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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파주 슈필 후일담 - 내가 만든 보드게임을 세계로
관리자
2023-04-24
매년 10월 독일 에센 시에서 열리는 보드게임 행사 '슈필', 40년 역사를 가진 이 행사를 세계의 보드게임 팬들은 '에센 슈필'이라고 부릅니다('슈필Spiel'은 '놀이, 게임'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 2023년 4월 15, 16(토, 일) 이틀에 걸쳐 파주에서도 슈필이 열렸습니다. 10,466명이 방문해 함께해 주셨습니다.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즐거웠던 이틀을 다시 생각하며, 행사 후일담을 적어 봅니다.

※ 후일담 연재 기사 바로 가기



내가 만든 보드게임을 세계로
코리아보드게임즈 보드게임 공모전

자작 보드게임을 코리아보드게임즈와 함께 상품으로 만들어 세계에 데뷔시킬 수 있는 기회, 코리아보드게임즈 보드게임 공모전이 파주슈필에서 열렸습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 공모전은 새로운 작품과 신인 작가 발굴을 목표로 매년 열려 왔습니다. '신들의 정원', '모조품 주식회사' 같은 작품이 이 공모전을 통해 세계 시장에 데뷔했습니다. 이번 파주 슈필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응모된 100여 개의 작품 중 1차 심사를 통과한 13개 작품의 오프라인 심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공모전 심사장과 작가 대기실 겸 휴게실

공모전은 작가들이 쾌적한 분위기에서 심사받을 수 있도록 독립된 건물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공모전이 열린 건물 안에는 심사장과 작가 대기실 겸 휴게실을 마련했습니다. 저희는 이 휴게실에서 이번 공모전을 위해 파주에 모인 한국의 보드게임 작가들이 서로의 게임을 소개하고 피드백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공모전 응모작 '포캣'

14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심사, 함숙정 작가의 '장난꾸러기 마녀의 정원'이 첫 작품이었습니다. 모종을 심어 꽃밭을 가꾸고 꽃을 수확해 마법의 물약을 만드는 게임이었는데요, 꽃을 심고 키우는 과정을 잘 표현한 데다가 멋쟁이 공벌레 신사, 우울한 쥐 등의 캐릭터가 동화적인 분위기를 흠씬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아기자기한 토큰들도 분위기를 살리는 데 한몫 했습니다. 이후에는 경매 게임의 구조를 먹이나 장난감으로 고양이를 유혹한다는 설정으로 연출한 '포캣', 간단한 주식 게임이지만 공매도나 액면분할 등 현실 주식 거래의 디테일을 잘 살린 '키튼 스탁스'의 심사가 이어졌습니다. 



응모작 3개의 심사가 끝난 후 오후 1시부터는 휴게실에서 공모전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는 보드게임 작가와 예비 작가를 비롯해 공모전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습니다. 심사위원이 직접 코리아보드게임즈 보드게임 공모전에 대해 소개하고 공모전에 참가하는 요령과 심사 기준을 설명하였으며, 그 외에도 공모전 응모를 계획하거나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으로 준비한 30분 가량의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참여해 들어 주셨고, 발표가 끝난 후에도 여러 질문과 의견을 던지며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공모전 응모작 '검을 뽑은 자가 왕이 되리라'

설명회가 끝나고 오후 2시부터 심사가 재개되었습니다. 오후에는 맡은 역할에 따라 파우스트를 돕거나 방해하면서 숙적을 제거하는 콘셉트의 '파우스트', 다이얼 자물쇠의 간단한 원리를 이용해 바위에서 검을 뽑는 장면을 멋지게 연출한 '검을 뽑은 자가 왕이 되리라', 혼란기에 각축을 벌이는 여러 세력들을 지원하거나 은닉하여 어느 세력이 혁명에 성공했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리는 게임 '레볼루숑', 정해진 비용 안에서 캐릭터들을 고용해 내 세력을 구성하고 상대와 경쟁하며 숲을 빠져나가는 게임 '포레스트 듀얼'의 심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공모전 응모작 '푸드 파이터'

15일에도 심사가 계속되었습니다. 오전의 첫 게임은 길완진 작가님의 '위 윌 락교'였습니다. 퀸의 명곡 "We Will Rock You"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게임은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재치 있고 귀여운 게임이었는데요, 적당한 상호작용과 평화로운 분위기가 공존하는 점이 매력적이었으며 특히 작가가 직접 그린 귀여운 락교 일러스트들이 백미였습니다. 길완진 작가는 2020년 공모전에도 '화접도'라는 작품으로 가작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2021년 공모전 우수작인 '모조품 주식회사'의 권익환 작가 차례였습니다. 권익환 작가의 응모작 '푸드파이터'는 주사위를 굴려 카드를 모으고 그 카드로 주사위 효과를 바꿔나가는 게임으로, 주사위와 카드가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덕에 속도감과 볼륨감이 넘치는 게임이었습니다. 이어서 심사를 받은 양우진 작가의 '수잇기'도 두 자리 숫자에 끝말잇기의 아이디어를 적용한 독특한 카드 게임이었습니다.

오전 심사가 끝난 뒤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둘째 날의 설명회도 열띤 관심 속에 진행됐습니다. 전날에 이어 이틀 모두 참석하신 분들도 있었고, 질문의 열기도 넘쳐서 다음 심사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행성의 공전에서 착안하여 각 행성의 힘의 크기가 계속 변하게 설계한 1대1 대결 게임 'Ptolemy', 수건돌리기에서 착안하여 서로 펜던트를 넘기다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승리하는 '태양의 펜던트', '텔레스트레이션'을 연상하게 만드는 그림 그리고 맞추기 게임 '그림 조각 맞추기'의 심사가 이어졌습니다. 

매우 열성적으로 심사에 참여해 주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심사가 끝난 작품들을 소중히 포장해서 가져왔으며, 다시 열흘간의 테스트와 논의를 거쳐 최종 결과는 4월 28일에 발표됩니다. 

공모전이라는 형식 때문에 순서가 매겨지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평가에는 언제나 보드게임을 상품으로서 보는 입장과 작품으로 보는 입장, 그리고 그때그때의 사정과 주관적 취향 등 다양한 요소가 관여합니다. 필요에 의해 평가를 하기는 하나, 보다 중요한 것은 멀리 파주까지 와 주신 작가님들의 전력투구에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 그러한 마음이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저희가 즐거웠던 만큼 심사 과정을 즐기셨기를, 그리고 파주 슈필을 즐기셨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