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를 즐겁게 한 퀴즈

퀴즈의 매력을 생각합니다.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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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퀴즈를 드립니다.

 

현재까지 가장 오래 방영된 국내 TV 프로그램은 무엇일까요?

 

정답을 생각할 시간을 조금 드리기 위해 다른 이야기를 먼저 풀어 보겠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9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합니다. 그즈음 상당한 화제 중 하나가 ‘일반 상식’이었습니다. 일반 상식 관련 책이 쏟아지고 광고도 연이었습니다. 공기업 시험에서 일반 상식을 채택한 것의 여파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책들을 몇 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어딜 봐서 일반 상식인가 싶을 정도로, 특정 분야를 파고들어야 알 만한 것들과 관련된 내용도 종종 있었는데, 몰라도 생활에 조금도 불편할 게 없을 그런 내용들이 더 흥미진진하긴 했습니다. 술잔을 칠 때 외치는 ‘건배’에 해당하는 영어권 표현이 ‘빵’을 뜻하는 ‘toast’이며 그 어원은 어떠어떠하다 등의 이야기 같은 것이죠.

 

제가 위에서 낸,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이 뭘까’ 같은 문제도,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흥미가 당기는 그런 류입니다.

 

 

그럼 문제의 정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음악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3악장입니다. 일요일 오전을 여는 음악이었죠. MBC에서 1973년 2월 첫 방영을 시작해, 1997년부터 지금까지 EBS에서 방영 중인 ‘장학퀴즈’가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많은 분들이 정답일 거라 생각하셨을 ‘전국노래자랑’은 본 방송 기준으로 1980년 11월이 첫 방영이었습니다.

 

 

TV가 대중매체의 중심이던 시절, 퀴즈쇼는 시청자가 방송 프로그램과 직접 소통하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장학퀴즈’가 그랬고 ‘도전 골든벨’이 그랬죠. 사람들은 TV 앞에 모여 앉아 화면을 보면서, 퀴즈 참가자에 동화되어 정답 맞히기에 도전했습니다.

 

문제가 나오고, 째깍거리며 시간이 흐르는 동안 머릿속으로 답을 생각한 우리들은 정답이 발표되는 순간만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정답을 맞힌 사람은 어쩐지 돋보이기도 했죠.

 

사운드 퀴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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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유형과 주제를 알려주고 점수도 확인시켜 주는 성우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장학퀴즈’ 같은 퀴즈 프로그램에 직접 참가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점수도 자동으로 계산해 줘서 편리해요.

 

 

도전 골든벨 OX 퀴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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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골든벨 진행자 김지원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문제를 듣고 맞히세요.

 

TV 프로그램과 같은 규칙은 아니지만 느낌은 잘 살 겁니다.

 

 

돌 vs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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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놓고, 다 같이 맞히면 됩니다.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답에 도전하다 보면, TV 앞에서 가족들끼리 퀴즈의 답을 고민하던 그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다양한 분야의 상식을 쌓아가 보세요.

 

 

사람들은 어려운 걸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도, 퀴즈를 즐깁니다. 퀴즈, 문제, 시험, 이런 것들은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에서 시련에 해당하죠. 스핑크스나 ‘인디아나 존스’의 수수께끼를 보세요. 클라이맥스와 해소가 존재하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시련과 극복을 즐깁니다. 퀴즈를 푼다는 건 그런 시련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도 해 주죠.

 

그래서 문제 풀이는 놀이가 되고, 퀴즈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수 있습니다. 상대가 던지는 공을 치거나, 달아나는 사람을 잡거나,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이 모든 순간들에 놀이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기에, 야구를 하거나, 술래잡기를 하거나, 스무고개를 즐겼던 겁니다.

 

 

도구 없이 즉석에서 놀 수 있는 스무고개는 참으로 유연한 놀이입니다. 문제를 내는 사람은 문제로 낼 단어 하나만 떠올리면 됩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같은 고차원적인 문제를 고민하느라 머리 아플 필요도 없고, 퀴즈 프로그램에서는 나오지 않을 만한 일상적인 무언가로도 문제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맞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식을 동원해 하나의 정답을 뽑아내는 게 아니라 소거와 추론의 방식으로 정답을 좁혀 나간다는 점에서 마치 추리 게임을 즐기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죠. 

 

알쏭달쏭 열고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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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대항 게임으로, 스무고개의 즐거움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문제를 내는 사람의 두근거리는 기분도 느낄 수 있어요.

 

나라, 음식, 공룡과 동물 등 게임을 하면서 소소한 지식도 쌓입니다.

 

 

놀이로 활용되는 퀴즈를 떠올려 보면 또 다른 유명 TV 프로그램이었던 ‘가족오락관’도 생각납니다. ‘장학퀴즈’가 아침을 여는 프로그램이었다면 ‘가족오락관’은 저녁 시간대를 지키며, 무려 30% 초중반까지 올라가는 시청률을 자랑했습니다. 그야말로 안 보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였죠. 

 

 

 

‘가족오락관’은 온갖 형태의 기출변형 퀴즈쇼였습니다. 지식을 시험하는 교양 프로그램이 아니라, 뻔히 알 만한 걸 맞히려 애쓰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들고 답을 외친 뒤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된 ‘벌, 벌, 100초’도 있었고, 그림을 그려 개념을 맞히는 그림 퀴즈, 네 글자 단어를 네 사람이 동시에 한 글자씩 외쳐서 무슨 말인지 알아맞히는 ‘사구동성’, 시간 내에 많은 단어를 맞히는 ‘스피드 퀴즈’와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헤드셋을 쓴 채로 옆에서 외치는 말을 듣고 맞히는 ‘고요 속의 외침’ 등.

 

이런 퀴즈쇼는 지식 확인의 영역이 아니었기에, 외려 맞히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웃음을 만든다는 점이 특징적이었습니다.

 

 

폭탄 돌리기 시리즈

 

[각 게임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소개글로 연결됩니다.]

 

‘가족오락관’의 폭탄 게임 느낌을 그대로! 누구의 앞에서 폭탄이 터질까요?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서 나오는 순발력의 향연을 즐겨 보세요.

 

 

이 글은 우리의 추억을 자극하는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퀴즈쇼의 즐거움을 알기 위해 그 시절의 경험을 곱씹어야만 하거나 그런 경험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죠. 문제를 내고 시간 안에 맞히는 그 짜릿한 즐거움 그 자체는 누구나 알 테니까요. 지적 능력이나 순발력을 돋보이는 퀴즈를 즐기고 싶다면, 여기 좋은 게임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퀴즈를 하나 더 내며 글을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일반 상식도 아니고 실용적인 지식문제도 아니지만, 원래 게임이라면 이런 게 더 재미있는 법이죠.

 

 

그럼 문제 나갑니다.

 

‘장학퀴즈’ 시그널로 사용된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은 최근 유명한 드라마에서 사용되었습니다. 2021년 9월에 첫 방영이 되어 전 세계를 강타한 이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이 음악을 듣고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드라마의 감독은 드라마의 음악 코드를 ‘추억’으로 잡고, 자신이 7~80년대에 자라면서 흔히 듣던 음악들을 활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오징어 게임’입니다. 퀴즈라는 게임을 시작하던 ‘장학퀴즈’의 음악이 참으로 절묘하게 사용된 것 같지 않나요? 

 

 

 

글: 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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