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8세 이상│1~8명│15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눈빛 교환만으로 맡은 임무를 완수하라."
야만전사, 마법사, 엘프, 드워프로 이뤄진 4명의 모험가가 모험을 떠나려 한다. 문제는 모험에 필요한 아이템도, 아이템을 살 돈도 없다는 것이다. 모험가들은 논의 끝에 동네에 있는 '매직 메이즈 마트'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동시에 집어 들고 도망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즉, 모두가 필요한 아이템을 집어들고 제한 시간 내에 탈출에 성공할 것인가, 그러지 못할 것인가가 <매직 메이즈>에서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진 목표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함께 해결해야 할 공통의 과제가 주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는 '협력 게임'은 이미 보드게임의 주요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협력 게임에선 플레이어 모두가 같은 편이므로 자기 차례인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서로 논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이다. 그런데 <매직 메이즈>에서는 그런 장면이 연출되지 않는다. 플레이어들끼리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손짓이나 몸짓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약은 있지만, 의사소통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강렬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노려보거나, 게임말을 사용해서 '뭐라도 좀 해!'라는 눈치를 줄 수 있다. 물론 게임에 익숙해지면 서로 말을 하지 않더라도 게임 진행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서로 필요한 일을 해나갈 것이다.
<매직 메이즈>는 또 하나 특별한 점이 있는데,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의 수와 상관없이 모험가 말은 4개가 사용된다. 즉, 플레이어 1명이 모험가 말 1개를 맡아서 진행하는 게임이 아니다. 대신 플레이어들은 각자 특정한 행동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한 플레이어는 어느 모험가든 상관없이 '북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고, 다른 플레이어는 '에스컬레이터 타기' 행동을 시킬 수 있으며 또 다른 플레이어는 '새로운 구역 탐사' 행동을 할 수 있는 식이다. 모든 모험가 말은 함께 사용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행동만 할 수 있으며, 그 외의 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 준비를 마치고 3분짜리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바로 게임이 시작된다. 각자에게 주어진 '차례'는 없다. 아무나, 그리고 아무 때나 모험가 말에 자신이 담당한 행동을 시키면서 게임이 진행된다. 모래시계는 계속 흐르기에 제한 시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지런히 상황을 주시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의사소통과 관련된 제한 사항이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온전히 전달하기는 매우 어렵다. 자유로이 대화가 가능해도 서로의 의사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을 할 수 없으니 더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반드시 다른 플레이어가 도와줘야 할 때가 있는데, 플레이어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에 지금 무언가를 해야하는 플레이어가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거나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뭐라도 좀 해!' 게임말이다. 아무나 아무 때나 이것을 집어 들고 다른 플레이어 앞에 놓으면, 그 플레이어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테고, 이것으로 고착 상태를 해결할 수 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뒤집은 3분짜리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면 게임은 그 즉시 종료된다. 그런데 이 3분이라는 제한 시간은 게임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게임판 중간중간에는 모래시계를 뒤집을 수 있는 칸이 존재한다. 이 칸에 모험가 말이 들어가면 모래시계가 뒤집히며 제한 시간이 연장된다. 하지만 각 칸은 일회용이어서 무한정 모래시계를 뒤집을 수는 없다. 대신 이렇게 모래시계를 뒤집을 때는 시간이 연장될 뿐만 아니라, 행동을 멈추고 서로 말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서로 말을 하는 중에도 모래시계는 흐르고 있으니, 서로 필요한 말만 빨리 전하고 다시 침묵 속에서작전을 계속해야 한다.
<매직 메이즈>에는 총 17가지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다. 시나리오 1부터 시나리오 7까지 거치는 동안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기본 규칙을 익히고 각 모험가들의 특수 능력을 배운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은 시나리오 8부터다. 각 시나리오마다 플레이어들을 옭아매는 고유한 규칙이 적용되고, 다양한 난이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협력 게임과도 다른 매력을 주는 <매직 메이즈>는 독일 게임상을 주관하는 프리드헬름 메르츠 페얼락에서 2017년에 신설한 이노슈필 2017을 수상했다. 해당 년도에 나온 게임 중 가장 혁신적인 게임을 찾아서 시상하는 이노슈필의 첫 번째 수상작을 직접 경험해보시기 바란다.
글 현동섭
수상 이력
2017 Spiel des Jahres Nominee
2017 innoSPIEL Winner
2017 RPC Fantasy Award Most Promising Product Winner
2017 Meeples' Choice Nominee
2017 International Gamers Award - General Strategy: Multi-player Nominee
2017 Gouden Ludo Best Family Game Nominee
2017 Golden Geek Most Innovative Board Game Nominee
2017 Golden Geek Best Family Board Game Nominee
2017 Golden Geek Best Cooperative Game Nominee
2017 Gioco dell’Anno Nominee
2017 Cardboard Republic Socializer Laurel Nomi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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