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드리치 호러 도전자 안내서 _ 2부

엘드리치 호러의 이모저모를 낱낱이 뜯어 봅니다

2024-11-04
1514

1부에서는 ⟨엘드리치 호러⟩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간단한 소개와 확장별 특징을 알아보았습니다.

 

전 세계 유저들이 고대의 존재를 상대로 몇 번이나 이겼을까요? 어떤 조사자로 가장 많이 활약을 해 왔을까요? 조금은 더 깊이 들어가는 <엘드리치 호러> 이야기, 이번 2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부

 

Part 1. 엘드리치 호러 Q&A

이 게임을 아직 잘 모르는 분을 위해 간단히 소개드립니다.

 

Part 2. 시리즈 특징 정리

본판부터 확장까지 특징을 짚어 드립니다.

 

2부

 

Part 3. 고대의 존재와 조사자 데이터 정리

⟨엘드리치 호러⟩ 시리즈에 등장하는 고대의 존재의 난이도, 그리고 추천 조사자를 알려드립니다.

 

Part 4. 아컴호러 파일즈 게임 체크

판타지플라이트게임즈 사에서 그동안 출시되었던 크툴루 신화 관련 게임들을 정리하는 TMI입니다.

 

 

 

 

 

Part 3. 고대의 존재와 조사자 데이터 정리

 

⟨엘드리치 호러⟩의 퍼블리셔인 판타지플라이트게임즈 홈페이지에는 유저 포럼이 있습니다. 그곳의 엘드리치 호러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는데요. 포럼 이용자들의 엘드리치 호러 게임 플레이 기록을 취합하여 통계자료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 파트에서는 해당 데이터를 2024년 11월 3일자 기준으로 참고하여 저의 간단한 해석을 달아 소개해 드립니다.

 

다양한 데이터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을 데이터는 역시 고대의 존재와 조사자에 관련된 내용이겠지요. 그와 관련한 내용만 이 부분에서 정리해 드립니다.

 

참고로, 이 시점 기준 데이터에 포함된 게임 플레이 회수는 총 19,746회이며, 이중 승리한 게임 수는 11,740회승률 59.46%에 해당합니다. ⟨엘드리치 호러⟩를 플레이한 사람들은 5게임 중 3게임은 이겼다는 겁니다.

 

참고 포스트 ▶ 바로가기 

 

 

고대의 존재 난이도

 

아래는 승률을 기준으로, 가장 이기기 어려운 고대의 존재부터 쉬운 순으로 데이터를 정렬한 것입니다. 6위가 전체 평균에 해당하는 승률이니, 1위부터 5위까지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으로, 7위 아래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으로 볼 수 있겠네요.

 

 

위 승률에서 기본판의 고대의 존재는 볼드로 표시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볼 때는 염두에 둘 부분이 한 가지 있는데요. 보통 기본판을 즐긴 사람들이 가장 많고, 더 뒤에 나오는 확장의 고대의 존재일수록 즐기는 사람의 수가 줄어듭니다. 확장이 많아질수록 끝까지 따라오는 팬이 줄어드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면 됩니다.

 

위 참고 포스트에 있는 플레이 횟수 데이터만 봐도, 기본판 고대의 존재는 모두 2천 회 이상의 플레이가 이루어졌지만, EH09 확장 고대의 존재는 440회 정도에 불과합니다. 

 

 

 

3위인 ‘아자토스’는 플레이 횟수가 3,141회로 독보적으로 많습니다. 이 고대의 존재는 파멸 트랙이 0에 도달하면 즉시 조사자들이 게임에서 패배합니다. 고대의 존재가 깨어난 이후의 규칙을 익힐 필요 없이 게임을 즐기게 되어 있으므로, 규칙서에서도 첫 게임은 ‘아자토스’로 플레이할 것을 권합니다. 

 

달리 보자면, 게임에 숙달되지 않은 사람들의 플레이 기록이 데이터에 반영된 것입니다. 그러니 ‘아자토스’의 낮은 승률은 숙련자들이 도전했을 확장 고대의 존재들에 비해 고평가되었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판 고대의 존재 중 가장 승률이 높게 나오는 ‘요그소토스’를 승률만 보고 쉽다고 생각해서 첫 게임으로 도전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고대의 존재는 마법을 사용하는 기믹이 있는 만큼, 게임을 잘 모른 채로 도전하면 게임을 익히고 즐기는 것 자체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크툴루’의 승률이 가장 낮은 것은 인상적입니다. 이 세계관의 상징적인 고대의 존재인 만큼 적지 않은 사람들이 ‘크툴루’를 기본판 고대의 존재 중 가장 마지막으로 상대했을 텐데요. 그 정도로 게임에 숙달된 상황에서 도전해도 승리 횟수가 절반을 넘지 못했다는 겁니다. '크툴루'가 가장 어려운 것은 실제로 그런 설계로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조사자 승률 Top 20

 

참고 포스트에서 두 번째로 살펴볼 흥미로운 데이터는 ‘가장 효과적인 조사자’입니다. 사람들이 이 조사자를 사용해서 승리를 거둔 게임 비율로 상위 20명의 조사자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상위 10위 안쪽에, 아직 한국어판이 출시되지 않은 EH08과 EH09 확장의 조사자가 많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두 확장을 즐긴 대다수는 이 시리즈의 팬들일 것이고, 전략적으로도 상당히 통달해 있을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확장별 난이도 평가 부분을 봐도, ⟨몽환의 땅⟩ 확장 이후 확장의 승률이 높습니다. 그런 점이 반영되어 있음을 고려해서 아래 순위를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10위 이내의 조사자들은 확실히 그 능력 자체가 한눈에 봐도 강력합니다. 10위 이내에서 한국어판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관한 설명도 덧붙여 봅니다. 그 내용을 본다면, 이 게임의 특징을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루크 로빈슨은 이동 제약이 큰 이 게임에서 지도 위를 자유로이 텔레포트하는 강력한 능력의 보유자입니다. 게임판 위의 차원문은 파멸이 전진하게 만드는 골칫거리인데요. 이 차원문 닫기를 방해하는 괴물을 무시하는 지속 능력 역시 효율이 아주 좋습니다. 체력이 낮은 것이 약점이기는 하지만, 마법을 다루기 좋은 지식과 조우에 강한 의지가 높은 점까지, 어느 모로 봐도 고성능 캐릭터입니다.

 

 

 

엘드리치 호러에서 자산 획득이란 RPG적인 캐릭터 성장과 직결되는데요. 제니 반즈는 이 자산 획득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고비용 자산도 척척 획득하게 해 주고, 이 과정에서 패널티로 부과되는 ‘부채’ 상태 카드도 버리게 해 주는 능력은 상위권 캐릭터다운 뛰어난 능력입니다.

 

 

 

이 게임에서 테스트를 할 때 주사위 하나를 굴려 5나 6이 나오면 성공, 그 이외 눈이 나오면 실패입니다. 주사위 하나를 굴려 성공할 확률이 33%밖에 되지 않죠. ‘축복’ 상태 카드를 갖고 있다면 4까지 성공이어서, 성공 확률을 50%로 비약적으로 높여 줍니다. 메리 수녀의 지속 능력은 이 축복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사실 정신이상 상태 카드라는 악랄한 카드를 가뿐히 정리해 주는 능력만 해도 막강하지만요.

 

 

 

조력자 자산을 하나라도 갖게 된다면 민 티 판 본인은 물론 같은 칸의 다른 조사자들의 능력치를 모두 올려 주는 상당한 지속 능력은 캐릭터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내게 해 줍니다. 물론 이 게임은 한 칸에 조사자 여러 명이 같이 있기가 쉽지 않지만, 같이 있을 때의 메리트가 이만큼 큰 캐릭터는 손을 꼽을 만합니다. 최대한 빨리 조력자 자산을 얻으세요. 아주 손쉽게 만능 해결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다 출전 조사자 Top 22

 

이번에는 가장 많이 채용된 조사자 순위를 한 번 보겠습니다. 물론 상위 12위까지는 당연하게도 기본판 조사자 12명이 차지했습니다. 그렇기에 진검 승부는 13위부터일 것으로 보고 13위부터 10위에 해당하는 22위까지만 정리했습니다. 이것도 당연히 마지막 확장으로 갈수록 그 조사자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긴 합니다. 

 

그래서 이 조사자들의 승률도 같이 기록했습니다. 플레이어 숙련도가 가장 낮은 상태에서 운용되었을 기본판 캐릭터들의 승률이 높게 나오긴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그럼에도 12위까지는, 기본 게임을 처음 즐기는 분들이 다른 사람들의 1픽 조사자를 참고하기 좋겠네요.

 

 

우르술라 다운즈와 데이지 워커는 조사자 승률에서도 상위 20위에 들었고, 채용 순위도 13위와 14위에 각각 위치했습니다. 3번째 확장인 ⟨광기의 산맥⟩ 확장의 조사자들이죠. 플레이어 숙련도도 딱 적당하고, 게임을 즐기는 팬들이 아직 확장 러시에 지치기 전단계의 확장이라는 메리트를 받았을 겁니다. 

 

 

 

 

 

Part 4. 아컴호러 파일즈 게임 체크

 

 

판타지플라이트게임즈에서는 크툴루 신화를 배경으로 출시한 자사 게임들을 아울러 ‘아컴호러 파일즈’ 게임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이 아컴호러 파일즈 게임은 그 스타일이 제각각이지만, 동일한 조사자들이 꾸준히 등장해 왔죠. 이 중 한국어판이 출시된 적 있는 아컴호러 파일즈 게임들의 특징을, 게임의 출시 순서에 따라 간단하게 비교하며 짚어 보겠습니다.

 

 

 

 

아컴호러(2판; 2005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아컴시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무시무시한 사건을 해결해 가는 조사자들의 활약상을 그렸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컴시라는 도시 지도를 배경으로 하며, 캐릭터를 움직여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해야 합니다. 고대의 존재가 깨어나면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각종 아이템을 붙이고 특별한 기능도 얻어 가며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RPG 스타일이었죠.

 

⟨아컴호러⟩는 기본판의 출시 이후 큰 확장 4개, 작은 확장 4개가 번갈아 가며 출시되었고, 2011년 ⟨미스캐토닉 호러⟩를 끝으로 시리즈가 막을 내립니다. 그러나 이 당시는 국내에 이런 게임이 극히 매니아들만 즐길 만한 수준이었고, 기본판 규칙도 몹시 복잡한데 확장마다 죄다 새로운 구성물과 새로운 규칙을 다발로 추가했던 터라 확장들은 한국어판이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엘드리치 호러 (2013년)

 

어느 모로 봐도 ⟨아컴호러⟩ 2판과 매우 비슷한 게임입니다. 고대의 존재가 깨어나면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것도 그렇고, RPG 스타일인 것도 그렇고, 확장 출시 방식과 개수마저 똑같습니다. 사실상 ⟨아컴호러⟩ 2판의 후속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데, 지도가 세계 지도로 바뀌면서 이동에 제약이 커졌고, 행동도 차례에 단 2개만 할 수 있어 매우 빡빡한 운용이 요구되는 게임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아컴호러⟩에 비해 익혀야 할 규칙이 적었기에 접근성이 높아졌고, 전략성도 많이 가미되면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보드게임긱 순위가 무려 22위까지 올라갔죠. 오늘날의 기준에서는 자잘한 규칙이 너무 많은 게임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만큼 상황과 사건이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광기의 저택 (2016년)

 

2011년에 처음 출시되었던 ⟨광기의 저택⟩ 1판은 플레이어 중 한 사람이 키퍼가 되어 나머지 플레이어를 위기에 몰아넣는 1대다의 구조로 출시된 게임입니다. 마치 TRPG의 마스터 역할을 하는 듯한 구도에, 비밀을 파헤치는 수사의 면모를 상당히 가미해 스토리텔링이 강렬한 게임이었습니다.

 

2016년에 2판으로 새롭게 출시된 ⟨광기의 저택⟩은 완전 협력 게임으로 변모했습니다. 키퍼라는 한 사람의 공적 자리는 앱이 대신하게 되었죠. 앱을 사용한 게임이 많지 않았던 이 당시에는 혁신적인 게임이었습니다.  방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지도가 공개되는 방식은 탐험의 매력을 극대화했죠. 게다가, 1판에 비해 규칙이 상당히 쉬워져서, 아컴호러 파일즈의 모든 게임 중 가장 대중적으로 즐기기 좋은 게임으로 꼽을 만합니다.

 

이 게임의 보드게임긱 순위 최고 성적은 19위였습니다.

 

 

 

 

아컴호러 카드게임 (2016년)

 

아컴호러 파일즈 게임에서 가장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게임입니다. 카드를 사용한 시나리오의 모듈화와 선택지에 따른 파격적인 이야기 분기, 충격적인 스토리텔링과, 유로 전략 게임에 맞먹는 높은 전략성. ⟨아컴호러⟩ 2판 이후로 출시된 게임들 중 가장 복잡한 게임임에도 가장 완성도 높은 게임이라고 말할 게임입니다. 현재도 계속해서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고요.

 

캠페인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다소 긴 호흡이지만, 이 게임이 출시되던 당시 많은 게임들이 100시간 이상을 과시하던 당시에 8개 시나리오를 15시간 내외로 진행해 엔딩까지 볼 수 있었던 이 게임은 깔끔함 그 자체였습니다. 캐릭터와 카드의 조합으로 극도의 시너지를 찾는 맛이 뛰어나 테마 게임 애호가와 전략 게임 애호가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킨 게임입니다. 

 

보드게임긱 순위 최고 성적은 17위였고, 지금도 27위의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컴호러 3판 (2018년)

 

⟨엘드리치 호러⟩ 이후로 ⟨아컴호러⟩를 계승한 게임입니다. ⟨엘드리치 호러⟩ 시리즈의 마지막 확장인 확장이 출시된 바로 그 해에 출시되었죠. ⟨아컴호러 카드게임⟩의 메커니즘을 보드게임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의 고민이 녹아 있었습니다. 주요사건과 주요목적이 각각으로 전개되는 방식, 모듈형 게임판 등이 그 요소입니다.

 

거기에 ⟨아컴호러⟩와 ⟨엘드리치 호러⟩ 특유의 무작위 조우 시스템을 결합했습니다. 아컴시를 배경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엘드리치 호러⟩의 전 세계를 누빌 때와 마찬가지로 이동에 제약이 크고 행동도 빡빡하게 운용해야 하는 점 등이 모두 ⟨엘드리치 호러⟩를 닮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컴호러 카드게임⟩의 영광까지 이어받지는 못했지만, 무작위 조우가 주는 소소한 재미와 자기 캐릭터를 성장시켜 가는 RPG적 면모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엘드리치 호러⟩에 이야기 구조가 한층 강해진 느낌을 선호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도전자 안내서는 여기까지로 끝맺겠습니다. 아쉬움이 남으신다면, 제가 예전에 ⟨아컴호러⟩와 ⟨엘드리치 호러⟩를 비교해서 올린 글을 하나 링크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은 이번 글보다 좀 더 TMI인데, 재미로 보시기에는 괜찮을 겁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신성현(evern4ever@koreaboardgames.com)

 

 

 

    댓글 (총 0 건)

    12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