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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고, AMIGO Spiel + Freizeit GmbH - 퍼블리셔 이야기
코리아보드게임즈
2022-12-22


아미고의 시작은 1980년
아미고, AMIGO Spiel + Freizeit GmbH는 독일의 보드게임 퍼블리셔다. 루돌프 얀센과 귄터 포이그트, 이 두 명은 브뤼셀에 있는 호텔 아미고에 머물고 있을 때, 서로 의기투합하여 보드게임 회사를 만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이 설립한 회사의 이름은 결정을 내린 장소를 기념해 ‘아미고’라 이름 붙였다. 스페인어로 친구를 뜻하는 아미고란 단어는 두 명의 친구가 의기투합하여 설립한 회사에 매우 적합한 이름이었다. 이렇게 회사가 설립된 해는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인 1980년이다. 두 사람은 휴대가 편리하고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카드 게임에 주목했으며, 이들이 출시한 첫 번째 카드 게임으로는 <착>이 있다.

루빅스 스네이크, 1980년대 9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겐 이름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미 한 번쯤은 봤던 퍼즐일 것이다.

하지만, 아미고가 카드게임만을 사업 영역으로 한정한 것은 아니다. 1982년부터 헝가리에서 만들어진 <루빅스 스네이크>의 독일 배급권을 획득하여 배급업자로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루빅스 스네이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퍼즐인 <루빅스 큐브>를 만든 루비크 에르뇌 작가가 만든 입체 도형 퍼즐로, 90도 단위로 회전하는 이등변 직각삼각기둥 여러 개로 이뤄져 있다. 매우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어 1980년대에 크게 유행했다. <루빅스 스네이크>는 독일에서도 큰 성공을 거둬 설립된 지 얼마 안 되는 아미고에 큰 힘을 실어줬다. 이와 더불어, 1980년대에 <루빅스 스네이크>와 함께 아미고를 성장시킨 것은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카드게임인 <우노>였다. 아미고는 1984년에 미국 인터내셔널 게임즈의 대표작 <우노>의 독일 배급자가 되었다. 이미 미국 시장을 평정한 바 있는 <우노>가 독일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루빅스 스네이크>와 <우노>가 아미고 성장의 발판이 되는 중에, 1985년에는 앙드레 프랑수아 작가가 만든 <캠퍼스>를 통해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 추천작에 이름을 올렸다. 회사가 설립된 지 5년만에 처음으로 평론가 집단으로부터 인정받는 수준의 게임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캠퍼스> 이후에 다시 독일 올해의 게임상의 추천작에 이름을 올리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아미고의 독일어판 우노,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노는 1980년대에 이미 전 세계 누적 판매량 5천만 개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1990년대부터는
1990년대에 아미고는 보드게임 퍼블리셔로 완전히 자리 잡기에 이른다. 1991년엔 에릭 솔로몬 작가가 만든 <카사블랑카>로 무려 6년 만에 독일 올해의 게임상 추천작에 다시 이름을 올렸으며, 향후 30여년간 아미고의 대표 게임이 될 하임 샤피르 작가의 <투티 프루티>가 만들어졌다. <투티 프루티>는 다른 게임 회사와의 상표권 분쟁이 벌어졌는데, 아미고에선 <투티 프루티>란 제목을 포기하고 이 게임의 제목을 새롭게 붙이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이 게임에 새롭게 붙은 제목이 바로 <할리갈리>다. 1992년과 한 해를 제외하면 90년대에 거의 매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에 추천작 이상을 배출했으며, 특히 1998년에는 앨런 문 작가가 만든 <엘픈랜드>가 독일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하고, 이듬해인 1999년에도 앨런 문 작가의 <유니온 퍼시픽>이 후보작으로 선정되며 2년 연속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도 1994년엔 볼프강 크라머 작가의 <젝스팀트>가 독일게임상(Deutscher SpielePreis) 1위를 차지하며 평론가들뿐만 아니라, 독일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1997년에 발매된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의 <보난자>도 1990년대의 아미고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는 <보난자>가 거둔 성공을 기반으로 전업 보드게임 작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며, 훗날 <아그리콜라>를 발표하며 현대를 대표하는 보드게임 작가가 되었다.

1991년에 발매된 할리갈리, 1993년에 발매된 로보77, 1994년에 발매된 젝스님트, 1996년에 발매된 위자드, 1997년에 발매된 보난자, 이들은 아미고의 1990년대를 대표하는 게임들이다. 이 게임들은 발매된 후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에 들어서서 아미고의 게임 개발능력은 급격한 발전을 이뤘지만, 회사로서는 힘든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992년에 세계 최대의 완구 기업인 마텔이 인터내셔널 게임즈를 인수하며 아미고가 가지고 있던 <우노>의 독일 배급권을 회수하고, 마텔의 독일 지사를 통해 직접 배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미고의 성장 동력 중 하나였던 확고한 베스트셀러의 이탈은 아미고를 치명적인 경제적 위기에 빠트렸다.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아미고의 창업자인 루돌프 얀센과 귄터 포이그트는 베를린 투자그룹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아미고를 인수한 베를린 투자그룹에서는 아미고의 신임 사장으로 우베 파울리 사장을 선임했으며, 우베 파울리 사장은 이때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회사 마텔로부터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는 다른 미국 회사의 도움도 컸다. 1993년 <젠콘>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매직: 더 개더링>을 눈여겨본 아미고는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로부터 독일 배급권을 따냈다. 컬렉터블 카드 게임이라는 전례 없는 장르를 만들어낸 <매직: 더 개더링>은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가 TSR을 인수한 다음에는 롤 플레잉 게임 <던전 & 드래곤>의 독일 배급까지 맡으며, 독일의 컬렉터블 카드 게임과 롤플레잉 게임 영역에서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1999년에는 <포켓몬스터 TCG>, 2004년에는 <유희왕>의 독일 배급을 맡으며, 세계 최정상급 컬렉터블 카드 게임 모두를 취급하는 회사가 되었다.

위기 뒤에 기회랄까? 1992년에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고 난 다음 아미고의 행보는 매우 순조로웠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14년 연속으로 꾸준히 독일 올해의 게임상 추천작을 배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중에서 단 하나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하는 아쉬움도 컸다. 이런 아쉬움을 끊은 것은 2017년에 브라이언 고메즈 작가가 만든 <아이스 쿨>이 독일 올해의 어린이 게임상(Kinderspiel des Jahres)를 수상하면서였다. 이는 <엘픈랜드> 이후 거의 20년 만의 수상이라 아미고는 일순간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미고와 페어플레이 알라카르테 카드게임상


독일에서 발행되는 보드게임 잡지 <페어플레이>에서는 1991년부터 매년 카드게임 부문에만 국한하여 최고의 카드게임을 선정하여 알라카르테 카드게임상(À-la-carte-Kartenspielpreis)을시상한다. 사업 시작부터 카드게임에 집중한 아미고는 1991년 <할리갈리>부터 시작하여 지난 2019년 <라마>에 이르기까지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후보작 41개와 수상작 6개를 배출했다. 후보작을 배출하지 못한 해가 1998년, 2013년, 2014년, 2015년 4년에 불과할 정도로 알라카르테 카드게임상에 거의 매년 후보작을 배출하는 단골 멤버라 할 수 있다. 특히 1991년부터 1995년까지의 연속 수상은 다른 어떤 회사도 이룩하지 못한 업적이다. <젝스님트>, <보난자>, <크라스 카리어트> 등이 알라카르테 카드게임상을 수상한 아미고의 게임이다.

아미고를 대표하는 게임들
지난 40여년 역사에서 아미고에 인상적이었던 게임들을 살펴보자.

할리갈리

'돌아가며 카드를 펼치다가, 같은 과일이 다섯 개가 되면 종을 쳐라'는 단순명료한 규칙을 가진 <할리갈리>는 명실상부 아미고를 대표하는 보드게임 중 하나다. 플레이어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다가 어떤 과일의 합이 다섯 개가 되는 순간 일제히 번개같이 손을 날리는 광경은 가히 일품이다.

할리갈리의 규칙은 간단하다.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똑같은 장수씩 나눠 갖고, 각자 받은 받은 카드를 뒷면이 보이게 한 더미로 쌓아 자기 앞에 둔다. 돌아가며 각자 자기 더미 맨 위에 있는 카드를 1장 공개한다. 카드를 펼칠 땐 카드를 펼치는 플레이어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 카드가 무엇인지 먼저 볼 수 있도록 바깥쪽 방향으로 펼쳐야 한다. 다시 자기 차례가 돌아온 플레이어는 새로 펼친 카드로 이전에 자신이 냈던 카드를 덮으므로, 게임 중 공개된 카드 장수는 항상 플레이어 수만큼 유지된다. 이렇게 펼쳐진 카드들 중 어떤 한 종류의 과일이 5개가 되는 순간, 플레이어들은 종을 쳐야 한다. 가장 먼저 종을 친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펼쳐진 카드를 모두 가져가 자기 카드 카드 더미 아래에 넣는다. 따라서, 게임이 진행될수록 가장 먼저 종을 치는데 성공한 플레이어의 카드 더미는 두꺼워지고, 실패한 플레이어의 카드 더미는 점점 얇아진다. 그러다가 자기 차례에 더 이상 펼칠 카드가 없는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탈락하고, 최후까지 살아남은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1991년 하임 샤피르 작가와 아미고의 만남은 작가와 아미고 모두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하임 샤피르 작가는 이스라엘에서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었고, 아미고 또한 1986년에 <캠퍼스>가 독일 올해의 게임상 추천작에 이름을 올린 것 외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성공작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 둘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할리갈리>는 서로에게 큰 성공을 안겼다. 물론, <투티 프루티>란 이름으로 발매된 당시에는 다른 회사에서 이미 제목만 같은 다른 게임이 있었던 관계로 상표권 분쟁을 겪는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제목을 바꿔 상표권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는 탄탄대로를 걸어와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 1,100만 개 이상 판매되는 기록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더군다나, <할리갈리 익스트림>, <할리갈리 주니어>, <할리갈리 파티>, <할리갈리 컵스 딜럭스> 등 다양한 <할리갈리> 시리즈를 만들어냈음은 물론이고, <이것 좀 봐>, <브레인 스톰> 등의 성공작을 만들어냈음을 고려하면 하임 샤피르 작가와 아미고의 만남이 얼마나 특별한 인연이었는지는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할리갈리를 즐기는 하임 샤피르 작가와 우베 파울리 사장

<할리갈리>는 한국 보드게임 시장의 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게임이다. 2002년 보드게임 카페가 만들어지며 한국에 소개된 이래 초창기 보드게임 카페 유행에서 한몫을 했으며, 이때의 인기를 기반으로 해서 한국어판이 만들어졌다. <할리갈리>는 독일 보드게임의 한국어판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으며, 한국 보드게임 시장 형성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런 점을 보면 <할리갈리>는 한국 보드게임계와 독일 보드게임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임 샤피르 작가는 아미고와 만나 할리갈리를 만든 이후 할리갈리 시리즈를 비롯해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젝스님트


<젝스님트>는 1부터 104까지 적힌 숫자 카드 104장을 사용하는 카드게임이다. 먼저, 카드를 잘 섞고 각각 10장씩 나눠 갖는다. 자신이 받은 카드는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혼자만 본다. 그리고 남은 카드 중 4장을 중앙에 펼쳐 세로로 놓으면 게임 준비가 완료된다.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들은 각자 손에서 카드를 1장씩 골라 뒷면으로 내려 놓는다. 모두가 카드를 내려 놓았다면, 하나, 둘, 셋 외치며 동시에 카드를 공개한다. 카드가 모두 공개되면 가장 낮은 숫자의 카드부터 차례대로 카드 행렬에 배치하는데, 배치하는 방법은 그 카드의 숫자와 가장 가까우면서 그보다는 낮은 숫자의 오른쪽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순서대로 배치하다가 어느 한 줄에 6번째 카드를 내려놓게 되면, 그 카드를 낸 플레이어는 이전에 놓여 있던 카드 5장을 모두 가져와야 한다. 이 게임의 제목인 <젝스님트 6 nimmt!>가 바로 '6 가져가!'란 의미인데, 이렇게 카드를 가져가는 순간을 제목으로 정한 것이다.

6번째 카드를 내려놓은 벌칙으로 획득한 카드들은 손으로 가져오지 않고 따로 더미를 만들어 모아둔다. 그리고 이 6번째 카드는 새로운 줄의 첫 번째 카드가 된다. 각 카드의 상단에는 작은 황소 머리가 1개에서 7개까지 그려져 있는데,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자신이 벌칙으로 모아둔 카드 더미의 황소 머리 개수만큼 벌점을 받는다. 모든 플레이어가 손에 있는 카드 10장을 모두 사용하면 한 라운드가 끝나고, 벌점을 계산해 기록한다. 이렇게 라운드를 반복해 진행하다 누군가 66점의 벌점을 받으면 게임이 끝나고 가장 적은 벌점을 가진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젝스님트>는 독일 최초의 전업 보드게임 작가인 볼프강 크라머 작가가 만든 게임이다. 그와 더불어 이 게임은 볼프강 크라머 작가와 아미고가 처음으로 협업을 한 게임이기도 하다. 1992년 볼프강 크라머 작가가 구체화한 개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게임은 작가와 지인들이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친 끝에 1993년 3월에 현재의 <젝스님트>와 거의 같은 규칙을 정립했다. 이 게임을 상품화하기 위해 제일 처음으로 찾아간 보드게임 회사에서는 거절당했지만, 아미고에서 이 게임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서둘러 계약을 맺은 끝에 <젝스님트>가 탄생하게 된다. 아미고의 판단이 옳았음이 밝혀지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3년 연속으로 수상한 페어플레이 알라카르테 카드게임상 수상 기록을 4년 연속으로 늘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독일 올해의 게임상 추천작에 이름을 올렸으며, 독일게임상 1위를 차지하며 독일 게이머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리고, 1996년 미국 멘사 셀렉트로 선정되며 아미고에게 독일어권 이외 지역에서 최초로 상을 받는 영광을 선사했다.


<젝스님트>의 성공 이후에 1998년엔 <테이크 5>, 2004년엔 <황소 뿔의 춤>, 2009년엔 <젝스님트 주니어>, 2010년엔 <11 님트>, 2012년엔 <황소파티>, 2016년엔 <X 님트>, 2019년엔 <젝스님트 보드게임>에 이르기까지 볼프강 크라머 작가와 아미고는 <젝스님트>의 후속작을 많이 만들어냈다. <젝스님트>라는 탄탄한 뼈대가 있었기에 이렇게 다양한 응용도 가능했던 것이다.

보난자

<보난자>는 농부가 되어 콩을 심고 수확하는 게임으로, 얼핏 들으면 농사짓는 일이 중심인 것 같지만, 사실은 플레이어 간의 협상과 거래가 중심인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밭 2개를 가진 상태에서 콩 카드 5장을 손에 들고 게임을 시작한다. 첫 번째 단계에선 먼저 손에 있는 콩을 1개 또는 2개까지 심어야 하는데, 이 게임의 핵심 규칙인 손에 들고 있는 카드는 순서를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한 밭에는 1종류의 콩만 심을 수 있기 때문에 순서가 맞지 않으면 돈이 안 되더라도 밭을 새로 갈아엎고 순서에 맞는 콩을 심어야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쌓여 있는 카드 더미에서 2장을 뽑아 공개한다. 이 카드 2장은 반드시 모두 사용해야 하는데, 자기 밭에 심거나 다른 플레이어와 거래하는데 쓰거나 2가지 방법으로 쓸 수 있다. 이 단계가 보난자의 가장 중요한 단계다. 보난자는 같은 종류의 콩을 많이 모을수록 더 많은 금화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필요 없는 카드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주고, 내가 원하는 콩은 최대한 많이 받아와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뽑아 상대방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손에 든 카드는 순서를 바꿀 수 없다’라는 규칙의 곤란함을 해소해준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내가 들고 있는 첫 번째 콩 카드를 강제적으로 심어야 하므로, 손에 든 카드 중 쓸모없는 카드들은 다시 첫 번째 단계가 왔을 때 원치 않게 밭을 갈아엎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두 번째 단계에서 거래를 통해 손에 든 카드를 내가 원하는 대로 남기는 것이 게임의 핵심 전략이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주고받은 콩들을 밭에 심는다. 두 번째 단계에 주고받은 콩은 무조건 밭에 심어야 하며, 첫 번째 단계와 마찬가지로 경우에 따라선 밭을 갈아엎어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에서는, 카드 더미에서 카드 3장을 뽑고 손에 들며 차례를 마무리한다. 보난자에서는 손에 든 카드 순서가 바뀌면 안 되기 때문에, 3장의 카드를 가져올 때는 반드시 뽑은 순서대로 맨 뒤에 붙인다. 그리고 게임 중에는 언제든지 밭에 있는 콩들을 수확해 금화로 바꿀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카드 더미가 떨어지는데, 수확하고 나서 버려진 카드들을 다시 섞어 카드 더미를 만든다. 그리고 이 더미가 3번 떨어지면 게임이 끝난다.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는 아미고를 통해 <라이프타임>이란 게임을 1996년에 발표하며 아미고와 인연을 맺었다. <라이프타임>은 그리 성공적이진 못했지만, 이듬해인 1997년에 발표한 <보난자>는 그해 독일 올해의 게임상 추천작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페어플레이 알라카르테 카드게임상을 수상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보난자>의 성공을 계기로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는 전업 보드게임 작가로 자리를 잡게 되었으며, 2000년에 친구인 한노 기르케와 함께 소규모 보드게임 퍼블리셔인 룩아웃 게임즈를 설립했다. 룩아웃 게임즈의 최초 설립 목적은 <보난자>의 확장판을 출판하는 것이었지만, 점차 경력을 쌓으며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되었고, 2007년엔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와 룩아웃 게임즈가 가진 모든 역량을 집대성한 <아그리콜라>를 발표하며 보드게임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가 현세대를 대표하는 보드게임 작가로 올라서게 계기가 바로 <보난자>였던 것이다.

사보타지


<사보타지>는 금광을 찾는 광부들과 그 속에 몰래 숨어 일을 그르치려는 방해꾼과의 대결을 그린 게임이다.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게임을 진행하므로, 누가 방해꾼인지 모른 채로 게임이 시작된다. 심지어 방해꾼끼리도 다른 방해꾼이 누군지 모른다. 광부들은 굴 카드를 이용해 금이 묻혀있는 목적지까지 길을 연결해야 하는데, 굴 카드는 장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정확히 판단해서 낭비를 줄여야만 한다. 물론 방해꾼은 굴 카드가 다 떨어질 때까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광부들을 교란해 낭비를 유발해야 한다. 잘못된 목적지로 향하게끔 유도하거나, 엉뚱한 사람을 모함해 광부들 사이에 분란을 일으키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진행하다 올바른 목적지에 다다라 광부가 이기거나, 굴 카드가 떨어졌음에도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했다면 방해꾼이 이기며 게임이 끝난다.

프레드릭 모이어센 작가가 만든 <사보타지>는 카드로만 이루어진 단촐한 구성과 간단한 규칙의 작은 상자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플레이어간의 신뢰, 기만, 추리 등의 많은 요소를 매우 잘 결합한 게임이다. 카드 전문 기업이 뛰어난 개발과 편집 능력으로 커다란 상자에 여러 가지 구성물로 이루어진 보드게임 못지않은 알찬 게임을 만든 것이다.

<사보타지>는 2004년 발매 이래 지금까지 20여 국가에서 150만 개가량 판매되며, 아미고를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라마


<라마>는 <우노>나 <원카드>처럼 손에 든 카드를 최대한 빨리 없애, 다른 플레이어가 손에 든 카드에 따라 감점을 받게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간단한 규칙의 카드 게임이다.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라마>를 다른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게임으로 만들어준다. 다른 게임처럼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없애면 라운드가 끝난다는 규칙은 그대로이지만 <라마>엔 라운드를 끝내는 조건이 하나 추가됐다. 카드를 낼 수 없을 때 카드를 가져오지 않고 대신 손에 카드를 든 상태로 라운드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 현재 들고 있는 카드만으로 벌점을 받는 것이 카드를 추가로 뽑았을 때보다 낫다고 생각될 때 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손에 든 카드는 카드에 표시된 만큼 감점을 당한다. 라마 카드를 들고 있었다간 매우 큰 점수인 10점을 감점당하니, 1이나 2 정도를 들고 있다면 그 카드를 들고 라운드에서 빠지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한 명 두 명 라운드에서 빠진다는 선택을 하면 점차 긴장감이 고조된다. 마지막까지 남은 플레이어는 새로운 카드를 뽑을 수 없고 손에 든 카드를 낼 수 있는 만큼 내고 라운드를 마쳐야 하는데, 보통 손에 든 카드를 내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없애면 보상으로 이미 받은 벌점을 일부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없애기 위한 유인이 존재하며 달성했을 때 성취감 또한 느낄 수 있다.

<라마>는 베테랑인 라이너 크니치아 작가의 게임이긴 하지만, 처음 발매됐을 때 아미고에서는 가벼운 카드게임 정도로 생각하고 기대치가 아주 높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독일 올해의 게임상 후보작에 오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급작스럽게 판매량이 늘어나게 되었다. 독일 게임상 심사위원단에서 후보작을 발표하며 '카드게임의 고전 반열에 오를 잠재력'이 있다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그 저력을 증명한 셈이다.

<라마>는 2019년 한 해 동안에만 16만 개가 판매됐다. 아미고에서는 이 적지 않은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표현했는데, 공장에서의 생산이 지연되는 바람에 주문을 받은 것에 비해 판매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생산이 충분히 따라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게임들 이외에도 <로보 77>, <위자드>, <크라스 카리어트>, <할리갈리 컵스 딜럭스> 등도 아미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임들이다. 이 게임들 모두는 각기 다른 진행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카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카드게임 하나에 집중해 온 아미고는 지난 40여년간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 독일 보드게임 업계에서 매출 6위를 기록하는 중견 기업이 되었다. 앞으로 카드를 활용해 또 어떤 즐거움을 줄 것인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