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 말고 주기만 해야 하는 선물
#보드게임100
#리스크관리
#더지니어스
대개의 경우, 보드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점수나 가상의 재화를 많이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점수를 적게 모아야 하는 게임도 있다.
게임 중에 얻을 수 있는 점수가 사실상 벌점 내지는 마이너스 점수뿐인 경우다.
이런 게임들만 모아서 하나의 장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색다른 재미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게임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식의 양상이 나타난다.
점수를 벌어야 이기는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다른 사람보다 먼저 행동을 선점하려 노력하는 것과 반대로, 점수를 받기 싫어서 당장 할 수 있는 선택을 남에게 미루면서 리스크가 점점 커져가는 폭탄 돌리기 같은 장면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이런, 리스크를 미루는 것 자체가 게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임도 있는데, <노 땡스>가 바로 그런 게임이다.
부담스러운 선물을 서로 양보한다는 콘셉트가 그 제목은 물론, 카드 뒷면에서도 잘 보여준다.
<노 땡스>는 3명에서 7명까지, 20분 정도의 시간을 소요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이다.
이런 게임이 흔히 그렇듯 여러 라운드를 진행해 승자를 가리는데, 시작하기 전에 몇 라운드를 진행할지 플레이어끼리 합의하면 된다.
공식 규칙에서 추천하는 것은 4라운드에 걸쳐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지만, 빨리 게임을 끝내고 싶다면 한 라운드만 진행해도 무방하다.
카드 더미에서 카드 9장을 빼고, 토큰을 나눠 가지면 라운드가 시작된다.
라운드가 시작될 때엔 카드를 전부 섞은 뒤, 앞면을 보지 않고 무작위로 9장을 빼 게임에서 제거한다. 이 9장의 카드는 이번 라운드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9장을 빼고 남은 24장은 더미로 만들어 가운데에 놓고, 더미 맨 위에 있는 카드 한 장을 열어 모두가 볼 수 있게 더미 옆에 놓아둔다. 이렇게 옆에 놓아둔 카드를 '대상 카드'라고 부른다.
여기까지 하고 나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이제 플레이어마다 정해진 만큼의 토큰을 가져간 다음, 남은 토큰은 게임에서 제거한다.
게임 중에 각자 토큰을 주고받으면서 손에 있는 토큰이 늘거나 줄어들 텐데, 갖고 있는 토큰의 수는 게임 중 서로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카드를 가지고 싶지 않다면, 토큰 하나를 올리고 다음 사람에게 차례를 넘긴다.
자기 차례에는 두 가지 행동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할 수 있다. 대상 카드에 토큰을 하나 올려놓고 왼쪽 사람에게 차례를 넘기거나, 대상 카드를 가져와 자기 앞에 놓아두는 것이다.
물론 토큰이 하나도 없는 플레이어라면 카드 위에 토큰을 올려놓을 수 없으므로, 대상 카드를 가져오는 행동밖에 할 수 없다.
대상 카드를 가져올 때 만약 카드 위에 올려진 토큰이 있다면, 그 토큰도 모두 가져와 자기 토큰에 합친다.
그러고 나서 더미에서 카드를 한 장 펼쳐 새로운 대상 카드를 만들고 다시 차례를 진행한다.
게임 중에 가져오는 카드는 모두 자기 앞에 잘 보이게 모아 두어야 하며, 연속된 카드는 일부가 겹치게 놓아 연속된 카드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
22 위에 토큰 5개가 올라가 있는 상황. 한 바퀴 더 돌릴 것인지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 선택의 순간.
이렇게 차례를 반복하며 게임을 진행하다가, 마지막 카드를 누군가 가져가서 더 이상 대상 카드를 열 수 없으면 라운드가 끝나고 점수를 계산한다.
가지고 있는 카드 각각에 표기된 숫자가 점수가 되는데, 만약 연속된 카드가 있다면 그중 가장 숫자가 작은 카드 한 장만 점수로 계산하고 나머지 연속된 카드들은 무시한다.
카드 점수를 다 계산하고 나면 가지고 있는 토큰 하나당 1점씩을 뺀다.
같은 방법으로 라운드를 반복하다가 약속한 만큼의 라운드가 다 끝나면 게임이 끝나며, 라운드별 점수를 모두 더해 가장 점수가 낮은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 게임은 남에게 선물을 주면서 남이 주는 선물은 거부하는 게임이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어떤 선물도 받지 않은 채 게임을 끝내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차례에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면 토큰을 얹어야 하고, 토큰의 수는 무한하지 않다.
무작정 카드를 가져가지 않고 버티다가는 토큰이 다 떨어져 중요한 순간에 꼼짝없이 카드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숫자가 큰 카드를 떠넘기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토큰 보유수는 비공개이긴 하지만, 토큰을 쓰기만 하고 있으면 남은 수량을 남들이 눈치 채기 쉽기 때문이다. 결국 게임에서 키가 되는 것은 토큰을 적절하게 보유하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라도 때때로 적당히 토큰이 쌓인 카드를 가져가야 한다.
가져가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너무 일찍 가져가면 더 받을 수 있는 토큰을 놓치게 되고, 너무 욕심을 부렸다간 다른 플레이어가 가로채기 마련이다.
이렇게 연속된 숫자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가장 작은 카드의 점수만 계산한다. 이렇게 카드를 모으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연속된 숫자는 가장 숫자가 작은 카드만 점수가 된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카드를 낮은 수부터 오름차순으로 모으려고 생각하기보다는, 중간 정도인 카드를 가져와 내림차순으로 모으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35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34 카드가 나왔다면, 그 카드를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점수는 -1점이지만, 다른 사람이 얻게 되는 점수는 34점이다.
이런 카드는 나에겐 필요하고, 남에겐 부담스러운 카드가 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가져올 수 있다. 다만 게임 시작 시 9장의 카드가 무작위로 제거되기 때문에, 잘못 선택하면 애초부터 연속으로 모을 수 없는 카드를 모으려고 하다가 게임이 끝날 수도 있다.
짧은 게임이지만 모든 행동에 깨알 같은 리스크가 따라붙기에, 모든 선택이 어느 정도는 모험일 수밖에 없다.
어떤 선택도 안전하지 않고, 소심한 플레이를 하기 어려운 점, 끊임없이 계산하면서도 운에 몸을 싣고 모험을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 이 게임의 즐거운 부분이다.
라운드가 끝나면, 각자 가지고 있는 카드와 토큰을 가지고 점수를 계산한다.
<노 땡스>는 독일의 보드게임 작가 토르스텐 김러가 만들고, <할리갈리>, <젝스님트>, <로보77> 등 세계적인 카드게임들을 수없이 배출해온 카드게임의 명가, 아미고에서 2004년에 처음 선을 보인 게임이다.
발매 직후부터 상당한 화제를 모으며 빠르게 영역을 넓혔고, 앞에서 열거한 아미고의 다른 카드게임들과 금세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후 2024년 현재 시점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시대 변화에 따라 여러 디자인 변경을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더 지니어스에서 마이너스 경매란 이름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이 게임의 한국어판이 나온 것은 다소 늦은 2016년의 일이지만, 한국어판이 나오기 전부터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퍼졌다.
한국어판이 나오기 전인 2013년에는 TV프로그램 <더 지니어스>를 통해 ‘마이너스 경매’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노 땡스를 만든 토르스텐 김러 작가
토르스텐 김러 작가의 원래 직업은 보드게임과는 영 멀어 보이는 전기공학자였다.
그가 보드게임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흥미롭게도 이 전기공학을 공부하던 와중이었는데, 함께 공부하던 동료들과 보드게임을 하며 어울리는 과정에서 그런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학위를 따고, 연구를 해나가는 한편으로는 보드게임을 수집하고 연구했으며, 신문에 보드게임 리뷰를 기고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점점 자기 이름이 적힌 보드게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한참 깊어진 1995년에, 그는 이미 활동하고 있는 보드게임 작가들의 조언을 얻고자 연례 게임 작가 회의에 방문했는데 이것이 보드게임 작가 인생의 첫발이 되었다.
이때부터 게임 아이디어에 골몰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여러 회사에 제안하는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는데, 그의 첫번째 상용 게임이 출시된 것은 4년이 지난 1999년의 일이다.
이 해에 그는 4개의 게임을 출시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슈미트 슈필레와 코스모스, 라벤스부르거 등 쟁쟁한 보드게임 회사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후에도 일과 게임 개발을 병행하며 꾸준히 작품을 출시했고, 2004년에 이르러 <노 땡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들게 된다.
카드와 토큰만으로 흥미진진한 게임이 만들어졌다.
<노 땡스>의 성공은 작가로서의 정점이기도 했지만, 그의 인생에서도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전기공학자와 보드게임 작가라는 두 가지 정체성 중 한쪽을 선택할 때가 된 것이다.
<노 땡스>가 한창 세계로 뻗어가던 2005년, 그는 작가와 개발사로서 인연을 맺어왔던 슈미트 슈필레에서 개발 매니저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즉시 그 자리에 지원했다.
그날 이후 그는 보드게임 업계에서의 인생 2막을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보드게임 업계에서 개발 매니저로서 살아가고 있다.
글 김성일
수상 이력
2006년 골든 긱 최고의 라이트 / 파티 게임 부문 후보작
2006년 프랑스 황금의 에이스 - 올해의 게임 부문 후보작
2005년 프랑스 트릭 트락 후보작
2005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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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독일 페어플레이 알라카르테 후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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