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코치 드로잉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되도록 애쓰는 화가들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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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의 합이 전체가 되도록 
애쓰는 화가들"

 

만 10세 이상 | 3~7명 | 20분

 

여섯 조각으로 쪼개진 화이트보드가 준비되었다. 플레이어 중 한 명은 감정사이고, 다른 사람들은 화가이다. 화가들은 이 화이트보드를 무작위로 나눠 가진 뒤, 다 함께 하나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림이 완성되고 나면 감정사는 화가들의 그림이 무엇인지를 맞혀야 한다. 그리기 시작부터 정답 맞히기까지 제한 시간은 2분. 단어들은 평범한 것이든 난해한 것이든 그리기가 만만치 않다.

 

 

그림을 그리는 보드게임은 대부분 퀴즈의 형식을 지니고 있다. 한쪽이 그리면, 다른 한쪽이 맞히는 것이다. 맞히기 쉬우면 게임이 되지 않으니, 그 난도를 올리는 방법이 게임마다 다 다르며 그 게임의 핵심 매력이 된다.

 

<텔레스트레이션>에는 60초라는 제한 시간이 걸렸고, <픽쳐스>는 그림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각종 도구로 묘사하게 했다. <눈치코치 드로잉>에도 2분이라는 제한 시간이 걸려 있지만, 그보다 핵심은 각자가 부분을 그린다는 점이다.

 

 

각자가 화이트보드 한 조각을 가져가서 그린 뒤 가운데에 모아서 붙여야 한다. 그림은 과연 잘 완성될 수 있을까?

 

 

그려내야 하는 대상이 낱개 화이트보드에 온전하게 다 그려져서는 안 된다.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되는 모자이크나 콜라주처럼, 반드시 각 조각이 대상의 한 부분을 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화가는 자기가 받은 화이트보드 조각이 전체에서 어느 위치인지, 어느 쪽이 위이고 어느 쪽이 아래인지를 파악한 뒤, 자기 조각과 맞닿는 조각이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지를 관찰해 가며 그려야만 한다. 

 

 

다른 사람의 화이트보드는 얼마든지 보면서 그려도 된다. 보면서 그려도 전혀 쉽지 않다. 보드게임을 할 때 보통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하게 되니, 테이블 맞은편의 사람이 자기 기준으로 화이트보드를 놓고 그리고 있다면 위아래를 뒤집어서 생각해야 하므로 더욱 어렵다.

 

그렇다고 이 화이트보드를 모두 결합할 때의 방향을 기준으로 그리라고 하면, 누군가는 화이트보드의 위아래를 거꾸로 놓고 그리게 되므로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서로의 화이트보드까지 열심히 보며 그려본들, 매끈하게 잘 이어지는 그림으로 나오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별 표시가 쉬움, 불꽃 표시가 어려움이다.

 

 

그려야 하는 주제는 카드로 정해진다. 파란색 카드는 하나의 대상물(버섯, 선인장, 다스베이더, 보안관 등)을 나타낸다. 분홍색 카드는 배경 상황(서핑하는 중, 놀이공원에서, 선사시대에, 오케스트라에서 등)을 나타낸다.

 

각 카드에는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의 두 가지 선택지가 있으며, 이것들을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총 6단계로 난이도가 구분된다. 2단계까지는 파란색 카드만 사용하지만, 3단계부터는 분홍색 카드를 조합해서 표현해야 한다.

 

두 카드 모두 100장 이상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엄청나게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선사시대에 다스베이더”라든지, “오케스트라에서 선인장” 같이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의 주제가 플레이어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패턴 카드의 위아래를 잘 보고 그에 맞춰서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이런 엄청난 미션에 따르는 또 하나의 제약은 2분이라는 시간이다. 이 시간이 그리는 데에만 온전히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감정사가 카드의 주제를 맞힐 시간이 이 안에 포함되는 것이다.

 

화가들이 1분 만에 그림을 다 그려낸다면 감정사는 1분 동안 몇 번이든 정답 맞히기에 도전할 수 있다. 반면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써 버리면 감정사에게 맞힐 기회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 화가들은 주제의 핵심 요소만 찾아내서 빠르고 간결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글로만 접해 보면 “그게 돼?” 싶겠지만, 해 보면 또 이것이 기묘하게도 그려진다. 그래서 재미있다. 그리는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아무리 봐도 내가 어떤 부분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고, 어찌저찌 그려서 합쳐 놓으니 사람 한 명에 머리가 3개인 그림으로 완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사가 정답을 맞히면 비로소 긴장이 해소되고, 새로운 도전심이 생겨난다. “다음 단계로 갈까?”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정답을 맞힌 카드 장수에 따라 협력을 얼마나 잘 했는지 그 등급을 정할 수 있다.

 

 

<텔레스트레이션>은 못 그린 그림이 잘못된 해석을 낳는 과정의 반복이 게임의 재미 포인트이다. 그래서, 의외로 모두가 그림을 잘 그리고 정답을 잘 맞히면 정답 검증 단계에서 분위기가 특별히 고조되지 않고 넘어간다.

 

반면 <눈치코치 드로잉>에서는 제대로 못 그린다는 게 기본이기 때문에, 그 와중에 훌륭하게 잘 연결된 그림을 그려내기만 해도 화가들 사이에 상당한 성취감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어찌 보면 이 게임이야말로 진정한 협력 게임이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 

 

글: 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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