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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파주 슈필 후일담 - 카탄의 아버지를 기리며
관리자
2023-04-20
매년 10월 독일 에센 시에서 열리는 보드게임 행사 '슈필', 40년 역사를 가진 이 행사를 세계의 보드게임 팬들은 '에센 슈필'이라고 부릅니다('슈필Spiel'은 '놀이, 게임'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 2023년 4월 15, 16(토, 일) 이틀에 걸쳐 파주에서도 슈필이 열렸습니다. 10,466명이 방문해 함께해 주셨습니다.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즐거웠던 이틀을 다시 생각하며, 행사 후일담을 적어 봅니다.

※ 후일담 연재 기사 바로 가기




클라우스 토이버 추모 공간


행사 기획이 한창이던 4월 초, '카탄'을 만든 클라우스 토이버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카탄'은 보드게임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작품으로, 현대 보드게임 문화가 그에게 큰 빚을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많은 보드게임 팬들이 애도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부고를 접했을 때, 저는 한창 진행 중인 카탄 그랑프리 예선을 기획하고 있으며 파주 슈필에서도 예선전을 진행하려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한 부고와 별개로 파주 슈필 현장에서 클라우스 토이버 작가를 기리는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의 게임을 즐겼던 분들은 물론이고 이 문화를 즐기는 많은 분들이 함께하는 파주 슈필 현장에서 클라우스 토이버 작가를 기리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작가님을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획 초기에는 2023 카탄 그랑프리 일반부 예선이 열린 대회장 건물 안에 추모 공간을 만들려고 했었습니다. 대회장 건물 실내, 그러니까 카탄을 이미 익히 아실 법한 분들이 지나가시면서 보실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하지만 꼭 '카탄'을 잘 아시는 분들만이 아니라 보드게임에 관심을 갖고 행사장을 찾아주신 많은 분들이 추모 공간을 보고 클라우스 토이버 작가의 이름과 '카탄'을 보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시 찾은 장소가 주 출입구라 할 수 있는 성문 안쪽이었습니다. 이곳에 클라우스 토이버 작가의 사진, 카탄, 꽃을 놓은 테이블을 두고, 작가에게 보내는 한 마디를 적을 수 있도록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메시지를 써 주셨습니다. 보드게임의 선구자인 작가를 추모하는 분들도, 아직 게임 해보지 못했지만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는 분들도, 게임을 즐겼던 추억을 떠올리며 메세지를 적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파주 슈필이 진행된 이틀간 바람이 강하게 불어 화병이 넘어질 정도였던지라, 몇 번이고 떨어진 종이들을 찾아 다시 붙여야 했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메시지들이 고정되어 있었고, 오가며 함께 붙여주신 분들 덕분에 행사가 마무리 될 즈음에는 상당량의 메시지가 모였습니다. '카탄'의 제작사인 독일의 코스모스사에서도 이 공간에 관심을 보여서 여러분이 함께 만들고 어울려 주신 이 공간의 사진을 전달했습니다.



파주 슈필 OFFLINE에 방문해주시고, 작가님을 추모하는 저희의 마음에 공감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