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포밍 마스
<테라포밍 마스>는 2017년 여름에 한국어판이 발매된 게임으로 비교적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게임이지만 세계적인 보드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보드게임 긱 순위에서 5위에 올라와 있을 만큼 많은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는 게임이다. 화성을 지구화한다는 게임 배경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고증, 수백 번을 해도 절대 질리지 않을만큼 검증된 리플레이성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폭넓고 깊은 전략성, 생각보다 쉽게 익힐 수 있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규칙, <테라포밍 마스>는 이 모든 것이 조합된 앞으로도 쉽게 잊히지 않을 명작이라 단언할 수 있다.
규칙이 간단하고 쉽게 익힐 수 있다고 해서,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까지 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서 이기고 지고 하는 것이 게임을 즐기기 위한 목적이나 이유는 아니겠지만, 기왕 게임을 했을 때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면 그만큼 더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기회에 <테라포밍 마스>에서 지나칠 수 있었던 것들을 짚어보며,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려 한다.
<테라포밍 마스>는 화성을 개척해 지구화할 때마다 테라포밍 등급(약칭 TR)이 올라간다. TR은 각 세대마다 플레이어가 얻는 수입이 됨과 동시에 점수가 되며, 게임이 끝났을 때 플레이어의 점수이기도 하다. <테라포밍 마스>에선 TR과 화성을 개척한 정도, 게임을 하면서 이룬 업적과 기업상의 점수를 합쳐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따라서 플레이어들이 이런 각 분야에서 점수를 얼마나 잘 획득했는가에 따라 승패가 정해진다는 점을 우선 명심하자. 이제 일반 프로젝트의 활용, 프로젝트 카드에서 주의할 점, 업적과 기업상, 도시와 녹지의 전략을 하나씩 설명하겠다.
1. 일반 프로젝트
이 게임에서 대부분의 행동은 프로젝트 카드를 통해서 하게 되지만, 카드가 없이도 수행할 수 있는 일반 프로젝트도 6종류가 있다. 하지만 이 일반 프로젝트는 녹지 형성과 도시 건설을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같은 효과를 내는 프로젝트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지열 발전 카드는 에너지 생산력을 2 증가시켜주는데 구입 비용 3MC에 추진비용 11MC을 더해서 총 14MC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반 프로젝트로 에너지 생산력을 2 증가시키려면 22MC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효과가 연동되는 타이밍이 왔다면 과감하게 사용하자. 행성 지표에서 기온이 24℃, 20℃, 0℃인 지점과 산소 농도 8%인 지점에 도달시킨 플레이어는 보너스를 얻게 되는데, 이 경우가 거기에 해당한다. 기온이 -24℃, -20℃인 지점에 도달시키면 열 생산량 1개를, -0℃ 지점은 해양 타일 1장을, 산소 농도가 8%인 지점에 도달시키면 기온 1칸을 더 올릴 수 있기에, 이런 곳에 도달시킬 프로젝트 카드가 없다면 일반 프로젝트를 이용해서라도 먼저 도달시키는 것이 좋다. 또 행성 지표를 2칸, 3칸씩 한 번에 올려주는 프로젝트 카드와 같이 이용하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허를 찌르며, 행성 지표를 보너스 지점에 도달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행성 지표 지수가 막바지에 달해 게임이 끝나갈 때도 한정된 점수를 얻기 위해 일반 프로젝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지점에 도달하게 만든 플레이어는, 추가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2. 프로젝트 카드
<테라포밍 마스> 기본판에는 프로젝트 카드가 208장 있다. 게임 중에는 프로젝트 카드를 구입하고 사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프로젝트 카드를 어떻게 구입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젝트 카드는 태그, 즉 카드의 속성을 구별해주는 아이콘이 0개인 카드부터 3개인 카드까지 다양하다. 태그의 종류와 숫자는 건물 67장, 우주 43장, 에너지 27장, 과학 34장, 목성 12장, 지구 22장, 식물 21장, 미생물 16장, 동물 10장, 도시 12장, 사건형 3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젝트 카드를 사용할 때 효과와 추진 비용도 중요하지만 태그를 고려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식물 태그와 더불어 동물 미생물 태그가 있는 카드를 같이 사용하는 미생물.동물 전략, 우주 태그 카드와 함께 목성 태그 카드를 사용하는 목성 전략, 과학 태그를 모아서 추가 카드 뽑기와 할인에 주력하는 과학 전략 등, 자신의 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프로젝트 카드의 태그로 그려 나간다면 보다 쉽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

프로젝트 카드의 모습
1. 태그
2. 행동 / 지속 효과
3. 플레이버 텍스트
4. 추진 비용
5. 추진 조건
6. 즉발 효과
7. 승점
그럼 연구 단계에서 어떤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한지 살펴보자.
<테라포밍 마스>를 초반, 중반, 후반으로 나누면 (초반: 1~3세대, 중반: 4~7세대, 후반: 8~10세대), 초반에는 도시 수에 따라 생산력과 MC 및 자원 등을 얻을 수 있는 카드, 카드 추진 비용을 할인해주는 카드, 자신이 생각한 전략을 만들어 가는 데 필요한 카드들 정도가 구입할 만하다. 거기에 중반까지 자신의 카드 구성을 다양하게 해주는 여러 드로우 카드를 구입해두는 것이 좋다.
중반에는 게임에 영향을 줄 만한 카드를 구입하거나 혹은 남이 사용하면 좋은 카드를 넘겨 주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해양 타일을 쉽게 게임판 위에 올려놓거나 한 번에 많은 온도 증가를 가져오는 사건형 카드들은 중후반 게임 흐름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주기에 가급적 구입하거나 내 손으로 가져와 버리는 것이 좋다. 또 중반부터는 남의 도시가 놓여있거나 놓일 것으로 보이는 곳에 견제를 어느 정도 해주는 것이 좋다. 식물 생산력과 관련된 카드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식물 생산력을 올리는 카드는 20장 정도 있는데 일반 프로젝트의 녹지형성으로만 녹지 타일을 놓는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도시 타일을 놓을 수 있는 카드들도 구입할 필요가 있다.

초반에는 사용하기 곤란하지만, 후반에 매우 좋은 효율을 발휘하는 카드들
중반에 가져온 카드의 태그에 따라 후반의 구입 방향이 달라지겠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카드가 더욱 중요해지므로 카드를 얻게 해주는 카드는 모두 구입하는 것이 좋다. 또 후반엔 테라포밍이 거의 다 되어있는 상태이므로 마리네리스 호수, 나무, 농업시설과 같은 까다로운 행성 지표 조건의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조건이 까다로우면 그만큼 효율과 효과가 좋고 얻을 수 있는 점수도 더욱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가 점수가 붙어있는 카드는 사용가능 한도 내에서 모두 구입하는 것이 좋다.
3. 업적과 기업상
<테라포밍 마스>에는 업적 5개와 기업상 5개가 있다.
업적
업적은 테라포머, 시장, 원예가, 건축가, 전략가 5개이며, 누군가 어떤 업적 달성 기준을 충족했다면 8MC를 지불하고 업적 달성을 선언할 수 있다. 업적을 달성하면 5점을 받는데, 투자하는 돈에 비해 받는 점수가 꽤 높다. 하지만 각 업적당 1명만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총 3개의 업적까지 달성할 수 있기에 초반에는 이 업적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매우 치열하다. 업적 중 시장과 원예가는 이 업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도시 타일과 녹지 타일이 추가로 점수를 주기 때문에, 다른 업적에 비해 특히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상
기업상은 개척기업상, 금융기업상, 과학기업상, 열기업상, 광업기업상 5개이다. 기업상의 경우에는 게임의 상황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내가 1등이라고 믿었던 부문에서도 3등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상을 포기해버리면, 점수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상을 최대한 염두에 두고 이를 위한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열 기업상을 제정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열 생산량을 올리는 카드를 한두 장 사용해 열을 모아두거나, 금융기업상을 노린다면 MC 생산력을 후반에 획기적으로 올려주는 카드를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번 세대에 꼭 추진해야 하는 카드를 이미 손에 쥐고 있다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카드를 구입하지 않고 기업상을 노리는 것도 괜찮다. 정리하자면, 내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분야의 기업상 하나에선 1등을 하고, 다른 분야 2개에선 2등을 노리는 전략으로 업적과 기업상 부문을 합쳐 15~20점 정도를 얻는 것이 이상적이다.
4. 기업 카드와 프로젝트 카드의 관계
<테라포밍 마스>에는 화성을 지구화시키기 위해 경쟁하는 기업 12개가 존재한다. 게임을 시작할 때 받은 프로젝트 카드 10장과 기업 카드 2장이 서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가를 보고,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개략적인 전략이 떠오른다면 기업 카드 2장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쉽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할 때 받은 카드만으로는 적당한 전략이 떠오르지 않고 딱히 좋은 카드도 없다면, 일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돈이 많은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기업을 선택한 다음엔 18MC를 사용해 프로젝트 카드 2장을 받는 보너스가 있는 칸에 해양 타일을 놓는 식으로 가능한 한 프로젝트 카드를 많이 얻은 뒤 구체적인 전략을 정해야 한다. 적어도 2세대를 시작할 때까지는 프로젝트 카드에 기반해 충분한 전략 구상이 있어야 게임을 풀어나가기 수월해진다. 그렇지 못한 경우엔, 기업 능력을 살리고 범용적으로 효율이 좋은 프로젝트 카드를 많이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낫다.
기본적으로 기업에 대한 선호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풀어가는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릴 것이다. 하지만, 초반에 에너지 생산력을 사용하는 프로젝트 카드는 있지만, 발전소와 같이 에너지 생산력을 올리는 카드가 없다면, 토르게이트를 고르는 것도 좋다. 대체로 에너지 생산력을 사용하는 카드가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받은 프로젝트 카드로 마땅한 전략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업 중 테렉터가 있다면, 테렉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계획을 잘 짜는 운용을 하고 싶다면 인벤트릭스를 추천한다. 인벤트릭스는 게임의 첫 행동으로 프로젝트 카드 3장을 획득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카드를 통해 전략을 짜기 쉽고, 이미 과학 태그가 하나 있기 때문에 과학 태그를 이용한 계획을 짜기 좋다. 게임을 시작할 때 받은 프로젝트 카드 10장 중 이오 채굴산업 카드가 있다면, 포볼로그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5. 도시와 녹지
게임판에 놓이는 도시와 녹지는 게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게임 초반에 시장과 원예가 업적을 위해 도시와 녹지를 놓을 때부터 확장하기에 좋은 자리, 점수가 많이 나올 것 같은 자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위치를 잘 잡으면 자연스럽게 녹지 타일도 잘 놓이므로 높은 점수를 받기 쉽다. 게임판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초반에 노릴만한 가장 좋은 자리는 다음과 같다.
초반에 선점하면 좋은 위치
그 이후에 놓는 도시의 위치는 상황에 따라 상대방의 타일을 보며 결정한다. 상대방이 녹지 타일을 놓을 법한 곳 옆에 놓는 것도 좋고, 내가 녹지를 많이 놓을 수 있으면 중앙에 자리를 잡고 녹지를 많이 놓는 것도 좋다.
<테라포밍 마스>는 전략에 따라 게임의 진행 양상이 끊임없이 변하고 특이한 전략들도 많이 존재하기에 승리를 위한 획일화 된 정답은 없다. 결국 게임을 많이 해보고 경험이 쌓일수록 실수 없이 다양한 전략으로 큰 점수를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항상 똑같은 흐름으로 게임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테라포밍 마스>의 묘미이고 매력일 것이다.
글 2017 테라포밍 마스 전국대회 준우승자 구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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