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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 작가 일지(축약본)
코리아보드게임즈
2022-10-11
맹세 작가 일지: 그래서, 이게 대체 뭔데? (축약본)


<맹세: 제국과 추방자의 연대기>를 보다 풍성하게 즐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 게임을 만든 콜 월리 작가가 작성한 작가 일지를 번역했다. 작가가 쓴 일지는 총 18부작으로 되어 있으나, 상당히 긴 관계로 간단하게 게임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인 첫 번째 글만을 옮겼다. 개발 도중에 작성된 글이기에 최종 출시된 버전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원문은 여기에서 찾아보실 수 있다. 또한, 이 글은 다소 긴 원문을 축약한 버전으로, 전체가 번역된 글은 다이브다이스 커뮤니티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2019년 10월 11일
맹세 - 작가 일지 #1: 그래서, 이게 대체 뭔데?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얼마 전 트위터에서 레더 게임즈의 새로운 게임인 <맹세>를 발표했습니다. 보드게임 긱에 계신 분들께도 슬슬 이 소식을 알릴 때가 왔군요. <맹세>의 기원과 개발 의도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맹세의 초기 로고 시안

보드게임에서 서사를 묘사하는 방식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엄청나게 두꺼운 규칙서를 만들거나, 아니면 거꾸로 게임을 매우 간결하게 만들거나, 이벤트 덱을 만들거나, 미리 이야기 분기를 정해두고 게임마다 조금씩 모듈을 공개하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런 방법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즉각적으로 플레이어들을 빠뜨리는 생동감 있는 서사를 그리고 싶었죠. 하지만 그런 게임들은 보통 사람들을 지치게 합니다. 저만 해도 <팍스 파미르> 한 판을 마치면 꽤 진한 음료 한 잔이 간절해지거든요. 즉, 저는 아직 제가 원하는 수준의 서사를 시도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수년 전, 저는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그리는 게임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존 컴퍼니(John Company)> 같은 게임에서는 복잡한 컨셉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추상적인 느낌을 줬죠.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직접 다가가 감정을 뒤흔드는 게임을 원했습니다.

콜 월리 작가의 전작인 팍스 파미르와 존 컴퍼니

메커니즘이 완성된 게임 9개를 폐기하고, 가까운 보드게임 개발자들과 논의를 거쳐, 마침내 기존 아이디어들을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틀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패트릭(레더 게임즈의 사장 패트릭 레더)이 인내심을 발휘해줘서 다행이었죠. 

2018년 8월에 촬영한, <맹세>에 영향을 끼친 것들 중 일부. 여기 찍힌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이 게임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윤곽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자 계층에 따른 다른 역할을 맡고, 누군가는 그걸 유지하고자, 누군가는 그걸 뒤엎고자 싸우는 거죠. 여기까지는 (<팍스 포르피리아나(Pax Porfiriana)>같은 게임 등을 통해) 익숙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보통 게임들에선 플레이어들의 승리 전략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지 않죠. 승리하는 순간 게임이 끝나버리니까요. 하지만 <맹세>에서는 승리에 따른 결과가 다음 게임의 기반이 됩니다. 누가 지역을 광신도와 범죄자들로 가득 채워서 승리했다면, 여러분은 바로 그 광신도와 범죄자로 가득한 지역에서 다음 게임을 시작할 겁니다. 그리하여 지난 게임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해지죠.


<맹세>가 서사를 풀어가기 위해 쓰는 방법은 단순하고 역동적입니다. 다른 캠페인 게임과 달리, <맹세>에는 짜여진 각본이나 분기, 결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 게임마다 게임의 성격이 바뀌고, 한 번의 선택이 이후 이어질 게임들에 나비효과를 일으킵니다.


이렇게 <맹세>는 ‘기억’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달성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선택과 게임의 결과를 기억하고, 또 게임도 그것들을 기억합니다. 구체적으로, 게임의 승리 조건, 카드 구성, 지도가 이에 따라 변화합니다.

버려져서 폐허가 된 구조물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죠. 실제 진행된 게임에서, 사람들이 승리 조건을 위해 민중의 지지를 얻으려 경쟁했습니다. 그러나 도중에 누군가는 정복자가 되는 미래를 꿈꾸고 엄청난 군세를 일으켰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심은 완전히 잃었죠. 하지만 그가 변방에 공세를 개시하자 현 정권은 이를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수복을 위한 시도는 신속하게 기동하는 기마 궁수에게 막혀버렸죠. 결국 민중의 지지가 아닌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닌 자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다음 게임에서, 사람들은 완전히 뒤바뀐 세상을 마주합니다. 옛 수도는 세월 속에 스러져버렸고, 새로운 수도는 징병제와 군사문화가 팽배합니다. 이제 승리 조건은 패왕인 현 재상보다 더 많은 지역을 점령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시처럼 역사를 바꾼 카드들

이렇게 수립된 제국은 오래 갈 수도, 순식간에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 플레이어들의 선택에 달렸죠. 제 의도는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게임을 역동적이고 완결된 하나의 세계라고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맹세>는 변화, 과거로 사라지는 것과 기억되는 것, 그리고 정치에 대한 게임입니다.


거창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맹세>는 아직 갈 길이 먼 게임입니다. 저는 이 게임에 품은 저의 희망과 나름 게임 개발의 연대기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게임을 구상하는 동안 가졌던 생각과 게임 개발 현황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제 개발 과정의 핵심입니다. <맹세>는 제 모든 프로젝트 중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과 그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단계가 되어 기쁩니다.

그럼 여기까지 하죠. 마지막으로 보드게임 긱에 올라온 <맹세> 소개글을 인용하겠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의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소개글:
<맹세>에서, 한 명에서 다섯 명(역주: 최종적으로는 1-6인 게임이 되었지만, 이 글이 쓰인 시점에는 최대 5인 게임으로 기획되었다)의 플레이어가 고대의 대지에 얽힌 역사를 인도해 나간다. 플레이어는 낡은 질서를 강화하거나, 왕국을 폐허로 만들기 위해 암약하는 대리인의 역할을 맡는다. 한 게임이 끝나면 그 결과가 이후에 이어질 게임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나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바뀌게 되며, 심지어는 게임의 승리 조건마저도 변화한다.


누군가 무정부와 불신에 기대어 지배권을 쥐었다면, 이후에 플레이어들은 도적떼와 옹졸스러운 군벌로 가득한 땅에서 다투게 된다. 어쩌면 어느 무리의 우두머리가 왕조를 설립하려 시도할 수도 있다. 그 왕조는 수 세대에 걸쳐 군림하면서 위세를 드높일 수도 있지만, 끔찍한 비밀로 가득한 신흥 사교 집단의 힘에 밀려 곧바로 멸망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맹세>에는 화려하거나 교묘한 구성물을 통한 트릭이나 어플리케이션에 기반한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게임은 어느 시점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이어지는 게임을 반드시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할 필요도 없다. 모든 기능을 지원하는 1인 게임 규칙을 사용해서 누군가가 일주일 동안 몇 세대를 혼자서 진행한 다음, 토요일 밤에 친구들을 불러서 바로 그 세계를 이어서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미리 쓰인 각본이나 정해진 결말이 존재하지 않으며, <맹세> 속에서 그려 내는 세계의 역사는 각자의 기여에 따라 고유한 색으로 자라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