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헷갈리는 샐러드를 만들어 봅시다
세상에서 가장 헷갈리는 샐러드를
만들어 봅시다
만 6세 이상 | 2~6명 | 15분
바퀴벌레가 혐오 곤충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하는 것도 꺼려지는 이 곤충을 내세워 게임을 즐기는 작가가 있다.
그는 바로 자크 자이멧 작가로, 최고 히트작인 ⟨바퀴벌레 포커⟩ 외에도 ⟨바퀴벌레 샐러드⟩, ⟨바퀴벌레 댄스⟩, ⟨바퀴벌레 수프⟩, ⟨바퀴벌레 대결⟩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메뚜기 포커⟩나 ⟨타란튤라 텡고⟩와 같은 벌레 시리즈를 내었으니 작가의 곤충 사랑이 각별하다.
이번에 한국어판으로 출시되는 ⟨바퀴벌레 샐러드⟩는 ⟨바퀴벌레 포커⟩를 처음 선보인 뒤로 3년이 지난 2007년에 처음 출시해, 이듬해 독일 올해의 게임상 추천작에 올랐다.
각자 카드를 나눠받고 시작한다. 가장 먼저 카드 더미를 비우는 사람이 승리한다.
각자 카드 더미를 한 뭉치 받고 시작하며, 카드 더미를 비우면 이긴다. 돌아가면서 카드를 1장씩 내고 그 카드에 따라 대응하는데, 부적절한 대응을 하면 지금까지 나온 카드를 모두 가져와 자기 카드 더미 맨 아래에 넣어야 한다.
이와 같은 방식은 ⟨숲속의 음악대⟩와 동일하다. 혹은 ⟨할리갈리⟩도 생각할 수 있는데, ⟨할리갈리⟩는 잘하는 사람이 카드를 얻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카드를 잃는 구조이다.
⟨바퀴벌레 샐러드⟩도 언뜻 보면 잘하는 한 사람을 가려내는 게임 같지만, 사실은 실수를 적게 해야 이기는 게임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실수가 잦은 사람을 부각시키는 게임이다. 이런 방식이 바퀴벌레라는 테마를 만나, ⟨바퀴벌레 포커 로얄⟩이 그랬던 것처럼 익살스러움이 강조된다.
내 앞사람이 토마토를 펼쳤는데 나도 토마토를 펼쳤다면? 토마토를 토마토라 부르지 못하게 된다.
이 게임은 순발력 게임으로, 복잡한 조건을 전제로 빠르게 판단해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건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심화되는 구조이다. 조건들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1) 카드를 펼칠 때 콜리플라워, 토마토, 양상추, 파프리카 중 하나를 말해야 한다.
2) 펼친 카드의 채소 이름을 정확히 말해야 한다. 단, 펼친 카드의 채소가 아닌 다른 채소 이름을 말해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3) 금지 채소를 펼칠 때는 “바퀴벌레!”라고 외쳐야 한다.
위에서 게임을 정신없게 만드는 2)의 하위 조건은 모두 중첩 적용된다. 그러다 보면 말할 수 있는 채소가 단 하나밖에 남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어 콜리플라워가 금지 채소이고, 내 앞사람이 양상추를 펼쳤는데 자기 앞사람이 말한 것 때문에 토마토를 외쳤다면, 그다음 사람은 어떤 채소 카드를 펼치든 간에 외칠 수 있는 것이 ‘파프리카’(혹은 금지 채소를 펼치면서 외치는 ‘바퀴벌레’)뿐이다.
금지 채소가 펼쳐질 때는 "바퀴벌레!"라고 외치고 금지 채소와 여태 나온 카드 무더기를 옆으로 치워둔다. 이제부터 파프리카는 금지어가 되었다.
금지 채소만 없더라도 게임은 한결 해볼 만했을 것이다. 사실 “펼친 채소를 말해야 한다”와 “앞 사람이 말한/펼친 채소는 안 된다”의 두 가지 규칙만 놓고 해도 혀가 꼬일 만한 부분이다.
그런데 금지 채소까지 튀어나오면서 “하면 안 됨” 조건이 늘어나는 순간 카드 1장을 펼칠 때마다 혼이 쏙 빠진다. 금지 카드가 펼쳐질 때면, 멀끔하게 요리사 복장을 하고서는 채소에 가위표를 하는 바퀴벌레의 거만한 표정이나 뒤통수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그래서 말하면 안 되는 채소의 이름을 잘못 말한다든지, 심지어는 채소 이름이 생각 안 나서 냅다 당근이나 브로콜리를 외치기(조건 1에 위배)도 한다.
정신없이 진행하다 보면 누가 틀렸는지를 모르고 넘어가는 일조차도 생길 수 있지만, 이 게임에서는 정확함이 중요하지 않다. 그저 누군가가 순간적으로 생각이 멍해져 말을 더듬거나 엉뚱한 말을 터뜨릴 때의 실수가 웃음을 빚는 것이니까.
세상 더 없이 얄미운 표정을 한 바퀴벌레들. 그래서 더 우스꽝스럽고 유쾌한 분위기가 자연스레 갖춰진다.
⟨바퀴벌레 샐러드⟩에서는 누군가의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못해서 실수하는 게 아니다. 규칙을 지키며 게임을 하려고 애를 써도 다 지키기 어려울 만큼 헷갈리는 규칙이고, 누구나 실수를 하도록 유도되어 있기에 웃고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그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익살스러운 바퀴벌레가 얄미워도 한 판 더를 외치기 쉬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글: 신성현
수상 경력
2008 독일 올해의 게임상 추천작
2008 Kinderspielexperten 8~13세 부문 후보작
2008 일본 보드게임상 투표자의 선택 후보작
2008 독일 알 라 카르테 최고의 카드게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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