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 2종

협력의 매력을 살린 제대로 된 모험 게임

2024-12-06
711

 

 

협력의 매력을 살린 제대로 된 모험 게임

 

만 14세 이상 | 1~4명 | 장당 90분씩 총 270분

 

 

 

디지털 게임의 장르 중에서 ‘어드벤처’가 있다. 보통 디지털 게임은 게이머의 컨트롤 실력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만드는 요소가 강한데, 이 장르는 컨트롤이 필요한 부분은 거의 없고 오로지 이야기 전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퍼즐과 대화가 주를 이루고 전투 등 조작의 맛을 느낄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선호층이 넓지는 않다. 하지만 여러 장소에서 실마리를 얻고 그것들을 조합해 나가며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열어 나가는 방식이 게이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에 있어서는 다른 장르의 게임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이런 어드벤처 게임이 지금보다 더 유행했던 시기에는 게임에서 다양한 오브젝트의 상호작용을 다 구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장르가 더 힘을 받을 수 있었다. 액션 게임에서 문을 여는 방식이 문을 부수는 것뿐이었다면,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열쇠를 찾아서 열어야 하며 그 열쇠 위치를 찾아낼 다른 단서를 또 어딘가에서 얻는 식으로 전개된다.

 

 

 

캐릭터, 방과 장소, 각종 모험 카드를 준비해 놓고 본격적인 모험으로 뛰어들자.

 

 

 

이번 ⟨어드벤처⟩는 제목부터가 이 장르의 게임이라는 점을 강렬하게 표방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모험 보드게임과 비교해 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실마리를 얻고, 그 실마리끼리 적당히 조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요소가 열리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방 탈출 보드게임과 성격이 상당히 비슷하다.

 

 

 

⟨어드벤처⟩ 시리즈의 고유한 특징은 캐릭터에 있다. 게임은 1명부터 4명까지가 각자 자기 캐릭터를 선택해서 진행하며, 각자 차례가 되면 돌아가며 자기 캐릭터를 특정 장소로 움직여 그곳에서 무언가를 한다.

 

그래서 어드벤처 장르 디지털 게임에서 캐릭터를 움직여 하는 모험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자기 캐릭터가 실제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방 카드 위의 캐릭터로 표현되고, 누군가가 이 방에 있을 때 다른 누군가는 저 방에 있어서 각자 정보를 얻고 그것을 공유하다 보니 협력과 모험의 매력이 잘 살아 있다. 

 

 

 

각자 자기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캐릭터를 이동시켜서 장소를 확인하고 실마리를 얻는 느낌이 생생하다.

 

 

 

각 실마리별로 제공되는 이야기도 매우 풍성하다. 일정한 조합에 따라 해당하는 번호의 모험 내용을 모험 책에서 찾아서 읽게 되는데, 모험책이 무려 60쪽 분량이다. 

 

한 게임이 3개 장으로 구성되고 각 장의 플레이 시간이 90분 내외인 만큼, 모든 이야기를 다 즐기려고 샅샅이 살펴본다면 3시간은 훌쩍 넘어간다. 방대한 읽을거리, 단서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가는 맛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매우 훌륭한 게임이다.

 

 

 

이야기를 온전히 즐기게 하기 위해, 이 게임에서는 이동에 따르는 제약은 없다. 규칙서에 이동 관련 규칙이 다소 길고 장황하게 나와 있긴 하지만, 간단하게 줄이자면 “원하는 어느 장소로든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가 핵심이다.

 

⟨어드벤처: 모노크롬 주식회사⟩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의 층을 이동하는 규칙이 있다. 일반 이동 규칙을 핵심으로만 생각하면 엘리베이터를 타는 과정을 묘사할 필요도 없이 내가 있는 장소에서 다른 어느 장소로든 한 번에 말을 옮기면 그만이지만, 가능한 한 자기 말을 움직여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올라타고, 내렸다가 다른 엘리베이터로 가서, 다시 타고 이동하는 과정을 구현하며 즐기길 추천한다. 그렇게 하면 캐릭터의 모험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소에는 번호가 붙어 있다. 방 카드에 관련된 내용을 읽으면 각 번호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 수 있다. 각 장소 번호에 해당하는 내용을 읽으면 새로운 실마리를 얻거나 모험 카드를 받기도 한다.

 

 

 

이 게임은 이렇듯 디지털 게임 장르인 어드벤처 게임 장르를 가장 보드게임답게 옮긴 형태에 가깝다. 그것도 여럿이서 함께 모험하는 분위기가 나도록 잘 디자인했다.

 

같은 장소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아날로그로 구현하는 방법도 영리하다.

 

⟨어드벤처: 공포의 지하 감옥⟩은 감옥 탈출이라는 전형적인 방 탈출의 느낌으로 전개되며, 판타지적 요소가 조금 더 강하다. 반면 ⟨어드벤처: 모노크롬 주식회사⟩는 제약회사에 침투해 그곳의 비밀을 밝혀내는 스릴러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단계별로 해 볼 생각이라면 ⟨어드벤처: 공포의 지하 감옥⟩을 먼저 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드벤처: 모노크롬 주식회사⟩가 조금 더 규칙이 많고 제약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덕분에 이 게임이 스토리만 바꿔 낸 정도 이상으로 색다른 게임처럼 느껴지게 한다.

 

 

 

⟨EXIT⟩ 시리즈와 똑같은 상자 크기에 무게도 비슷해서 가벼우면서도 ⟨EXIT⟩와는 다른 느낌을 잘 냈다. 또한 훼손하는 구성물이 없고 여러 엔딩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어드벤처 게임을 할 때 종종 그러듯 시간을 좀 두고 재도전하면서 새로운 엔딩으로 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 신성현

    댓글 (총 0 건)

    12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