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파이트: 1917

만 14세 이상 | 2명 | 30분

2024 코리아보드게임즈 보드게임 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된 ⟨도그파이트: 1917⟩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었다. "도그파이트(Dogfight)"는 마치 개싸움처럼 얽히고설킨, 전투기 간의 근접 공중전을 뜻한다. 그 이름처럼, 이 게임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하늘 위 전투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격렬한 액션이 펼쳐지는 하늘로 날아올라 보자.

후방을 잡아 공격한다

육각형 그리드로 된 게임판에서, 전투기를 기준으로 앞의 3칸이 전방, 뒤의 3칸이 후방이다. 자기 전투기의 정면 1칸 또는 2칸 앞에 상대의 전투기가 후방을 보이면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공격 시에는 주사위 2개를 굴리며, 1칸 거리일 때는 4 이상, 2칸 거리일 때는 5 이상 나온 주사위 하나마다 정조준이 된다. 상대는 회피 카드를 사용하거나 회피 특수 행동을 통해 회피를 시도할 수 있으며, 회피하지 못하면 피해를 받아야 한다.

카드 더미를 활용하는 참신한 방식

피해를 받을 경우 자기 비행 카드 더미의 카드를 피해 카드 더미로 옮겨 표시한다. 비행 카드 더미의 카드가 내 차례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내 전술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차례마다 비행 카드 더미의 카드를 1장씩 뽑게 되어 있으므로 전투가 길어질수록 내구도가 소모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비행 카드 더미가 다 떨어지면 게임에서 패배하게 되니,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긴장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동과 선회가 핵심

여섯 방향의 그리드에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전투기의 각도를 트는 선회를 처리하는 것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비로소 게임의 깊은 맛이 느껴진다. 어떻게 기체를 움직여 상대의 후방을 노릴지, 전·후방을 모두 노릴 수 있는 특수 공격을 언제 활용할지, 그리고 다음 상대의 차례를 고려해 어떤 방향으로 기체를 배치할지 등, 이러한 선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산하는 과정이 이 게임의 큰 즐거움이다.

그리고 미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움직여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는 순간의 박진감과 극적인 반전이 ⟨탑건⟩과 같은 영화 속 공중전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희열을 준다.

리플레이성도 상당해

멋지게 조형된 전투기가 총 4대 들어 있고, 각 전투기에 해당하는 비행 카드도 각각 1벌씩 들어 있다. 전투기마다 특수 행동과 카드 효과가 달라 각각 서로 다른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게다가 4장 들어 있는 파일럿 카드 역시 각각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전투기와 파일럿을 어떻게 결합하는가에 따라 색다르게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역사 속 조종사의 구현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최고의 에이스로 ‘붉은 남작’이라 불리던 격추왕 만프레드 폰 리히트호펜, 54대의 전투기를 격추한 캐나다 공군 에이스 도널드 로더릭 맥라렌, 보병 출신으로 파일럿 훈련까지 받은 뒤 용맹함과 조종술에 있어 최고라 평가받았던 독일 조종사 에리히 뢰벤하르트, 독일의 붉은 남작과 견줄 프랑스의 조종사로 손꼽히며 놀라운 사격 실력을 자랑한 르네 퐁크. 이들의 역량까지 재현하고자 한 노력이 게임에 잘 녹아 있다.

다양한 변형 규칙

기본적으로는 2명 게임이기는 하지만, 어느정도 게임에 익숙해진 후에는 최대 4명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변형 규칙도 준비되어 있다. 혼자 살아남으면 되는 배틀 로열, 2대2로 진행되는 편대전과, 그와 유사한데 리더를 노리는 형태로 살짝 변형된 대장전 등으로 색다른 게임 양상을 즐길 수도 있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훌륭한 밸런스가 뛰어난 게임으로, 과연 공모전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인정할 만한 작품이 뛰어난 그래픽 디자인과 실물 재질로 만들어졌다. 규칙서를 처음 읽을 때는 좀 어려울 수 있지만 게임을 시험 삼아 해 보면 금방 익힐 수 있다. 규칙서 14쪽부터 수록되어 있는 ‘파일럿 카드 효과’와 ‘전투기 특수 행동 및 비행 카드 효과’ 부분을 참고하면 게임 도중 발생하는 애매한 상황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에이스 파일럿들의 위대한 싸움을 생생하게 즐겨 보자.

글: 신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