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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돼지 서커스 - 보드게임 소개
코리아보드게임즈
2024-03-08

만 4세 이상 | 2~7명 | 15~25분

"엎치락 뒤치락 꼬마돼지들의 경주"

<꼬마돼지 서커스>는 현대 보드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알렉스 랜돌프 작가가 만든 어린이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나무로 만든 귀여운 꼬마돼지 한 마리씩을 맡아, 좁은 통로로 이뤄진 기다란 트랙 위에서 벌어지는 꼬마돼지 달리기 경주에 참여한다. 여느 경주와 마찬가지로 누가 먼저 오솔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지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다.

게임판 8개로 조합된 오솔길 위에서 꼬마돼지들의 경주가 펼쳐진다.

게임이 시작되면 게임판 8개를 조합하여 경주가 벌어질 트랙인 오솔길을 만든다. 게임판의 양면 길 모양이 서로 다른데, 어느쪽 면이건 같은 수의 칸을 가지고 있기에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면 된다. 다만, 시작과 끝이 없이 순환해서는 안 된다. 즉, 시작점과 끝점이 각각 존재하는 형태의 기다란 길로 만들어야 한다.
규칙은 간단하다. 자기 차례인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만큼 자신의 꼬마돼지를 앞으로 움직인다. 주사위는 일반적인 정육면체 주사위처럼 생겼지만, 눈금이 1부터 6까지가 아니라 1부터 4까지만 있으며, 1과 3이 하나씩 더 있다. 주사위를 굴려 1이 나왔다면 1칸 움직이고, 한 번 더 주사위를 굴려 추가로 이동할 수 있다. 주사위를 굴리기 전에 꼴찌였다면 1이 아닌 검은색 3이 나왔을 때도 움직인 다음 다시 한번 더 주사위를 굴려 추가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오솔길이 좁다 보니, 이미 꼬마돼지가 있는 칸에 다른 꼬마돼지가 도착하면 그 꼬마돼지는 그 칸에 먼저 도착해 있던 꼬마돼지 위에 올라탄다. 한 칸에 한 마리씩 있는 경우에는 그저 움직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여러 마리의 꼬마돼지가 한 칸에 쌓여 있는 경우에는 아래쪽에 있는 꼬마돼지가 움직일 때 그 위에 업힌 꼬마돼지도 함께 움직인다. 반대로, 위쪽에 있는 꼬마돼지가 움직일 때는 그 아래에 있는 꼬마돼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다. 이렇게 다른 꼬마돼지 위에 올라타 있다면 다른 플레이어의 차례에도 움직일 수 있다.
 

같은 칸에 있는 꼬마돼지는 하나로 쌓인다. 이 상태에서 초록색 꼬마돼지가 움직이면 그 위에 있는 빨간색 꼬마돼지도 함께 움직인다.

게임은 누군가의 꼬마돼지가 오솔길 끝점을 완전히 지날 때까지 진행되는데, 모든 플레이어에게는 게임 중 딱 한 번씩 오솔길을 이어 붙여서 끝점의 위치를 옮길 기회가 주어진다. 다른 누군가가 끝점에 가까워질 즈음, 아직은 게임을 끝내고 싶지 않다면, 이 기회를 사용해서 끝점을 더 뒤쪽으로 옮기면 된다. 이때는 시작점에 있던 게임판을 가져와 끝점 뒤에 이어 붙이면 된다. 단, 이렇게 옮겨질 게임판 위에는 꼬마돼지가 없어야만 한다.
 
이렇게 게임이 진행되다가 누군가의 꼬마돼지가 오솔길 끝점을 지나 마지막 게임판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게임이 종료되고 가장 먼저 게임판에서 벗어난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게임판을 벗어난 꼬마돼지 위에 여러 마리의 꼬마돼지가 쌓여 있다면 그중에서 누가 이겼는가를 별도로 가리지 않고, 이들 모두 함께 승리한다.

모든 플레이어는 게임 중 한 번씩 시작점에 가까이 있던 게임판을 결승선 뒤로 옮길 수 있다. 아직 게임을 끝내고 싶지 않다면 이 기회를 활용하자.

<꼬마돼지 서커스>는 만 4세 이상의 어린이를 위한 보드게임으로, 모든 면에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느낌이 든다. 나무로 만든 꼬마돼지는 그 형상 자체가 귀여울 뿐만 아니라, 여러 마리를 한 더미로 쌓기 좋은 형상을 하고 있다. 다른 꼬마돼지 위에 업혀서 앞으로 움직이는 장면은 그 모습만으로도 잔잔한 웃음을 유발한다. 주사위를 굴려 자기 꼬마돼지를 앞으로 움직인다는 직관적인 규칙과 더불어, 낮은 숫자인 1이 나온다거나 꼴찌일 경우 추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게임을 끝내고 싶지 않을 때, 게임이 끝나는 것을 트랙을 연장함으로써 유보할 수 있다는 것은 이 게임이 가진 매력 중 하나다.
 
이 게임은 알렉스 랜돌프 작가가 1974년에 발표한 <캥거루>를 바탕으로 하여,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킨 게임이다. <캥거루>는 만 6세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는데, <꼬마돼지 서커스>는 만 4세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더욱더 쉬운 게임으로 만들었으리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캥거루>는 원형 트랙을 빠르게 도는 것이 목표인 게임으로, 주사위를 1개부터 3개까지 굴릴 수 있다. 이때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값에 굴린 주사위 개수를 곱해 움직이지만, 주사위를 굴려 나온 값이 8 이상인 경우 시작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게임은 주사위의 운과 대담함을 겨루는 게임이다. <캥거루>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게임말 위에 다른 게임말이 업힐 수 있다는 것과 아래에 있는 게임말이 움직일 때 위에 있는 게임말을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 있다. <꼬마돼지 서커스>에서 업고 업히는 꼬마돼지의 모습이 여기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꼬마돼지 서커스의 기초가 된 알렉스 랜돌프 작가의 1974년작 캥거루의 모습. 사진 아래쪽에 있는 색깔 원반들이 게임말이다. 평평하고 넓은 원반이기에 여러 개의 게임말을 쉽게 쌓을 수 있다.

그런데, <캥거루>에서의 게임 말의 모습은 원반으로 표현되며, 쌓는 것은 그저 게임의 필요에 의할 뿐이기에 그 모습 자체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그에 반해 <꼬마돼지 서커스>는 쌓을 수 있는 꼬마돼지의 시각적인 모습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꼬마돼지들은 게임의 필요에 의해서는 물론이고 다양한 모습으로도 쌓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알렉스 랜돌프 작가가 꼬마돼지의 모습을 직접 설계하면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다. 다양한 모습으로 쌓을 수 있는 꼬마돼지는 그 자체로도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인상적인 게임 구성물이자, 게임이 끝난 후 혹은 게임과는 별개로 어린이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쌓으며 놀 수 있는 완구의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한다. 독특하고 복잡한 모양으로 쌓아 올리기가 그리 쉽지는 않지만, 성공적으로 쌓았을 때 어린이에게 충분한 성취감을 준다. 이렇듯 <꼬마돼지 서커스>는 게임의 규칙부터 각종 구성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어린이를 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꼬마돼지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쌓아 보자.

꼬마돼지들이 한 곳에 쌓여서 함께 움직이는 모습은 훗날 스테펜 보겐 작가의 <카멜업>이나 라이너 크니치아 작가의 <쉴트크뢰텐레넨(거북이 경주)> 등이 만들어지는 것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알렉스 랜돌프 작가가 오늘날에도 크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수상 이력
2003년 핀란드 올해의 게임 어린이 게임 부문 후보작
2003년 일본 보드게임 상 최고의 어린이 게임 부문 후보작
2002년 일본 보드게임 상 최고의 어린이 게임 부문 후보작
2001년 트릭 트랙 최고의 어린이 게임 부문 후보작
2001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어린이 게임 부문 후보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