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를 위한 단계별 추천 게임 12편을 소개해 드립니다.
2026-02-11
#입문추천
#루미큐브
#카르카손
#커피러시
#라스베가스
넓고 넓은 보드게임 세계는 계속해서 새로운 신작이 더해지며 해가 갈수록 끝을 모르고 넓어집니다. ‘입문자를 위한 추천 게임’을 몇 년 전에 정리해서 공개했고, 한 차례 수정도 했습니다. 2023년부터 지금까지 3년이 흘렀습니다. 2023년에 꼽은 추천 게임 상당수는 오랫동안 명작의 반열에 올랐던 게임들이어서, 시간이 흐른다고 입문 추천의 자격을 잃을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목록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이 3년 동안 나온 게임 중 입문용으로 적절한 새로운 게임을 넣어 갱신한 목록의 이 게임들을 1년 동안 여유롭게 매월 하나 정도 즐겨봐도 좋을 겁니다. 이 게임들을 쭉 즐겨보고 나면 보드게임을 고르는 나만의 취향도 좀 더 분명하게 잡을 수 있을 거고, 더 어려운 게임에서도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선정 기준
인원: 같이 즐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좋고, 여럿이어도 좋습니다. 2명부터 4명 사이에서 몇 명이 즐기더라도 만족스러운 게임으로 골랐습니다.
게임 시스템: 보드게임의 뼈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게임 시스템을 경험하면, 추후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되고, 규칙이 복잡한 게임도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되도록 소개된 게임마다 게임 시스템이 겹치지 않게 골랐습니다.
난이도: 같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연령이나 보드게임 경험 유무 등에서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함께 즐기기 적합한 난이도로 선정했으며, 단계별로 정리했습니다. 보드게임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1단계부터 차근차근 즐겨 볼 것을 권합니다.
| 1단계 - 간단한 규칙과 직관적인 게임 진행 |
1단계 게임은 만 8세 이상의 어린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들입니다. 게임을 즐기면서 취하는 선택이 복잡하지 않으며 선택에 따른 결과가 직관적으로 보이지만, 게임의 깊이가 얕지는 않습니다. 게임을 여러 차례 즐겨서 숙련도가 올라가면 치열한 승부가 펼쳐집니다. 가벼우면서도 오래 즐길 수 있고 깊이 있는 보드게임들로 정했습니다.

루미큐브
2~4명 | 30분
숫자 타일을 규칙에 맞춰 내려놓으세요. 자기 타일을 가장 먼저 다 내려놓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기본적으로는 3개 이상의 타일을 모아 한꺼번에 내려놓으며, 이를 ‘세트’라고 합니다. 세트를 이루는 3개 이상의 타일은 ‘색깔은 모두 같고 숫자는 스트레이트’이든지, ‘색깔은 모두 다르고 숫자는 모두 같’으면 됩니다.
타일을 자기 앞에 처음 내려놓을 때는 세트를 이루는 타일의 숫자 총합이 30이 넘는 세트(들)를 한꺼번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한 번 자기 앞에 이렇게 세트를 ‘등록’했다면, 이후부터는 타일 받침대에서 세트를 만들어서 내려놓아도 되고 바닥에 이미 만들어진 세트들에 타일을 추가해도 됩니다. 바닥에 공개된 세트에 타일을 추가할 때는 기존의 조합을 해체하고 재구성해도 되지만 최종적으로는 바닥의 모든 타일들이 저마다 세트로 놓여 있게끔 해야 합니다. 자기 차례에 타일을 하나도 내려놓지 않았다면, 새로운 타일을 가져가야 합니다.

새로운 타일을 뽑을 때, 자기가 가진 타일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 주는 매개 역할 타일이 나올 수도 있지만 처치 곤란한 타일이 늘어날 수도 있어 긴장하게 됩니다.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타일을 내려놓을 계획을 세우다가도 다른 플레이어 차례에 바닥에 추가되는 타일 때문에 그 계획을 재수정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이러한 전략적인 유연함이 타일 뽑기 운을 넘어서는 운용 실력이 되므로, 지적인 게임을 즐기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타일을 깔끔하게 다 내려놓는 순간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요.
타일의 크기나 타일 받침대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시리즈가 존재합니다. 취향에 따라, 또는 게임을 자주 즐기는 환경에 맞는 버전을 고를 수 있다는 점도 ⟨루미큐브⟩만의 장점입니다.

카르카손
2~5명 | 35분
무작위로 타일 하나를 뽑아서 그것을 바닥에 놓인 타일들 중 하나의 옆에 붙여 놓으세요. 이렇게 이어진 두 타일 사이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합니다. 그런 뒤, 방금 내려놓은 타일에 ‘미플’이라는 자기 일꾼 말 하나를 놓습니다. 그 일꾼은 조건에 따라 점수를 (즉시, 또는 나중에) 받는데, 모든 타일이 다 떨어졌을 때 이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타일에 있는 성, 길, 수도원, 초원 중 하나에 자기 미플을 놓을 수 있고, 이 각각은 점수를 제공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지만 해당 요소가 완성되었을 때 점수를 줍니다. 길은 양 끝에 시작과 끝 지점이 생겨야 하고, 수도원은 그 타일의 주위 8칸이 다 타일로 채워졌을 때 점수를 줍니다. 점수를 받기 전까지는 내 미플이 돌아오지 않으며, 동일한 요소 위에 여러 플레이어의 미플이 놓인다면, 점수를 주는 시점에 미플 수를 더 많이 놓은 사람이 점수를 독식합니다.

미플의 수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점수를 많이 모으려면 적당한 타이밍에 미플을 회수해야만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기 미플이 없어서 고득점 요지를 차지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내 미플이 놓인 점수 요소에 타일을 계속 붙여서 그 요소의 점수를 더 높일 것이냐, 적당한 타이밍에 그 요소를 완성해서 점수를 적당히만 먹고 미플을 회수할 것이냐 사이에서 잘 재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와 같은 점수 요소를 두고 경쟁할 때는 내 미플을 많이 넣어야만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중요한 조율 지점입니다.
타일 운에 울고 웃는 재미로 즐겨도 좋고, 아직 나오지 않은 타일까지 생각해 가며 치열하게 즐겨도 좋습니다. 게임의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타이밍 재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타일을 놓아가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져서 보는 맛이 있는 건 덤입니다.

커피 러시
2~4명 | 30분
주문 카드에 나오는 재료를 재빨리 챙기세요. 모든 재료를 컵에 모았다면 주문이 완성되고, SNS에서 좋아요를 받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기 전에 주문을 처리하지 않으면 비추가 생기고, 점수가 깎입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받은 좋아요 개수를 통해 승자를 결정합니다.
주문 카드마다 필요한 재료는 2~4개. 원하는 걸 마음대로 가져올 수 있는 게 아니라, 재료판 위에서 일꾼을 한 번에 한 칸씩 움직이면서 그 일꾼이 들어갔던 칸의 재료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주문 카드 여러 장을 받을수록 한 번에 다 해결하기 어려워지므로, 지금 일꾼이 위치한 칸에서 최대한 많은 주문을 해결할 재료를 찾도록 계산을 잘 해야 합니다.

특히 매력적인 요소는, 누군가가 주문을 완성하면 그 플레이어의 다음 순서인 두 사람이 완성된 장수만큼의 주문 카드를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뿌요뿌요’라는 게임에서 내가 블록을 없애면 상대방에게 블록이 더해지는 것 같은 공격의 개념이 있습니다. 이렇게 주문을 완성해서 남에게 주문을 떠넘기는 공방의 형태로 인해, 차례 순서대로 진행하는 게임인데도 조바심으로 긴장하게 되는 것이 매력입니다.
일꾼 업그레이드를 통해 효율을 더해가는 재미도 매력적인 게임, ⟨커피 러시⟩는 투명 라떼잔과 입체적인 재료 토큰, 아름다운 일러스트 카드 등 무척 예쁜 게임 구성물로도 화제가 되었죠. 최근 출시된 ⟨커피 러시: 겨울⟩은 겨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디자인과 투명 머그컵으로 기본판과는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라스베가스
2~5명 | 30분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에서 베팅을 해서 돈을 많이 따세요! 카지노마다 돈이 걸려 있습니다. 각각의 카지노에서 주사위를 많이 놓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그 카지노에서 가장 큰돈을 가져갈 것입니다.
각자 자기 색깔 주사위 8개씩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주사위를 모두 굴린 뒤, 나온 숫자 중 하나를 고릅니다. 그 숫자가 나온 주사위를 전부 같은 숫자의 카지노에 올리면 차례는 끝납니다. 번갈아 가며 차례를 진행하다가, 모든 주사위가 카지노에 놓이면 점수를 계산합니다. 각각의 카지노별로, 주사위 개수로 1등부터 순서대로 액면가가 큰돈을 하나씩 가져갑니다. 이런 식으로 4라운드를 진행해, 돈을 가장 많이 모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자기 차례에는 반드시 하나 이상의 주사위를 카지노에 넣게 되므로,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주사위 개수는 점점 줄어듭니다. 주사위가 많을 때는 선택권이 있었지만, 점차 주사위 운에 끌려가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즉, 라운드 초반에는 선택권이 있는 것 같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운이 붙길 빌게 되는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카지노에 여러 명이 같은 개수의 주사위를 놓았다면 이들은 아무도 돈을 얻지 못합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주사위 개수가 겹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액면가가 높은 카지노가 보이는데도 주사위 굴림에서 그 카지노 숫자가 나오지 않아 답답해하기도 하고, 주사위가 겹쳐 탈락하는 걸 피하기 위해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카지노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이런 전략적 선택이 마지막 주사위 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유쾌하게 펼쳐지며, 끝날 때까지 누가 이길지를 예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아주 쉬운 규칙, 반전의 연속, 초보와 숙련자의 격차가 거의 없는 전개, 그래서 “한 판 더!”가 입에서 절로 나오는 명작입니다.
| 2단계 - 직관적으로 성장 요소가 보이는 게임 |
2단계 게임부터는 일종의 '성장 요소'가 도입됩니다. 당장의 점수도 중요하지만, 나중을 위한 투자, 즉 빌드업을 해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여전히 차례의 진행은 간단하며, 규칙의 양도 적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해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1단계 게임들보다는 어렵습니다. 물론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결과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타나기 때문에 2단계로 설정했습니다. 1단계의 ⟨카르카손⟩이나 ⟨커피 러시⟩ 등을 즐기면서 몇 차례 이후까지 계획하는 감을 잡고 나면, 2단계 게임들도 즐길 만할 것입니다.

스플렌더
2~4명 | 30분
가장 많은 재산, 즉 점수를 모아 최고의 보석상이 되세요. 자기 차례가 되면 할 수 있는 행동은 세 가지입니다. 보석을 가져오거나, 개발 카드를 구입하거나, 개발 카드를 손에 드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행동을 반복하다가 누군가가 게임 종료 조건인 15점을 넘기고 나면, 게임을 마무리한 뒤 점수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개발 카드를 구입하려면, 보석 가져오기를 통해 모은 보석을 비용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이렇게 구입한 개발 카드는 이후 다른 개발 카드를 살 때 보석 비용을 할인해 주며, 일부 개발 카드는 점수도 제공합니다. 특정한 보석을 제공하는 개발 카드를 정해진 개수만큼 모은 사람은 점수를 제공하는 또 다른 요소인 귀족을 얻습니다.

사파이어를 지속 제공해 주는 개발 카드를 1장 구입했다면 앞으로 어떤 개발 카드를 사든 사파이어 비용을 1개 치 할인받게 되므로, 이후부터는 사파이어를 비용으로 요구하는 개발 카드를 자연스럽게 모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가져오는 개발 카드가 할인해 주는 보석의 종류를 고려해서, 개발 카드 구입 순서와 그에 맞게 가져올 보석을 계산하게 됩니다. 모두가 똑같은 카드를 보고 저마다 구입 순서를 계획하고 있으므로, 카드 선점 충돌이 있을 때마다 방향을 수정해야 하죠. 누군가가 카드를 구입해 갈 때마다 새로운 카드가 등장하는 것 역시 계획을 변경하게 만듭니다.
게임 경험이 쌓일수록 상대의 수까지 보게 됩니다. 선점 경쟁까지 벌어지게 되면 치열한 승부로 이어지며, 게임의 전략적 깊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2명부터 4명까지 어떤 인원으로 즐기더라도 재미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스플렌더⟩의 아성에 걸맞은 강점입니다.

캐스캐디아
1~4명 | 30~45분
북미 서부 지역, 캐스캐디아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동물을 놓으세요. 동물에 적합한 서식 환경을 갖춰 줄수록, 그리고 규모 있는 서식지를 이룰수록 높은 점수를 얻습니다. 총 20라운드를 진행한 뒤 서식지 타일과 동물 토큰의 배치에 따른 점수를 계산해 승자를 결정합니다.
자기 차례에 하는 행동은 ⟨스플렌더⟩보다도 간단합니다. 바닥에 깔린 ‘서식지 타일 & 동물 토큰’ 조합 4쌍 중 1쌍을 골라 가져온 뒤 배치하면 끝입니다. 특수 서식지 타일에 동물 토큰을 놓아 획득하는 솔방울 토큰을 사용하면, 서식지 타일과 동물 토큰을 원하는 대로 골라 자유롭게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배치도 자유롭습니다. 서식지 타일은 이미 자기 앞에 놓인 타일들에 붙여 놓기만 하면 될 뿐 다른 제약이 없으며, 동물 토큰도 그 동물이 그려진 빈 서식지 타일 한 곳에 놓으면 됩니다(심지어 놓지 않아도 됩니다).

선택과 배치는 열려 있지만, 점수를 잘 내려면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합니다. 동물마다 점수를 주는 배치 방식이 다 다르고, 서식지 타일을 놓을 때면 동물을 어떻게 배치할지를 생각해서 위치를 잡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서도 서식지 타일에 그려진 지형끼리 최대한 많이 이어지게 놓으려면 고려할 요소가 적지 않습니다. 한꺼번에 다섯 가지 동물 점수를 보면서 서식지 타일의 지형 연결을 고려해 타일을 선택하게 되므로, 고득점을 추구할수록 머리를 상당히 쓰게 됩니다.
타일 선택과 배치에 자유로운 만큼 느긋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빡빡한 브레인 버닝 게임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은 ⟨캐스캐디아⟩가 지닌 독특한 매력입니다. 게임이 끝났을 때는 자신이 만들어 낸 자연 풍광을 만끽하는 소소한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봄버스터즈
2~5명 | 30분
모두가 골고루 나눠 받은 전선을 조심스럽게 한 쌍씩 잘라내세요. 적절한 추론만이 살길입니다. 전선을 잘못 고르는 횟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거나, 빨간 전선을 건드린다면 즉시 실패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게끔 해서 (빨간 전선만 남기고) 모든 전선을 잘라내면 성공입니다.
⟨봄버스터즈⟩는 협력 게임입니다. 즉, 모두 함께 성공하거나 실패합니다. 1부터 12까지의 숫자로 이루어진 전선들을 모든 플레이어가 엇비슷하게 나눠 가진 뒤, 자기만 볼 수 있도록 타일 받침대에 꽂습니다. 이때 왼쪽부터 시작해 오름차순으로 전선을 꽂아 두어야 합니다. 그런 뒤 각자 자기 전선 단 1개에 대한 힌트를 주면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각자 차례가 되면, 다른 사람의 전선 하나를 지목한 뒤 숫자를 추측합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숫자여야 하며, 맞혔다면 해당 전선 및 자신의 같은 숫자 전선 1개를 공개합니다. 틀렸다면 기폭 장치가 한 칸 전진합니다.

숫자가 공개될수록 다음 숫자에 대한 힌트가 제공되는 게임으로 유명한 ⟨다빈치 코드⟩를 협력으로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같은 숫자의 전선이 4개씩 들어 있어서 한 사람이 같은 숫자를 2개 들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것 때문에 어떤 숫자를 먼저 공개하느냐에도 전략이 개입됩니다. 상대방의 타일 받침대를 보는데 3번 전선과 4번 전선 사이에 전선 한 개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3일 수도 있고, 4일 수도 있고, 빨간 전선일 수도 있습니다. 오로지 전선을 공개하는 행동 하나에, 플레이어끼리 여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 묘미를 깨닫는 순간 게임의 재미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이 게임은 연속된 미션을 해결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8번 미션까지는 기본 규칙을 하나씩 더해가며 찬찬히 알려주며, 9번 미션부터는 꽤 파격적으로 규칙에 변형을 가합니다. 새롭고 기발하며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미션을 하나둘 해결해 나갈수록, 진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함께하는 플레이어들 사이의 유대감도 돈독해질 것입니다.

카멜업
3~8명 | 30분
낙타 경주가 시작됩니다. 경주의 흐름을 예측하고, 최종적으로 어느 낙타가 우승할지 또는 꼴찌를 할지를 맞혀 보세요. 하지만 예측이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낙타와는 달리 역주행하는 정신 나간 낙타가 한 마리 있거든요. 이 낙타의 등에 올라타 버린 다른 낙타들은, 정신 나간 낙타가 거꾸로 달릴 때 거기에 실려서 뒤로 가 버리기도 합니다!
하나의 경주는 여러 번의 구간으로 이루어집니다. 모든 낙타가 한 번씩 이동을 마치고 날 때마다 구간 정산이 이루어지며, 이 시점에 어느 낙타가 1등과 2등을 할지를 맞히면 돈을 벌지만 엉뚱한 낙타가 1등이나 2등을 할 거라고 예측하면 도리어 돈을 잃습니다. 낙타들은 한 번에 1칸에서 3칸씩 이동하므로, 경주의 초반 구간에서는 어느 낙타가 앞설지 예측하기 어려우니 과감한 베팅을 하게 됩니다. 중후반부터는 경주의 흐름이 눈에 보이니 구간 예측 자체는 쉬워지며, 당연히 플레이어끼리의 구간 예측 티켓 선점 경쟁도 생깁니다.

하지만 최종 승리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꼴찌도 마찬가지이고요. 낙타들은 이동할 때 다른 낙타가 있는 칸에 들어가면 그 낙타에 올라탑니다. 그리고 다른 낙타에 올라탄 낙타는 자신을 태운 낙타가 이동할 때 같이 이동합니다. 자신을 태운 낙타가 정신 나간 낙타라면 뒤로 달려가는 불상사를 겪겠죠. 그래서 구간 1, 2위 예측도 장담하기는 어려우며, 경기의 최종 결과 예측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이런 점을 이해하고서 번갈아 가며 차례를 갖습니다. 구간의 1위나 2위 예측하기, 칸에 도착한 낙타를 1칸 앞이나 뒤로 보내는 관중 타일 놓기, 경주 우승자나 꼴찌 예측하기, 낙타 한 마리 이동하기의 네 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하며, 모든 낙타가 한 번씩 다 이동하면 구간 정산을 하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낙타가 나오는 즉시 게임이 종료됩니다.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구간 정산 타이밍에 긴장하며 몰입하죠. 확률과 운, 직감 사이에서 균형을 가장 잘 잡은 사람이 낙타 경주에서 가장 큰돈을 벌게 될 것입니다.
| 3단계 - 당장의 선택이 이후 결과로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게임 |
3단계 게임에서는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가 더 많고, 지금의 투자가 가져올 결과를 예상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한 차례에 여러 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콤보가 가능하며, 그러한 상황을 의도해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한판의 게임 전체에 대해 나름의 계획을 갖출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전략게임이죠. 그래서 게임을 즐기기 위해 습득할 규칙도 많고, 자기 차례에 선택지도 많습니다. 첫 게임을 즐길 때는 게임을 익힌다는 생각을 갖고, 규칙도 자주 확인하며 여유 있게 진행하세요.

카탄
3~4명 | 75분
자원을 모아 마을과 도시를 발전시키며 카탄 섬에 번영을 가져오세요. 처음 만든 마을에서 도로를 연장해 새로운 빈 땅으로 뻗어나가고, 그곳에 새로운 마을을 건설하고, 마을을 도시로 발전시키는 개척 활동에 앞장섭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플레이어가 승리를 차지합니다.
한 플레이어의 차례가 되면 주사위 하나를 굴리고, 섬에서 해당 주사위 눈이 적힌 타일의 자원이 생산됩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 자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로지 그 타일의 한 꼭짓점에 자기 마을이나 도시를 놓은 사람만이 받죠. 그래서 마을과 도시를 놓을 때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어떤 주사위 눈이 잘 나올지를 고려해서 놓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저 주사위 운에 의존할 수만은 없죠. 그래서 ⟨카탄⟩에는 거래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마다 자원 수급 역량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각자가 마을을 배치한 위치에서 생산되는 자원의 주사위 숫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건설할 때 필요한 자원은 고정이므로, 플레이어마다 모자란 자원과 남는 자원이 있습니다. 거래를 통해 서로에게 남는 자원을 주고받는 것은 간접적인 협력 관계를 형성합니다. 나의 이득을 위해 상대에게도 줄 것은 주는 협상의 묘리는 보드게임을 깊이 있게 이해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죠.
현대 보드게임은 ⟨카탄⟩을 기준으로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향력이 확실한 게임입니다. 전략 게임의 기준선을 세운, 그야말로 ‘보드게임의 제왕’인 겁니다. 그래서 ⟨카탄⟩은 보드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필수로 해봐야 할 게임이라 꼽힙니다.

어콰이어
2~6명 | 90분
호텔을 키우고 주식을 매입하세요. 두 호텔이 만나면 규모가 작은 호텔이 합병됩니다. 합병되는 호텔의 주식을 팔아서 자본을 만들고, 새로운 호텔을 키워서 합병하세요. 주식을 통해 돈을 벌고 영리하게 재투자해 가장 많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플레이어의 차례에 할 일은 간단합니다. 자기가 가진 타일 하나를 게임판에 놓고, 주식을 사고, 타일 하나를 뽑아서 가져오면 끝입니다. 하지만 타일을 게임판에 놓는 순간 두 가지 특별한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나는 호텔의 몸집을 불리는 것입니다. 타일 2개가 이어지게 놓는 순간 호텔이 설립되고, 이제부터 이 호텔의 주식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설립된 호텔에 타일을 붙여 놓으면 호텔이 커지면서 이 호텔의 주가가 올라갑니다. 둘째는 합병입니다. 설립된 호텔 둘 이상이 방금 놓은 타일로 인해 하나가 되는 순간, 타일 수가 적은 호텔이 합병되며 해당 호텔의 대주주들이 보너스를 얻고, 그 호텔 주식을 가진 모든 플레이어가 주식을 처분해 현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보유한 돈은 주식을 살 때마다 나가는데, 돈이 돌아오는 경우는 호텔 합병을 통해 주식을 팔 경우밖에 없습니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것도 적시에 합병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남이 해줄 수도 있지만, 자기가 대주주일 때 팔아야 보너스를 얻고 현금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으니 적당한 타일이 수중에 있다면 타이밍을 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으로는 일정 타일 개수 이상이 되어 안정화된 기업은 합병되지 않으므로 이 기업의 주식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없지만, 이 기업이 계속해서 커진다면 게임이 끝날 때 주식 가격만으로 큰 이득을 줍니다. 그러니 중반까지는 여러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며 현금 불리기에 집중하고, 중후반부터는 거대 기업이 될 호텔의 주식을 충분히 쌀 때 잘 매수하는 타이밍을 노려야 합니다.
주식 투자의 원리를 비롯한 경제학적 관념이 무릎을 칠 정도로 명쾌하게 게임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런 경제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게임 그 자체로 접근해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게임의 흐름을 읽어 나가며 능동적으로 대응해야만 비로소 ‘돈 잘 버는 길’이 보일 것입니다.

크베들린부르크의 돌팔이 약장수
2~4명 | 45분
최고의 약장수가 되려면, 운도 좋아야 하고 배짱도 좋아야 합니다! 구입한 약재로 주머니를 채우고, 그 주머니에서 약재를 뽑아 솥에 넣어 가며 최고의 약을 만들어 가니까요. 약을 만들고 나면 점수를 얻고, 그 점수만큼의 배용으로 약재를 추가로 구매합니다. 약재의 특성을 생각해서 추가 약재를 구매하고, 뽑기를 반복하면서 승점을 높이세요!
하얀색 꽝꽝나무 약재값의 합계가 7 이상이 되게 뽑으면 솥 폭발을 일으킵니다. 그 차례에는 받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이 하얀색 약재는 게임을 시작할 때 1짜리 4개, 2짜리 2개, 3짜리 1개를 주머니에 넣습니다. 최소 3개(2/2/3), 최대 6개(1/1/1/1/2/2)째에 솥이 폭발할 겁니다. 즉, 모든 플레이어는 솥을 폭발시키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약재를 뽑는 것입니다. 이후 다른 약재를 추가할수록 하얀색 약재를 뽑을 확률이 떨어지니 적절히 약재를 더해 가야 하죠.

물론 뽑기 운이란 확률과는 따로 노는 것이라서, 각종 약재를 잔뜩 넣은 주머니에서라도 하얀색 약재를 먼저 2개 뽑고 시작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약재를 주머니에 추가하면서 자기 운을 조절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후 실제로 뽑을 때는, 자신의 운을 시험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결과에 만족하고 안정적으로 뽑기를 멈출 것인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운 시험이 자기 역량에 따른 선택처럼 전개되는 이 독특한 전략성이 이 게임이 가진 최대의 매력입니다.
약재를 뽑는 순간의 높은 긴장감에 이어지는, 누군가의 솥이 폭발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전략 게임에서 파티 게임 같은 흥을 느끼게 하는 귀한 요소입니다. 말도 안 되게 운이 나쁜 날이 아닌 이상은, 자기 운을 건 도전 욕구를 불러오는 흥미진진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윙스팬
1 ~5명 | 40~70분
서식지에 맞게 새를 놓고, 먹이를 모으고, 알을 낳게 하며 보호 구역을 채우세요. 새 카드들은 모두 서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가진 새 카드와 새롭게 가져올 수 있는 새 카드의 능력을 잘 살펴 자원을 생산하고, 새 카드의 효과를 결합해 최대 효율을 만들어내는 조합을 완성하세요.
자기 차례가 되면 행동 큐브를 사용해서 네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수행합니다. 첫 번째는 새 놓기입니다. 서식지에 새를 놓으려면 먹이를 내야 하고, 새를 놓으려는 세로줄 상단에 나오는 알 비용도 내야 합니다. 즉, 새 놓기를 하려면 놓으려는 새 카드, 그리고 비용인 먹이와 알을 미리 확보해야만 합니다. 나머지 세 가지 행동은 이 셋을 얻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새 카드 뽑기/먹이 얻기/알 낳기 중 어느 것을 하든, 각 행동이 적힌 가로줄에 놓여 있는 모든 새의 갈색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즉, 새 놓기 행동을 통해 나머지 세 행동 중 하나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모든 새 카드에는 서로 다른 효과가 나와 있기 때문에, 어느 칸에 어느 새를 놓는지에 따라 해당 가로줄의 행동을 선택해서 취하는 보상이 매번 달라집니다. 각자가 뽑는 새 카드를 잘 관찰하고 그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적인 전략 요소입니다.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새 카드 뽑기 행동 가로줄에 놓인 새들이 모두 먹이를 제공해 주는 새들인 경우 먹이 얻기 행동을 거의 취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래서 특정 행동만 강화할 수도 있고, 모든 행동에 골고루 투자하며 키워 나갈 수도 있습니다.
라운드마다 달성해서 점수를 얻는 목표가 있으며 그 점수의 비중이 적지 않으므로, 게임의 운영 가이드로 삼아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라운드가 지나갈수록 할 수 있는 행동 개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한 번의 행동을 취해도 최대한 큰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잘 배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각과 촉각을 만족시키는 예쁜 구성물이 훌륭하고, 규칙은 간결한데 수많은 카드로 인해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참 좋은 작품입니다. 다양한 확장이 출시되어 입맛대로 즐기기 좋은 것은 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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