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뿌리 천사와 악마 마피아 게임

만 8세 이상 | 4~16명 | 5분

‘마피아 게임’은 들으면 누구나 다 알 만큼 유명한 소셜 게임이다. 사람들 중 소수의 일부가 정체를 숨긴 마피아이다. 매일 밤이면 마피아들이 한 사람을 지목해 사망하게 만든다. 낮이면 사람들이 마피아로 의심되는 사람을 지목해 정체를 공개하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이 게임에서 탈락하다가, 마피아를 모두 처단하면 시민의 승리, 마피아의 수와 시민의 수가 똑같아지면 마피아가 승리한다. 

마피아 게임은 (대표적으로) 마을 주민과 늑대인간의 구도로 변형되어 보드게임으로도 다양하게 출시되었다. ⟨타불라의 늑대⟩나 ⟨밀러스 할로우의 늑대인간⟩과 같은 게임에서는 다양한 특수 능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포함되어 게임으로서의 다채로운 상황이 많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주민과 늑대인간 구도가 아니라 천사와 악마라는 색다른 대립 구도의 마피아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파뿌리 천사와 악마 마피아 게임⟩이다.

더 단순하게, 더 깔끔하게

천사들 속에 악마가 섞여 있다. 천사는 모든 악마를 사망하게 만들어야 한다. 악마는 사망하지 않은 천사와 악마의 수가 같아지면 승리한다. 기본적인 승리 조건은 일반적인 마피아 게임이다. 그런데 진행 방식은 의외로 크게 다르다. ⟨타불라의 늑대⟩보다도 훨씬 변형된 형태인데, 오히려 진행이 쉬워졌다.

매 차례, 한 사람이 천사장이 된다. 그 사람은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사실 듣지 않아도 된다) 아무나 한 사람을 지목한다. 지목당한 사람은 황천길 카드를 뽑고 그 지시에 따르는데, 이에 따라 사망할 수도 있고 생존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의 승리 조건이 달성될 때까지 이것을 계속 진행하면 된다.

밤 시간이 없으니 모두가 눈을 감지 않아도 된다. 실수로 눈을 뜬다거나 옆 사람이 내는 옷 소리 등으로 들키는 일도 없다. 투표가 없어 흐름이 빠르고, 말을 잘 하지 않아도 게임에 참여도가 생긴다. 여러모로 마피아 게임의 단점을 상당수 보완하고 깔끔하게 진행된다.

황천길 카드로 흥미진진한 전개

황천길 카드는 지목당한 사람의 생사만을 가리지 않는다. 사망하는 경우에도 생존하는 경우에도 발동되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 사망시시 발동되는 효과는 ⟨밀러스 할로우의 늑대인간⟩이나 ⟨타불라의 늑대⟩에서 등장하는 역할 카드의 역할을 한다. 각자의 역할 카드를 잘 이해해야 매끄럽게 진행되던 기존 유사 게임들의 또 다른 단점이 보완된 것이다.

생존한 경우에도 특수한 효과가 붙었다. 그런데 앞으로 말할 때 “예스”라고만 말해야 한다든지, 속담만 말해야 한다든지, 외국어로만 말해야 한다든지 등으로 플레이어가 이상한 행동을 하게 지시하는 효과가 생겼다. 그래서 황천길 카드가 공개될수록 게임이 점점 광란의 분위기로 흘러간다. 말을 잘하거나 목소리 큰 사람이 게임의 흐름을 만들어 가던 마피아 게임과 또 다른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비밀 임무 카드로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자

기존 게임도 충분히 포복절도할 만하지만, 게임에 많이 익숙해졌다면 좀 더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해 줄 비밀 임무 카드를 사용해 보자. 여러 번 게임을 진행해서 점수를 모아 가장 높은 점수를 낸 사람이 승리하는 경쟁 게임으로 바뀐다. 매 게임이 끝날 때면 승리한 팀원은 1점을 얻고, 자기 비밀 임무를 달성한 사람은 그에 따른 점수를 또 얻는다. 그래서 게임을 빨리 끝내려는 사람도 길게 가져가려는 사람도 나오고, 일부러 어그로를 끌어 죽으려고 덤비는 사람부터 특정인의 사망을 유도하는 또 다른 사람까지 각양각색의 상황이 펼쳐진다.

도무지 질릴 수가 없을 것 같은 이 이색적인 마피아 게임은 ⟨아브라카… 왓?⟩의 디자이너 김건희 작가, ⟨김밥 요리사⟩의 디자이너 고태윤 작가,⟨셜록 13⟩의 황소망 작가가 함께 만든 게임이다. 프랑스 보드게임 상인 황금의 에이스 상 2025년 모든 대중 게임 부문 선정작인 ⟨오딘⟩을 디자인한 작가들이기도 하다. 훌륭한 국내 보드게임 작가들의 솜씨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세상에서 가장 정신없이 웃긴 마피아 게임을 즐길 준비를 하자.

글: 신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