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규칙으로 레고 궁전을 쌓아 올리자
보드게임 규칙으로 레고 궁전을 쌓아 올리자
만 10세 이상 | 2~4명 | 45분
어린이들은 레고® 브릭를 좋아한다. 단순한 모양과 색깔의 레고 브릭을 결합해 멋지고 화려한 자동차나 건물을 만들어 내며 성취감을 얻는다. 레고 브릭을 결합해 모양을 만드는 원리를 파악하고 나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상해 가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레고 브릭을 통해 무언가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 게임이 된다면 그것 역시 재미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게임이 <원숭이와 코코넛 궁전>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궁전을 짓게 된다. 그러나 그 궁전의 모양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어떤 레고 제품을 구매하든 그 안에 든 브릭으로 만들어낼 최종 형태가 패키지 전면에 큼직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원숭이와 코코넛 궁전> 박스에 그려진 궁전의 모습은 완성형도 아닐 뿐만 아니라, 이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궁전 모양 중 하나에 불과하다.
번갈아 가며 자신의 건설 브릭을 궁전에 연결하면 거대한 궁전이 만들어진다.
게임에 든 레고 브릭은 총 6가지인데, 이중 서로 겹쳐 올려 궁전을 구성할 브릭은 4가지 색상의 아치와 벽돌과 기둥, 2가지 색상의 대나무 이파리 장식 브릭, 그리고 금색 브릭이다.
각자 자기 차례가 되면 자신이 가진 브릭들로 성의 일부분을 계단식으로 쌓아 올린다. 이때 사용한 아치 브릭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원숭이들이 더 크게 기뻐한다.
아치 개수만큼의 원숭이 만족도로 적절한 원숭이 카드를 가져오는데, 원숭이 카드에는 그 카드를 가져올 때 한 번 얻는 브릭과, 매 차례마다 얻는 브릭이 나와 있다.
원숭이 카드 뒷면에는 매 차례가 끝날 때 이 카드로 얻는 브릭이 표시되어 있다. 카드가 늘어날수록 얻는 레고 브릭 개수도 늘어나고, 궁전을 더 높이 짓게 된다.
원숭이 카드는 원숭이 만족도가 높을수록 더 좋은 브릭이나 더 많은 브릭을 제공하고, 카드의 바나나 점수도 대체로 더 높다. 최종 승자를 가리는 점수는 이 바나나 점수의 합산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궁전을 이전보다 더 높이 쌓아 올리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즉, 자기 브릭을 써서 궁전을 쌓아 올리고, 그 점수로 자기 브릭을 더 많이 얻고, 더 높이 쌓아 올려 더 높은 점수를 얻고, 보상이 더 후한 카드를 얻는 과정의 반복이다.
비용이 같은 원숭이 카드라도 각 카드가 주는 브릭이 다르다. 그리고 각 카드를 비용별로 각각의 더미로 만들어 쌓아 두었다. 그러므로, 자신이 노리던 카드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가 버리면 아예 다른 카드가 나올 수 있고, 카드의 브릭 조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이 가져가길 기다려볼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얻어온 카드들로 매 차례 브릭을 어떤 조합으로 얼마나 얻을지를 계산하며 자신만의 브릭 획득량을 갖춰가는 것이 보드게임다운 매력을 흠씬 풍긴다.
원숭이가 놓인 스터드로는 계단을 쌓을 수 없다. 궁전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덤이다.
레고 브릭을 다른 브릭의 스터드에 끼울 때 브릭이 빨려 들어가듯이 쏙 결합되는 손맛이 아주 좋다. 그러면서도 공간지각력을 동원해 가며 머리를 꽤 써야 한다.
반드시 게임판의 빈 스터드에서부터 시작해서 계단식으로 쌓아 올려야 하고, 아치 브릭은 수평이 되게끔 끼워야 하고, 계단이 반드시 위로 올라가게끔만 쌓아야 한다.
벽돌 브릭이나 기둥 브릭은 높이를 맞추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규칙서를 보면 더 많은 조건이 나와 있어서 일견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 해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해 금방 만들어낼 수 있다.
계단 쌓기를 마칠 때면 그 끝에 장식을 하나 놓게 된다. 자신이 놓은 장식의 위치가 지금껏 궁전에 놓인 그 색깔의 다른 어떤 장식보다도 높은 지점이라면 원숭이 만족도를 아치 브릭 개수 +1만큼 얻는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한 칸이라도 더 높이 궁전을 쌓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떨 때는 건설 브릭이 모자라서 쉬어가는 느낌으로 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차례마다 더 높이 쌓기 도전을 해서 달성하는 쾌감도 크다. 누군가가 쌓아 올린 계단에 기대야만 자신의 계단을 더 놓이 쌓아 올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번 상대의 기록을 깨며 공격을 주고받는 듯한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다.
아치가 기둥 받침이 되고, 벽 중간에서 아치가 튀어나오는 등의 구조가 독특하게 엇갈리며 궁전이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 장식 브릭 위에도 다른 브릭을 끼울 수 있는데, 이 장식 브릭은 건설 브릭과는 모양이 아예 다른 원형으로 되어 있다 보니, 장식 브릭 위에 올라간 브릭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만 같은 착시를 준다.
그래서, 코코넛 궁전이 완성되고 나면 마치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1961년도 작품 “폭포”를 입체로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물론 코코넛 궁전은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가능한 모양이지만 말이다.
기하학적으로 불가능한 모양을 그린 에셔의 “폭포”.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레고 브릭으로 보드게임을 즐긴다고 하면 레고 브릭으로 무언가를 완성해 놓고 장난감 놀이를 하듯 어떤 게임을 즐기는 걸 연상할 법하지만, 이 게임은 레고 브릭을 결합하는 과정에 게임의 논리를 부여해 큰 궁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드게임으로 멋지게 만들어냈다.
승자가 있는 경쟁 게임이지만, 끝나고 보면 다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낸 궁전이다. 심지어 분해하고 새로 만들 때마다 또 다른 모양의 궁전이 만들어진다. 카드를 모아 원하는 엔진을 만들어서 건설 브릭을 생산하고 점수를 내는 과정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보드게임의 매력을 그대로 담았다.
브릭을 열심히 모아 웅장한 궁전을 높이, 더 높이 올리는 재미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푹 빠져들 것이다.
글: 신성현
슈필 2024 행사장에서 선보였다는 초대형 레고® 코코넛 궁전. 게임 1개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스케일이지만,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미지 출처: 보드게임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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