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소원

별빛을 지키며 감정 카드를 모으는 색다른 트릭 테이킹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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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지키며 감정 카드를 모으는
색다른 트릭 테이킹”

 

만 10세 이상 | 2~4명 | 25분

 

 

모두가 카드를 1장씩 내고 나면 그중에 가장 등급이 높은 카드를 낸 사람이 승자가 되어 다음 카드를 낸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나온 카드에 따라 다른 사람들이 내야 하는 카드가 결정된다. 이러한 방식을 ‘트릭 테이킹’이라고 부른다. 

 

 

보드게임에서도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카드게임이 인기가 많아서, 지금껏 많은 게임이 출시되었다. 고전인 ⟨티츄⟩나 ⟨위자드⟩부터 ⟨슈뢰딩거의 고양이⟩, ⟨스페이스 크루⟩, ⟨인사이드 잡⟩ 등 잊을 만하면 새로운 트릭 테이킹이 출시되었다.

 

여느 보드게임 메커니즘처럼 복잡다단한 보드게임의 일부 요소로 차용되는 경우는 드물고 이 메커니즘이 핵심임 게임이 많아 거의 장르에 가깝게 느껴지는 수준이다. 각각의 게임은 트릭 테이킹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어떻게 변주시키는가에 따라 저마다의 개성을 만들어낸다.

 

트릭의 승자가 되는 것이 이득인가 불이익인가, 리드 수트가 어떻게 정해지는가,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트럼프가 있는가, 판정과 득점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등, 살짝씩만 변형을 줘도 게임이 확 달라지는 느낌이 든다.

 

 

카드 뒷면에는 카드의 숫자 정보는 나오지 않지만 어떤 색깔 카드인지는 그대로 노출된다.

 

 

⟨별의 소원⟩ 역시 또렷한 특징을 몇 가지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무슨 카드를 손에 들었는지를 알고 진행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트릭 테이킹 게임에 사용되는 카드는 서로 다른 색깔이나 기호 너댓 가지 정도로 구분이 되며, 이를 ‘수트’라고 부른다. 대개 각 플레이어는 그 트릭에서 맨 처음 나온 카드의 수트와 일치하는 카드를 손에서 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에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며, 이 때문에 남들의 손에 어떤 수트가 남아 있을지 예측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별의 소원⟩에서 사용된 카드는 총 4가지 색깔로, 4가지 수트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카드는 뒷면이 앞면과 같은 색깔로 되어 있어, 누가 어떤 수트를 몇 장 들고 있는지가 공개 정보이다. 그래서 라운드(트릭)의 첫 플레이어는 자신이 어떤 카드를 내면 다른 사람들이 수트를 따라올지 아닐지를 계산할 수 있고, 라운드에서 이길지 질지를 예측하는 것이 다른 트릭 테이킹 게임보다 수월하다.

 

 

라운드의 승자는 검은별 토큰을 가져가며, 이 상태에서 또 라운드의 승자가 될 경우 별빛이 꺼진다.

 

이것은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징과도 연결된다. 바로 연승 페널티이다. ⟨별의 소원⟩에서 각 플레이어는 별빛 토큰 5개를 가지고 있으며, 이 5개의 별빛 토큰이 모두 뒤집히면, 승리 조건을 얼마나 달성했든 즉시 패배한다. 그리고 이 별빛 토큰이 뒤집히는 조건 중 하나가 연승이다.

 

한 라운드에서 승자가 되고 나면 검은별 마커를 받는다. 검은별 마커가 자신의 앞에 있는 상태에서 트릭에서 승리를 하면 별빛 토큰 1개를 뒤집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 라운드에서 승리했다면 다음 라운드는 지고 가는 것이 기본이다. 별빛 하나쯤 내주더라도 다음 라운드를 이기는 게 좋은 타이밍이 아닌 한 말이다. 그리고, 상대가 손에 든 감정 카드(수트)의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는 점은 이러한 승패 조절과 맞물려서 새로운 방식으로 수를 계산하게 만든다.

 

 

라운드의 승자는 그 라운드에 나온 카드 1장을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데, 이것이 또 다른 전략을 만들어낸다.

 

 

승리의 위험 요소는 이것만이 아니다. ⟨별의 소원⟩에서 라운드의 승자가 되면 그 라운드에 나온 카드 중 1장을 반드시 획득해야 한다. 게임의 두 번째 승리 조건이 1부터 6까지 숫자별로 1장씩 카드를 획득하는 것으로, 이 조건을 달성하려면 라운드의 승자가 되긴 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자신이 이미 획득한 카드와 같은 숫자의 카드를 획득할 경우, 그 카드에 나와 있는 대로 별빛 토큰을 또 뒤집어야 한다.

 

연승 페널티와 같은 숫자 카드 획득 페널티는 중복으로 적용된다. 그렇기에, 라운드의 승자가 되었지만 한 번에 별빛 토큰을 무려 4개까지 잃는 비운을 겪을 수도 있다.

 

이걸 뒤집어 생각해 본다면, 누군가가 승자가 될 경우 그 사람이 연승을 하게 만들고, 같은 숫자 카드를 획득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것이 또 다른 전략이 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승리를 지연시키거나 라운드 승자의 선택지를 압박하는 휴식 카드.

 

또 한 가지 색다른 요소인 휴식 카드를 알아보자. 휴식 카드는 어떠한 수트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라운드의 승자가 되지 않게 해 준다. 그리고, 라운드의 승자가 카드를 획득할 때 휴식 카드는 획득할 수 없다. 휴식 카드를 적시에 사용한다면 라운드의 승자가 카드를 고를 선택지를 줄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승리를 가져갈 가장 빠른 방법은 여섯 번의 승리로 카드 6종을 다 모으는 것임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라운드의 승리에서 역으로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수를 잘 계산해야 하며, 일부러 패배하고 나갈 타이밍도 봐야 한다.

 

반대로 승리를 충분히 가져가지 못한 플레이어가 선두를 견제할 수 있는 요소가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자신의 상황을 잘 보고 이후에 게임이 어떻게 풀려나갈지를 예측해 전략을 수정하는 맛이 상당하다.

 

 

도밍 작가가 그려낸 인간의 여섯 감정. 모든 감정을 다 모은 사람이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된다.

 

 

국내 보드게임 작가인 김범희 작가가 트릭 테이킹의 참신한 변주로 게임의 승패를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든 탄탄한 카드게임이다.

 

이 게임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여준 것은 국내 일러스트레이터 도밍 작가의 아름다운 삽화이다. 파란색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작품답게 패키지와 규칙서 등에서 파란색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밤과 별을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고, 카드의 1부터 6까지 각 숫자에 해당하는 여섯 감정이 서로 다른 색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도, 소장 가치도 모두 상당한 수작이다.

 

 

글: 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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