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으로 격하된 지금 태양계의 행성은 8개이다. 하지만 그 바깥에 행성이 더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예로부터 있었다. 명왕성의 행성 지위 퇴출에 결정적 영향을 한 마이크 브라운 박사도 해왕성 너머에 미지의 행성 X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천체들의 운동을 볼 때 어느 위치 정도에 행성 정도의 중력을 가진 천체가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인류는 아직 거기까지 탐사선을 보내지 못했으며, 현재의 관측 기술로는 그 거리의 행성을 볼 수가 없으니 진짜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저 관측이 되는 다른 천체들의 움직임을 통해 추측하며, 기술의 발전과 자금의 유입을 기다릴 뿐이다. 캄캄한 우주 어딘가에 있을 행성 X의 수수께끼를 풀어보자.
이제 막 게임이 시작된다.
<행성 X를 찾아서>는 추리 게임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360도 각도를 12등분한 각각의 방향을 섹터라고 하여, 이 12개의 섹터는 반드시 소행성이 있는 섹터 4개, 혜성이 있는 섹터 2개, 왜소 행성이 있는 섹터 1개, 가스구름이 있는 섹터 2개, 아무것도 없는 섹터 2개, 그리고 행성 X가 있는 섹터 1개로 구성된다. 실제로는 해당 방향에 소행성도 있고, 왜소 행성도 있는 일이 가능하겠지만 여기서는 한 섹터에 천체는 하나만 존재하는 게임적 허용이 적용된다. 그러니 플레이어는 소거법을 통해 12개 섹터를 하나하나 지우다 보면 어디에 행성 X가 있는지도 알게 된다.
여기에 각 천체 배열의 기본을 제시하는 천문 규칙이 있다. 가령 소행성이 있는 섹터의 양쪽 인접 섹터 중 최소한 하나에는 반드시 소행성이 있다. 또 왜소행성이 있는 섹터의 인접 섹터에는 절대로 행성 X가 존재하지 않으며, 가스 구름의 인접 섹터 중 하나는 반드시 아무 것도 없는 빈 섹터이다. 또 혜성은 특정 섹터에만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재미있게도 이 게임에서 다른 모든 천체는 게임 중 관측이 가능하지만 행성 X는 관측되지 않는다. 행성 X가 놓인 섹터는 게임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빈 섹터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 반영이기도 하고, ‘소거법을 통한 추리’에 딱 어울리는 설정이기도 하다. 플레이어는 빈 섹터를 3개 찾아내고 천문 규칙을 통해 간접적으로 행성 X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이 기본적인 천문 규칙 외에도 매 게임 다시 생성되는 몇 가지의 천문 규칙이 더 있다. 이 규칙이 매번 바뀌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것이다.
각 플레이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서로 다른 8개의 정보를 가지고 시작하게 된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의 비밀을 풀기 전에 스마트폰 앱을 준비하자. 스마트폰 앱은 게임 시작 때 각 플레이어에게 다른 시작 정보를 제공하고, 플레이어가 행동을 통해 얻는 정보를 혼자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각자가 서로 다른 8개의 정보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어 있는데 이 정보의 양을 늘이거나 줄이는 것으로 개인 난도 조절이 가능하며 초보자는 정보를 더 가지고 시작하는 핸디캡 매치 역시 가능하다. 더욱 특별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태양계 게임판을 뒤집어 18개의 섹터가 있는 더욱 어려운 전문가 모드에 도전하면 된다.
고전적인 소거법 추리 게임에서 채택하고 있는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절차가 없으며 그만큼 간편하다. 또 고전적인 소거법 추리 게임에서 규칙대로 정보를 보여주지 않는 실수를 하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추론이 꼬이고 게임 전체가 파괴되는 일이 있는데, <행성 X를 찾아서>의 스마트폰 앱은 절대 실수를 하지 않으며, 한 플레이어가 실수를 하면 그 결과는 그 플레이어의 추론만 꼬이는 결과로 나타난다.
차례가 되면 플레이어는 4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하면 된다. 행동에는 시간 개념이 있어서 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행동을 할수록 이후의 차례가 늦게 돌아오며, 플레이어의 시간 사용에 따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게 되어 있다. 또 지구와 태양의 위치에 따라 하늘을 직접 보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섹터에 제약도 생긴다.
기록지는 관찰한 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기록지와 논리 규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무엇이든 추리해 낼 수 있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행동은 관측 행동이다. 몇 개의 섹터에서 어떤 천체를 관측하는지를 선언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가령 2345 섹터에서 소행성을 관측했는데 2개가 있다고 알려줬고, 다음 차례에 4567 섹터에서 소행성을 관측했는데 소행성이 없었다면 우리는 쉽게 23 섹터에 소행성이 있고, 4567 섹터는 최소한 소행성이 있는 섹터는 아님을 알 수 있다. 더 좁은 섹터를 정밀하게 보고 싶으면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기에 섹터 몇 개를 관측하는지를 결정하는 것도 상당한 고민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자주 할만한 행동은 연구 행동이다. 연구 행동은 이번 게임의 추가 천문 규칙 1개를 알려준다. 소행성과 인접한 섹터에는 절대 가스 구름이 없다거나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개별 정보 하나의 위력은 약하지만 게임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추론이 조립되는 과정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또 연구 행동은 시간을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다음 자기 차례가 빨리 올 수 있게 돕는 효과도 있다. 한번 연구 행동을 하면 그 다음 차례에는 연구 행동을 할 수 없는 제약도 있다.
행성 X를 발견하자.
게임 중 딱 2번 할 수 있는 목표 고정 행동이 있다. 시간 투자를 많이 하는 대신 특정 섹터의 천체가 무엇인지 정답을 볼 수 있는 중요한 행동이다. 다만 행성 X가 있는 섹터는 빈 섹터로 표시되기에 이걸로 찍어서 정답을 알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차례에 하는 행성 X 위치 결정 행동이 있다. 행성 X가 어디에 있는지와 그 인접 섹터에 어떤 천체가 있는지를 앱에 입력해서 결과를 보면 된다. 만약 성공했다면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점수를 얻는 동시에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행동 1번씩 하고 게임이 끝난다.
소거법에 기반한 추리 게임에 익숙한 분이라면 ‘정답 맞힌 사람이 이기고 그걸로 끝이 아냐?’라고 생각할 것이다. <행성 X를 찾아서>는 그 외에도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학술제라는 이벤트가 있다. 학술제는 말하자면 어떤 섹터에 어떤 천체가 있다고 가설을 세우고, 해당 천체의 토큰을 거는 행동이며, 플레이어들의 시간 사용에 따라 지구가 공전하면서 일정 시기마다 논문 제출의 기회가 생긴다. 제출된 논문은 2번의 학술제가 더 열리면 공개되며 실제로 이 가설이 맞는지 앱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정설로 공표된다. 논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수가 꽤 높기 때문에 게임의 궁극적 목표인 행성 X 위치 결정을 하지 못하더라도 나머지 천체들의 가설을 다수 정설로 인정받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승자가 되기도 한다.
논문을 제출하는 것은 행성 X의 위치를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물론 엉터리 논문을 제출했다면 그만큼 페널티를 받을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게임 시작 때 서로 다른 정보를 갖고 시작하기에 학술제에서 각자가 확신할 수 있는 것도 다를 것이다. 또 여러 번의 학술제를 거치고 논문 중 정설로 확립되는 논문이 생기면 플레이어들의 추리도 더욱 탄력이 붙는다. 학술제는 부분 점수를 주어 플레이어에게 성취를 주고,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이면서 과학이라는 테마를 멋지게 표현한다.
또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 때쯤 행성 X 총회가 열리며 이번 게임에서 행성 X가 있는 섹터를 추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힌트를 모두에게 준다. 1년 동안 계절마다 학술제가 열리고, 연말에는 학회가 열리며, 계절마다 관측할 수 있는 범위가 바뀌는 식으로 게임의 시간 흐름이 멋지게 그려지고 있다.
소거법에 기반한 추리 게임들이 대체로 정답 맞히면 게임 종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들 게임은 모두가 거의 진실에 근접했을 때 승리를 위해 일부 부정확한 정보를 감수하고 찍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결국 맞으면 승리하고, 틀리면 탈락하게 된다. 하지만, <행성 X를 찾아서>는 꼼꼼하게 살을 붙여 나간 플레이어에게 점수로 보상하며, 누군가 모험을 해서 게임을 마치더라도 나머지 플레이어들에게 ‘나도 한번 맞혀볼래’라고 선언할 수 있는 기회 또는 ‘정답은 모르지만 논문은 1개 낼래’라고 선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마지막 행동에만 성공하더라도 정답을 제일 먼저 맞힌 플레이어와의 격차는 줄어들며,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거둔 성취를 점수로 얻는 게임이 된다. 기존 추리 게임의 팬에게도, 기존 추리 게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행성 X를 찾아서>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이유이다.
수상 내역
2021 SXSW Tabletop Game of the Year Nominee
2021 American Tabletop Strategy Games Recommended
2020 Golden Geek Most Innovative Board Game Nominee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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