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보드게임은 10만 종에 이른다. 수없이 많은 게임이 탄생해, 어떤 것들은 잊히고 어떤 것들은 명작으로 남는다. 이 코너에서는 보드게임의 명작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 100선을 뽑아 소개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보드게임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모노폴리, 두 번째는 스크래블이며, 그 뒤를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린 게임은 루미큐브다. 루미큐브는 국내에서 2000년대 보드게임 카페 붐을 타고 할리갈리, 젠가와 함께 보드게임 삼신기(三神器)라 불렸다.
루미큐브를 몰라?
루미큐브는 자신이 가진 타일을 남보다 먼저 모두 내려놓으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타일을 내려놓으려면 규칙에 맞게 타일을 조합해야 한다. 같은 숫자의 다른 색깔 타일이나, 같은 색깔의 다른 연속된 숫자로 3개 이상의 조합을 만들면 타일을 내려놓을 수 있다. 머리를 조금만 쓰면 이미 바닥에 놓인 타일들을 휘저어 자신의 타일을 모두 내려놓는 것도 가능하다. 조커를 사용하면 조금 더 편하게 조합을 만들 수 있다. 가장 먼저 타일을 모두 내려놓은 사람이 ‘루미큐브’를 외치면 즉시 게임이 끝나고 점수를 계산한다.

타일의 조합을 만들어 내려놓자.
루미큐브의 탄생
루미큐브는 특정한 조합의 카드를 모으는 놀이를 뜻하는 러미(Rummy) 형식의 카드게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루미큐브 제목에 쓰인 ‘Rummi’가 바로 그 기원의 흔적이다.
오케이나 바티칸 같은 러미 형식의 게임들은 보통 같은 종류의 카드나 연속적인 카드 조합을 만드는 것을 기본 규칙으로 한다. 이 외에도 게임 순서가 일정하게 돌아가고, 카드나 타일 더미를 섞어 각 플레이어에게 나눠주며, 카드 뽑기 더미와 카드 버리는 더미가 있다는 점, 플레이어가 자신의 차례에 카드를 뽑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루미큐브의 개발은 이스라엘이 아닌 루마니아에서 시작됐다. 루미큐브의 개발자는 루마니아 태생의 유대인인 에브라임 헤르짜노다. 그는 원래 루마니아에서 플라스틱으로 칫솔이나 화장품 액세서리를 만드는 일을 했다. 1940년대 당시 루마니아에서는 카드놀이를 퇴폐적으로 간주해 금지했기 때문에, 러미 형식의 카드게임을 즐기기 어려웠다. 헤르짜노는 러미 게임을 즐기기 위해 카드가 아닌 다른 대체재를 모색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플라스틱 타일과 이를 올려두는 나무판을 생각했다.
플라스틱은 당시 루마니아에서 상당히 드물고 비싼 재료였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헤르짜노는 출장을 다녀오며 비행기 조종실의 플라스틱 덮개를 칫솔의 재료로 재활용하는 가게를 발견했고, 이 방법으로 게임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드디어 합법적인 러미 게임을 개발한 그는 친구들을 불러 즐거운 저녁을 보냈고, 친구들로부터 여러 의견을 받아 루미큐브로 알려진 새로운 러미 게임을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헤르짜노와 가족들은 루마니아를 떠나 이스라엘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리고 소규모 작업장을 열었다. 헤르짜노는 그곳에서 루미큐브를 수제작했고, 6개씩 제작될 때마다 그것을 들고 인근 가게들을 방문해 게임을 판매했다. 이 방문에서 헤르짜노는 가게주인을 만나 절대 판매대금을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먼저 해보세요. 만약 당신이 이 게임에 푹 빠졌다면, 그때 지불하셔도 됩니다. 만약 이 게임에 푹 빠지지 않았다면, 그냥 게임을 돌려주시면 됩니다.”
헤르짜노의 자신감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는 것은 금방 증명됐다. 그렇게 6개의 시제품은 60개가 되고, 600개가 됐으며, 곧 초대형 사업이 됐다. 뒤뜰에서 만들어지던 루미큐브는 이스라엘 최고의 수출품으로 등극하고, 1977년 미국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이 되었다.
루미큐브는 1978년 마리아나 헤르짜노, 미챠 헤르짜노가 설립한 레마다 라이트 인더스트리를 통해 전 세계에 배급됐다. 레마다 라이트 인더스트리는 사해에서 25km 떨어진 사막도시인 아라드에 위치하고 있으며, 120명의 직원들이 3교대로 일하며 한해 400만 개의 게임을 생산하고 있다. 루미큐브는 2015년까지 5,000만 개 이상 팔렸고, 56개국에서 26개의 다른 언어로 출판됐다.

터키의 전통 놀이 ‘오케이’. 타일을 모아 개인 게임판에서 모든 세트를 만들어 내는 부분이 마작과 비슷하다. 루미큐브의 개발 시기에 이미 플레이되고 있었다는 의견이 있어, 루미큐브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Erhan Cubukcuoglu
루미큐브 대회
월드 루미큐브 챔피언십(World Rummikub Champion–ship, 이하 WRC)은 세계적인 루미큐브 대회다. 1991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개최됐으며, 3년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각국을 돌며 개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3년부터 WRC 한국대표 선발전을 개최해 세계대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2003년 대회에서 김태환 선수가 4위, 2006년, 2009년, 2015년 대회에서 이철승, 조윤정, 박승현 선수가 각각 2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WRC 우승자는 우승 트로피와 부상으로 세계일주 항공권 2매를 받는다. 루미큐브의 수입사 놀이속의세상은 3년마다 지역 예선과 클럽 예선을 통해 한국대표 선발전을 치르고, 우승자에게 WRC 한국 대표 자격을 주며 WRC 참가 경비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
2015년 WRC 대회 모습

WRC 트로피. 트로피에 붙은 타일이 인상적이다.
루미큐브의 대중적인 인기
루미큐브는 숫자와 색상만을 사용하기에, 여느 러미 형식의 게임들과 달리 트럼프 카드의 킹이나 퀸과 같은 그림이 없다. 이로써 도박으로 인식되는 플레잉 카드게임의 한계를 벗어났고, 1980년 <루빅스 큐브>나 <다스 슈필>, <포커스> 등을 물리치며 독일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해 그 게임성 또한 인정받았다.
2002년 보드게임 카페의 붐을 타고 루미큐브는 한국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보드게임 중 하나가 됐다. 유명배우 손예진 씨에 따르면 여배우들이 모이면 가장 즐겨 하는 보드게임이라고도 하니, 그 인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Tip! 루미큐브 타일 크기, 두께 비교
클래식, 인피니티, 트위스트... 뭐가 다른 거지?
루미큐브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듣는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루미큐브의 종류별 차이점이다. 루미큐브의 종류는 아주 많은데, 이 중 어떤 게임을 사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루미큐브 시리즈는 게임 방식의 차이보다는 구성물의 차이에 따라 구별된다. 그래서 취향 혹은 용도에 맞게 구매하는 것이 좋다.
루미큐브 인피니티는 기본판인 루미큐브 클래식과 동일한 타일을 사용한다. 다만 개인 게임판이 다르다. 내 패를 상대방에게 숨기는 클래식과 달리, 내가 가진 패가 몇 개인지를 알 수 있는 개방형 개인 게임판이 들어있다. 이 때문에 게임의 방식도 조금 다르다. 내 패를 한 번에 내려 일순간에 게임을 끝내 큰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클래식과 달리, 루미큐브 인피니티는 상대방의 타일 숫자를 확인하며 게임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루미큐브 셀렉트에는 길고 단단한 수납함이 들어 있으며, 타일의 경우 다른 시리즈에 비해 고가의 재질을 자랑한다. 클래식과 같이 폐쇄형 개인 게임판이 들어 있다. 루미큐브 국제대회에서는 이 루미큐브 셀렉트를 사용하고 있다.
마작 패와 유사하게 제작된 게임이 루미큐브 클럽이다. 기존 루미큐브 타일을 두껍게 제작했고, 약간의 경사를 주어 타일이 잘 보이도록 했다. 클래식과 달리 게임판을 사용하지 않고, 타일을 그대로 세워 게임을 하므로 손맛이 좋고 시각적으로 만족감이 크다. 타일의 개수가 확인된다는 점에서 인피니티와 유사한 게임성을 가진다.
루미큐브 보이져는 루미큐브의 여행용 판으로, 루미큐브 인피니티를 기본으로 하되 크기를 작게 제작한 상품이다. 루미큐브 트래블과 달리 게임판 자체를 수납함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루미큐브 트래블은 양철 케이스에 담겨 있으며, 휴대성으로만 본다면 루미큐브 보이져보다 낫다. 개인 게임판과 타일을 넣어 다닐 수 있는 주머니가 들어 있어 들고 다니기 편하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루미큐브 트위스트는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하얀색 박스로 제작되어 눈에 쉽게 띈다. 타일과 게임판도 유선형으로 제작돼, 현대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위의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게임 방식도 차이가 있다. 새로운 조합이 가능한 조커가 4종류 더 추가되어 조합하는 재미가 더 늘어났다. 이 조커를 포함하지 않으면 루미큐브 클래식과 똑같은 게임을 할 수 있어, 업그레이드판과 같은 느낌이 든다.
글 권성현

1. 루미큐브 셀렉트, 2. 루미큐브 클럽, 3. 루미큐브 보이져, 4. 루미큐브 트위스트, 5. 루미큐브 인피니티, 6. 루미큐브 클래식, 7. 루미큐브 트래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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