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0세 이상│2-4명│45분
뽑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독일의 크베들린부르크 지역에서는 1년에 한 번, 9일 동안 장이 열립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최고의 명의부터 돌팔이 약장수까지 이곳에 모여 의술과 제약 대잔치를 벌입니다. 여러분 역시 이곳에 입성한 어엿한 돌팔이 약장수입니다. 완벽한 물약을 제조(했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까지 각자 준비한 약재를 솥에 넣어가며 팔팔 끓이세요! 물약을 팔아 더 좋은 재료를 구매하고, 전설로 남을만한 만병통치약을 만들어 보세요!”
크베들린부르크는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에 위치한 도시다. 작센 공작이자 독일 국왕인 하인리히 1세에 의해 성벽이 세워지며 도시로 만들어졌으며, 하인리히 1세 사후 마틸다 왕비가 이곳에 여성을 위한 종교 시설을 창립했다. 이 시설은 나중에 이들의 아들인 오토 1세 한때 수녀원으로 개편되었고, 크베들부르크는 독립적인 과세권과 주조권을 지닌 '크베틀린부르크 수녀원령'이 됐다. 크베들린부르크는 많은 목조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아름다운 도시이며, 중요한 정치·종교 집회와 축제가 자주 열렸다.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는 이 크베들린부르크에서 벌어지는 9일장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다. 게임 제목 그대로 플레이어들은 한탕을 노리고 크베들린부르크에 몰려든 돌팔이 약장수가 되어 약 장사 경쟁을 벌이게 된다. 돌팔이다보니 당연히 사용하는 약재도 수상하고, 만들어지는 약도 위험하다. 어설픈 실력으로 욕심을 부리다간 솥이 폭발할 수도 있다.

점괘 카드엔 즉시 그 효과를 적용하는 것과 라운드 중이나 라운드 끝에 적용하는 것, 두 종류가 있다.
라운드가 시작하면 먼저 점괘 카드를 하나 공개한다. 점괘 카드는 플레이어들에게 즉각적인 효과를 주거나 한 라운드에서만 효과를 발휘하는 카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점괘 카드를 펼치고 플레이어들은 동시에 자신만의 물약을 만든다. 물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머니에서 약재를 하나 뽑아 솥에 넣어야 한다. 처음 솥에 약재를 넣을 때는 자신의 물방울 마커나 쥐 마커를 기준으로 약재 칩을 그 약재의 품질 값만큼 떨어진 거리에 놓으면 된다. 두 번째부터는 가장 마지막에 넣은 약재를 기준으로 똑같이 진행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하얀색 약재인 꽝꽝나무의 품질 값 총합이 7을 초과한다면 내 솥은 폭발한다. 솥이 폭발하면 더 이상 약재를 넣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페널티를 받기 때문에 솥이 폭발하지 않도록 약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꽝꽝나무(하얀색 약재)의 품질 값이 7을 넘는 순간 즉시 솥이 폭발한다.
모든 플레이어들의 솥이 다 폭발하거나 약재를 그만 넣기로 결정하면 물약 평가 단계를 진행한다. 우선, 가장 훌륭한 물약을 만든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굴려 보너스를 받는다. 그다음, 플레이어들은 각자 자신이 만든 물약을 팔아 승점을 얻고 고급 약재를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솥을 터뜨린 플레이어는 승점이나 고급 약재 구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고급 약재의 총류는 총 6가지다. 물론 이 고급 약재들 사이에서도 가격 차이가 있다. 또한 라운드마다 약재를 최대 2개까지만 살 수 있고 서로 시너지를 내는 약재들이 있기에 약재는 신중하게 구매해야 한다. 게임 초반에는 다들 보잘것없는 약재를 이용해 물약을 만들지만, 잘 만든 물약을 팔아 번 돈으로 고급 약재를 사서 더 좋은 물약을 만들어어야 한다. 이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이 말한 '제자리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라운드마다 모든 플레이어가 고급 약재를 사서 자신의 주머니에 추가하기 때문에 라운드마다 만들어지는 물약의 품질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모두가 앞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서있는 것은 모두가 서있는 상황에서 뒷걸음질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게임에 사용하는 고급 약재 6종류. 종류별로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서적 타일 4가지가 들어있어 게임마다 다른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는 무작정 처음부터 앞서 나간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게임은 아니다. 뒤쳐진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장치들이 많다는 점 또한 이 게임이 가진 특징 중 하나다. 점괘 카드는 대부분 점수가 가장 낮은 플레이어에게 혜택을 준다. 즉, 점괘 카드는 점수가 낮은 플레이어도 점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밖에도 1등을 제외한 플레이어들은 쥐꼬리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쥐꼬리는 물약을 만들 때 먼저 시작할 수 있게 해주어 도움이 된다. 플라스크 또한 운이 좋지 않은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도구다. 내가 뽑은 흰색 약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플라스크를 써서 방금 뽑았던 흰색 약재를 주머니 안에 도로 집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란색 플레이어의 점수 말과 선두인 빨간색 플레이어의 점수 말 사이에 쥐꼬리 3개가 있다. 따라서 노란색 플레이어는 자기 차례가 시작할 때 쥐 마커 3칸을 전진한다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는 여러 모로 균형을 추구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고급 약재를 사놓음으로 인해 자신의 전략을 구상하지만, 전략적인 선택에 의해 구성된 주머니에서 약재 타일을 뽑은 결과는 확률과 운에 의해 결정된다.이로 인해 전략과 운이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게임의 구조상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으로 발전을 강요함에도 불구하고 뒤쳐진 플레이어가 탈락하지 않고 승리를 노려볼 수 있도록 적절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 또한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를 만든 볼프강 바르시 작가는 2018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후보작이 발표됨과 동시에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보드게임 작가가 됐다.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 <영리한 여우>, <더 마인드> 3개의 게임을 동시에 올해의 게임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독일 올해의 게임상 40여 년의 세월 간, 한 해에 후보작을 2개 배출한 경우는 있었지만, 3개나 배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2015년에 처음으로 상업적인 보드게임을 발표하고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작가였기에 2018년에 그가 이룬 성취는 더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이제 보드게임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려 하는 그의 행보는 또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 지 기대되는 바이다.
글 조현보
수상 이력
2018 Kennerspiel des Jahres
2018 Golden Geek Board Game of the Year Nominee
2018 Golden Geek Best Family Board Game
2018 Cardboard Republic Daredevil Laurel
편집부의 한 줄 평
- 김남일: 좋은 약을 만들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 짜릿한 손맛을 원하는 당신에게.
- 이호열: 재료를 뽑으면 약이 터질까 아니면 비싼 약이 될까. 가슴이 떨리는 한 수 한 수.
- 이지환: 용기 있는 자가 좋은 약을 얻는다. 아니면 쥐꼬리를 얻거나.
- 정하람: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마성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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