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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셋 벳 - 보드게임 소개
코리아보드게임즈
2023-11-13

만 14세 이상 | 2~9명 | 45~60분

"주사위가 만들어 내는 혼돈 가득한 경마의 열기 속으로"

<레디 셋 벳>은 경마를 탁자 위로 옮긴 게임이다. 경주마다 9마리의 말이 달리고, 이 중에서 1마리라도 결승선을 통과하면 해당 경주에서의 순위가 매겨지며,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건 말의 성적에 따라 돈을 따거나 잃는다. 그런데 다른 경마 테마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어떤 식으로든 말의 움직임에 개입하며 경주를 이끌지만, <레디 셋 벳>에서는 실제 경마에서처럼 플레이어는 말의 움직임에 아무런 개입을 할 수 없다. 그저 말이 달리는 것을 구경하며, 경주의 추이를 보며 어느 말이 우승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하고 배팅할 뿐이다. 즉, <레디 셋 벳>은 경주 과정에 플레이어들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게 했던 기존 경마 테마의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경마 시뮬레이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말들의 경주를 관람하며 베팅하는 참관객으로서의 느낌을 살렸다.

게임은 4라운드에 걸쳐 진행되며, 각 라운드는 경주와 베팅 정산으로 이뤄진다. 라운드마다 경주 상황을 나타내는 경주 트랙 위에서 경주마가 달리고, 베팅 상황을 나타내는 베팅 보드 위에서 플레이어들이 베팅 토큰을 올려놓는 식이다. 경주마들은 주사위를 굴려 나온 결과에 따라 움직이며, 플레이어들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경주의 추이를 보면서 베팅해야 한다. 플레이어들은 유효한 곳 중 원하는 곳 아무 곳에나 베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무 때나 베팅이 가능하다. 플레이어마다 별도의 차례가 주어지지 않고, 서로 적당히 상황을 살피고 눈치를 보다가 각자 원하는 칸에 베팅 토큰을 올려놓을 수 있다. 물론, 이미 베팅 토큰이 올라간 곳은 선택할 수 없다.

경주 트랙 위에서 경주마들이 움직인다.

경주마다 경주마는 출발선에 놓이며, 주사위를 굴린 결과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이 경주마를 움직이는 역할을 플레이어들이 돌아가며 하는 것이 아니라, 1명이 전담한다. 이 플레이어를 가리켜 하우스라 부르는데, 하우스는 경주마를 움직이는 역할과 경주 상황을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선택 규칙에 따라 하우스인 플레이어가 베팅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하우스는 게임을 진행하는 진행자 역할을 맡는다. 하우스 플레이어가 주사위 2개를 굴린 뒤에 두 주사위의 값을 더한 값에 해당하는 경주마가 1칸 앞으로 움직인다. 6면체 주사위 2개이기에 7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고, 여기서 멀어질수록 점차 확률이 낮아지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보너스 이동이라는 보정치가 적용된다. 같은 값이 두 번 연속해서 나올 경우, 추가로 더 움직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6번 경주마는 6이 두 번 연속해서 나오면 1칸을 더 움직인다. 확률이 낮은 경주마일수록 이 보너스 이동이 커지는데, 이 보너스 이동은 경주 결과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하우스가 계속해서 경주마를 움직이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은 자유롭게 베팅할 수 있다. 베팅 보드에는 특정 경주마가 1등을 할 때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윈, 2등 안에 들어갔을 때 상금을 받을 수 있는 플레이스, 3등 안에 들어갔을 때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쇼와 같은 일반적인 칸은 물론이고, 확률이 같은 경주마를 색깔로 묶어 어떤 색깔이 1등을 차지했느냐에 베팅할 수 있는 칸이나, 특정 조건에 따라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부 베팅 카드, 그리고 극적인 마무리 카드가 놓이는 칸까지 다양한 칸이 존재한다. 경주마가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며, 다른 베팅 토큰이 올라가 있는 칸에 놓을 수 없다는 규칙만 제외하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자기 베팅 토큰을 올려놓을 수 있다. 과감하게 먼저 베팅한 플레이어는 더 배당이 높은 칸을 차지할 수 있으며, 신중한 플레이어는 배당은 낮더라도 상황에 맞춘 더 안전한 칸을 차지할 수 있다. 경주마다 주사위가 변덕을 부릴 테니, 어느 쪽이 좋은지는 경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플레이어들의 베팅이 이뤄지는 베팅 보드

그러다가, 경주마 3마리가 경주 트랙에 표시된 빨간 선을 넘어서면, 하우스는 큰 소리로 베팅 금지를 선언하게 된다. 말 그대로 더는 베팅 토큰을 올려놓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며, 이 상태에서 경주마 1마리가 결승선에 도달하는 즉시 경주가 종료된다. 이 경주마가 1등을 차지하며, 나머지 경주마는 그 자리에 멈춘 상태에서 누가 더 결승선에 가까운지에 따라 등수가 결정된다.

경주가 종료되면, 베팅 결과에 따라 상금을 얻는다. 가령 7번 말이 1등할 것이라고 판단해 7번 말의 윈 칸에 베팅했는데, 경주 결과 7번 말이 1등을 했다면 베팅에 성공한 것이고 그렇지 못했다면 베팅에 실패한 것이다. 성공한 베팅에 대해서는 베팅 토큰에 표시된 숫자와 베팅 칸에 표시된 숫자를 곱한만큼의 상금을 받고, 실패한 베팅에 대해서는 해당 칸에 표시된 빨간색 동그라미 속 숫자만큼의 돈을 낸다.

6번 경주마가 1등을 차지했다면, 보라색, 연두색, 노란색 플레이어가 그에 따른 상금을 받는다.

이렇게 베팅에 대한 정산이 끝나면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며, 이때 조건부 베팅 카드가 새로운 카드로 바뀌고, 극적인 마무리 카드가 추가되며, 플레이어마다 추가 능력을 부여하는 귀빈 카드가 주어진다. 따라서 두 번째 라운드부터는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상태가 되어 이전 라운드보다 점점 더 다양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하여 네 번째이자 마지막 경주가 끝나면 가장 많은 돈을 보유한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기본적으로 주사위 2개를 굴려 나온 결과에 따라 경주마가 움직이므로, 모든 플레이어가 경주마가 움직일 확률에 대해 머릿속으로는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주사위가 만드는 변덕은 경주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든다. 더군다나, 연속해서 같은 숫자가 나올 때 발생하는 보너스 이동은 확률에 따른 예측과 계산을 비틀며,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은 차분하게 상황을 보며 확률에 기반한 베팅을 할 수도 있고, 그날 기분에 따라 베팅을 할 수도 있고, 왠지 그날 잘 나오는 주사위 값을 근거로 베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경주의 결과는 주사위의 값에 달려 있기 때문에 어떤 베팅이 유효했는지는 경주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 수학적 확률에 따르며 게임이 진행되지만, 플레이어들의 베팅이 이뤄짐에 따라 점차 열기에 휩싸인다. 그러다가, 경주마 3마리가 빨간 선을 넘어 베팅 금지가 선언되면 각자 자신이 베팅한 것을 기반으로 하여 경주마를 목 놓아 응원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그리고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점차 분위기는 고조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레디 셋 벳!

<레디 셋 벳>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열광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게임이다. 그렇기에 하우스 역할로 빠지는 사람이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퍼블리셔에서는 그런 상황을 위해 하우스 역할을 대신할 앱을 제공한다. 이 앱의 도움을 받는다면 모든 플레이어가 온전히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하우스 역할을 좋아하고 멋진 해설을 곁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말이다.

<레디 셋 벳>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냉철한 전략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어울리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경주와 베팅에 따른 희열을 느낄 것을 원하고 즐기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이다.

수상 내역
2022년 골든긱 최고의 파티 게임 부문 수상작
2022년 골든긱 올해의 라이트 게임 후보작

<레디 셋 벳> 한국어판은 2023년 11월 18일과 19일에 열릴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