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서바이벌의 멀티버스, 피의 게임X 속 원작 보드게임 이야기

피의 게임X 속 승패를 가른 보드게임 6종

요약정보

이야기
1013

2026-08-21

#피의 게임X

#마이티

#라쿠카라차

#러시아워

#숲의 속삭임

#독수리 눈치싸움

#행성 X를 찾아서

 

 

2026년 7월 3일, Wavve를 통해 베일을 벗은 ⟨피의 게임X⟩가 매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1, 2, 3에 이어 이번에도 코리아보드게임즈가 제작 자문으로 참여해 독창적인 심리전과 게임 메커니즘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이번 ⟨피의 게임X⟩는 그야말로 ‘두뇌 서바이벌의 멀티버스 대통합’이라 부를 만합니다. 이전 시즌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플레이어들은 물론, ⟨더 지니어스⟩, ⟨더 타임 호텔⟩, ⟨대학 전쟁⟩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베테랑과 신예들이 한자리에 모여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죠.

 

보드게이머라면 방송을 보며 ‘저 치밀한 승부 속에 어떤 게임이 녹아있을까?’ 궁금하셨을 텐데요. 8화까지의 여정 속에서 플레이어들의 운명을 갈라놓은 원작 보드게임들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EP 01,02. 머니 챌린지: 러닝메이트 – 마이티

 

 

 

 

⟨피의 게임X⟩의 포문을 연 첫 메인 매치는 ‘러닝메이트’였습니다. 4개의 팀이 8라운드 동안 승점을 누적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팀이 탈락 면제권을 쥐게 되는 중요한 매치였죠. 특히 이전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을 통해 구축된 참가자들의 고유한 캐릭터가 각 팀의 성격으로 발현되며 흥미로운 장면들을 쏟아냈습니다.

 

이 치열한 두뇌 싸움의 뼈대가 된 원형은 1970~80년대 대학가를 주름잡았던 전설의 카드게임, ⟨마이티⟩입니다.

 

 

 

 

⟨마이티⟩는 플레이어들이 순서대로 카드를 한 장씩 내고, 그 카드의 문양(수트)이나 숫자에 따라 해당 라운드(트릭)의 승자를 결정하는 ‘트릭테이킹’ 장르입니다. 서구권에서는 다양한 변주가 등장할 만큼 대중적이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장르였죠. 그러나 2013년을 기점으로 점차 조명을 받기 시작해, 최근에는 완성도 높은 한국어판 트릭테이킹 게임들이 속속 출시되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방송 자문 과정에서도 제작진이 트릭테이킹 장르에 주목하고 검토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마이티⟩는 단연 ‘트릭테이킹의 고전’으로 불립니다. 오랜 세월 사랑받은 비결은 독특한 팀 구성에 있습니다. ‘주공’과 그를 돕는 ‘메이트’를 중심으로 팀이 결성되며, 매 라운드마다 팀이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점이 여타 트릭테이킹 게임과 차별화되는 강력한 매력입니다.

 

물론 방송과 실제 게임에는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피의 게임X⟩의 러닝메이트는 모든 팀에 동일한 카드를 지급하고 라운드마다 낼 카드를 고르게 했습니다. 팀 간의 치열한 협상과 수 싸움을 통해 ‘최적의 수’를 찾아내도록 설계한 것이죠. 반면, 실제 ⟨마이티⟩는 라운드마다 무작위로 카드를 나눠 가지며 상대의 패를 알 수 없습니다. 방송처럼 계산된 최적의 수를 찾긴 어렵지만, 불확실성 속에서 판세를 읽어내고 메이트와 은밀히 협력하거나 주공 팀을 기막히게 방해하는 묘미가 압권입니다.

 

 

 

 

한편, 구전으로만 전해지며 동네마다 룰이 달랐던 ⟨마이티⟩는 지난 2023년 코리아보드게임즈를 통해 완벽히 현대화되었습니다. 파편화된 규칙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경매 상황판 등 입문자를 돕는 구성물과 수려한 일러스트를 더해 누구나 쉽게 전설의 게임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P 03. 유령 카지노: 돈벌레 게임 – 라쿠카라차

 

 

 

 

야외 생존지 플레이어들이 장작과 파이어스틸, 침낭 같은 생존 물품을 마련하기 위해 땀방울을 흘렸습니다. 눈물겨운 마늘 까기와 감자 무게 달기로 번 귀한 자금. 플레이어들은 이 돈을 ‘유령 카지노’에서 부풀려 조금 더 나은 환경을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했죠. 이때 판 위에 등장한 뜻밖의 주인공이 바로 ⟨라쿠카라차⟩였습니다.

 

 

 

 

원작 ⟨라쿠카라차⟩는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가족 게임입니다. 진동으로 무작위하게 기어다니는 전자 바퀴벌레(헥스봇)를 제어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굴려 나이프·포크·스푼 모양의 벽을 90도씩 회전시키며 자신의 함정으로 유인하는 게임입니다.

 

방송의 ‘돈벌레 게임’에서는 실시간 주사위 굴리기 대신 예측과 운의 요소를 극대화했습니다. 게임 시작 전, 6개의 칸 중 바퀴벌레가 어디로 들어갈지 예측해 돈을 거는 방식으로 변형되었죠. 출발 전 플레이어가 직접 벽의 각도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바퀴벌레의 변칙적인 움직임 탓에 치밀한 전략을 세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용 게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유령 카지노 현장은 환호와 탄식으로 가득 찼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본능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원작의 독보적인 재미를 입증한 순간이었습니다. 제작진이 도입한 이 예측 베팅 규칙은 성인들을 위한 파티 게임 변형 룰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다가오는 집들이나 모임에서 어른들의 ‘돈벌레 게임’을 직접 시도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입니다. 단, 도박은 패가망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EP 05. 데스매치: 지옥의 출근길 – 러시아워

 

 

 

 

시즌 2와 시즌 3를 대표하는 플레이어들이 맞붙은 절체절명의 데스매치. 두뇌 서바이벌 팬이라면 누구나 단번에 알아채셨을 이 게임의 모티브는 바로 명작 슬라이딩 퍼즐 ⟨러시아워⟩입니다. ⟨러시아워⟩는 복잡하게 얽힌 차들을 앞뒤로 움직여 빨간색 주인공 차량을 탈출시키는 1인용 퍼즐 게임으로, 이미 수많은 방송과 매체에서 다루어질 만큼 독보적인 인지도를 자랑하죠.

 

 

 

 

⟨피의 게임X⟩는 이 고전 퍼즐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2인 팀 대결’로 변주했습니다. 각 팀의 플레이어들이 한 명씩 번갈아 출진하는 릴레이 차륜전 방식을 도입한 것입니다. 제한 시간 1분 동안 여러 번 착수를 할 수 있었으며, 4대의 차량 중 3대를 먼저 탈출시키는 팀이 생존하는 규칙이 적용되었습니다. 1인용 퍼즐을 2인 대결 구조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2인 전용으로 출시되었던 변형판 ⟨러시아워 쉬프트⟩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이번 데스매치에서 승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플레이어 교체 순간의 수읽기’였습니다. 다음 타자에게 판을 넘겨주는 짧은 순간, 판세와 수순을 완벽히 전달받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팀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탈락의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결국 불필요한 교체를 줄여 흐름을 끊지 않고, 빠른 착수로 상대의 생각할 시간을 빼앗은 플레이어가 승기를 잡았습니다. 개인의 순수한 퍼즐 해결력에 팀워크와 심리전이 더해져 ⟨러시아워⟩의 색다른 재미를 입증한 명매치였습니다.

 

 


 

 

EP 06. 머니 챌린지: 수식 링크 – 숲의 속삭임

 

 

 

 

⟨피의 게임X⟩의 머니 챌린지 ‘수식 링크’는 수식 타일을 직접 수색해 와야 하는 피지컬 요소와 치밀한 두뇌 싸움이 결합된 매치였습니다. 시즌 1의 ‘수식 게임’, 시즌 2의 ‘수식 로드’의 계보를 잇는 정통 수식 완성 게임으로, 이번 시즌에는 한층 새로워진 규칙이 도입되어 플레이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기존의 수식 완성 틀에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 자문 과정에서 제안한 보드게임은 2025년 발매된 퍼즐 게임 ⟨숲의 속삭임⟩입니다. ⟨숲의 속삭임⟩은 한 면에는 숲, 다른 면에는 목표가 그려진 양면 타일을 활용합니다. 자기 차례에 타일을 가져와 숲을 구성하거나, 이미 깔린 경로를 따라 말을 움직여 점수를 획득하는 구조죠. 점수를 얻은 후 마지막에 도착한 타일을 뒤집어 새로운 목표 타일로 전환하고, 연속으로 추가 점수를 노리는 ‘연쇄 콤보’ 메커니즘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숲의 속삭임⟩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게임은 아니지만, 치밀한 수 읽기와 전략을 즐기는 브레인 버닝 마니아들에게 추천했을 때 성공률이 매우 높은 수작입니다. 혼자서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1인용 전용 규칙도 훌륭하게 갖춰져 있어 솔로 플레이어에게도 적극 추천할 만합니다.

 

방송의 ‘수식 링크’ 역시 이 메커니즘을 이식받아 최고의 긴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단 하나의 긴 수식을 만들어 대득점을 노릴 것인가, 짧은 수식 여러 개를 이어 붙여 연속 득점 콤보를 노릴 것인가’를 두고 각 팀이 극단적으로 상반된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피지컬, 뇌지컬, 그리고 콤보 설계가 완벽히 어우러진 이번 방송 최고의 명매치였습니다.

 

 


 

 

EP 07. 데스매치: 하이 앤 로우 – 독수리 눈치싸움

 

 

 

 

개인전으로 전환된 후 펼쳐진 첫 데스매치는 4인의 플레이어가 오롯이 홀로 서서 사투를 벌이는 1:1:1:1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개인의 생존이 걸린 만큼 현장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죠. 이 잔혹한 생존 게임 ‘하이 앤 로우’의 원형은 심리전과 눈치싸움의 대명사인 보드게임 ⟨독수리 눈치싸움⟩이었습니다.

 

⟨독수리 눈치싸움⟩은 ⟨어콰이어⟩로 유명한 보드게임계의 거장 알렉스 랜돌프가 1988년에 선보인 명작으로, 출시된 해에 '올해의 게임상(SDJ)' 후보에 올랐을 만큼 검증된 고전입니다. 각 플레이어가 1부터 15까지의 카드를 들고 15번의 라운드 동안 점수 카드를 획득하는 구조인데, 핵심은 ‘동률의 함정’에 있습니다. 아무리 높은 숫자를 내도 누군가와 같은 숫자를 내면 무효 처리되기 때문에, 눈치껏 상대의 수와 타이밍을 읽어내야만 하죠. 반대로 감점 카드가 걸린 라운드에서는 가장 낮은 숫자를 낸 사람이 감점을 가져가므로, 오히려 의도적으로 숫자를 겹치게 만들어 감점을 피하는 등의 고도 심리전이 펼쳐집니다.

 

방송의 ‘하이 앤 로우’는 스피디한 진행을 위해 10라운드로 호흡을 조이고, 득점과 감점 카드를 5:5로 구성해 압박감을 극대화했습니다. 여기에 낮은 숫자 싸움의 판도를 뒤엎는 ‘리버스 카드’를 신설하고, 이 카드가 짝수로 출현하면 효과가 상쇄되는 변수를 더해 치밀한 계산을 유도했습니다.

 

이날 데스매치에 나선 이들은 모두 심리전에 일가견이 있고 서로의 성향을 훤히 꿰뚫고 있는 베테랑들이었습니다. 때문에 두 번, 세 번을 꼬아 생각하는 고차원의 눈치싸움이 이어졌죠. 하지만 완벽하다고 믿었던 예측이 어처구니없이 어긋나며 터져 나온 절규야말로 ⟨독수리 눈치싸움⟩이 가진 진짜 묘미입니다. 단순한 규칙 속에서 터져 나오는 치명적인 심리전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한 판이었습니다.

 

 


 

 

EP 08. 머니 챌린지: 프로젝트 갤럭시 – 행성X를 찾아서

 

 

 

 

8화에서 다수 연합과 소수 연합의 치열한 구도로 펼쳐진 머니 챌린지 ‘프로젝트 갤럭시’. 이 매치의 뼈대가 된 원작은 보드게임 ⟨행성X를 찾아서⟩입니다. 고전 명작 ⟨클루⟩에서 시작된 ‘소거법 기반의 추리 게임’이 현대적으로 가장 정교하게 진화한 형태라 평가받는 작품이죠.

 

 

 

 

⟨행성X를 찾아서⟩는 천체의 탐색 범위를 지정해 단서를 얻고, 각 행성 간의 논리적 상관관계를 종합하여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때마다 득점하는 게임입니다. 절대적인 정보량이 곧 승패를 가르기 때문에, 개인전 장치가 따로 없었던 방송에서는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이 거대한 연합을 꾸려 정보전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의 또 다른 묘미는 자신의 추리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다른 플레이어가 던지는 질문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 힌트를 얻어 쉽게 점수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방송의 ‘프로젝트 갤럭시’는 플레이어들이 직접 위치를 옮겨가며 득점하는 요소를 추가해 변형을 주었습니다. 아쉽게도 한 팀이 게임 외적인 치명적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일찍 승패가 기울어버렸지만, 양 팀이 3~4라운드에 걸쳐 천체의 위치를 좁혀가던 과정만큼은 ‘추리의 정석’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묵직하고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테이블 위에서 다시 만나요

 

결국 서바이벌의 본질은 ‘판을 읽는 자’와 ‘판을 흔드는 자’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판을 제공한 것은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보드게임들이었습니다. 규칙은 명확하지만, 그 규칙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부딪힐 때 생겨나는 변수는 언제나 상상을 초월합니다. 제작진의 치밀한 변주와 플레이어들의 광기 어린 몰입이 만나 보드게임이 가진 본연의 재미를 극대화해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장난감이라 여겼던 게임에서 어른들이 진땀을 빼고, 오래된 고전 카드게임 하나로 스튜디오 전체가 뒤흔들리는 광경은 보드게이머들에게 또 다른 쾌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서바이벌의 냉혹한 세계 속에서도 본질적인 ‘놀이의 즐거움’이 빛난 순간들이었습니다.

 

방송은 끝났지만, 테이블 위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친구나 동료를 모아놓고 “오늘 밤, 탈락자는 한 명이다”라는 농담과 함께 위에 서술된 보드게임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사진 제공: Wavve

권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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