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될 운의 지배자, 과연 누구인가
전설이 될 운의 지배자, 과연 누구인가
만 7세 이상 | 2~6명 | 30분
전설로 내려오는 비버들의 낙원을 향해, 비버들이 강을 거슬러 오른다. 한 번에 많이 가려 하다가는 미끄러져 내려와 버릴 수 있으므로, 일정한 만큼 올라갔다면 댐을 지어서 적당히 머무를 곳을 적당히 마련하는 것이 좋다.
급류, 용암지대, 늑대 소굴 등 위험 지대도 모두 뚫고서 가장 먼저 상류에 도달할 비버는 누가 될 것인가?
⟨13 비버의 전설⟩은 목표 지점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비버가 이기는 레이싱 게임이다. 시작 지점과 끝 지점이 정해져 있고 길은 일방통행이다.
칸을 따라 이동하는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동 방식은 주사위 굴림인데, 이 게임은 그 이동에 있어 매우 도전적인 방식을 사용했다. 바로 카드 숫자 추측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1부터 13까지 각 숫자별로 4장씩인 카드들을 섞어 만든 카드 더미의 맨 윗장이, 버린 카드 더미 맨 윗장보다 큰 수일지 작은 수일지 맞히는 것이다. 맞혔다면, 강을 따라 한 칸 앞으로 가고, 한 번 더 이동에 도전할지 그 자리에서 멈출지를 결정한다.
그 자리에 멈추기로 결정한다면, 비버 말을 끼워 놓을 수 있는 동그란 나무 모양의 댐을 그 자리에 지어 놓게 된다.
도전에 성공하면 또 한 칸 이동하고 또 재도전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맞히지 못했다면, 자기 댐이 있는 위치(차례를 시작할 때 있던 강 위치)로 되돌아간다.
특수한 경우로, 덱 맨 위 카드와 버린 더미 맨 위 카드의 숫자가 같을 경우는 현재 위치에서 차례를 종료하고 그곳에 댐을 짓는다(차례의 첫 번째 도전에서 같은 숫자 카드가 나왔다면 전진 없이 차례를 마치면 된다).
덱 맨 위 카드가 버림 더미 맨 위 카드보다 숫자가 높을지 낮을지를 추측해서 맞혀 보자.
제대로 맞혔다면 1칸 전진한다. 그런 뒤 다음 칸으로 이동하기 위해 재도전을 할지 제자리에서 멈출지를 결정한다.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게임 방식을 가리켜 “푸시 유어 럭(Push Your Luck)”, 즉 운 시험 게임이라고 부른다. 과감한 도전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그 재미의 근간으로 삼는 방식으로, 주사위 굴림처럼 단순히 운에 의지해 어떤 행위를 하는 게임을 운 시험 게임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푸시’, 즉 ‘시험’에 조금 더 방점이 찍혀 있다. 계산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운이 연속해서 따라줄수록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그만큼 크게 잃게 되는 방식이다.
운 시험 방식은 그동안 여러 게임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긴장감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종종 사용되어 왔는데, 이 게임처럼 이 방식을 주요 메커니즘으로 활용된 게임으로는 ⟨아브라카 왓⟩과 ⟨푸시 푸시⟩를 들 수 있다.
⟨아브라카 왓⟩은 게임의 주된 전개가 추론과 운 시험 방식을 반반으로 섞어 뒀다. 남들의 마법 주문 숫자와 공개된 주문을 참고해서 자기 마법의 돌을 맞히는 시도를 할 수 있는데, 연속으로 맞히면 빨리 게임을 끝낼 수 있지만 틀리면 생명력 토큰을 잃기 때문에, 욕심과 안전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하게 된다.
이것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한 경우가 ⟨푸시 푸시⟩이다. 다음 카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덱의 카드를 한 장씩 뽑을 수 있다. 공개된 카드 열의 다른 카드와 숫자나 색깔이 겹치는 카드가 나오면 꽝이 되는데, 공개된 카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꽝의 확률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13 비버의 전설⟩도 이들 게임과 마찬가지로 더 부를 것인가 멈출 것인가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아브라카 왓⟩은 공개되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운보다는 추론의 비중이 커져 간다. ⟨푸시 푸시⟩는 공개되는 카드가 많아질수록 위험도가 쭉쭉 올라간다.
⟨13 비버의 전설⟩은 그런 것이 없다. 그저 매 도전이 직전 카드보다 높다 또는 낮다이기 때문에,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그리고, ⟨13 비버의 전설⟩은 다른 두 게임과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실패의 패널티가 없다. 그저 더 많이 가는가 아예 못 가는가의 기로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는 연속 도전이 더 유혹적이다.
확률은 손쉽게 우리를 배신한다. 다음 카드가 11보다 낮은 수일 확률이 분명히 훨씬 높을 텐데도 12나 13이 나와서 실패하는 경우가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반대로 이때 12나 13을 외쳐서 맞힌다면, 낮은 확률에의 도전을 성공시켰다는 카타르시스가 확실하다.
다음 카드의 숫자를 정확히 맞히면 끝 지점 바로 아래까지 갈 수 있는 예언의 동굴은 자기 운을 시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강하게 유혹한다.
간단한 운 시험을 기반으로 한 이 게임에서, 곳곳에 배치된 특별한 칸들은 운 시험 방식에 색다른 변주를 준다.
낚시터에서 낚시로 잡는 물고기 토큰은 대체로 좋은 효과를 주지만 자기 댐을 2칸 뒤로 물리는 나쁜 효과의 물고기도 섞여 있고, 급류타기 칸에서는 한 번에 3칸을 전진시킬 수도 뒤로 3칸을 밀어 버릴 수도 있다.
이 게임의 기본적인 운 시험 방식과 다르게, 실패시 패널티를 받을 위험이 도사리는 대신 제법 큰 보상을 챙겨 주는 요소이다.
예언의 동굴은 더욱 극적이다. 다음 카드가 정확히 무슨 숫자일지를 맞히면 게임 초입부터 단번에 골 바로 앞까지를 이동하게 해 주는 것이다. 1/13의 확률로 다음 카드를 정확히 맞히는 건 도전할 게 못 되는 수준처럼 느껴지지만,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은 그 무엇보다도 큰 보상이 된다.
출발 지점에서 멀리 못 갔더라도, 예언의 동굴에 성공하면 일발 역전이 가능하다. 다만, 과연 할 수 있을까?
게임 실력과 상관없이 누구든 이기고 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운이라는 요소를 그야말로 총집결한 게임이다.
쉽고 안전한 길보다는 모험의 길을 택하는 것이 더 가슴 뛰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이다. 가장 먼저 비버들의 낙원에 도착한 사람이 전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 신성현
갤러리 사진 보기 ▶ 바로가기
신고사유를 선택해 주세요.
0
/50
ⓒ KOREA BOARDGAMES. ALL RIGHTS RESERVED.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