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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부킹 - 보드게임 소개
코리아보드게임즈
2023-11-15

만 10세 이상 | 2~4명 | 30분

"오버부킹된 호텔 객실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암투"

옛날 옛적에 어느 왕국에서 공주의 생일을 맞아 큰 잔치를 열었다. 전국 방방곡곡에 수많은 초대장이 뿌려졌고, 구름 같은 인파가 모였다. 파티는 왕이 공언한 만큼 성대하게 준비된 것 같았지만 불행히도 인근 호텔 객실은 이들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했다. 왕국 파티에 참여한 백성들은 노숙을 피하기 위해 허겁지겁 호텔 프론트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호텔 객실 예약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 밤 이슬을 피해 안락한 잠자리를 얻을 자는 과연 누구일까?
<오버부킹>은 제목 그대로 초과 예약과 그로 인한 소동을 그린 게임이다. 오늘날 공급량이 정해져 있는 항공기 좌석 등은 사전 예약 시스템이 잘 갖춰져 이런 문제가 잘 생기지 않지만, 통계적으로 예약을 하고 실제로 오지 않는 이른바 ‘노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하기 때문에 항공사는 노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실제 제공할 수 있는 좌석보다 조금 더 많은 예약을 받는다. 이로 인해 실제 좌석 수보다 예약 고객이 더 많은 일이 생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석 예약 고객을 비어 있는 더 높은 등급의 좌석으로 보내거나, 일부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보상을 주며 다음 편 항공기로 유도해 문제를 해결한다. 예약 시스템이 잘 마련된 현재도 오버부킹으로 인한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데 게임 속 왕국은 오죽하겠는가? <오버부킹> 속 사람들도 숙소를 잡기 위해 호텔로 달려가지만, 결국 절반 정도의 사람들은 호텔 객실을 얻지 못한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투숙을 지휘한다. 이들을 이끌고 호텔 객실 예약을 위해 줄을 서기도 하고, 뒷문에서 공작을 펼치기도 하며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의 숙소를 잡기 위해 경쟁한다. 누구보다 눈치를 잘 본다면 경쟁자보다 많은 사람들을 포근한 숙소의 침대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6가지 직업의 모습. 직업마다 필요한 방의 수, 투숙에 성공할 때 받을 수 있는 점수, 특수 효과 등이 다르다.

각 플레이어에게는 왕국의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을 묘사한 카드 24장씩이 주어진다. 각자의 카드는 배경색으로 구별되며, 카드 24장은 6종류의 직업과 4가지 가문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가문 카드 여러 장을 투숙시키는 데 성공하면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중 반드시 투숙시켜야 할 카드와 포기해야 할 카드를 선택할 때 가문은 꽤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각 직업의 카드에는 고유한 특수 효과와 투숙객 수를 나타내는 고유 숫자, 숙박에 성공할 때의 점수를 뜻하는 금화 표시 등이 있다. 결국은 점수가 중요하기에 1점짜리 카드 2장을 투숙시키려는 것보다 3점짜리 카드 1장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각 직업마다 표시된 숫자를 보면, 투숙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 큰 수와 작은 수의 카드가 그만큼 유리하고 중간 숫자의 카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략이나 운이 필요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인원수만큼의 호텔 카드를 가운데에 늘어놓은 뒤, 각 호텔의 왼쪽에 금화 토큰 1개씩을 놓고, 각자 자기 카드를 모두 섞어 놓은 더미에서 9장씩을 뽑아 손에 든 채로 게임을 시작한다. 각 호텔에는 방 개수와 그 호텔의 특별한 투숙 조건 등이 표시된다. 가령 '이 호텔에는 방이 1~3개 필요한 승려, 상인, 하인만 객실 예약이 가능합니다.' 같은 식이다.

특수한 투숙 조건을 가진 호텔들은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준다.

이제 플레이어는 차례대로 돌아가며 카드 1장을 뒷면이 보이게 놓는데, 호텔 예약 대기줄 앞에 놓아 객실 예약 줄을 세우거나, 호텔 뒷문에 놓으면서 특수 효과를 통한 이익을 노린다. 카드 뒷면에는 그 카드의 가문이 표시되어 있는데, 가문 문장이 1~3번 카드에는 작게, 4~6번 카드에는 크게 표시돼 있기에 대략 어떤 카드를 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돌아가며 각자 카드 5장씩을 놓은 다음엔 누가 투숙에 성공하는지 가리게 된다. 각 호텔의 예약 대기줄에 놓일 수 있는 카드는 최대 4장이다. 카드가 공개된 뒤에는 큰 숫자, 즉 투숙객 수가 더 많은 카드가 우선하고, 숫자가 같다면 그중 줄 앞쪽에 있는 카드가 우선한다는 2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투숙객이 결정된다. 가령 방이 13개 있는 호텔 앞에 빨간색 5번 군인, 녹색 4번 귀족, 주황색 5번 군인, 빨간색 1번 승려가 줄을 서 있다면, 빨간색 플레이어의 5번 군인이 가장 먼저, 주황색 플레이어의 5번 군인이 그다음으로 각각 방을 5개씩 차지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남은 방은 3개가 되는데, 방 4개를 요구하는 녹색 플레이어의 4번 귀족은 아쉽지만 호텔에 투숙하지 못하고, 빨간색 플레이어의 1번 승려가 남은 방 3개 중 1개를 차지한다.

모두가 자기 카드 5장씩을 내려놓을 때까지, 차례대로 돌아가며 자기 카드 1장씩을 뒷면이 보이게 놓는다. 카드 뒷면의 가문 문장을 보면 어떤 카드를 놓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눈치 작전을 더 흥미롭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호텔 뒷문이다. 각 호텔의 뒷문에는 카드가 최대 2장까지 놓일 수 있는데, 호텔별로 가장 먼저 뒷문에 카드를 놓은 플레이어는 그곳에 있는 금화 토큰을 가져가기에 점수 획득 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렇게 뒷문에 놓인 카드들은 각 직업에 해당하는 특수 효과가 발휘된다. 그 호텔의 방 개수를 3개 더 늘려주는 상인, 반대로 호텔의 방 개수를 3개 줄이는 인부, 대기줄에 서 있는 내 캐릭터 하나를 숫자와 상관없이 우선 배정시키는 귀족 등 다양한 효과의 카드들로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
이렇게 방을 배정받는 카드와 노숙할 카드가 결정되면, 방을 배정받은 카드만 각자의 앞에 따로 모은 다음 각자 자기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5장씩 추가로 뽑아 다음 라운드를 진행한다. 그렇게 4라운드에 걸쳐 게임을 진행하고 나면 최종 점수를 계산한다. 그동안 방을 배정받은 카드의 점수와 금화 토큰의 점수를 더하고, 여기에 한 가문의 카드를 4장 이상 모았다면 얻는 추가 점수도 더한다.

방 14개짜리인 방에서 누가 숙박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6명짜리인 파란색 인부가 먼저 방을 차지하고, 그 다음에 4명짜리인 빨간색 귀족과 초록색 귀족이 방을 차지하고 났더니, 주황색 하녀를 위한 방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이렇듯 <오버부킹>은 치열한 눈치 작전이 돋보이는 게임이다. 카드 뒷면을 보고 다른 플레이어의 생각을 대략적으로 읽을 수도 있고, 역으로 상대의 오해를 유도하여 이익을 취할 수도 있다. 수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눈치 작전과 블러핑, 그리고 무사히 방 배정에 성공할 때의 희열을 즐기는 유쾌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오버부킹>은 이처럼 가볍고 유쾌한 게임이지만 고득점을 위해 전략적인 면에서 생각할 부분 또한 상당하다. 한번 사용한 카드는 게임에서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으므로 상급자라면 이미 등장했던 카드를 적극적으로 기억하는 플레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페이스 조절도 중요한데, 손에 적극적으로 고득점을 노릴 법한 카드가 있는 라운드가 있고, 그렇지 못한 라운드가 있기 마련인데, 어떤 라운드든 손에 든 카드 중 절반 정도는 다음 라운드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그중에서 이번에 사용할 카드와 다음 라운드로 넘길 카드를 선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점수가 높은 카드들의 성공적인 방 배정을 위해 좀 더 정밀한 계산 또는 다른 카드를 희생하는 전략도 때로는 필요하기에, 이후의 라운드를 도모하며 전력을 아끼는 전술 역시 필요하다.
<오버부킹> 한국어판은 2023년 11월 18일과 19일에 열릴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