처음 입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이주화 작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커피 러시>를 즐겨 주실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게임 많이 만들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글.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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