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폼폼즈
만 6세 이상 | 2~4명 | 15분
보드게임 상자를 열었을 때, 알록달록하고 말랑말랑한 솜털공 더미만이 가득한 모습을 본다면 처음엔 당혹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 가벼운 솜털공으로 무슨 게임을 할 수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폼폼즈⟩는 그런 첫인상의 당혹감을 단숨에 깨뜨릴 만큼 강력한 반전 매력을 지닌 게임이다. 이 게임은 무너지지 않고 무언가를 쌓아 올리고 종류의 게임이 지닌 고전적 원리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단단한 소재가 아닌 서로 엉겨 붙는 유연한 솜털공을 주재료로 선택함으로써 기존 게임들이 주지 못했던 현대적인 감각과 유쾌한 재미를 불어넣었다.

게임의 준비 단계부터 ⟨폼폼즈⟩는 여타 게임과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선사한다. 구성물로 제공되는 전용 컵에 알록달록한 솜털공들을 가득 채워 넣은 다음 뚜껑을 꾹 누른 뒤 조심스럽게 뒤집으면, 마치 마법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이 솜털공들이 중력을 거스르고 서로의 보풀을 붙잡으며 견고한 탑을 유지한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중력보다 전자기력이 더 강력하기 때문인데, 이런 힘 때문에 솜털공의 솜털들이 서로 엉겨 붙는다. 이 결합력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기존의 쌓기 게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상천외한 각도와 위치에 솜털공을 배치할 수 있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는 카드 더미 맨 위에 보이는 카드의 색깔을 확인하고, 이 색깔의 솜털공을 옮겨야 한다. 손가락이나 전용 핀셋을 이용해 해당 색깔의 솜털공을 탑에서 조심스럽게 빼낸 다음, 빼낸 곳보다 높은 곳에 놓아 고정해야 한다. 솜털공들이 깃털처럼 가볍고 서로 잘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탑은 점점 비정상적인 모양으로 길어지거나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어떤 솜털공이 탑 전체를 지탱하는 핵심 축인지, 어떤 솜털공이 가장 약하게 붙어 있는지 파악하는 치밀한 관찰과 함께 숨소리마저 죽여야 하는 섬세한 손길이 요구된다.

⟨폼폼즈⟩의 진정한 재미는 누군가 실수했을 때 이를 대처하는 독창적인 방식에 있다. 기존의 쌓기 게임들이 탑을 조금이라도 무너트리면 즉시 패배로 연결되어 허무함을 자아냈던 것과 달리, 이 게임은 '도전'이라는 규칙을 통해 회생의 기회와 웃음을 동시에 제공한다. 솜털공을 옮기다 실수로 몇 개를 떨어뜨리더라도, 즉시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그 대신 떨어진 솜털공의 개수만큼 카드를 뽑아 그 카드에 표시된 벌칙을 수행해야 한다. 한쪽 눈을 가리거나, 팔꿈치를 떼지 않고 솜털공 옮기기, 평소에 쓰지 않는 손을 사용하기 등 웃음을 자아내는 벌칙들이 다음 차례에 적용되는 것이다. 때로는 여러 번의 실수가 겹쳐 말도 안 되는 자세로 차례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며, 이는 게임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플레이어들 사이에 웃음을 유발하는 최고의 파티 요소이다.

또한, 이 게임은 현대 사회의 고민 중 하나인 ‘소음’ 문제에 있어 매우 혁신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나무 블록과 같은 단단한 구성물의 탑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요란한 굉음은 늦은 밤 아파트 층간 소음의 주범이 되곤 한다. 하지만 ⟨폼폼즈⟩의 솜털공들은 탑 전체가 무너지더라도 그저 조용히 바닥으로 흩어질 뿐이다. 소리 없이 무너지는 탑을 보며 플레이어들은 소음 걱정 없이 오로지 게임의 긴장감에만 몰입할 수 있다. 이러한 정숙함은 이 게임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전천후 보드게임으로 만들어준다.

겉보기엔 단순한 어린이 게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내실은 볼프강 바르시 작가를 비롯한 천재적인 작가들의 치밀한 설계가 돋보인다. 세련된 블랙 패키지와 감각적인 비주얼은 성인들을 위한 파티 게임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어린이들에게는 집중력과 손재주를 길러주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탑이 높아질수록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실수마저 유쾌한 놀이로 승화시키는 도전 규칙은 모든 연령의 플레이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웃음 가득한 저녁을 보내고 싶다면, 이 작고 폭신한 솜털공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마법에 몸을 맡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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