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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씨 크루 - 보드게임 소개
코리아보드게임즈
2023-11-08

만 14세 이상 | 2~5명 | 20분

"9번째 행성을 거쳐 이제는 깊은 바닷속으로"

<딥 씨 크루>는 2020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숙련자 게임 부문과 같은 해 독일 게임상을 비롯해 각종 보드게임상을 수상한 <스페이스 크루>의 후속작이다. <스페이스 크루>는 트릭 테이킹 게임이면서 협력 게임이란 점에서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트릭 테이킹 게임이란 트릭을 따내는 방식의 게임인데, 돌아가면서 각자 카드 1장씩을 내는 것을 트릭이라 부르고, 이렇게 모두 카드를 낸 다음 가장 높은 카드를 낸 플레이어가 해당 트릭을 따내는 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트릭 테이킹 게임은 각자 서로 경쟁하거나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경쟁하지만, <스페이스 크루> 모든 플레이어가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협력 게임이라는 점이 다른 게임들과 큰 차이를 만들었다. 여기에 트릭 테이킹 게임으로서의 묘미를 잘 살리면서도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임무가 더해지며, <스페이스 크루>는 보드게임 평론가와 보드게임 플레이어 모두를 사로잡았다. <스페이스 크루>를 재미있게 즐긴 많은 플레이어가 후속작을 고대했는데, <딥 씨 크루>가 바로 그 게임이다.

딥 씨 크루의 게임 진행 모습은 스페이스 크루와 그리 다르지 않다.

 전작인 <스페이스 크루>에서 9번째 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로 나가 임무를 수행했다면, <딥 씨 크루>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우리 인류가 우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더 많은 것처럼, 깊은 바닷속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훨씬 많은 미지의 공간이기에, 깊은 바닷속은 후속작에 적절한 배경이라 하겠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딥 씨 크루>에서도 플레이어들은 임무일지를 통해 받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수행해야 할 임무가 정해진 다음에 모두가 카드를 나눠 가지고, 잠수함 4 카드를 받은 플레이어가 사령관이 된다. 이 플레이어가 첫 번째 트릭의 시작 플레이어로서 카드 1장을 내며 게임이 시작된다.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없으며, 극히 제한된 형태로만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운과 플레이어들의 역량에 따라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무에 성공했다면 다음 임무에 도전할 수 있고, 실패했다면 현재 임무에 재도전할 수 있다. 물론, 임무일지의 임무는 점차 어려워지는 식으로 짜여있다. 이렇게 전반적인 게임 진행 양상은 <딥 씨 크루>와 <스페이스 크루>가 같기에, <스페이스 크루>를 이미 경험해 봤다면, 어떤 느낌으로 게임이 진행되며 어떤 즐거움을 선사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말을 하지 못하면서도 함께 힘을 합쳐 머리를 쥐어짜 내며 주어진 과제를 하나하나 완수해 가는 그 느낌 말이다.

규칙서와 임무일지. 완전히 새로운 임무로 짜여진 임무일지는 플레이어들을 새로운 환경으로 이끌 것이다.

<딥 씨 크루>가 달라진 부분은 임무일지의 임무 구성과 과제 카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작과 배경도 달라진 데다 후속작인 만큼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는 너무나도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전작에서 트릭 테이킹 게임에서 구현할 수 있는 온갖 기법이 사용되었기에 과연 후속작에게 적합한 임무가 남아 있을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텐데, <딥 씨 크루>는 매우 영리하게 새로운 임무를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했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자.

우선 대부분의 임무마다 일정한 난이도가 설정돼 있고, 설정된 난이도에 해당하는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각각의 과제 카드마다 난이도가 지정돼 있는데, 뽑은 과제 카드에 표시된 난이도의 합이 임무에 지정된 난이도와 같게 될 때까지 과제 카드를 뽑아, 이번 임무에 어떤 과제를 달성해야 하는지 정한다. 임무의 난이도가 4라면, 난이도 1짜리 과제 4개가 주어질 수도 있고, 난이도 3짜리 과제와 1짜리 과제가 주어질 수도 있으며, 난이도 4짜리 과제 하나만 주어질 수도 있다.

새로운 형태로 바뀐 임무의 구성. 중요한 것은 튜브 모양과 숫자로 표현된 임무의 난이도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과제 카드의 구성이다. 전작의 과제 카드는 누가 특정 카드를 따내야 하는지만 표시했다면, 이번 과제 카드에는 특정 카드를 따내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수트의 카드를 하나도 따내지 않는다거나, 카드값 총합이 얼마인 트릭을 따내야 한다거나, 짝수 카드로만 구성된 트릭을 따내거나 하는 식으로 과제의 종류가 늘어났다. 더군다나, 게임에 참여한 인원에 따라 과제의 난이도가 달라지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예를 들어, 한 플레이어가 3짜리 카드 4장 모두를 모아야 하는 과제의 경우, 아무래도 3명 중 1명이 모으는 것이 5명 중 1명이 모으는 것보다는 쉬울 것이다. 그래서 이 카드의 난이도는 3명일 때는 3, 5명일 때는 5이다.

다채로운 구성으로 바뀐 과제 카드가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기존 <스페이스 크루>에서는 누가 어떤 순서에 따라 특정 카드를 따내는가에 대한 임무가 대부분이었다면, <딥 씨 크루>에서는 이렇게 과제 카드와 임무의 구조가 바뀜으로써, 각각의 임무도 더욱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물론, <스페이스 크루>의 임무도 충분히 어렵고 도전할만했지만, <딥 씨 크루>의 다채로워진 임무 구성은 게임에 새로운 재미와 매력을 더했으며,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이미 훌륭했던 게임의 후속작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딥 씨 크루>는 매우 훌륭한 게임이지만, 트릭 테이킹 게임이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가 바로 <딥 씨 크루>부터 시작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분명히 쉬운 임무부터 시작하며 점차 어려워지는 구조로 되어 있지만, 이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어느 정도 트릭  테이킹 게임에 익숙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트릭 테이킹 게임의 구조에 익숙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여러 차례에 걸쳐 임무 달성에 실패하는 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아무래도 흥미가 빠르게 식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전작인 <스페이스 크루>를 통해 우주로 나갔던 플레이어이거나, 이미 여러 가지 트릭 테이킹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딥 씨 크루>를 통해 깊은 바닷속으로 가볼 것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수상 내역
2022 미국 테이블탑 캐주얼 게임 추천작
2021 골든긱 올해의 중급 게임 부문 수상작
2021 골든긱 최고의 협력 게임 부문 수상작

<딥 씨 크루> 한국어판은 2023년 11월 18일과 19일에 열릴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