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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사냥 - 보드게임 소개
코리아보드게임즈
2024-02-26

만 9세 이상 | 2~4명 | 25분

"자기 바구니를 들키지 않고, 몰래 사과를 모으려면?"

여러 개의 사과가 열리는 큰 사과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는 떨어지는 사과를 받기 위한 바구니들이 즐비하다. 아이작 뉴턴이 사과나무에서 졸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맞고 중력을 떠올린 일화를 우리는 알고 있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사과는 열린 위치에서 아래로 떨어질 것이고, 만약 사과가 열린 위치의 바로 아래에 바구니를 놓았다면, 사과는 그 안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떨어지는 사과가 바구니에 모이도록 사과가 굴러가는 길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물리 법칙을 위배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사과를 바구니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여럿이라 사과나무와 바구니 사이에 장치를 만들고, 서로의 노림수가 뒤엉키면 어떤 소동이 펼쳐질까? 사과에 직접 손대지 않으면서도 사과를 더 많이 얻으려는 자들의 머리싸움을 <사과 사냥>에서 만나보자. 

나무 카드와 바구니 카드를 놓고, 그 사이에 공간을 충분히 비운 뒤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이 시작되면 나무 카드 8장을 일렬로 놓아 큰 사과나무의 긴 가지를 표현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 카드 4줄이 놓일 공간을 만들고, 그 아래에 바구니 카드 8장을 섞어서 일렬로 놓는다. 즉, 사과나무와 바구니 사이에는 가로로 8장, 세로로 4장의 카드가 놓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다. 게임이 진행되는 중에는 이렇게 준비된 공간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어느 바구니가 누구의 것인지는 비밀이며, 각 플레이어는 8개의 바구니 중 자신의 바구니 2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난쟁이 카드를 받는다. 게임 중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정보가 어느 정도 노출되겠지만, 가능한 한 다른 플레이어에게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다.

난쟁이 카드에 대응하는 바구니 카드. 자신의 바구니가 무엇인지 가능한 한 들키지 않는 것이 좋다.

플레이어가 차례를 마칠 때마다 게임 속 시간이 흐르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엔 라운드가 시작될 때 열렸던 사과들이 떨어진다. 플레이어들은 사과가 떨어지기 전에 사과나무와 바구니 사이 공간에 장치를 놓음으로써, 사과가 자신의 바구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플레이어에게는 사과가 움직일 길을 포함한 다양한 장치의 카드가 포함된 개인 카드 세트가 주어지는데, 서로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 자기 차례인 플레이어는 카드 1장을 사용하고, 카드에 표시된 만큼 게임 속 시간이 흐르게 한 뒤, 원한다면 손에 남든 카드 중 버리고 싶은 것을 버릴 수 있다. 그런 다음 손에 든 카드가 3장이 되도록 카드를 뽑는다. 기본적으로는 카드 1장 사용하고, 1장 뽑게 되지만, 1장을 사용한 뒤 손에 남은 카드가 당장 필요하지 않거나, 꼭 손에 넣고 싶은 특정한 카드가 있다면 손에 든 카드를 버리고 새로운 카드를 뽑는 것이 가능하다.

나무에 열린 사과를 자기 바구니에 넣기 위해, 각자 개인 카드를 이용해 길을 만들어 나간다.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카드에는 떨어지는 사과를 받쳐주는 평평한 길도 있고, 떨어지는 사과를 비스듬히 굴러 내려가게 하는 경사진 길도 있다. 수직으로 평평한 곳에 떨어진 사과는 그대로 멈추지만, 굴러 내려오던 사과는 평평한 길을 만나도 계속 굴러간다. 기본적으로 길을 잘 이용해서 떨어지는 사과를 내 바구니로 인도하면 된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며 카드를 놓기 때문에 사과나무와 바구니 사이 공간은 점차 복잡해진다. 사과 여러 개가 자기 바구니로 향하도록 길을 만들었어도, 상대의 함정 하나로 계획이 어긋날 수도 있고, 상대가 만든 길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 더욱이 이미 놓인 길의 각도를 바꾸거나 설치한 구조물을 제거하는 효과의 카드도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방심할 수 없다. 또 카드를 사용해서 흐르는 시간이 카드마다 차이가 있는데, 언제 충분한 시간이 흘러 사과가 떨어지는가 따라 플레이어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더군다나, <사과 사냥>에는 길 말고도 사과를 복제해 2개로 늘려서 방출하는 복제기, 들어간 사과를 파괴하는 함정, 사과를 순간 이동시키는 마법 차원문까지 다양한 구조물이 준비돼 있기에 단순하게 길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첫 라운드가 끝나고, 나무에 열린 사과가 움직인 결과.

<사과 사냥>은 3라운드로 진행되며, 라운드가 끝나도 바구니에 놓인 사과 위치, 사과나무와 바구니 사이에 플레이어들이 놓은 카드들이 그대로 이어진다. 즉, 새롭게 사과가 열릴 위치가 지정되고, 진행도가 초기화되지만, 이전 라운드에 플레이어들이 놓은 카드들은 그대로 이어지며 게임이 시작될 때 정해진 각 플레이어의 바구니 위치 역시 그대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플레이어들이 만드는 장치는 더욱 복잡하고 흥미롭게 변모한다. 또한 마지막 라운드에는 더 많은 사과가 떨어지기에 마지막 라운드의 비중이 매우 크다. 따라서 첫 라운드에 너무 적극적으로 사과를 자기 바구니로 당겨오면서 목표를 노출하면 더 중요한 이후 라운드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집중 견제를 받아 무너질 수도 있다. 따라서,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며, 자기 바구니 위치를 다른 플레이어가 알아채기 어렵게 하는 블러핑도 중요하다.

라운드가 끝나도 플레이어들이 놓은 카드는 그대로 유지되기에, 게임이 끝날 때 쯤엔 카드들로 가득찬 거대한 기계 장치가 만들어진다.

<사과 사냥>은 물리적인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는 퍼즐형 모바일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그래비트랙스>와 같은 마블런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사과 사냥>의 의의는 이들의 느낌을 보드게임으로 살린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사과 사냥>은 여러 플레이어가 하나의 거대한 장치를 덧붙이고, 수정하며 장치가 커지는 가운데 장치를 둘러싼 서로의 계획이 충돌하며 플레이어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이것은 여럿이 함께 즐기는 보드게임이기에 가능한 즐거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