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 갈릴레이: 깔끔하게 정제된 현대적 유로 게임 [전략 게임]

천체 관측으로 점수를 얻고, 이단심문관을 설득해 실점을 피하세요.

요약정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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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갈릴레이

#유로 게임

 

 

갈릴레오 갈릴레이

만 14세 이상 | 1~4명 | 60분

 

 

2024년 에센에서는 초대형 신인이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 신인 작가임에도 굵직한 게이머스 게임을 무려 3편이나 동시에 출시했기 때문인데, 이 게임들이 하나같이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했다. 이 화제의 주인공 토마스 홀렉 작가의 세 작품이 각각 ⟨SETI: 외계 지성체를 찾아서⟩, ⟨Tea Garden⟩, 그리고 ⟨갈릴레오 갈릴레이⟩이다.

 

 

 

고정 행동과 이동 행동의 조합을 파악하라

개인판의 절반에 해당하는 영역에 움직이는 망원경이 달려 있다. 자기 차례가 되면 망원경을 1칸부터 3칸까지 위로 올릴 수 있고, 도착한 칸에 해당하는 행동을 한다. 각 칸에는 고정 행동이 있고 이동 행동이 있어, 고정 행동과 이동 행동의 조합으로 자기 차례의 행동을 취한다. 이동 행동은 분리형 타일로 되어 있어 차례가 끝날 때 이미 사용한 행동을 이동 행동 열의 맨 아래 칸으로 내리게 되며, 추후 두 라운드 동안 그 행동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굉장히 지능적인 플레이어라면야 내 이번 차례의 행동 선택으로 고정 행동과 이동 행동의 조합이 어떻게 바뀔지를 일일이 계산해 낼 수도 있을 법하지만, 그보다는 그때그때 변경되는 조합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유연함을 시험하게 된다. 물론 큰 흐름을 읽기 어려울 정도로 크거나 복잡한 행동 조합 시스템은 아니기 때문에 작정하고 행동 조합을 의도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답답하지 않은 전개

행동의 선택에 제약이 따르고 조합이 제한적이라고 한다면 게임의 진행이 답답할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이걸 하려니까 A가 부족하고, 저걸 하려니까 B가 부족해서 막막해지는 경험을 유로 게임에서 종종 해보았을 것이다. 이 게임은 각 행동의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식량을 만들기 위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게 선행되어야 하는 게임이 아니기에, 좀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천체 관측에서 점수를 얻기 위해서 주사위 값을 올리고, 색상 조합을 갖춰야 한다는 정도가 다이다. 행동을 선택하기만 하면 별도 비용 없이 주사위를 얻거나, 주사위 값을 1 올리거나, 이단심문관을 옆으로 보낸다. 심지어 이동 행동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조차도 업그레이드 행동만 취하면 끝이다. 사분의 토큰을 써서 하는 자유 행동, 혜성 토큰의 사용 등 조금만 빌드업을 해 놓으면 시원시원하게 게임을 풀어갈 요소가 잘 갖춰져 있다.

 

어떤 행동을 선택하든 그에 맞춰 게임판에 변화를 불러러오게 된다. 그 변화는 대부분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며, 특정한 비용이나 선행 조건을 요구하는 수준도 다른 유로 게임에 비해 경미하다. 행동이 단순화되고 어떤 행동을 선택하든 뭔가를 (많게든 적게든) 얻는다는 점은, 고정 행동과 이동 행동의 예상하기기 어려운 조합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기반이 된다.

 

 

 

포인트샐러드인 듯, 아닌 듯

내가 무슨 행동을 선택하든 무언가 보상을 얻거나 작든 크든 점수를 얻는 방식을 포인트 샐러드라고 부른다. 이 게임도 그런 느낌을 주기는 한다. 곳곳에 깔린 다양한 기호, 단순화되고 자유도가 높은 행동 선택지 등도 포인트샐러드답다. 그러나 결정적인 점수는 천체 관측에 집중되어 있다. 별자리를 관측하든지 주요 연구 대상을 관측하는 것이 핵심 득점 요소이다. 그래서 여느 포인트샐러드 게임에 비해 플레이어가 궁극적으로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가 비교적 명확하게 보이며, 누가 어떻게 점수를 내고 있는지도 눈에 잘 들어온다.

 

영리하게 디자인된 게임 영역도 훌륭하다. 일꾼을 놓지 않고 행동을 선택만 하면 파생 효과를 처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기 개인판의 망원경 영역에 집중한 상태로 전체적인 상황을 둘러보며 다음 수를 계산하는 흐름이 깔끔하다. 이 정도 볼륨의 게이머스 게임에서 드물다고 할 정도로 게임판을 관찰하기가 편하다.

 

 

 

장기적인 전략을 책임지는 이단심문관

게임이 그저 자유로워서 늘어질 수 있는 부분을 잡아주는 요소가 이단심문관이다. 운용하기에 따라 점수를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 요소가 이 이단심문관이다. 게임이 끝날 때 종교재판소 트랙 위치에 따른 점수를 얻으려면 이단심문관을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이단심문관 설득을 어느 타이밍에 할 것인지, ‘얼마나’ 할 것인지 등을 잘 계산해야 한다. 감점 부담이 있는 행동 선택에 따른 긴장감 조성, 득점 가능성을 열어내는 순간의 쾌감 등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전략성과 테마, 두 마리 토끼 잡기

선택하는 행동은 간단하지만 각 행동이 콤보를 이루어 방대한 이득을 얻어내는 방식은 최근 유로 게임 디자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 게임도 이 부분이 잘 디자인되어 있어, 행동의 선택으로 받는 보상의 연계를 잘 조직하게끔 유도한다.

 

연계의 쾌감에만 무게가 잡힌다면 유로 게임에 테마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유로 게임과 테마는 별개가 아니다. 천체 관측에 득점 요소가 몰려 있는 것도, 대학 강의나 집필 등 외부 활동이 많아질수록 이단심문관이 찾아오는 것도 개인의 단순 반복적 행위에 의미를 부여해 몰입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다. 행동을 일렬로 나열하고 단순하게 선택하지 않고 굳이 개인판에서 망원경을 위로 들어 올리게 만드는 것도 세심한 관찰과 표현력을 보여준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엄청나게 새로운 요소가 담긴 게임이라기보다는 오늘날 유로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을 정제해 완성시킨 수작이다. 이 정도의 유로 게임이 단 1시간이면 끝나 리플레이성도 훌륭하니, 여러 번의 플레이로 게임에 익숙해져 흐름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글: 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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