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스트레이션 파티팩

만 8세 이상 | 4~12명 | 20분

보드게임을 피하는 사람 중에는 “아유, 난 게임 같은 거 할 줄 몰라~”라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게임에서는 어떤 복잡한 규칙이 있어서 그걸 다 익히거나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규칙조차 없어 그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도 있다. 그중 하나가 ⟨텔레스트레이션⟩이다. 재미 그 자체로 굉장히 유명해진 이 게임을 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무려 12명까지 즐길 수 있는 ⟨텔레스트레이션 파티팩⟩이다.

그림을 그리고, 답을 맞히면 끝

모두가 스케치북을 하나씩 받고, 자기가 그려야 하는 단어를 확인한다. 스케치북을 한 장 넘겨 단어를 그림으로 그려낸다. 모래시계가 다 되면, 그림이 완성되었든 아니든 옆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 스케치북을 받은 사람들은 그림을 잘 본 뒤 스케치북을 한 장 넘겨 그 그림이 무엇을 그린 것인지 답을 추측해 적는다. 그다음 사람은 받은 스케치북에 적힌 단어를 그림으로 그린다.

이렇게 해서 모두가 자기 스케치북을 다시 받게 되기까지 그리기-단어 추측-그리기-단어 추측을 반복한다.

점수는 이렇게

점수 규칙에는 즐거운 규칙과 경쟁 규칙이 있다. 즐거운 규칙을 적용하면, 자기 스케치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린 사람과 가장 마음에 드는 답을 쓴 사람에게 1점을 주고, 마지막 답이 첫 답과 같다면 자기가 1점을 받는다. 즉, 점수에 주관이 많이 개입되며, 특이한 해석과 표현이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올라간다.

반면 경쟁 규칙에서는 앞에 나온 답과 같은 답을 적은 사람은 1점, 그 답을 적도록 그린 사람도 1점, 마지막 답이 첫 답과 같다면 자기가 1점을 받는다. 이 규칙에서는 정답이 정확하게 전달되게끔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점수보다 재미 그 자체

다른 사람의 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을 받으면, “이건 뭘 그린 거지?” 이상으로 “어떤 단어를 이렇게 표현한 거지?”에 의문점을 갖게 된다. 단어가 적힌 스케치북을 받으면, “이건 어떻게 그려야 시간 안에 제대로 표현이 될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 과정을 모두가 겪고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라운드가 끝나고 나서 스케치북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면 어떤 포인트를 잡아서 그렸는지, 그림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 기발함 또는 기상천외함이 놀랍고도 웃겨서, 점수를 매길 생각은 멀리 사라지고 “한 게임 더!”를 외치게 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즐기자

⟨텔레스트레이션⟩에서는 모두가 동시에 그림을 그리거나 정답을 쓰고 옆 사람에게 넘겨준다. 즉, 동시 행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원수가 몇 명이 되든 게임 시간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 한 사람 늘어날 때마다 스케치북을 한 번 더 넘기는 정도씩만 늘어나는 것뿐이다. 원래도 ⟨텔레스트레이션⟩은 8명까지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고, 이 인원수는 어지간한 보드게임에서는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다.

⟨텔레스트레이션 파티팩⟩은 그보다 더 많은 인원인 12명까지도 즐길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상황에도 편하게 즐기게 된 것이다. 문제 카드는 200장이 들어 있는데, 이 중 100장은 ⟨텔레스트레이션⟩에 있던 문제 카드와 동일한 카드이다. 즉 100장의 카드가 추가로 들어 있다.

못 그리면 더 즐거워

⟨텔레스트레이션⟩의 미덕으로 손꼽히는 또 한 가지 장점은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예상을 벗어난 전개가 웃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그림을 잘 그리고 그래서 답을 잘 맞힌 스케치북을 볼 때는 “오, 잘했네” 정도 반응에서 그치고 만다. 그렇지만, 대상의 핵심을 잘 포착해 그리더라도 그림 실력이 나쁘면 엉뚱한 해석의 여지가 높아지고, 더 재미있는 게임이 된다.

그러니 누가 “아, 난 그림 못 그려”라고 말해도 일단 해 보라고 할 만한 게임이다. 머리 아픈 규칙도 없고, 잘 하지 않아도 모두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무려 12명까지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아직 접해 보지 못했다면 필구, ⟨텔레스트레이션⟩이 있더라도 사도 후회 없을 명작이다.

글: 신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