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달리는 기차

티켓 투 라이드 시리즈를 살펴봅니다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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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투 라이드

만 8세 이상 | 2~5명 | 30~60분

 

 
 
 
- 세계를 달리는 기차 -
 
 
 
⟨카탄⟩과 ⟨카르카손⟩ 등 걸출한 작품을 배출하며 현대 보드게임의 부흥을 이끈 독일은 전 세계 보드게임 팬들로부터 보드게임의 중심지로 인정받았습니다. 바로 그 독일에서 정하는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은 보드게임 기업과 관계없는 독립적인 평론가와 기자들로 이뤄진 심사위원단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고 권위를 높이 사는 상이죠. 독일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이라고 발표된 게임은 전 세계의 보드게임 팬에게 큰 인상을 남기며, 그해의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2004년, ⟨티켓 투 라이드⟩가 발매된 해 여름에 심사위원단은 이 게임을 수상작으로 발표했습니다. 평가문은 이러했습니다. '놀랍도록 간단한 규칙과 유쾌하고 다층적이며 복합적인 가능성이 흥미롭게 혼합되어 있다.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흥미진진하다'.
 
 

2004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수상작이라는 표시가 부착된 티켓 투 라이드 독일어판
 
 
 
당시 독일 보드게임 업체들 사이에 철도 테마의 게임은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했죠. 철도 테마의 게임들 상당수는 열차 노선을 만들고, 이를 운영하는 회사를 경영하며, 이러한 회사의 주식을 사고 파는 등 어려운 게임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티켓 투 라이드⟩는 그런 선입견을 깨뜨렸습니다. 철도 테마의 게임을 쉽고 간결하게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하며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고, 독일 보드게임 업체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안겼습니다. 당시 데이즈 오브 원더는 창립 2주년을 갓 넘긴 신생회사였는데, 창립 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독일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한 회사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티켓 투 라이드⟩는 그 이후로도 세계 각국에서 인정받았습니다. 2008년까지 미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등 각국에서 총 11개의 보드게임 상을 받았고, 현재까지 총 22개의 언어 판본이 만들어졌으며, 800만 개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만하면 ⟨카탄⟩, ⟨카르카손⟩과 함께 현대 보드게임의 대표작이라 해도 될 겁니다.
 
그런 ⟨티켓 투 라이드⟩의 성공 이유를 하나씩 살펴봅시다.
 
 
 
쉬운 규칙으로 높은 접근성 -
 
 

선택한 노선의 색깔과 칸 수를 맞춰 기차 카드를 내면, 그 곳에 자기 기차를 놓아 두 도시를 연결할 수 있다.
 

 

 

⟨티켓 투 라이드⟩는 많은 구성물을 사용하며 제법 넓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도 규칙이 매우 쉬워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기차 카드 가져가기, 노선 연결, 목적지 카드 뽑기의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실행합니다. 이중 목적지 카드 뽑기는 게임이 충분히 진행된 다음에 주로 하기에, 게임 초중반에는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만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게임을 처음 접한 사람도 차례를 몇 번만 갖고 나면 게임 방법을 익히고 자기 전략을 적극적으로 세울 수 있죠. 
 
 
 
목적지 카드에는 두 도시가 표시돼 있으며, 이 두 도시를 연결하면 추가 점수를 받는다.
 
 
 
게임이 시작될 때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목적지 카드 역시 접근성을 높여 줍니다. 목적지 카드에는 두 개의 도시가 표시돼 있는데, 게임이 끝났을 때 두 도시의 연결에 성공하면 점수를 얻지만 실패하면 점수를 잃습니다. 그러니 시스템을 완전히 파악해야만 최종 목표 달성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여느 유로 게임과는 달리, 중장기적 목표를 초반부터 세우기가 쉽습니다. 
 
자신의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매 순간 게임판에서 어느 경로를 자신의 노선으로 연결할 것인지의 단기적인 계획을 짜고 그에 맞춰 기차 카드를 자연스럽게 선택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면 처음 받은 목적지 카드에만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적극적인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 쉬운 규칙임에도 높은 전략성 -
 
 
게임이 시작될 때 받은 목적지 카드 말고, 추가로 목적지 카드를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
 
 
 
⟨티켓 투 라이드⟩의 핵심적인 전략 요소는, 목적지 카드를 통해 제시된 두 도시를 자기 노선으로 연결하는 경로를 계획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티켓 투 라이드⟩의 전부는 아닙니다. 다른 플레이어가 어떤 경로를 이용해 노선을 연결하려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방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건 어마어마하게 높은 점수가 아니라, 상대보다 1점이라도 높은 점수입니다. 그래서 경쟁자가 필요로 하는 경로를 미리 차지해서 멀리 돌아가게 만들거나 아예 끊어 버리면, 그만큼 경쟁자의 점수를 낮출 수 있겠죠. 그러므로, 자신의 경로를 선택함과 동시에 상대의 경로를 봐 가며 그때그때 계획을 수정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기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는 기차 카드를 가져오는 것이다. 앞면으로 정보가 공개된 카드를 선택할 수도 있고, 뒷면으로 놓여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카드 더미 맨 위의 카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노선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기차 카드는 게임에서 중요한 자원입니다. 어떤 기차 카드를 확보하여 어느 노선을 차지할지를 결정하죠. 이러한 기차 카드를 가져오는 것에도 전략적 요소가 있습니다. 당장 필요한 기차 카드를 가져와 즉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더 긴 노선을 만들기 위해 기차 카드를 전략적으로 모으고 있을지에 대한 판단 같은 것이 있죠.
 
공개된 기차 카드 5장과 뒷면인 기차 카드 더미 중에서 카드를 선택해서 가져간다는 규칙도 전략성이 있습니다. 펼쳐진 카드를 선택하면 원하는 카드를 확정적으로 가져가는 대신 상대에게 내 전략에 대한 정보를 주게 됩니다. 반대로, 카드 더미에서 선택하면 다른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숨길 수 있지만 어떤 카드를 가져오게 되는지는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합니다.
 
 
 
- 다양한 매력을 지닌 명작 -
 
 
⟨티켓 투 라이드⟩의 커다란 게임판을 넓게 펼쳐 놓고 수많은 구성물을 이용해 게임을 진행하면 보기에도 화려하고 뭔가 상당한 게임을 하는 만족감이 있습니다. 실제 지역의 지도를 옮겨놓은 게임판 위에서 각자 자신의 철도 노선을 만든드는 것이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게임의 테마인 여행 계획을 세우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보드게임 숙련자들이 ⟨티켓 투 라이드⟩에 대해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장점이, '보드게임을 아직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권했을 때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쉬운 규칙으로 자신만의 전략을 세우는 느낌이 명확하며, 숙련자와 제법 비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을 지금까지 이야기해 왔는데요.
 
 
 

넓은 게임판 위에 자신이 놓은 기차말들이 노선을 이루며 목적지 카드의 도시들을 잇는 것은 제법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을 준다.
 
 
 
목적지 카드에 표시된 두 도시를 자기 노선으로 연결하거나 가장 긴 노선을 만드는 것에 성공하는 게 게임의 승패와 별개로 만족감을 주는 점도 좋습니다. 입문자에게 실패가 없다는 건, 특정 성향에 치우치지 않고 누구와 즐기든 고른 게임 경험을 보장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매력으로 무장한 게임이기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각종 후속작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 출시작에 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 티켓 투 라이드 시리즈 살펴보기 -
 
 
 

 
티켓 투 라이드: 유럽
만 8세 이상 | 2~5명 | 30~60분
 
제목 그대로 유럽을 무대로 한 ⟨티켓 투 라이드⟩입니다. 단순하게 지도만 바꾼 게 아니라 유럽의 지형과 철도 환경에 맞춰 터널과 페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가했습니다.
 
두 도시를 물 위로 잇는 특별한 노선인 페리는 해당 노선에 표시된 만큼의 기관차 카드를 내야 하기에 기관차 카드 관리의 중요성을 더했습니다. 최종 길이를 알 수 없다는 특성을 지닌 터널은 노선을 연결하려고 할 때가 되어서야 얼마만큼의 기차 카드가 필요한지 확정되기에 기차 카드 관리에 또 다른 변수를 더합니다.
 
이외에도 다른 플레이어의 노선 하나를 자기 노선인 것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차역이나, 게임이 시작될 때 주어지는 목적지 카드 중 1장이 장거리 목적지 카드로 바뀐 것도 주목할만한 변경점입니다. 여러 가지 요소가 추가됐기에 규칙이 조금 더 복잡해졌으며 전략이 더욱 깊어졌죠.
 

 


 

 

 
티켓 투 라이드: 노르딕
만 8세 이상 | 2~3명 | 30~60분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반도와 그 인근 지역으로 무대를 옮겨 봅시다. ⟨티켓 투 라이드⟩나 ⟨티켓 투 라이드: 유럽⟩이 2명에서 5명까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에 반해, ⟨티켓 투 라이드: 노르딕⟩은 2명이나 3명이 즐기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적은 인원으로도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게임판이 설계되었으며,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색으로든 쓸 수 있던 와일드 카드인 기관차 카드의 용도가 제한되어 누군가가 다수의 기관차 카드를 가져가더라도 크게 유리해지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9칸짜리 긴 노선인 무르만스크-리엑사 노선이 특정 색깔을 모으는 전략을 유도하면서 적은 인원 사이의 눈치 싸움을 유도합니다. 물론 ⟨티켓 투 라이드: 유럽⟩에서 선보인 페리와 터널도 다시 등장하기에 ⟨티켓 투 라이드: 유럽⟩과 규칙 복잡도도 전략적 깊이도 비슷합니다.
 
 
기본, 유럽, 노르딕을 자세히 살펴보아요 ↑↑

 


 

 

 

 티켓 투 라이드: 샌프란시스코 / 파리

만 8세 이상 | 2~4명 | 10~15분

 
위 두 게임은 ⟨티켓 투 라이드⟩의 도시 시리즈로, 대륙 단위가 아닌 도시 단위의 게임판을 배경으로 합니다. 게임의 무대가 좁아지면서 게임판이 작고 아담하게 변했죠. 그만큼 플레이 시간도 짧아져서 더 경쾌하게 즐기기 좋습니다.
 
크기가 작아지고 게임 시간이 짧아졌지만 시리즈 본연의 재미를 훌륭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는 느낌을 선사합니다.
 
⟨티켓 투 라이드: 샌프란시스코⟩는 페리와 기념품 토큰을 더해 기존 게임에 변주를 가했고, 기차가 트램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티켓 투 라이드: 파리⟩는 프랑스 국기 색깔에 맞춰 노선을 만들면 추가 점수를 얻는 깜찍한 규칙이 더해졌죠.
 
 
샌프란시스코를 자세히 살펴보아요 ↑↑
 
파리를 자세히 살펴보아요 ↑↑

 


 

 

 
티켓 투 라이드: 유령 열차
만 6세 이상 | 2~4명 | 15~30분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티켓 투 라이드⟩입니다. 실존하는 지역이 아닌 핼러윈 분위기를 풍기는 판타지 세계로 플레이어들을 안내하죠.
 
자기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은 여전히 같지만, 목적지 카드의 활용법이 달라졌습니다. 목적지 카드의 조건을 달성하면 즉시 해당 목적지 카드를 공개하고 새로운 목적지 카드를 받습니다. 게임의 목표도 목적지 카드 6장을 달성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적지 카드는 버릴 수 있게 하여 어린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죠. 또한 노선 연결을 통해 얻는 점수를 없애 점수 계산을 간편화하면서도 게임이 주는 긴장감과 재미를 유지했습니다.
 
 
유령 열차를 자세히 살펴보아요 ↑↑
 

 


 

 

 
티켓 투 라이드 확장: 한국&이베리아
만 8세 이상 | 2~5명 | 30~60분
 
지금까지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시리즈가 독립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반면 이 확장은 ⟨티켓 투 라이드⟩ 기본판이나 ⟨티켓 투 라이드: 유럽⟩을 소장했을 경우에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구성물이 상당히 실합니다. 양면 게임판 중 한 면은 한국 지도가, 다른 한 면은 이베리아 반도가 그려져 있는데요. 한국 지도에서는 도별로 노선을 확보하여 점수를 올리는 규칙이,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특정 지역으로 노선을 연결해 얻는 축제 카드로 점수를 확보하는 규칙이 추가되었습니다.
 
규칙의 변주가 두드러지는 편이기 때문에 확연히 색다른 느낌으로 ⟨티켓 투 라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도 위에서 노선을 연결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지만요.
 
 
한국&이베리아를 자세히 살펴보아요 ↑↑
 
 
 

 

 

오랜 시간 동안에 걸쳐 티켓 투 라이드 시리즈에는 다양한 게임들이 추가되었다.
 
 
 
다양한 ⟨티켓 투 라이드⟩ 시리즈 중에서 자신에게 잘 맞는 게임을 즐겨 보면 좋겠습니다. 모든 시리즈를 모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요.
 
 
글: 현동섭, 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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