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이 게임을 만든 이유
저희가 이 게임을 만든 이유
작가 일지 1편 - 매트와 저는 '기후 위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시급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질문을 해보셨나요?
<데이브레이크>는 기후 변화를 저지하는 것을 테마로 한 협력 보드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기후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지닌 사회를 이루고, 세계가 탈탄소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 근미래를 다루며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합니다.
마테오: 매트와 저는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 2020년 상반기부터 이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3월 중순 쯤, 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팬데믹에 대한 블로그 글을 작성하는 중에 제가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저는 매트 리콕 작가가 뉴욕타임즈에 쓴 <팬데믹> 게임에 대한 기고문을 발견했죠. 당시 저는 개인적으로 매트를 알지 못했지만, 그의 기고문을 읽고 우리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트위터(현재 x.com)를 통해 연락했죠.
저는 매트가 답글을 남긴 것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매트 리콕 (@mleacock)
정말 사려 깊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 당신의 작업과 글을 살펴보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현재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협력 게임을 연구 중입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주제에 대해 대화 나누고 싶습니다.
왜 기후 위기인가?
2019년 9월 기후 파업은 대중에게 기후 위기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시급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매트는 첫 통화에서 제게 기후 게임을 설계하는 데에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구상해봤지만, 기후 위기의 규모와 복잡성에 압도되어 공포와 희망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저도 이 감정에 공감했습니다. 저 또한 몇 년간 기후 관련 서적을 읽으며 고민했지만, 아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기후 변화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마치 기후 행동이 혼자서 거대한 적과 싸우는 1인용 게임인 것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그런데, 2020년 4월 메리 안나이즈 헤글러 씨는 이런 글을 남겼죠.
"네, 당신 혼자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참여 없이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더 큰 진실입니다. 이는 팀 스포츠입니다. [...]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세요. 그리고 최선을 다하세요."
그래서 저희는 팀을 이루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며 이 기후 위기에 대한 게임을 함께 만들기로 했습니다.
설계 목표
저희는 협업을 시작하며, 함께 설계할 게임에 대해 다음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1. 체계적인 해결책을 다룰 것
2. 현실적이지만 '교육적'이지 않을 것
3. 개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협력이 이뤄질 것
4. 사람들이 힘을 느낄 수 있게 할 것
이제 각 목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기후 위기에 대한 체계적이고 높은 영향력을 가진 해결책을 탐구하는 게임
저희는 기후 행동이 생활 양식 선택의 문제로 선전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육식을 줄여라'라던가 '항공기 이용을 줄여라', '아이를 갖지 마라?'와 같은 메시지들말이죠.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에 대해 단순히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게임은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실 '개인 탄소발자국'이라는 개념은 석유 회사 BP가 '석유를 넘어(beyond petroleum)'라는 미디어 캠페인의 일환으로 대중화시킨 것입니다. 이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을 화석 연료 산업체가 아닌 소비자인 일반 대중에게 전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죠. 따라서 기후 행동을 개인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적의 전략에 놀아나는 일입니다.
대신, 저희는 이 게임이 기후 위기가 전 지구적인 문제임을 명시하고, 플레이어들이 집단적 행동과 체계적 해결책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서로 동의했습니다.
2. 현실적이지만 '교육적'이지만은 않은 경험
그렇다면 플레이어들이 해결하려고 하는 전 지구적인 문제란 것이 정확히 무엇일까요?
기후 변화는 열을 가두는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축적되면서 발생합니다. 이런 온실가스를 대표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은 주로 화석 연료를 태우면서 배출되며, 대기를 온실과 같은 환경으로 바꿉니다. 이는 전 세계의 기온을 상승시키고 기후를 더 극단적이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은 지구에 사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특히 그러한 배출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글로벌 사우스의 공동체에 큰 피해를 줍니다.
지구 온난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배기가스이며, 근본 원인은 채굴과 개발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경제입니다. 이러한 경제 구조는 방대한 배기가스를 만들어내고, 지구상의 생명체가 의존하는 섬세한 자연의 균형을 깨뜨립니다.
저희는 이 게임을 현실 세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드게임이 정확한 과학적 모델의 복잡성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플레이어들이 게임판 위에 쌓이는 배기가스와 그 여파를 직감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 게임이 설교처럼 느껴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교육적 목적을 가진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가르치려 합니다. 물론 모든 게임은 규칙과 보상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르침과 설교는 다르죠.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는 플레이어들이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즐기고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초콜릿을 입힌 브로콜리'같은 것이 아니라요.
3. 개개인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모두가 협력하는 게임
저희는 강력한 경제적(따라서 정치적) 이익 집단이 체계적인 변화를 반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누군가가 화석 연료 산업을 대표하는 게임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트와 저는 다른 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사람들이 지도자들에게 기후 위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압박을 가했다면? 그들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한다면(현재의 지도자들이 단지 그렇게 하는 척만 하는 것과 달리)?'
기후 변화 문제는 정치적 논의에서 너무 오랫동안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실제로 위기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연합 세력이 권력을 잡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을 겁니다. 아마도 이 게임이 플레이어들에게 앞으로 직면할 도전 과제를 탐구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는 모든 플레이어 간의 완전한 협력을 의미합니다. 배신자도 없고, 지배자도 없으며, 혼자만 승리하는 일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현재의 기후 행동 상태에서 큰 도약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비현실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 정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수 년 후에는 상식이 될 수 있고, 저희는 이 게임이 그러한 변화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기 바랍니다.
완전한 협력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알파 플레이어(역자 주: 협력 게임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통제하려는 플레이어)’ 한 명이 게임 전체를 장악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할지 지시하는 상황 말입니다. 이것을 그저 그 사람의 성격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그런 사람에게 독재자처럼 행동하는 걸 멈추라고 말하세요'). 하지만 저희가 규칙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이런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을 더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매트와 저는 플레이어마다 고유한 능력을 가지며, 각자에게 더 큰 문제의 일부를 맡기는 시험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플레이어를 통제하려는 유혹을 느끼거나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게 했습니다.
4. 플레이어들이 힘을 느낄 수 있도록
이 게임을 하면서, 플레이어들은 각자 독특하고, 강력하며, 전문화된 기여를 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성공했든 아니든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끝난 후에도 기후 과학과 실제 세계의 해결책을 탐구할 기회를 가졌다는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온난화를 되돌리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도전 과제라는 것을 배우게 되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이를 위해 결단력 있는 행동을 할 지도자를 선택할 영감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설계 목표는 우리의 나침반 역할을 했으며, 방향을 설정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복잡한 상황에 빠질 때마다 돌아가 확인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점검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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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데이브레이크 작가 일지 1편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게임판의 발전 과정, 위기 카드, 지구의 티핑 포인트에 초점을 맞춰 지구 온난화와 그 영향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모델링했는지를 설명합니다.
글 마테오 메나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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