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원더스

앙코르와트와 만리장성이 한 땅에 선 진풍경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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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와 만리장성이 한 땅에 선 진풍경

 

 

1~5명 | 70분 | 만 14세 이상

 

 

텅 빈 땅 위에 격자가 그려진 지도 보드와 다양한 모양의 폴리오미노 타일. 이 두 가지 구성물만 보더라도, 게임 경험이 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게임이 타일을 놓아 칸을 채우는 게임임을 바로 알 것이다.

 

이러한 구획 덮기 게임에는 몇 가지 방식이 있는데, 다양한 모양 타일로 주어진 영역을 채워 가는 ⟨우봉고⟩ 식 게임으로 한정해도 ⟨피렌체의 제후⟩, ⟨패치워크⟩, ⟨베런파크⟩, ⟨오딘을 위하여⟩ 등 여러 게임을 꼽아볼 수 있다.

 

⟨월드 원더스⟩는 그런 게임들 중에서도 중간 정도 난이도의 게임이다. ⟨카르카손⟩보다는 어렵고 ⟨윙스팬⟩보다는 쉬운 정도다. 

 

 

 

 

타일을 놓는 게임은 비어 있는 나의 게임판을 채워나가는 즐거움을 준다. 

 

깔끔하니 네모반듯한 모양이 아닌 특이한 형태의 조각은 미완성의 인상을 준다. 그런 조각 여러 개를 조합해서 빈틈이 없게끔 맞추는 행위는 불완전한 것을 완성하는 쾌감을 주며, 그걸 위해 고심하는 순간 이미 작은 퍼즐 게임 풀이가 이루어진다.

 

 

이런 구획 덮기 게임 포지션에서 ⟨월드 원더스⟩가 갖는 가장 큰 특장점은 심미성이다.

 

여느 게임들은 얇은 타일을 판에 평면적으로 깔아서 빡빡하게 채우기만 하는 유형이 대부분인데, 이 게임에서는 전 세계의 원더를 묘사한 입체적인 채색 원더 피규어가 마치 대지 위의 거대한 산처럼 우뚝 솟아, 웅장하고 인상적인 게임판 풍경을 만들어 준다.

 

 

 

 

가장 높은 점수를 달성한 사람이 승리하는데, 점수를 주는 요소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건물이나 원더를 지을 때 얻는 자원 생산력도 점수가 되고, 자원 생산력이 일정량 증가할 때마다 올라가는 인구도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하면 점수를 준다. 원더들은 하나당 1점 이상이다.

 

옆에 육지 빈칸이 없이 둘러싸인 건물 타일 점수는 타일들을 빈칸 없이 채우는 배치를 요구한다. 그와는 반대로, 내가 놓은 구성물에 맞닿으면 1점을 주는 천연자원은 게임판 여기저기에 그려져 있어, 이 점수를 노리려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도록 구성물을 배치해야 한다.

 

모든 점수 요소를 꽉꽉 채우기란 어렵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매 라운드 획득할 수 있는 구성물에 선점 요소가 따르기 때문에, 역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각 라운드에는 모양별 건물 타일 1개씩에다 게임 인원수만큼의 길 타일 세트, 타워 1개, 원더 카드 3장을 깔아 놓게 된다.

 

이 중 원더 카드를 제외한 모든 구성물은 누군가가 가져가고 나면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새로 보충하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돈은 7원. 돈을 다 쓰면 그 라운드 동안 내 차례는 자동으로 패스해야 하므로, 얼마를 어디에 쓸지, 어느 것을 먼저 가져가야 선점에서 밀리지 않을지 등을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특히 원더 카드의 선점 눈치싸움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원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더 카드에 적힌 요구조건을 달성해야 한다. 그런데, 원더는 구매 비용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 대신, 구매하는 순간 가진 돈을 모두 써야 한다.

 

즉 원더는 한 라운드에 한 사람이 1개만 구매할 수 있으며, 원더를 구매하는 순간 그 라운드에 더 이상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원더 구매를 계획할 때는 선점당하지 않으면서 행동 손실이 최소인 시점을 열심히 고민해야만 한다.

 

 

게임은 10라운드를 마치면 끝난다.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특히나 7라운드쯤 간 경우 남은 라운드를 어떻게 꽉 채워서 꾸려갈지를 머릿속으로 열심히 그리게 된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또 하나의 종료 조건이 있다. 누군가의 인구 마커가 인구 트랙 맨 마지막 칸에 도달하면 그 라운드를 마치고 바로 게임이 끝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갑자기 게임이 종료될 것까지 고려하는 게 좋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지도 보드와 자원 보드는 A면과 B면의 양면으로 되어 있다.

 

지도 보드의 경우 B면은 강에 의해 지도가 2개 구역으로 분할되어 있어 다리를 사용해 지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으며, 각 지도 보드의 B면 강줄기가 모두 다른 모양으로 되어 있어 비대칭적인 느낌이 살짝 든다.

 

한편 자원 보드의 경우 B면의 인구 트랙 길이가 더 길다. 그러므로 B면이 게임의 길이가 좀 더 길어지며, 10라운드를 꽉 채워 게임이 끝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규칙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 반면 승리를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게임 경험을 선사한다.

 

게임판을 채우는 행동 자체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여러 조건을 동시에 해결해 나가는 도전적인 퍼즐 풀기로도 느껴진다.

 

1명 게임용 카드와 규칙도 있으며, 공동 목표 카드를 무작위로 추가하면서 리플레이성을 높일 수도 있다.

 

만리장성 옆에 트로이의 목마가 서 있는 등으로 이질적으로 만들어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는 덤이다.

 

크지 않은 지도 보드 위에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원더들의 모습처럼, 보드게임의 매력적인 요소들이 상자 안에 알차게 들어 있는 게임이다. 

 

 

 

수상 내역

  • 2023 미플스 초이스 후보
  • 2023 골든긱 올해의 중급 게임 부문 후보
  • 2023 보드게임퀘스트 올해의 게임 후보
  • 2023 보드게임 퀘스트 최고의 전략/유로 게임 부문 후보

 

 

글: 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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