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한 보드게임은 그 오랜 역사에 비례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발전해왔다. 이 다양한 게임들은 외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커다란 나무에서 여러 줄기가 뻗어 나가는 것처럼 공통된 요소에서 분화되기도 했다. 게임 간에는 그 외양과 진행 방식이 유사한 것이 있는가 하면, 외양은 달라 보이지만 진행 방식은 유사한 것도 있고, 외양은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진행 방식은 딴판인 것도 있다. 이 코너에서는 바로 이러한 게임의 진행 방식을 가리키는 표현인 게임 시스템(혹은 메커니즘)이 유사한 게임들을 살피며, 게임 시스템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다.
사다리 오르기
지난 번에 트릭 테이킹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게임들이 중국에서 전래된 카드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를 게임에 사용한 역사적 기록을 찾아보면 당나라 사람 소악(蘇驛)이 편찬한 <두양잡편 杜陽雜編>에서 당나라 17대 황제 의종이 자신이 총애하던 딸 동창공주와 함께 ‘엽(葉)’이란 카드 게임을 했다는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카드를 활용한 게임에 대한 최초의 역사적 기록이지만, 정작 ‘엽’이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 게임인가 하는 구체적인 정보는 11세기경에 이미 소실되었다. 대신 이런 역사적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카드를 활용한 게임이 9세기경에 이미 중국에 존재했다는 것이며, 이 무렵 만들어진 카드란 존재가 그 후에 유럽까지 전파되었고 트릭 테이킹 게임이 만들어지는 토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엽’의 게임 규칙이 소실된 것과 마찬가지로, 트릭 테이킹 게임의 기원이 되었을 고대 중국의 게임에 대한 정보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 소실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전해지는 게임들 중에는 트릭 테이킹 게임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게임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런 흔적으로 미루어볼 때 그 게임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형태를 바꾸어 진화해온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게임들을 묶어 사다리 오르기를 뜻하는 래더 클라이밍(Ladder Climbing), 보통 줄여서 ‘클라이밍’이라 부르는데, 클라이밍 게임의 모습을 살펴보면 트릭 테이킹 게임과 닮은 점이 많다.
지난 번에 설명한 바와 같이 트릭 테이킹 게임에서 한 트릭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우선 시작 플레이어가 자기 손에 든 카드 1장을 골라서 낸다. 그리고 이렇게 낸 카드의 수트를 따라 다른 플레이어들이 손에 든 카드 1장씩을 내며, 모두가 카드 1장씩을 내고 나면 한 트릭이 끝나고, 시작 플레이어가 낸 수트 중 가장 높은 랭크의 카드를 낸 플레이어가 카드를 모두 가져간다(트릭을 따낸다). 그러면 이제 트릭을 따낸 사람이 다음 트릭의 시작 플레이어가 된다.
시작 플레이어가 2짜리 2장을 냈다. 다음 플레이어는 패스를 선언했고, 그 다음 플레이어가 9짜리 2장을 그리고 4번째 플레이어가 10짜리 2장을 냈다. 트릭 테이킹 게임은 여기서 트릭이 끝나지만, 클라이밍 게임에선 다시 시작 플레이어의 차례가 된다. 다시 차례가 돌아오면 더 높은 랭크의 카드를 낼 수도 있고 패스를 선언할 수도 있다. 이전 차례에 패스를 선언했더라도 다시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선택을 바꿀 수 있다. 한 플레이어를 제외한 모두가 패스를 선언할 때까지 트릭이 진행된다는 점이 트릭 테이킹 게임과 다른 점이다.
클라이밍 게임의 진행도 트릭 테이킹 게임과 유사하다. 트릭의 시작 플레이어가 원하는 카드를 조합해서 내면, 다른 플레이어들도 돌아가면서 카드를 내는 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클라이밍 게임에서는 이전 플레이어가 낸 카드의 조합을 유지하면서 그보다 랭크가 더 높아야만 카드를 낼 수 있으며, 그런 조합의 카드를 낼 수 없거나 내고 싶지 않을 때는 카드를 내지 않고 패스를 선언한다. 그렇게 해서 누군가가 카드를 낸 다음 다른 플레이어들이 모두 연속해서 패스를 선언할 때 해당 트릭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카드를 낸 플레이어가 다음 트릭의 시작 플레이어가 된다. 이처럼 앞 사람이 낸 카드보다 더 높은 랭크로만 카드를 낼 수 있기에 계속해서 올라간다는 의미로 ‘클라이밍’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돌아가면서 시작 플레이어가 낸 카드에 맞춰 카드를 낸다는 점, 하나의 트릭 단위로 게임이 진행되며 트릭의 승자가 다음 트릭의 시작 플레이어가 된다는 점 등, 이 두 게임은 시스템의 뼈대가 유사하다. 이 점에서 두 게임 시스템이 하나의 게임에서 파생되고 발전해 나갔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이 둘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구체적인 트릭 진행 방식이 다르고, 게임 목표와 그에 따른 게임 진행 양상은 더더욱 다르다. 트릭 테이킹 게임에선 모든 플레이어가 카드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동일하게 얻고 그 결과 누가 얼마나 많은 트릭을 따냈는가를 따지지만, 클라이밍 게임에선 자기 손에 든 카드를 가장 먼저 없애는 것이 목표이며 다른 플레이어가 카드를 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손에 든 카드의 격차를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
트릭 테이킹과 고대 중국의 카드게임이란 뿌리를 공유하지만 상당히 다른 열매를 맺은 클라이밍 게임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왔는지, 중국 전통 클라이밍 게임부터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현대의 클라이밍 게임까지 두루 살피며 알아보도록 하자.
중국 전통의 클라이밍 게임들

거리에서 클라이밍 게임을 즐기는 중국인들
중국에는 ‘쩡펀(爭分, 쟁분)’, ‘쩡상요(爭上游, 쟁상유)’, ‘도디주(鬥地主, 두지주)’, ‘다라오어(大老二, 대로이)’, 등 다양한 클라이밍 게임들이 오랫동안 전해져왔다. 이 게임들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으며, 각각이 같은 게임에서 분화된 것인지 혹은 각자 독립적으로 만들어졌는지도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심지어 청나라 붕괴 후 오랜 내전과 일본과의 전쟁 등을 겪으며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 중국의 사정으로 인해, 이 게임들의 존재는 오랜 기간 동안 중국 바깥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 게임이 유럽에 퍼지게 된 것은 1979년의 일로, 중국을 방문한 영국의 바둑 기사인 존 매클러드가 통역관인 장추안셍으로부터 ‘쩡상요’를 배워오면서부터다. 유럽에 최초로 전파된 클라이밍 게임인 쩡상요의 규칙을 살펴보자.
쩡상요
‘쩡상요’에서는 13가지 랭크와 4가지 수트로 이뤄진 카드 52장, 그리고 여기에 서로 구분되는 조커 2장(보통 검정과 빨강)을 더해 총 54장으로 구성된 플레잉 카드를 사용한다. 쩡상요는 4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각자 자신의 승리를 위해 게임을 진행하는 개인전,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서로 팀을 맺어 즐기는 팀전이라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우선 개인전 규칙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개인전에서 플레이어들의 목표는 라운드가 시작될 때 받은 카드를 남보다 먼저 모두 없애는 것이며, 개인전의 적정 인원은 5명이나 6명이라고 한다.
라운드가 시작되면 딜러가 시작 플레이어가 되어 트릭을 시작한다. 시작 플레이어는 원하는 조합의 카드를 내려놓고, 다음 플레이어부터는 해당 조합에 맞춰 이전 플레이어가 낸 것보다 랭크가 높은 카드를 내거나, 패스를 선언할 수 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카드 조합을 내려놓은 플레이어를 제외한 다른 모든 플레이어가 패스를 선언하면 하나의 트릭이 끝나고, 이번 트릭 중에 내려놓은 카드 모두를 한 곳으로 치워둔다. 그러면 이제 이전 트릭에서 마지막으로 카드를 내려놓은 플레이어가 새로운 시작 플레이어가 되어 다음 트릭을 시작한다. 쩡상요에서의 카드 랭크는 3이 가장 낮은 것으로 간주되며, 3, 4, 5, 6, 7, 8, 9, 10, J, Q, K, A, 2, 검정 조커, 빨강 조커 순으로 랭크가 높아진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조합은 다음과 같다.
- 단일 카드
카드 1장을 내는 경우를 가리킨다.
- 랭크가 같은 카드 2장 이상
시작 플레이어가 트릭을 시작할 때 몇 장짜리 조합을 만들어 낼 것인지 정할 수 있으며,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장수에 맞춰서 카드를 내야 한다. 3 여러 장부터 A 여러 장까지의 조합을 만들 수 있으며, 2와 조커는 와일드 카드로 사용된다. 다만, 이런 와일드 카드가 포함된 조합보다, 랭크가 같은 카드만을 이용한 순수한 조합이 랭크가 더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이전 플레이어가 7-2-조커인 조합을 냈다면, 7-7-7인 조합을 낼 수 있다.
- 랭크가 연속되는 카드 3장 이상
마찬가지로 시작 플레이어가 트릭을 시작할 때 몇 장짜리 조합을 만들어 낼 것인지 정할 수 있으며,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장수에 맞춰서 카드를 내야 한다. 단, 3부터 A까지의 카드만 연속되며, 2는 와일드 카드로 사용될 수 없고 A보다 높은 랭크로 간주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조커는 와일드 카드로 사용할 수 있으며 3부터 A 사이의 아무 랭크나 대신할 수 있다. 이 조합에서도 와일드 카드가 포함되지 않은 조합이 랭크가 더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단, 여러 수트의 카드로 이뤄진 조합은 단일 수트로 이뤄진 조합보다 랭크가 낮은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같은 수트로 이뤄진 ♠3-♠4-♠5 조합이 다른 수트가 끼어 있는 ♣Q-♣K-♦︎A 조합보다 랭크가 더 높다.
- 다중 연속
6-6-7-7-8-8처럼, 랭크가 같은 카드 2장 이상인 조합 여러 개가 서로 숫자가 연속될 경우, 이것들을 한 번에 모아 내려놓는 조합이다. 마찬가지로 3부터 A까지의 카드만 연속되며, 조커는 와일드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2 역시 와일드 카드로 사용될 수 있지만 몇 가지 제약이 따르는데, 6-6-7-2-8-8나, 6-6-조커-2-8-8과 같이 원래 있어야 하는 숫자(나 조커)가 하나라도 포함된 경우에만 와일드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 다중 연속의 경우는 시작 플레이어가 낸 조합과 각 랭크별로 장수가 같으면서, 총 카드 수까지 같도록 구성된 조합으로만 낼 수 있으며, 조합의 랭크는 조합에 사용된 카드 중 랭크가 가장 높은 카드가 무엇인가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7-7-8-8-9-9의 조합이 6-6-7-7-8-8을 이긴다. 똑같은 구성의 조합일 경우 조커가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조합이 랭크가 더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패스를 선언하거나 이전 플레이어가 낸 카드를 따를 수 없는 등 플레이어마다 손에 든 카드를 없앨 수 있는 기회가 다르기 때문에, 클라이밍 게임에선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없애는 데 성공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손에 카드를 들고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손에 든 카드를 1등으로 없앤 플레이어는 승점 2점을 얻고 라운드에서 빠지며, 남은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라운드를 진행한다. 손에 든 카드를 먼저 없애는 순서대로, 2등은 승점 1점을 얻으며 3등은 다음 라운드의 딜러가 된다. 마지막까지 손에 든 카드를 없애지 못한 플레이어, 즉 꼴찌와 꼴찌 바로 앞 등수의 플레이어는 다음 라운드가 시작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카드를 이전 라운드의 승자에게 줘야 한다.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어 딜러가 카드를 모두에게 나눠주고 나면, 꼴찌와 바로 앞 등수의 플레이어는 각자 자신의 손에 든 카드 중 가장 높은 랭크의 카드를 1장씩 앞면이 보이게 낸다. 그러면, 1등이었던 플레이어가 먼저 그중 1장을 손에 들고 2등이었던 플레이어가 남은 카드를 손에 든다. 그런 다음, 1등과 2등은 손에 든 카드 중 아무 카드나 선택해 1장씩을 앞면이 보이게 내고, 꼴찌 바로 앞 등수의 플레이어가 먼저 카드를 골라 손에 들고, 꼴찌가 남은 카드를 손에 든다. 그러고 나서 딜러부터 시작 플레이어가 되어 이번 라운드의 첫 번째 트릭을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11점 이상을 얻을 때까지 라운드를 반복하고, 11점 이상을 얻은 그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다.
쩡상요는 이렇게 개인전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것은 4명이나 6명이 서로 팀을 맺어 진행하는 팀전이다. 그중에서도 6명이 게임하는 것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플레이어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진행하며, 서로 다른 팀끼리 번갈아 가며 앉는다. 기본적인 게임 진행 규칙은 앞서 설명한 개인전과 같다. 하지만 승리 조건과 라운드 종료 시의 점수 계산 방법이 다르다.
손에 든 카드를 1등으로 없앤 플레이어와 2등으로 없앤 플레이어가 서로 다른 팀이라면 1등인 플레이어가 속한 팀이 승점 3점을 얻고, 2등인 플레이어가 속한 팀이 2점을 얻으며, 꼴찌가 속한 팀의 상대 팀이 또 2점을 얻는다.
1등과 2등이 서로 같은 팀이라면, 이 팀의 세 번째 팀원이 몇 등을 차지했냐에 따라 승점이 달라진다. 이 플레이어가 3등이라면 이 팀은 승점 10점을 얻으며, 상대 팀은 0점을 얻는다. 이 플레이어가 4등이나 5등이라면 이 팀은 승점 5점을 얻으며, 상대 팀은 0점을 얻는다. 이 플레이어가 꼴찌라면 이 팀은 5점을 얻고, 상대 팀은 꼴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2점을 얻는다.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면, 5등이었던 플레이어가 딜러가 된다. 딜러가 카드를 모두 나눠준 다음, 5등과 6등은 자기 손에 든 카드 중 랭크가 가장 높은 카드를 1장씩 앞면이 보이게 내고, 1등이었던 플레이어가 먼저 그중 1장을 들고 2등이었던 플레이어가 남은 카드를 손에 든다. 그런 다음, 1등과 2등인 플레이어가 아무 카드나 1장씩을 앞면이 보이게 내고, 5등이 먼저 카드를 골라 손에 들고, 꼴찌가 남은 카드를 손에 든다. 그렇기 때문에 1등이나 2등은 5등이 같은 팀일 경우 높은 랭크의 카드를 내서 도와주는 것도 가능하다.
6명 팀전에서는 한 팀이 승점 50점 이상을 얻을 때까지 게임을 진행하고, 50점을 달성한 그 팀이 승리한다.
4명 팀전에서도 6명 팀전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팀끼리 번갈아 가며 앉는다. 모든 게임 진행 규칙은 개인전과 같고 라운드 종료 시의 점수 계산 방법만 다른데, 개인전에서와 마찬가지로 1등과 2등이 점수(1등이 2점, 2등이 1점)를 얻지만, 각 팀원의 점수를 더해 팀 단위로 승점을 기록하며 게임을 진행한다.
쩡펀
‘쩡펀’도 쩡상요와 마찬가지로 54장의 카드를 사용해 게임을 진행한다. 3명에서 6명까지 즐길 수 있으며, 쩡상요와 달리 팀전이 없고 개인전만 있다.
쩡상요와 쩡펀의 가장 큰 차이는 점수 계산 방식이다. 트릭이 끝난 뒤에 그 트릭에서 사용된 카드를 옆으로 치워버리고 더는 사용치 않는 쩡상요와 달리 쩡펀에서는 트릭 테이킹 게임에서처럼 트릭을 따낸 플레이어가 그 트릭에서 사용된 카드를 모두 가져가 자기 앞에 모아둔다. 한 플레이어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가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없애면 라운드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남은 플레이어는 자신이 딴 트릭 전부와 손에 든 카드 전부를 1등에게 넘겨준다. 그다음엔 각자 자신이 따낸 카드 중에서 5, 10, K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카드들의 수에 따라 점수를 기록하는데, 5는 5점, 10과 K는 10점이다. 그렇게 점수를 누적해서 누군가가 500점(짧게 게임하기로 했을 때)이나 1,000점(오랫동안 게임하기로 했을 때)에 도달할 때까지 게임을 진행하고, 가장 높은 승점을 가진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쩡펀에는 다른 랭크의 카드와 달리 점수가 되는 랭크의 카드가 별도로 존재한다. 따낸 트릭의 카드 중 5는 5점, 10과 K는 10점이다. 이외의 카드는 아무리 많이 모았다고 해도 점수가 없기에 트릭을 따낼 때에도 적절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쩡펀은 시작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조합이 쩡상요보다 다양하다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게임 진행 방식은 거의 같다.
도디주
중국 텐센트에서 서비스 중인 도디주 온라인. 많은 중국인이 오늘날에도 도디주를 즐기고 있다.
‘도디주’ 역시 54장의 카드를 사용해 게임을 진행한다. 보통 3명이 즐기며, 1명이 지주가 되고 나머지 2명이 농민이 되어 1대 2의 구도로 게임을 진행한다. 지주의 목표는 누구보다 빠르게 손에 든 카드를 없애는 것이고, 농민의 목표는 둘 중 한 명이라도 지주보다 먼저 손에 든 카드를 없애는 것이다.
라운드가 시작되면 카드를 모두에게 17장씩 나눠주고 남은 3장을 빼놓은 상태에서 누가 지주가 될 것인지를 정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한다. 입찰은 이번 라운드의 승점을 몇 배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으로 최대 숫자는 3이다. 누군가가 3을 입찰하거나, 입찰한 플레이어를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이 패스를 선언해 가장 높은 값을 입찰한 플레이어가 정해지면 그 플레이어가 지주가 되며 입찰을 마친다. 지주는 남은 카드 3장을 공개한 다음 손에 들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지주가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없애면 지주가 승리하며, 정해진 승점만큼을 두 농민 각각으로부터 받으며, 농민 중 한 명이라도 지주보다 먼저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없애면 농민이 승리하여 지주로부터 정해진 승점만큼을 각자 받는다.
도디주에서의 카드 조합도 대체로 쩡상요와 유사하지만, 같은 랭크의 카드 4장으로 이뤄진 ‘폭탄’과 조커 2장으로 이뤄진 ‘불화살’이란 특별한 조합이 존재한다. 불화살과 폭탄은 시작 플레이어가 정한 조합을 무시하고 낼 수 있다. 불화살은 어떤 상황에서도 트릭을 따낼 수 있으며, 폭탄은 더 높은 랭크의 폭탄이나 불화살이 나오지 않는 한 트릭을 따낼 수 있다. 라운드 중에 폭탄이나 불화살이 나올 때마다 해당 라운드의 점수가 두 배가 된다는 점도 이 두 조합의 특별한 점이다.
다이힌민

애니메이션 후르츠 바스켓에서 등장 인물들이 다이힌민을 하고 있는 모습.
매우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다이힌민(大貧民, 대빈민)’ 혹은 완전히 반대되는 뜻을 가진 ‘다이후고(大富豪, 대부호)’는 1970년대에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래하여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클라이밍 게임이다.
다이힌민은 각각 13가지 랭크와 4가지 수트로 이뤄진 카드 52장을 사용해 게임을 진행하며, 카드의 랭크는 앞서 설명한 게임들과 같다.
게임의 진행 방식 역시 앞서 설명한 게임들과 비슷하다. 딜러가 카드를 나눠준 다음, 딜러가 첫 번째 트릭의 시작 플레이어가 되어 원하는 카드 조합을 낼 수 있다. 다이힌민의 카드 조합으로는 단일 카드, 같은 숫자 2장으로 이뤄진 ‘페어’, 같은 숫자 3장으로 이뤄진 ‘트리플’, 같은 숫자 4장으로 이뤄진 ‘포 카드’, 같은 수트이면서 연속되는 숫자 3장으로 이뤄진 ‘시퀀스’가 있는데, 포 카드에는 ‘혁명’이라는 특별한 규칙이 붙어 있다. 포 카드로 시작된 트릭을 마치면, 다음 트릭부터는 카드의 랭크가 반대가 되는 것이다. 즉, 가장 낮은 랭크였던 3이 가장 높은 랭크가 되며, 숫자가 클수록 랭크가 높았던 것과 반대로, 이제 숫자가 낮을수록 랭크가 높아진다. 물론, 한 번 더 혁명이 일어나면 원래의 랭크 순서로 돌아간다.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없애지 못한 마지막 한 명, 즉 꼴찌가 정해질 때까지 게임을 진행한다. 1등인 플레이어가 대부호, 2등인 플레이어가 부호가 되며, 꼴찌가 대빈민, 꼴찌 바로 앞 플레이어가 빈민이 된다. 두 번째 라운드부터는 대빈민이 딜러가 되어 카드를 나눠준 다음에, 대빈민이 대부호에게 랭크가 가장 높은 카드 2장을 주고 대부호는 아무 카드나 2장을 대빈민에게 준다. 또 빈민은 부호에게 랭크가 가장 높은 카드 1장을 주고 부호는 아무 카드나 1장을 빈민에게 준다.
카드 교환을 끝마치고 나면, 딜러인 대빈민부터 새로운 라운드의 새로운 트릭을 시작한다. 보통 다이힌민에는 정해진 점수 체계나 승리 조건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여러 번의 라운드를 진행하며 가능한 한 여러 라운드에서 승자(대부호)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이 전통 클라이밍 게임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해지는 도중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심지어 같은 제목을 공유하는 게임들이라 하더라도 어디에서 그 게임을 접했는가에 따라 규칙이 약간씩 다를 수도 있고, 다양한 변형 규칙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례로 다이힌민에 조커 카드를 추가하여 와일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던가, 추가적인 혁명 규칙이 만들어진다거나 하는 식이다. 전해지는 도중에 조금씩 변형을 거치다가 이전과는 구분되는 다른 이름을 얻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현대 트릭 테이킹 게임이 전통 트릭 테이킹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듯이, 현대 클라이밍 게임 역시 전통 클라이밍 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카드를 이용해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현대의 보드게임 작가들은 전통적인 클라이밍 게임을 어떻게 재해석했을지 살펴보자.
달무티
<매직: 더 개더링>과 <넷러너> 등을 통해 ‘트레이딩 카드 게임’이라는 새로운 게임 분야를 개척한 리처드 가필드 작가는 대학원생 시절에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이름 모를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손에 든 카드를 가능한 한 빨리 없애야 하며, 시작 플레이어가 낸 카드 조합을 따르면서 더 높은 랭크로만 카드를 낼 수 있는 클라이밍 게임으로, 게임의 승자를 ‘달무티’라 부르고 꼴찌를 ‘농노’라고 칭했을 뿐 정작 그 게임의 이름도 몰랐다고 한다. 이 이름 모를 클라이밍 게임을 즐겼던 리처드 가필드 작가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을 만들고 난 다음인 1995년에 이 게임을 기반으로 하여 ‘인생은 불공평한 것’이라는 모토를 지닌 새로운 게임 <달무티>를 발표했다. 자신이 즐겼던 게임의 승자를 가리키던 말을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달무티>는 전통적인 클라이밍 게임이 사용하던 카드 구성을 벗어던졌다. 우선 여러 가지 수트가 아닌 단일 수트만을 사용하며, 랭크가 가장 높은 ‘숫자 1’ 카드는 1장, 그 아래 랭크인 ‘숫자 2’ 카드는 2장, ‘숫자 3’ 카드는 3장과 같은 식으로 각 랭크마다 그 숫자에 해당하는 만큼 카드가 들어 있다. 수트가 하나인 대신 랭크마다 한 플레이어가 와일드 카드 역할을 하는 어릿광대를 2장 활용하여 게임이 진행된다. 그리고, 이 카드들은 각각의 계급을 나타내는 이름과 그림으로 장식돼 있어 게임의 배경 설정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가장 높은 계급인 달무티(1)부터 가장 낮은 계급인 농노(12)까지의 모습. 이들의 계급은 피라미드 구조를 이룬다.
트릭의 시작 플레이어가 랭크가 같은 카드를 한장이든 여러장이든 원하는 만큼 내면, 다음 플레이어는 앞사람이 낸 카드 장수에 맞춰 그보다 높은 랭크의 카드를 낼 수 있다. 여느 클라이밍 게임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낼 수 없거나 내고 싶지 않을 때 패스를 선언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카드를 낸 플레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연속으로 패스를 선언하면 카드를 낸 플레이어가 트릭을 따내고, 다음 트릭의 시작 플레이어가 된다.
이렇게만 보면 앞서 설명한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랭크가 낮을 수록 카드가 많고, 랭크가 높을 수록 카드가 적다는 것이 <달무티>만의 매력을 만든다. 랭크가 낮은 카드는 같은 장수일 때 높은 랭크에 밀리지만, 카드가 더 많다는 수적인 우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작 플레이어가 한 랭크의 카드 6장을 냈다면, ‘숫자 5’보다 랭크가 높은 카드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전 차례의 플레이어가 광부(11) 2장을 냈다면, 이제 이 플레이어는 그보다 높은 계급의 카드로 2장을 내야 한다. 손에 든 카드 중에서 요리사(9) 2장이나 재봉사(7) 2장을 낼 수 있다.
<달무티>도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없애지 못한 마지막 한 명, 즉 꼴찌가 정해질 때까지 게임을 진행한다. 점수를 계산하지는 않지만, 한 라운드에서 정해진 순위에 따라 다음 라운드에서의 플레이어의 계급과 차례 순서가 정해진다. 1등인 플레이어가 ‘위대한 달무티’, 꼴찌인 플레이어가 ‘농노’가 되며, 계급 순서에 따라 자리를 바꿔 앉고 다음 라운드를 시작한다. 농노는 라운드 중 트릭 하나를 마칠 때마다 트릭에 사용된 카드를 치워야 하며, 라운드가 시작될 때엔 카드를 잘 섞어 나눠주는 딜러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라운드가 시작되면 ‘쩡상요’나 ‘다이힌민’에서와 마찬가지로, 낮은 계급의 플레이어는 높은 계급의 플레이어에게 랭크가 가장 높은 카드를 줘야 한다. 농노는 위대한 달무티에게 2장을, 농노 바로 윗 계급인 소작농은 달무티 바로 아래 계급인 총리대신에게 1장을 줘야 하며, 달무티와 총리대신은 받은 카드만큼 자기 카드 중 아무 카드나 다시 농노나 소작농에게 준다. 이를 ‘세금’이라 부른다.
그런데, 카드를 모두 나눠준 시점에서 한 플레이어가 와일드 카드 역할을 하는 어릿광대를 2장 모두 가지고 있다면,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혁명이 일어나면 그 라운드에는 세금이 없으며, 혁명을 일으킨 플레이어가 농노라면 대혁명이 일어나 농노가 위대한 달무티가 되고, 소작농이 총리대신이 되는 식으로 모든 계급이 완전히 뒤집힌다.
<달무티>엔 한 라운드 단위에서의 순위를 결정하는 규칙은 존재하지만, 궁극적인 승자를 정하기 위한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달무티>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한 라운드마다의 계급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역할극 그 자체를 즐긴다.
리처드 가필드 작가는 <달무티>를 발표한 다음에 자신이 즐기던 게임이 어디에서 기원했는가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데이빗 팔렛이 쓴 <카드 게임의 역사 a History of Card Games>에서 ‘쩡상요’를 발견한 그는 <달무티>가 쩡상요를 기반으로 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계급이 뒤바뀌는 ‘혁명’이란 요소와 ‘달무티’와 비슷한 이름인 ‘다이힌민’ 역시 <달무티>의 기원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완전한 승리 조건 없이 누가 여러번 달무티의 자리에 올랐느냐를 즐기는 것 또한 다이힌민과 비슷한 모습이다.
티츄
미국에서 리처드 가필드 작가가 새로운 클라이밍 게임인 <달무티>를 만들었듯이, 유럽에선 우르스 호스테틀러 작가가 <티츄>를 만들었다. <달무티>가 ‘쩡상요’의 개인전을 바탕으로 했다면, <티츄>는 팀전을 바탕으로 했다. 다만, ‘쩡상요’에서는 6명이 두 팀으로 나눠 게임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티츄>는 ‘컨트랙트 브릿지’처럼 4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하도록 만들었다.
<티츄>는 13가지 랭크와 4가지 수트로 이뤄진 카드 52장과 특수 카드 4장을 더한 56장의 카드를 사용한다. 각자 카드를 14장씩 나눠 받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카드를 모두 받고 나면 플레이어들끼리 카드 일부를 교환한다. 각자 상대팀 2명과 같은 팀 1명에게 줄 카드를 각각 1장씩 골라서 주며, 이 카드 교환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특수 카드 중 참새 카드를 들고 있는 플레이어가 시작 플레이어가 되어 트릭을 시작한다. 시작 플레이어는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이용해 원하는 조합을 정하고 카드를 낸다. 자기 차례인 플레이어는 반드시 시작 플레이어가 낸 것과 같은 종류의 조합만 낼 수 있으며, 이때 랭크는 당연히 더 높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카드를 낸 플레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가 연속으로 패스를 하면 트릭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카드를 낸 플레이어가 ‘쩡펀’에서처럼 이번 트릭에서 사용된 카드를 모두 가져와 자기 앞에 모아둔다.

티츄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조합. 쩡상요와 비슷하지만 포커의 카드 조합의 영향도 받았음을 볼 수 있다.
손에 든 카드 전부를 가장 먼저 없앤 플레이어는 라운드 1등이 되고 즉시 라운드에서 빠진다. 4명 중 3명이 자기 손에 든 카드를 전부 없애면 즉시 라운드가 종료되며, 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진행 중이던 트릭은 3등을 한 플레이어가 따 간다. 라운드 4등, 즉 꼴찌를 한 플레이어는 손에 남은 카드를 전부 상대 팀에게 주고, 이번 라운드 동안 딴 트릭을 전부 라운드 1등에게 준다. 예외적으로, 한 팀인 두 사람이 1등과 2등으로 카드를 다 없애는 것을 ‘원투’라고 부르는데, 원투를 달성했을 경우에도 라운드가 즉시 종료된다.

티츄에서 점수가 되는 카드들. 쩡펀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그런 다음, 각자 자기가 딴 트릭 중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카드가 있는지 확인한다. ‘쩡펀’과 마찬가지로 5, 10, K가 점수가 되고, 이 게임에서는 용과 봉황 카드 또한 점수가 된다. 그렇게 각 팀마다 자기 팀이 얻은 점수를 전부 더하는데, 원투를 달성했다면 그 라운드는 점수를 계산하지 않고, 원투를 달성한 팀이 200점을 얻는다. 또, 게임 중에는 ‘티츄’ 선언을 해서 이번 라운드에 얻을 점수에 변화를 줄 수 있는데, 이 ‘티츄’라는 것은 이번 라운드에 자기가 1등으로 손에 든 카드를 전부 없애겠다는 선언을 의미한다. 이 선언을 달성하면 추가 점수를 얻지만, 그러지 못하면 점수를 잃는다. 또, ‘티츄’는 선언하는 시점에 따라 ‘라지 티츄’와 ‘스몰 티츄’로 나뉘는데, 처음 카드를 받을 때 14장 중 8장을 받아서 확인하는 순간까지 ‘라지 티츄’를 선언할 수 있고, 그 뒤로는 라운드 중에 첫 카드를 손에서 내려놓기 전까지 ‘스몰 티츄’를 선언할 수 있다. 라지 티츄를 달성했다면 그 플레이어의 팀은 추가 점수 200점을, 스몰 티츄를 달성했다면 그 플레이어의 팀은 추가 점수 100점을 얻는다. 만약 티츄를 선언했다가 실패한 경우에는, 티츄 달성 시 받아야 할 만큼의 점수를 잃는다.
여러 라운드에 걸쳐 게임을 진행하다가, 한 팀이 1,000점 이상 얻으면 게임이 끝난다. 게임이 끝날 때 더 높은 점수를 얻은 팀이 승리한다. ‘쩡상요’나 ‘쩡펀’과 비교해 보면, <티츄>는 두 게임을 적절히 혼합하여 자기만의 색깔을 더했음을 알 수 있다.
크라스 카리어트
<티츄>나 <달무티>와 같은 게임을 보면 이미 클라이밍 게임은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느 게임 시스템이 그러하듯 클라이밍 게임 역시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바로 <크라스 카리어트>다. <크라스 카리어트>는 클라이밍 게임이면서도 트릭 테이킹 게임과 같은 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독특한 게임이다.

받은 카드의 순서를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손에 들고, 예비 카드 2장을 자기 앞에 앞면이 보이게 놓고 게임을 시작한다.
<크라스 카리어트>는 <달무티>처럼 단일 수트만 사용하며, 1부터 12까지의 숫자가 표시된 숫자 카드 48장과 특수 카드 6장으로 이뤄진 카드를 사용한다. 여느 클라이밍 게임과 달리 <크라스 카리어트>에서는 카드를 모두 나눠가지지 않는다. 플레이어마다 손에 들 카드로 10장, 그리고 예비 카드 2장씩을 나눠준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며, 플레이어들은 손에 든 카드의 순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고 받은 상태 그대로 들고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손에 든 카드 중 어느 카드를 뽑을 것인가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으므로, 다른 카드 사이에 있는 카드를 한 장씩 빼면서 원하는 조합이 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시작 플레이어가 원하는 조합으로 카드를 내서 트릭을 시작하면, 다음 플레이어는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크라스 카리어트의 카드 조합. 다른 클라이밍 게임에선 트릭 중에 시작 플레이어가 정한 카드 조합 안에서 더 높은 랭크로만 낼 수 있었던 것에 반해 <크라스 카리어트>에서는 트릭이 진행되는 중에 더 높은 카드 조합으로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시작 플레이어가 원하는 조합으로 카드를 내서 트릭을 시작하면, 다음 플레이어는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여느 클라이밍 게임과 마찬가지로 이전 플레이어가 낸 것보다 강한 카드 조합을 내는 것인데, 같은 조합 내에서 더 강한 것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조합 자체를 더 강한 조합으로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드 1장짜리인 ‘싱글’보다는 연속되는 숫자 2장인 ‘2-스트레이트’가 더 강하고, 그보다는 같은 숫자 2장인 ‘페어’가 더 강하며, 그 뒤로는 연속되는 숫자 3장인 ‘3-스트레이트’, 같은 숫자 3장인 ‘트리플’ 순으로 강해진다. 즉, 시작 플레이어가 싱글을 냈을 때 다음 플레이어는 랭크가 더 높은 싱글 카드를 낼 수도 있고, 아예 더 강한 조합인 ‘3-스트레이트’를 낼 수도 있다. 더 강한 카드 조합을 낼 수 없다면, 바닥에 내려놓은 예비 카드 중 1장을 들어야 한다. 예비 카드를 손에 들 때는 아무 카드 사이에나 놓을 수 있으므로, 이렇게 예비 카드를 가져가는 행동으로 스트레이트나 페어 등을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카드를 낼 수 없다면, 예비 카드 중 1장을 들어야 한다.
이때 가져온 예비 카드는 손에 든 카드 중 아무 위치에나 끼워 넣을 수 있으므로, 강력한 카드 조합으로 만들 수도 있다.
<크라스 카리어트>는 다른 클라이밍 게임과 다르게 트릭 테이킹 게임처럼, 트릭마다 각 플레이어가 한 번씩만 차례를 진행한 다음 바로 한 트릭을 마치고, 가장 높은 조합을 낸 플레이어가 트릭의 승자이자 다음 트릭의 시작 플레이어가 된다. 단, 이번 트릭에 사용됐던 카드는 한꺼번에 치워지며 별도로 사용되지 않는다.
게임 중 한 플레이어를 제외한 모두가 손에 든 카드를 전부 없애거나, 예비 카드를 손에 전부 든 플레이어가 앞사람이 낸 카드 조합보다 더 강한 조합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한 라운드가 끝난다. 라운드를 끝나게 만든 플레이어는 벌칙으로 토큰 1개를 반납하고, 다음 라운드를 시작한다. 이를 반복하며 마지막까지 토큰을 남겨놓은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크라스 카리어트>를 통해 하나의 게임에서 시작했지만 서로 다른 곳에서 독립적으로 분화 발전해 가던 트릭 테이킹 게임과 클라이밍 게임이 다시 하나로 만나 어떤 시너지를 일으켰는지를 볼 수 있다.
글 현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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