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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교신도시 - 보드게임 소개
코리아보드게임즈
2024-04-05


만 8세 이상 | 1~5명 | 30분

"칠교로 만든 나만의 도시"

칠교놀이는 한자 문화권의 전통 놀이다. 이 놀이는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서양에서는 탱그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양이나 크기가 서로 다른 일곱 개의 조각을 사용해 모양을 맞추며 노는 놀이인데, 보통은 사람, 식물, 동물 등 칠교 조각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모양이 그려진 칠교도를 보면서 맞춘다. 이때 일곱 개의 조각을 반드시 모두 사용해서 만들어야 하며, 어떤 것을 빼거나 조각을 추가해도 안 된다.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면, 퍼즐 조각과 해답지가 있는 1인용 퍼즐 게임인 셈이다. 칠교놀이는 동양의 전통 놀이지만, 서양에서도 매우 익숙한 놀이다. 19세기에 이 칠교놀이가 미국과 유럽에 전해지면서 크게 유행을 끌었고 현재까지도 흔하게 플레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칠교신도시의 타일은 정사각형으로만 이뤄진 폴리오미노 도형이 아닌, 칠교에서 착안한 삼각형이 포함된 형태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놀이인 만큼, 현대 보드게임에서도 자주 쓰이는 소재다. 칠교놀이의 본래 방식을 살려 퍼즐 조각과 문제집의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좀 더 응용해서 복잡성을 띤 게임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런 게임 중에서도 <칠교신도시>는 좀 더 특별하다. <칠교신도시>는 <아그리콜라>, <보난자> 등으로 유명한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가 만든 타일 놓기 게임이다.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는 게임을 만들 때 사각형 퍼즐 판에 퍼즐 조각을 채워 넣는 요소를 자주 집어넣기로도 유명한데, 이 게임에서도 그런 성향이 어김없이 드러난다.

게임의 기본 규칙은 간단하다. 카드에 표시된 타일을 가져와 자기 개인판 위에 올려놓아 도시를 만들면 된다.

칠교놀이는 본래 정사각형에서 시작하는 놀이다. 커다란 정사각형 하나를 잘라 큰 직각삼각형 둘, 작은 직각삼각형 둘, 그 중간 크기의 직각삼각형 하나, 정사각형과 평행사변형으로 나누면 칠교 조각이 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칠교놀이 도구를 보면 대개 네모난 틀 안에 칠교 조각들이 정사각형 모양을 이루며 담겨 있고, 놀이할 때는 이 조각들을 네모 틀에서 꺼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면서 놀게 된다. <칠교신도시>는 반대로 정사각형의 게임판 안에 사각형을 만들어가며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칠교놀이의 역발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 부를 만하다.
게임을 시작하면 각자 개인 도시판 하나씩, 그리고 분수 타일 6개와 도시 타일 23개씩을 나누어 받는다. 플레이어들은 이 개인 도시판 안에 건물과 녹지를 최대한 빽빽하게 채워, 완벽하게 계획 조성된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돌아가면서 차례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시에 타일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내려놓을 타일의 종류를 카드로 정한다. 이 카드도 게임을 시작할 때 각자에게 나누어 주는데, 게임에 참여한 사람 수에 따라 나누어 주는 방식이 다르다. 4~5명 게임의 경우에는 카드 한 장을 두 사람이 공유하기도 한다. 카드의 내용은 소유자만 확인할 수 있으며, 돌아가며 카드를 내려놓는 방식으로 이번에 내려놓을 타일의 종류가 정해진다. 타일을 내려놓을 땐 비어있는 칸이라면 자기 개인 도시판 어디에든 놓을 수 있으며, 한번 내려놓고 나면 게임이 끝날 때까지 위치를 옮기거나 치울 수 없다.

4장의 카드가 공개되면 한 라운드가 끝난다.

한 라운드에는 4장의 카드가 공개되며, 라운드가 끝날 때 모두가 분수 타일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하므로 한 라운드에 플레이어마다 내려놓는 타일은 5개다. 게임은 6라운드를 진행한 후 끝나는데, 5라운드를 끝낸 시점에서 카드가 3장만 남기 때문에 전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내려놓는 타일은 총 29개다. 이 29개의 타일을 다 사용하면 개인 도시판 전체를 채울 수도 있는데, 그렇게 했을 경우 게임 종료 시 15점을 추가로 받지만 실제로 이를 목표로 하기는 어렵다. 라운드마다 누적되는 점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 라운드 점수가 ‘개인 도시판에 타일 놓기’라는 단순한 행동에 크게 의미를 부여한다. 타일을 채워 만들어진 가장 큰 완전한 사각형에만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라운드 점수를 계산할 때는 자기 개인 도시판에서 가장 큰 사각형이 몇 개의 칸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확인하고, 그 칸수만큼 점수를 받는다. 즉 3x4의 사각형을 만들었다면 12점을, 4x4를 만들었다면 16점을 받는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이 사각형은 필연적으로 더 커지게 되므로, 뒤로 갈수록 받게 되는 라운드 점수의 차이가 크다. 플레이어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이번 라운드에 가장 큰 사각형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번 라운드의 다음 차례에 어떤 타일을 놓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개인 도시판 전체 채우기를 고려하여 큰 계획을 세울 수는 없다. 최우선은 이번 라운드에 안정적으로 큰 사각형을 놓을 수 있도록 여러 가능성 속에서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선택을 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 생각할 것은 다음 라운드에 사각형을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도시를 만들 때는 가능한 한 사각형을 이루면서도 녹지와 건물의 수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런 특색만으로도 플레이어가 확률 계산과 운영에 골머리를 앓게 되는 게임이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여기에 눈치 읽기와 수싸움이 겹치게 된다. 각자의 차례는 정해져 있고, 최소한 자기 손에 있는 카드를 어느 차례에 내려놓아야 하는지는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차례를 고려해서 타일을 놓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의 선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반대로 안정적이면서도 최대한 남에게 읽히지 않는 수를 놓으려는 노력도 동반되기 마련이다. 물론 읽히지 않으려고 무모한 확률에 뛰어들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

개인판 위에서 칠교신도시를 건설해 보자.

<칠교신도시>는 게임의 모양새만큼 보드게임과 퍼즐의 묘미를 네모 칸 안에 꽉꽉 채운 게임이다. 3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지적 요소가 풍부히 담겨 있는 것도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