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보드게임은 10만 종에 이른다. 수없이 많은 게임이 탄생해, 어떤 것들은 잊히고 어떤 것들은 명작으로 남는다. 이 코너에서는 보드게임의 명작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 100선을 뽑아 소개한다.
<팬데믹>은 비장함이 넘치는 협력 게임이다. 모든 플레이어는 힘을 합쳐 전 인류를 위협하는 네 가지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지켜야 한다. 질병은 매 순간순간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하나씩 창궐하기 시작하며, 질병 확산 속도는 감염 국가가 증가할수록 점점 더 가속화된다. 전 세계에 질병이 만연하게 되면 플레이어는 패배한다. 그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각 플레이어는 질병통제팀의 정예 요원이 돼 전염병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
<팬데믹>은 협력 게임이라는 장르의 인지도를 높인 게임으로, 이미 협력 게임의 고전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인 전염병에 맞서는 사투를 훌륭한 밸런스와 간결한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테마로 표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게임 방법
<팬데믹>은 인류를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구한다는 목표 아래, 모든 플레이어가 협력해서 진행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연구자, 과학자, 위생병, 건축 전문가, 검역 전문가, 비상 대책 설계자, 운항 관리자로 이루어진 질병통제팀 중 하나의 직업을 맡아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먼저 세계 지도가 그려진 게임판과 연구소, 질병 마커, 질병 큐브 등의 내용물들을 펼쳐놓고, 질병관리본부(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가 있는 애틀란타에 1개의 연구소를 놓는다. 그 다음 감염 카드를 섞고 맨 위의 9장을 공개한 후, 공개된 카드에 표시된 각 도시에 해당 도시 색과 일치하는 질병 큐브를 놓는다. 첫 3개의 도시에는 3개, 다음 3개의 도시에는 2개, 마지막 3개 도시에는 1개씩 놓으면 된다. 질병 큐브를 배치한 후 각 플레이어는 직업 카드와 행동 요약 카드를 1장씩 받고, 인원 수에 맞게 플레이어 카드를 나눠 갖는다. 남은 플레이어 카드는 잘 섞은 후 사용하는 전염 카드의 수만큼의 더미로 나눈 후, 각 더미에 전염 카드를 한 장씩 넣고 섞는다. 전염 카드의 수는 게임의 난이도에 따라 4장에서 6장까지 사용하는데, 전염 카드의 수가 많아질수록 게임이 어려워진다. 플레이어 카드를 잘 섞어 더미로 만들면 게임의 준비가 끝난다.
각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한 번씩 자기 차례를 갖는다. 한 플레이어의 차례는 ‘행동-카드 획득-도시 감염’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차례의 진행은 이러하지만, 게임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히려 역순으로 살펴보는 것이 편하므로 역순으로 설명해보겠다.
차례의 마지막 단계인 ‘도시 감염’ 단계가 되면, 게임판의 우측 상단에 놓인 감염 카드 더미 맨 위의 감염 카드를 현재의 감염률만큼 펼치고, 카드에 표시된 도시에 감염을 일으킨다. 해당 도시 위에 그 도시의 색상과 같은 질병 큐브 하나를 올려놓으면 된다. 만약 그 도시에 이미 3개의 질병 큐브가 올라가 있다면, 질병이 인근 도시로 ‘확산’된다.
차례의 마지막 단계에는 항상 질병이 퍼진다.
확산이 일어나면 해당 도시에는 질병 큐브를 더 이상 올리지 않는다(즉, 한 도시에 수용되는 질병 큐브는 최대 3개다). 확산 마커를 확산 트랙에서 한 칸 전진시킨 뒤, 그 도시와 한 칸 거리로 연결된 모든 인접 도시에 확산이 일어난 도시와 같은 색상의 질병 큐브를 하나씩 올려놓는다. 그런데 인접한 도시 중에 이미 해당 질병 큐브가 3개 올라간 도시가 있다면, 연쇄 확산이 일어나, 그 도시에 인접한 나머지 도시들에 또 질병 큐브가 올라간다. 확산이 일어나면 치료로 없애야 하는 질병 큐브의 숫자가 급증하므로, 게임은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어려워진다. 또한 질병의 확산이 8번 일어나 확산 마커가 확산 트랙의 마지막 칸에 도착하면 플레이어들은 패배하므로 연쇄 확산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질병의 확산이 일어나면, 게임이 위태로워진다. 플레이어들은 이를 막기 위해 전세계를 이동하며 질병을 치료해야 한다.
이번에는 ‘카드 획득’ 단계를 살펴보자. 이 단계에서 자신의 차례인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카드 더미에서 카드 2장을 뽑는다. 카드 더미 안에는 도시 카드와 이벤트 카드, 전염 카드가 무작위로 섞여 있다.
도시 카드는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한 사람이 같은 색 도시 카드 5장을 모으면, 게임의 승리로 이어지는 핵심 행동인 ‘치료제 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소를 짓거나, 각 도시를 빠르게 이동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어 유용하다. 이벤트 카드는 도시 감염을 한 번 건너뛰거나 원하는 말 하나를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등 플레이어들에게 유용한 효과를 발동시키는 카드로, 누구의 차례든 상관없이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플레이어 카드는 한 사람이 최대 7장까지만 들 수 있기에, 손에 있는 카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플레이어 카드를 뽑다보면 전염 카드가 나온다.
문제는 이 도시 카드와 이벤트 카드 사이에 전염 카드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플레이어 카드 더미에서 전염 카드가 나오면, 게임판 위의 질병 확산 수준이 심각해진다. 게임 시작 전, 플레이어 카드 더미에 들어가는 전염 카드의 수로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게 된다. 4장을 넣으면(즉, 전염이 이루어지는 빈도가 낮으면) 비교적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낮아지지만, 6장을 넣으면(빈도가 높으면) 지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지는 식이다.
만약, 가져온 카드 중 전염 카드가 있다면 감염률 증가-질병 감염-감염 심화의 순으로 처리를 한다. ‘감염률 증가’란 감염률 트랙에서 감염률 마커를 오른쪽으로 한 칸 움직이는 것이다. 감염률 트랙 아래에는 2에서 4까지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 숫자는 앞서 언급한 ‘도시 감염’ 단계에서 전염병을 감염시키기 위해 뽑는 감염 카드의 장수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숫자가 2라면 2개의 도시에 질병 큐브가 올라가지만, 숫자가 4라면 4개의 도시에 질병 큐브를 올려야 한다.
‘질병 감염’이란 감염 카드 더미의 맨 아래에 있는 카드 한 장을 펼친 뒤, 그 카드에 표시된 도시 위에 질병 큐브 세 개를 올리는 것이다. 확산이 일어날 우려가 있는 도시 하나가 곧바로 생겨나는 셈이다. 이 카드는 지금까지 사용하고 버린 감염 카드 더미에 넣는다.
‘감염 심화’란 버린 감염 카드 더미를 모두 섞은 뒤, 감염 카드 더미 위에 뒷면이 보이게 다시 올려놓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질병 큐브가 올라갔던 도시들이 앞으로 차례차례 다시 감염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질병 확산은 더욱 빠르게 일어난다. 바로 이 ‘감염 심화’로 인해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급증한다.
‘감염 심화’ 단계에서는 이제까지 버려졌던 감염 카드가 다시 섞여, 그대로 아직 사용하지 않은 카드 더미 위에 올라간다.
이를 막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예상되는 전염과 확산 상황에 맞추어서 행동 단계의 행동을 조절한다. 각 차례에 플레이어는 행동을 4번까지 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행동은 총 5가지다.
1) 현재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의 이동
2)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정기 항공편으로 이동이 가능하게 해 주는 연구소 건설
3) 도시 위에 놓인 질병 큐브 하나를 제거하는 질병 치료
4) 플레이어들이 가진 도시 카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 공유
5) 도시 카드 5장으로 연구소에서 해당 질병의 치료제 개발
각 플레이어는 이 5가지 행동을 원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만큼 최대 4번까지 행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동 2회-질병 치료 2회’, 또는 ‘이동 1회-정보 공유 1회-연구소 건설 1회-치료제 개발 1회’ 등 원하는 대로 조합해 행동할 수 있다. 이동 행동은 기본적으로 행동 1회당 인접한 도시로 1칸 움직일 수 있으며, 도시 카드나 연구소를 활용하면 더 먼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은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게임 중에 플레이어들이 패배하는 조건은 세 가지가 있다. 먼저, 8번의 확산이 일어나 확산 트랙 위의 확산 마커가 트랙의 마지막 칸에 도착하면 질병의 확산을 막지 못해 패배한다. 질병을 제때 다 치료하지 못해서 게임판에 놓을 질병 큐브가 부족해도 패배한다. 그리고 플레이어 카드 더미가 다 떨어져 카드 획득 단계에서 카드를 2장 획득할 수 없는 경우, 플레이어들은 패배한다. 이 패배 조건에 도달하기 전에 4가지 전염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면 플레이어들이 함께 승리한다.
위의 3가지 중 하나가 발생하면 플레이어들은 게임에서 패배한다.
맷 리콕 작가
많은 게임 제작자들이 ‘게임 시스템에 어떤 테마를 입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테마 없이 그 규칙과 시스템 자체만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추상전략게임을 제외한 게임들은 일정한 테마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갖춘다. 이러한 게임 테마가 게임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팬데믹>과 같은 협력 게임들도 어떤 테마를 갖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협력 게임은 일반적인 보드게임과 달리, 모두가 힘을 합쳐 공통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대전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협력 게임의 테마는 대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팬데믹> 역시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게임인데, 세계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해낸다는 설정은 플레이어가 힘을 합쳐 게임의 위기에 맞서 싸우는 데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준다.

팬데믹을 만든 맷 리콕 작가
<팬데믹>을 만든 맷 리콕 작가는 게임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데 소질이 있는 게임 작가다. 그의 게임 경험은 미국에서 자라난 여타 다른 어린이들과 같았다. <리스크>, <우노>등의 게임을 미네소타의 할머니 댁에서 많은 고모, 삼촌, 사촌들과 함께 했다. <어콰이어>나 <바자>, <문명>등의 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가장 좋아했던 생일 선물이 보드게임이었다고 유년시절을 회상했다. 이런 환경은 맷 리콕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보드게임을 디자인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새로운 보드게임을 얻었고 그 게임이 재미가 없었을 때, 그는 게임판을 뒤집고 새로운 구성물을 꺼내와 더 좋은 것을 만드는 등 게임을 새롭게 디자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습관은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이어졌는데, 그는 학내에 보드게임 클럽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디자인하며 자신의 디자인 스킬을 갈고 닦았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1997년부터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운이 나쁘게도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 구조조정으로 입사한지 4개월만에 실직하게 됐다. 이 때 그는 좋은 방향으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실직한 뒤 그의 아내인 도나 맥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됐고, 그녀와 함께 보드게임 200세트를 만들어 신혼여행 일정 중 하나로 에센 <슈필>에 참가하게 됐다. 이 때 만난 사람들이 그의 친구이자 파트너로서 오랫동안 함께 하고 있다.
이후 그는 미국 야후!, AOL, 넷스케이프 등 여러 실리콘 밸리 기업에서 낮에는 주로 사용자 경험이나 상호 작용에 관련된 디자인 업무를 하고, 주말과 저녁에는 보드게임을 디자인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 만들어진 게임이 <팬데믹>이었다. 그는 많은 협력게임에 영향을 준 라이너 크니치아의 <반지의 제왕> 보드게임에 큰 감명을 받았고, 이에 영감을 받아 아내와 함께 <팬데믹>을 만들었다. <반지의 제왕> 보드게임은 그가 진심으로 즐기는 게임이자 그가 처음으로 경험한 협력 게임이었다. 그의 아내와 게임을 하면서 경쟁적인 게임이나 협상이 필요한 게임보다 협력 게임이 두 사람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고, 게임에 참여한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기분을 선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팬데믹의 프로토 타입
맷 리콕 작가는 이후 게임 모임에서 <팬데믹>을 테스트했다. 테스트 플레이어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개발을 끝내는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게임을 물밑에서 조용히 알리면서 관심을 끌었고, 마침내 지맨게임즈와 계약해 바로 게임을 출시됐다. <팬데믹>은 그의 기대보다 훨씬 더 성공했고, 그의 다른 게임들도 성공을 이어가자 그는 2014년부터 보드게임 개발을 전업으로 삼았다.
그는 미국인으로서 독일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 최종 후보작에 3번이나 이름을 올린 작가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2009년에 <팬데믹>, 2010년에 <쓰루 디 에이지스 주사위 게임>, 2011년에 <포비든 아일랜드>가 최종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라이너 크니치아, 볼프강 크라머, 클라우스 토이버와 같은 유럽의 보드게임 작가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인지, 그의 게임에서는 미국 게임 특유의 강한 테마와 유럽식 보드게임의 정제된 시스템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그는 대부분의 게임을 가족과 함께 하는데, 이 점이 그가 게임을 디자인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요소라고 한다. <팬데믹>을 디자인할 때, 그는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드라마틱한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협력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에게는 아직 협력을 기반으로 한 게임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두 번의 한국어판
<팬데믹>은 2009년에 첫 번째 한국어판이 발매됐다. <팬데믹> 발매 당시 협력 게임이라는 장르가 다소 생소한 편이었다. 영어판을 즐기던 사람들의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판이 발매될 수 있었다. 특히 전세계를 무대로 한 지도와 영화 <아웃브레이크>와 같은 상황 연출은 사람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했다.

팬데믹 2009년 판
하지만 당시 <팬데믹> 한국어판은 날개 돋친 듯 판매되는 <할리갈리>, <카탄>과 같은 다른 보드게임들에 비해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2010년 단종된 이후 간헐적으로 한국어판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소수의 소비자들을 위해 게임을 재판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2013년 <팬데믹>의 제작사 지맨게임즈에서 <팬데믹>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재판하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다시 증가했다. 2008년 이후 다양한 배경을 지닌 협력 게임들이 출시됐지만, <팬데믹>은 여전히 대중에게 인기 있는 게임이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연상케 하는 새로운 박스 디자인은 새로운 소비자에게도 크게 어필했다. 게다가 2개의 신규 캐릭터가 추가돼 구판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으로 여겨졌다.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2014년 <팬데믹>의 새로운 한국어판이 발매됐다.
<팬데믹>처럼 2번에 걸쳐 한국어판이 발매된 게임은 많지 않다. 처음 나온 <팬데믹> 구판은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이제는 달라 보인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팬데믹>은 협력 게임의 대명사로 여겨질 정도로 탄탄한 인지도를 구축했다.
팬데믹의 수상 이력
<팬데믹>은 다음과 같은 수상 이력을 지니고 있다.
수상 이력
2011 Ludoteca Ideale (Italy)
2010 Australian Games Association Game of the Year Winner
2009 BoardGameGeek Golden Geek Family Game Winner
2009 Gouden Ludo, Winner
2009 Nederlandse Spellen Prijs, Nominated
2009 Boardgames Australia Awards Winner,
Best International Game
2009 Spiel des Jahres Nominated
2009 Golden Ace Nominated
2008 Origins Awards, Board Game of the Year, Winner
2008 JoTa, Best Cooperative Game, Winner
2008 Games 100 Best Family Game
2008 Meeples Choice Award, Game of the Year, Winner
2008 BoardGamer.ru Recommendation
2008 International Gamers Award Multi-Player Nominee
2008 Tric Trac d’or (France), Game of the Year,
Tric Trac d’argent (2nd place)
2008 BoardGameGeek Golden Geek Family Game Finalist
<팬데믹>은 수많은 수상 이력으로 그 게임성을 증명했다. <팬데믹>의 성공은 다양한 확장판과 시리즈로 이어졌다.
팬데믹 레거시
<팬데믹>의 시리즈 중에서 2015년 출시된 <팬데믹 레거시>는 특히 주목할 만한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이 게임은 <팬데믹>을 만든 맷 리콕 작가와 <리스크: 레거시>를 만든 롭 데뷰 작가가 만나 만든 작품이다.

팬데믹 레거시
<리스크: 레거시>는 수만 개의 보드게임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게임으로 손꼽혔다. 이 게임은 클래식 전쟁 게임 <리스크>를 바탕으로, 게임이 끝날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게임판에 영구적인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이러한 기록이 쌓여 특정 조건이 되면, 준비된 봉투를 뜯어 새로운 규칙을 적용했다. 이런 게임 방식은 게임판이나 규칙에 영구적인 변형을 가져오기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아끼는 게임의 훼손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게임에 역사를 새긴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팬데믹 레거시>는 <팬데믹>을 기반으로 위와 같은 레거시 게임 방식을 적용시킨 것으로, 게임상의 시간으로 1년 동안 12개의 시나리오를 연속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게임 결과에 따라 게임판에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비밀 박스를 뜯어 게임 소품을 추가하는 등 기존 <팬데믹> 규칙에 시나리오를 첨가해 새로운 느낌을 더했다.
<팬데믹 레거시>의 아이디어는 2012년 맷 리콕 작가가 몬트리올에 위치한 지맨게임즈를 방문했을 때 나왔다. 그 때 맷 리콕과 지맨게임즈는 <팬데믹>의 주사위 게임, 카드 게임 그리고 레거시 게임 등을 구상했다. 당시에 맷 리콕 작가는 레거시 프로젝트가 그가 시도하기에 너무 클 뿐 더러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보류한 상태였다. 2013년에서야 그는 자리에 앉아 스케치북에 아이디어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빠르게 작업이 끝났다. 그는 게임 제작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바로 지맨게임즈와 롭 데뷰 작가에게 연락을 했다. 롭 데뷰 작가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제안을 수락했고, 이후 <팬데믹 레거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
<팬데믹 레거시>는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보드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보드게임긱 보드게임 순위 1위에 당당히 랭크됐다. <팬데믹 레거시>는 시즌제로 운영되는데, <팬데믹 레거시 시즌1>은 2016년에 한국어판이 출시돼,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팬데믹으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맞서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협이 심화됐을 때, <팬데믹>의 개발사 지맨게임즈는 국경없는 의사회와 손잡고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맨게임즈는 세계의 보드게이머들에게 에볼라 시나리오와 에볼라 전문가팀 카드를 만들어 제공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게이머들이 <팬데믹>을 즐기고 자유로운 기부를 하도록 유도했다.
팬데믹 파티즈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약 2달 동안 22개국 125개의 게임 모임이 만들어졌으며, 5만 달러의 기금이 모여 국경없는 의사회에 전달됐다. 이처럼 <팬데믹>은 단순히 게임 테마가 대의적인 정당성을 갖춘 것을 넘어, 실제 사회적으로도 이바지를 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게 살 만한 게임이다.
협력게임은 그 특성상 몇 사람이 주도해 다소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고, 경쟁 심리가 작용하지 않아 어떤 이들에게는 흥미가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협력게임을 처음 즐겨본 사람들에게는 ‘이런 게임도 있구나’라는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팬데믹>은 그런 위치에서 훌륭한 입문 게임이자, <카탄>과 마찬가지로 게이머스 게임과 가족 게임의 경계선을 잘 지키고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
글 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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