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 노바를 잘한다는 것은?
<아크 노바>에 대한 본격적인 팁을 설명하기 전에 이 게임을 '잘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플러스 점수가 높게 나오면 잘한 것이고 마이너스 점수로 끝나면 못한 것일까? A 모임에서 최종 점수 40점으로 끝난 사람이 B 모임에서 5점으로 끝난 사람보다 잘한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 게임의 점수는 상대평가제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 간에 점수 경쟁을 하는 게임은 '게임이 언제 끝나는가'라는 기준으로 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어들 간에 점수 경쟁을 하는 게임들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게임이 언제 끝나는가'를 기준으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종료 시점이 정해져 있는 게임'과 '종료 조건이 정해져 있는 게임'으로 나누는 것이다. '종료 시점이 정해진 게임'은 일정한 라운드 동안 제한된 행동 횟수를 누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를 겨루는 반면, 종료 시점은 고정되어 있지 않되 '종료 조건이 정해진 게임'은 누가 더 빠르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종료 조건을 달성하는지가 게임의 핵심이 된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 <아그리콜라>, <테라 미스티카>, <버라지> 등을,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 <테라포밍 마스>, <레이스 포 더 갤럭시>, 그리고 이 <아크 노바>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테라포밍 마스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끼리 게임을 하는 경우, 심심치 않게 '대체 언제 게임이 끝나는가'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종료 시점이 정해진 게임'은 점수가 실력의 객관적 척도가 될 수 있지만(가령 당신이 <아그리콜라>에서 60점을 내본 적이 있다면 농사의 달인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종료 조건이 정해진 게임'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가령 <테라포밍 마스> 기본판에서 150점을 넘겼다면, 그 사람이 화성 개척의 달인인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 판을 같이 했던 사람들 모두가 게임에 익숙지 않은 초보여서 아무도 끝낼 타이밍을 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이 <아크 노바>에서는 시각적으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애초에 1등이 0점일 수도 있는 게임이 <아크 노바>이니 말이다.
템포란 무엇인가
그러므로 <아크 노바>를 잘하려면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고득점을 내는 것이 아니라 2등과 점수 차이를 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사실 압도적인 실력 차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모든 플레이어가 각자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면 결국 결과는 특별히 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수렴하여 큰 차이가 벌어지지 않게 마련이다. 여기서는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는 방법 자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대신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게임할 때 승부를 내는 법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 방법이란 바로 게임의 “템포”를 이해하는 것이다.
게임에서의 템포란 게임의 박자를 말한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템포는 일정하게 흘러가지 않으며, 국면에 따라 완급이 생긴다. 앞으로의 큰 이득을 위해 당장은 별 효과가 없는 수로 포석을 깔아 두는 쉬어가는 타이밍도 있고, 이런 포석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폭발적으로 뛰쳐나가는 타이밍도 있는 법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템포를 당겨 눈앞의 이득을 취할수록 장기적으로 얻는 총합은 줄고, 템포를 늦춰 큰 그림을 그릴수록 나중에 얻는 보상이 크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게임에서 승리를 거머쥐는 법은 원론적으로 말하면 아주 간단하다. 자신이 가장 앞서 있고 상대의 템포가 뒤처져 있는 순간에 게임을 끝내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아크 노바>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템포가 더 빠르다면 상대가 점수를 폭발시키기 직전에 게임을 끝내는 것이 정답이다. 반대로 상대의 템포가 더 빠르다면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상대가 언제 게임을 끝낼 수 있는지 주시하며 템포를 따라가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의 카드와 행동 카드열 상황을 끊임없이 주시하면서 상대의 템포를 가늠하고 자신과 비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간혹 <아크 노바>를 상호작용이 미미한 게임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은 결코 그렇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지금 게임이 끝나면 누가 이기는가?'를 가늠하기 위해 종료 시 추가 점수를 주는 후원자 카드들은 무엇이 깔려 있고, 조건은 얼마나 달성되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를 게을리하면 게임을 끝내 놓고서 정작 승리는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게 되는 수도 있다.
여기까지 템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제 템포 이득에 집중해 빠르게 게임을 끝내려는 전략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한다. 이름하여 '템포 방생 전략'이다. 이 전략이 꼭 높은 승률을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매력 점수 위주로 운영하는 것과는 색다른 방향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면서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카드 운이 좀 따르면 충분히 승리도 노려볼 만할 것이다. 또한 한 번쯤 시도해 보면 템포를 가늠하는 실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템포 방생 전략
일반적으로 힘들게 구매한 동물 카드를 게임 초반에 풀어주는(이를 가리켜 '방생'이라 칭함) 것은 그다지 권장되지 않는다. 동물로 번 매력 점수를 고스란히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력 점수를 반납하면 수입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점점 수입을 올려 가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방생에는 아주 큰 이점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알맞은 보호 프로젝트를 찾기만 하면 보호 점수를 손쉽게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우리가 다시 비워진다는 것이다. 매력 점수를 높이는 것은 수입을 높이기 위함이고, 수입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우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을 방생해서 우리가 다시 비워지면 우리를 새로 지을 필요가 없어지며, 그만큼 돈과 행동을 아낄 수 있다. 요컨대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지출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형 동물을 방생하면 단번에 보호 점수 5점에 명성은 덤으로 딸려 온다.
이러한 이점을 이용해 구매한 동물 카드 대부분을 빠르게 방생하며 보호 점수를 당기는 것이 바로 '템포 방생 전략'이다. 이 전략을 채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면, 게임이 길어질수록 다른 플레이어보다 적은 수입으로 인해 점차 불리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게임을 끝내야 한다. 목표는 보호 점수로 30~35점 정도를 달성해서 게임을 끝내는 것이고, 이를 위해 방생 2~4회를 포함해 프로젝트를 5~7장가량 달성하는 것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다음 3가지이다.
1) 우리를 최대한 빨리 비울 것
2) 가능한 한 가격에 비해 우리 크기가 큰 동물 카드를 살 것
3) 수입은 후원자 카드로 벌충할 것

아크 노바에 존재하는 방생과 관련된 프로젝트 카드들
이 게임에 방생과 관련된 프로젝트는 동물 종류별로 1장씩 총 10장이 존재한다. 이 중에서 1장 정도 손에 들고, 1장 정도가 카드 열에 깔려 있으면 이 전략을 사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시작한다고 할 수 있겠다. 손에 짝이 맞는 동물과 프로젝트가 있는 것이 가장 좋지만, 게임 준비 단계에서 손에 남길 카드를 정하는 것이 바닥에 깔린 카드를 공개하는 것보다 먼저이므로, 손에 맞는 짝이 없다면 어느 정도는 운에 기대야 하는 부분이다. 10장밖에 없으므로 게임 중에 방생 프로젝트가 카드 열에 나오면 버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버려질 것 같으면 당장 쓰지 못하더라도 확보해 두자.

단돈 13원으로 4칸 우리를 채울 수 있고, 부가 효과도 아주 뛰어난 사향소
첫 우리는 4칸 또는 5칸을 추천한다. 4칸 이상의 동물을 방생하면 단번에 보호 점수 5점을 얻어 보호 트랙 초반의 보너스 2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카드를 고를 때에는 가능한 한 우리 크기에 비해 가격이 싼 동물을 추천한다. 이런 동물들은 대개 매력 점수를 적게 주지만, 매력 점수는 어차피 방생할 때 반납할 것이니 상관이 없다. 아이콘 조건만 맞추면 의외로 10원대 초반으로 저렴한 가격의 대형 동물도 꽤 많이 있으니 잘 노려보자. 아이콘 조건은 자매 동물원과 후원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성하도록 한다.

템포 방생 전략에서는 다른 것보다 후원자를 먼저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추천한다.
정석적인 전략에서는 후원자 카드 업그레이드를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전략에서는 후원자를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 하거나 적어도 2번째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추천한다. 동물을 방생하여 모자라는 매력 점수와 아이콘을 후원자로 벌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을 거의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후원자 카드가 주는 타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도를 메워야 한다. 한 게임에 한두 번 정도는 휴식으로 수입을 얻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초반에 이런 후원자가 보이면 우선해서 확보하자.
보호 2에서 얻을 수 있는 보너스로는 카드 업그레이드보다 협회원을 얻는 것을 추천한다. 협회원은 다른 곳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카드 업그레이드는 여기서 하지 않으면 기회 한 번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부분이 카드 업그레이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나, 극초반에 2번째 협회원을 손에 넣는 것의 템포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한번 해 보면 어차피 쓰지 않을 카드의 업그레이드 기회 한 번을 버리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빠른 2 협회원으로 대학과 동물원을 동시에 확보하고, 3 협회원을 확보하면 휴식 라운드 한 번 동안 보호 프로젝트를 2장씩 달성하는 것을 노려보자.

보호 점수 2점 칸은 초반 전략 설계의 분수령이다.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카드는 동물과 건설이다. 동물은 동물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는 아주 좋은 동물 카드가 손에 들어오거나 혹은 소형 동물 위주로 게임을 진행하여(참고로 초반에 ‘유럽 대륙 전문가’ 후원자 카드를 손에 넣었다면 꼭 이 전략을 시도해 보자. 매우 강력하다) 동물 2장을 한꺼번에 놓을 기회가 많지 않은 한 일반적으로 업그레이드 순위가 가장 낮은 카드고, 이 빌드에서는 큰 동물 소수만 플레이할 것이므로 더욱더 필요성이 없다. 우리 건설 역시 많이 하지 않을 것이므로 건설 업그레이드를 과감히 포기하자. 특수 우리를 짓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건설 업그레이드 없이도 특수 우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하나는 동물 카드 ‘에뮤’이고 다른 하나는 5번 지도(공원 맛집)의 보너스이다.

에뮤의 과시 효과로 건설 업그레이드 없이도 대형 새장을 놓을 수 있다.
업그레이드하지 않아도 건설할 수 있는 특수 우리인 동물체험장을 지어 두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체험장 동물은 아이콘이 없어 방생할 수 없으며 작은 동물 관련 프로젝트(1장) 외에는 보호 점수 측면에서 도움이 안 되지만, 3장을 모으면 매력 점수를 18점이나 올려주므로 가격 대 성능비가 매우 뛰어나다. 단, 체험장 동물은 게임에 단 10장뿐이므로 빠르게 3장을 모으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다. 시작 카드 중에 1장 이상이 있을 때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게임을 끝낼 타이밍에 주의하라는 것이다. 이 전략을 택했다면 당연히 게임을 먼저 끝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했다면 굳이 점수 계산을 해 보지 않아도 이미 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크 노바>에서 점수 포텐셜이 가장 높은 행동은 협회에서 보호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며, 다른 행동인 건설, 동물 등은 이것을 위한 밑그림 과정이다. 경쟁 플레이어들이 협회에 들어갈 수 없는 차례에 게임을 끝내는 것이 템포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 점수가 좀 덜 나더라도 게임을 끝낼 수 있다면 바로 끝내는 것이 좋다. 처음에 말했듯, 이 게임은 상대평가이기에 절대적으로 높은 점수라는 것은 중요치 않다. 내 점수가 1점이든 30점이든 다른 플레이어보다 점수가 더 높다면 승리할 것이고, 4등이면서 30점을 낸 것이 1점으로 1등을 한 것보다 잘했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괜히 점수에 욕심내지 말고 승리할 수 있을 때 빨리 끝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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