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스플렌더 그랑프리> 일반부 우승자 정지원 선수가 호적수를 기대하며 자신의 <스플렌더>의 전략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조금 어렵게 쓰여진 글을 부드럽게 다듬고, 정지원 선수가 소개해준 spendee.mattle.online의 허락을 얻어 데이터를 곁들였다. 정지원 선수는 spendee.mattle.online의 데이터를 처음에 믿지 못했는데, 게임을 거듭하면서 데이터를 믿게 됐다고 한다. 그의 전략과 이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보자. <스플렌더>를 2,000판 넘게 플레이한 정지원 선수의 팁은 꽤 구체적이라 어느 정도 <스플렌더>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그 깊은 분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이해하고 나면 <2018 스플렌더 그랑프리> 우승 후보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좋은 카드를 바로 가져가는 것이 좋을까? 엔진을 만드는 것이 좋을까?
<스플렌더>는 이론적으로 최소 3장의 카드를 얻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5점짜리 카드를 3장 구매하는 것과 1단계 카드로 엔진을 만드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전략일까?
<스플렌더>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7,307 게임을 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승리하기까지 11~13장의 카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숫자는 게임 인원에 따라 다른데, 4인 게임에서는 평균적으로 11장의 카드가 사용됐고, 2인 게임에서는 13장의 카드가 사용됐다.
재미있게도 랭킹 별로 분석해보면 높은 랭킹의 플레이어일수록 높은 점수 카드를 목표로 하는 경향이 있어, 평균보다 더 적은 수의 카드로 승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위 랭크 플레이어는 승리를 위해 15.58장의 카드가 필요했던 반면, 상위 랭커들은 9.29장의 카드로 승리를 거뒀다.
카드의 강약
정지원 선수는 카드의 점수와 카드를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보석의 개수를 비교하면 카드의 효율을 빠르게 계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보석이 7개가 필요한 4점짜리 카드의 경우, 보석의 개수 7을 4로 나누면 약 1.7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10개의 보석이 필요한 5점짜리 카드는 2라는 숫자가 나오는데, 이 둘을 비교했을 때 숫자가 작은 4점짜리 카드가 더 고효율의 카드가 된다.
하지만 이것만 믿고 게임을 진행하면 안 된다. 2단계 카드 중 보석 7개(4/2/1개)가 필요한 2점 카드는 계산대로라면 효율이 높지 않지만, 효율이 좋은 카드들보다 견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또, 플레이어가 모으는 보석과 겹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모으는 보석을 가져가, 견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카드다. 또한 여러 종류의 보석이 잘 분배되어 있어 할인을 받기도 쉽고, 내려놓았을 때 다른 카드와 조합하기도 좋다.

정지원 선수가 생각하는 좋은 조합을 가진 카드들
정지원 선수는 카드 조합을 할 때, ‘흰파초빨검’을 생각하라고 한다. 대부분의 카드가 이 색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록색 보석을 주는 4/2/1 카드는 검은색, 흰색, 파란색 보석을 요구하고, 파란색 보석을 주는 4/2/1카드의 경우 빨간색, 검은색, 흰색 보석을 요구하는 식이다. 조금 더 눈여겨본다면, 순서상 2번째 색의 보석이 4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빨간색 4/2/1 카드는 흰색, 파란색, 초록색 보석이 필요한데, 4개가 필요한 보석은 파란색이다.

4/2/1 카드들. 보석들이 ‘흰파초빨검’으로 구성되어 있다.
‘흰파초빨검’으로 익히는 <스플렌더>의 카드 구성 중 몇몇 예외 또한 알고 있다면 게임을 풀어가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흰색, 빨간색, 검은색 카드는 2단계 카드의 구성이 다르다. 이 보석들의 카드 중, 보석 5개가 필요한 2점 카드는 서로 다른 보석을 요구한다. 초록색과 파란색 카드가 구매를 위해 카드와 똑같은 색상의 보석을 요구한다는 점과 크게 다르다.
2단계의 예외 카드들
이런 조합은 1단계 카드에서도 나타나는데, 흰색의 경우 3/1/1 카드에서 흰색을 3개 요구하는 식이다. 한 보석 토큰이 3개 필요한 카드의 경우에도 빨간색과 검은색 카드는 각각 흰색, 파란색을 요구한다. 2단계 카드 중 1점 3/2/2 카드 중 빨간색 카드는 특이하게 빨간색 2개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렇게 카드 구성을 어느 정도 익히고 있다면, 이상적인 조합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조합은 귀족 타일에 표시된 카드 조합과 사실상 같다. 어렵다면 3단계 카드 중 3/6/3 카드를 살펴보자. 이 3가지 색상으로 카드를 조합해 나가는 것이 베스트다. 이렇게 생각할 경우, 최고의 보석은 흰색, 빨간색, 검은색이 된다. 서로 영향을 주는 보석 5개가 필요한 2점 카드가 3장이고, 3단계 카드인 7/3 카드나 3/6/3 카드를 노리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3/6/3 카드. 이상적인 보석 조합을 알 수 있다.
귀족은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귀족 타일
정지원 선수는 ‘귀족 전략’이 매우 승리하기 힘든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카드 3/3/3장을 요구하는 귀족 타일이 3장 이상 펼쳐졌을 경우에만 승산이 조금 있을 뿐, 4/4 귀족 타일이 3장 이상 펼쳐져 있을 때 귀족 전략을 사용한다면 많이 불리할 것이라 평했다.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도 몇 장의 귀족 타일이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평균적으로 플레이어들은 1장보다 적은 숫자의 귀족을 얻어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인 게임에서만 귀족 타일의 평균 개수가 조금 더 높을 뿐, 일반적으로 승리를 위해서 귀족을 노리는 전략은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랭킹이 낮은 플레이어들의 경우 평균 1.42장의 귀족 타일을 얻었지만, 랭킹이 높은 플레이어일수록 귀족 타일을 거의 얻지 않는 것(0.22장)으로 나타났다.
15점을 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스플렌더>가 가장 빠르게 끝나는 전체 턴 수는 19턴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25에서 30턴 정도로 진행된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면 25턴보다 적은 턴 수를 목표로 잡는 것이 좋다. 20턴보다 적은 턴 수로 게임을 끝내기 위해서는 꽤 운이 좋아야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귀족을 노릴수록 위와 같은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19턴으로 게임을 끝내려면 2단계 카드의 도움을 받아 3단계 카드를 구매해야 하는데, 귀족을 노리면 1단계 카드를 많이 구매하게 되어 턴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2명이 게임할 경우, 좀 더 많은 턴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게임에 사용되는 보석 토큰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각각 4개의 보석 토큰으로 고득점 카드를 초기에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2명이 게임할 때는 엔진을 만드는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지원 선수의 전략
이제 정지원 선수가 게임을 할 때, 세부적으로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 보자. 정지원 선수는 승리를 위한 기본 중의 기본으로 보석의 연결을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고효율의 카드를 선점한 후 이어질 계획을 세우거나, 그 보석의 고득점 카드를 미리 노리고 플레이하는 것이다. 고득점 카드에 필요한 보석 토큰과 카드를 모으고, 그걸 사서 다음 고효율 카드를 바라보는 것이다.
첫 번째 차례에는 보통 좋은 카드를 손에 드는 것을 선호한다. 카드를 손에 들면 황금 토큰을 가져오게 되는데, 총 3장까지 카드를 손에 들 수 있기 때문에 황금 토큰을 최대 3개까지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2명이 게임할 때는 보석 토큰이 각 종류별로 4개씩 밖에 없기 때문에, 보석 7개가 들어가는 4점 카드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황금 토큰의 활용이 중요해진다. 한 가지 색상의 보석 토큰 4개를 모두 확보한 경우에 황금 토큰 3개를 함께 쓰면 4점짜리 카드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4개의 보석 토큰을 독점하도록 두지 않을 테니, 부족한 보석은 낮은 단계의 카드로 해결해야 한다.

카드 예시
예를 들어 위에 있는 카드 예시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첫 번째 차례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대개의 경우에는 초록색 4점 카드(A)를 골라 손에 드는 것이 낫다. 이 상태에서 만약 상대방이 2단계 파란색 4/2/1 카드(C)를 가져가지 않는다면, 이 게임은 높은 확률로 이길 수 있다. 이 때 바로 1단계 파란색 카드(E)를 손에 들면서 황금 토큰을 가져가고, 이후 다른 토큰을 활용해 4/2/1 카드(C)를 구매하고 1단계 카드를 내려놓는다면 이미 확보한 황금 토큰와 파란색 보석, 그리고 카드의 할인으로 손에 든 초록색 4점 카드를 빠르게 내려놓을 수 있다.
검은색 4점 카드(B)를 가져가면, 여기에 맞는 4/2/1 카드가 없기 때문에 상대가 빨간색 1/1/1/1 카드(F)를 가져가면 승리로 가는 길이 늘어지게 된다. 상대가 빨간색 카드를 가져가고, 새롭게 펼쳐진 카드가 빨간색이 아닐 경우, 필요 없는 1단계 카드를 더 사게 돼 그만큼 턴 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초록색 4점 카드를 먼저 가져가는 것이 좋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검은색 4점 카드(B)를 가져갔을 경우에는 빨간색 1/1/1/1 카드(F)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견제를 할 수도 있다.
이후 카드를 구매할 때에는 앞서 외운 패턴대로 카드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정지원 선수는 빨간색-검은색-흰색 조합을 추천하는데, 카드의 구성이 이 3가지 색깔에 유리하도록 되어있다고 분석했다. 그 외에 흰색-파란색-초록색 조합이나, 검은색-흰색-파란색 조합도 추천한다. 이 조합은 3단계 카드를 기준으로 확률을 계산하면 좋다.
예를 들어 초록색 보석 7개가 필요한 빨간색 카드를 손에 들고 있고, 초록색 카드 1장을 내려놓은 상황이라면, 초록색-빨간색이 있는 상태이므로 파란색-초록색-빨간색 조합이나 초록색-빨간색-검은색 조합을 노리면 된다.
토큰을 가져가는 방식도 앞서 이야기한 조합 방식과 똑같이 결정하면 된다. 빨간색 보석이 필요한 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검은색, 빨간색 고효율 카드를 상대에게 빼앗겼다면, 빨간색으로 조합할 수 있는 카드 조합은 파란색-초록색-빨간색, 빨간색-검은색-흰색, 초록색-빨간색-검은색이므로, 파란색과 초록색을 노리고 토큰을 모으는 것이 좋다. 결국 어떤 카드를 상대방이 가져갔는지 그 수를 세고, 다음에 나올 고효율 카드의 확률을 세는 것 또한 필요하다. 또, 보유한 토큰을 10개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정지원 선수는 덧붙이고 있다.
카드를 손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 정지원 선수는 게임이 끝났을 때 2장을 들고 있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손에 카드가 가득 차 있다면, 중요한 카드를 못 가져가거나, 상대방을 적절한 타이밍에 견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지원 선수가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카드 더미에서 손으로 카드를 가져가는 것이다. 3단계 카드는 총 20장으로 이 중에서 고효율 카드는 7개의 보석이 필요한 4점 카드 5장과 4점짜리 7/3 카드 5장이다. 총 20장 중에 10장이 좋은 카드인 셈. 게임 초반에 4장의 카드를 펼칠 때 고효율 카드가 없다면, 16장 중에서 10장의 카드가 좋은 카드인 셈이니 더미에서 카드를 가져간다면 62.5%의 확률로 좋은 카드를 얻을 수 있다. 3/6/3 카드도 나쁘지는 않은 만큼 초반에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손으로 가져가는 것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꽤 좋은 전략이 된다. 상대방 모르게 전략을 세우는 토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단계 카드 중 좋은 카드는 보석 6개가 필요한 3점 카드 5장, 보석 5개가 필요한 2점 카드 5장, 4/2/1 구성의 2점 카드 5장으로 총 30장 중 15장이다. 게임 내내 카드를 잘 세었다면, 2단계 카드를 더미에서 가져가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특히 이미 펼쳐져 있는 카드의 경우, 내가 카드를 가져가면서 상대방에게 좋은 카드가 펼쳐질 수 있는 확률이 있기 때문에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가져가는 것은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다. 게임 초반의 안정적인 진행을 위해 3단계가 아닌 2단계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손으로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1점 3/2/2 카드는 효율이 나빠 보이지만, 자신의 전략에 필요한 색깔 조합인 카드라면 오히려 승리로 가는 길을 전혀 지체시키지 않고, 빠르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정지원 선수는 초반에 2단계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가져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정지원 선수의 중요 포인트 정리
1. 2단계의 2점 4/2/1카드는 최고의 카드다.
2. 원하는 카드가 없다면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손에 드는 것이 좋다. 가급적 손에 여유를 두어 언제든 카드를 가져갈 수 있게 하자.
3. 색깔 조합을 바탕으로 전략의 방향을 잡고, 카드를 구매하자.
4. 승리가 가까워지면, 13점인 경우 2점 카드를 카드 더미에서 가져오는 것을 노리자. 12점인 경우 칩을 계속 가져가며 5/3/3/3 카드를 노리자.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나눠 2점, 1점 카드를 가져올 경우에는 최대한 빠르게 살 수 있도록 색깔 조합에 신경 쓰자.
여기까지가 정지원 선수가 공개한 <스플렌더>의 전략이다. 특수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이 더 있겠지만, 사실 이 정도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예전보다 실력이 두 단계 이상 뛰어올랐을 것이다. 정지원 선수는 한국의 <스플렌더> 고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즐겁게 게임을 하고 함께 전략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니,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정지원 선수에게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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